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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녹색채권 발행 지원사업, ‘무늬만 녹색’ 논란
한국형 녹색채권 발행 지원사업, ‘무늬만 녹색’ 논란
  • 김나현 기자
  • 승인 2024.02.01 1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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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채권 발행금액 0.2~0.4% 이자비용-1년간 최대 3억원 지원
원전, 바이오매스 포함해 ‘그린워싱’ 비판도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한국형 녹색채권 발행 활성화와 녹색금융 생태계 저변 확대를 목표로 올해도 '한국형 녹색채권 발행 지원사업'을 진행한다고 31일 밝혔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녹색채권 발행지원사업은 기업의 규모와 사업의 성격을 고려해 이자 비용의 일부를 보전하는 사업이다. 환경부는 올해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에 채권 발행금액의 0.4%에 해당하는 이자비용을, 대기업과 공공기관에는 0.2%에 해당하는 이자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원 기간은 채권 발행일로부터 만 1년이다. 올해 지원예산 규모는 약 77억 원. 한국형 녹색채권 발행에 따라 발생하는 이자 비용을 기업당 최대 3억원까지 지원한다. 

한국형 녹색채권 발행으로 조달된 자금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 부합하는 사업에만 사용해야 한다.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는 탄소중립과 환경 개선에 기여하는 ‘녹색경제활동’을 정의하는 기준이다. 2020년 6월 유럽연합(EU)에서 녹색분류체계를 발표한 이후, 2021년 12월 환경부와 금융위원회가 공동으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를 발표했다.

원전, 바이오매스도 포함? 모호한 ‘녹색’ 기준 논란

환경부는 지난해 4조6,399억원 규모의 녹색채권을 발행했고, 54억 4,800만원의 이자비용을 지원했다. 2022년도의 녹색채권 발행액 6,400억 원보다 약 7배 이상 증가한 액수다. 

녹색채권의 발행 규모는 늘었지만,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기준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원자력발전과 바이오매스 등 일부 ‘친환경’ 논란이 끝나지 않은 분야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2022년 9월 K-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하는 안을 발표했다. 원전 신규건설, 원전 계속 운전, 원자력 관련 연구·개발·실증 등 원전 경제활동이 ‘친환경’으로 인정된 것이다. 논란의 핵심은 폐기물 처리와 안전성 우려다.

EU 역시 택소노미에서 원전을 친환경 에너지로 인정했지만 2050년까지 고준위 폐기물 처분 시설 계획을 내놓는 조건을 함께 제시했다. 한국은 구체적인 가동 시기나 처분장 위치 등을 명시하지 않았다. 원전 사고 대처 시간을 현저하게 개선 시킬 수 있는 사고 저항성 핵연료(ATF) 사용 시점도 유럽보다 6년이나 늦은 2031년으로 설정했다. K-택소노미가 그린워싱 우려를 낳게 된 배경이다.

작년 10월엔 발전 5사(남동발전·동서발전·서부발전·남부발전·중부발전)가 5년간 녹색채권 발행액 중 약 30%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사업에 집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LNG 발전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건설과는 무관한 화석에너지 사업이다. 환경부가 LNG의 과도기적 역할을 인정해 최대 2035년까지 한시적으로 녹색분류체계에 포함했을 뿐이다. LNG는 탄소 배출 발전이라 ‘녹색’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6월 총 600억원 규모의 녹색채권을 발행한 ㈜한양은 바이오매스(우드팰릿) 발전 설비 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바이오매스는 목재와 같이 재활용 가능한 식물 등을 태운 자원으로 석유계 원료를 대체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각에선 바이오매스를 연소하는 과정에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가 석탄과 유사하다며 온실가스 감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해왔다.  
이처럼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기준과 녹색채권을 둘러싼 ‘친환경’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EU, 세계 최초로 녹색채권 표준 승인

한편 유럽연합(EU)은 지난해 10월 세계 최초로 녹색채권 발행 기업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승인했다. 그린워싱 감시를 강화하고, 녹색채권의 신뢰와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이로 인해 EU에서 녹색채권을 발행하는 기업은 사용처를 공개해야 하며, 녹색채권으로 조달한 재원의 85%는 EU의 지속가능한 활동을 위한 택소노미에 부합하는 활동에 써야 한다.

친환경은 전 세계적 흐름이다. 친환경 경제활동이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선 정부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를 더욱 촘촘하고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현 상태로는 한국형 녹색채권이 ‘무늬만 친환경’이라는 비판을 피해가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지원사업 참여 신청 접수는 오늘부터 환경책임투자종합플랫폼을 통해 이뤄지며, 모집 공고와 자격요건 등 상세내용은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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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현 기자
김나현 기자 tmng1002@gmail.com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