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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에 대한 불신
국가에 대한 불신
  • 세르주 알리미
  • 승인 2012.11.12 13: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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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창(窓)

민간은행들이 금융위기를 일으켜 국민의 세금으로 재난에서 구제받은 지 4년 만에 치른 이번 미국 대선에서, 투기금융으로 큰 재산을 모은 공화당 대선 후보의 기회는 거의 없는 듯했다. 그러나 미국 대선이 마지막 순간까지 불확실하게 됐던 이유는 국가의 개입에 대한 불신이 점증한 탓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국가 부채 문제가 정치적 삶의 중심에 서게 됐기 때문이다.(1) 동시에 벌인 2개의 전쟁(아프가니스탄전과 이라크전)에 지출한 전비, 은행에 대한 구제금융, 그리고 불평등하고 대규모로 이뤄진 감세로 촉발돼 엄청나게 늘어난 재정 적자 탓이다. 한쪽에선 "어떻게 하고는 싶은데 더 이상 뭘 할 수가 없다"고 한숨짓는다. 다른 한편에선, 정부와 민간기업 사이의 근친상간적 관계, 예를 들어 정부 수반에서 부유한 로비스트나 돈 많이 받는 강연자로 변신한 도발적 인물을 지적한다(8면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에 관한 이브라힘 워드의 기사 참조). 관료주의적 낭비와 기생적 중개인, 불필요한 대규모 프로젝트 등에 대한 오래된 불안감이 부패에 대한 의심으로 증폭되고 있다.(2)

"그건 돈도 많이 들고, 잘 되지도 않는다"는 변명이 이미 국가의 모든 사회적 행위를 가로막는 엄청난 억지력이 돼버렸다. 선량들이 공동의 선을 위해 봉사하기에는 너무 멀리 있고, 부패되고, 과두정치의 이익에 얽매여 있다는 믿음이 거기에 덧붙여진다면 우리는 뭐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스스로 리버럴이라고 주장하는 우파들이 이런 불신의 이득을 보게 된다. 그리고 국가를 경영하려고 한다면 기업이나 투기펀드의 수장으로서 능력을 보여준 것(예를 들면 미국의 밋 롬니)이 더 나을 수 있다는 생각을 국민 각자가 하게 된다.

그렇지만 민간부문에선 사기나 낭비가 그 자체만으로도 힘을 발휘한다. 매일 차량 후드의 광택을 내고 번쩍거리는 포장지나 담배 필터에 정성을 들이거나, 이국적인 보험 계약과 국고를 예치할 곳을 생각한다고 해서, 공공의 비용으로 교육받은 엔지니어나 회계사, 사회학자들이 몇 명이나 되는지에 대해 누가 말하겠는가? 기업이 흑자를 내는지 여부가 그 기업이 생산하는 것이 지닌 사회적 유용성보다 항상 더 중요하다.

때로 스캔들로 인해 기업주가 오명을 쓰기도 하고, 어떤 기업주는 자리를 잃기도 한다. 그렇더라도 그들이 그런 활동을 하게 하고 그들에게 그 권력을 안겨줬던 구조에 대해 사람들은 의문을 갖지 않는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시장이나 장관이 배임을 하거나, 정부가 공공연하게 로비에 굴복하거나, 선거운동에 의심스런 자금이 동원되는 것 등은 당장 국가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세금을 징수하기 위해, 개발 지역을 조성하기 위해, 그리고 국민을 동원하기 위해 국가의 정당성을 밑바닥부터 서서히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어디에서나, 사람들은 변화 쪽으로 마음이 기울게 돼 있다. 그러나 자신의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오래된 것이건 새로운 것이건 그런 수단이 없다고 하면 더듬거리거나 제자리걸음을 하게 되고, 때로는 뒷걸음을 하게 된다. 이는 모두가 품었던 희망과 어긋나는 일이다.

*

 세르주 알리미 Serge Halimi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판 발행인

번역 류재훈 <한겨레> 온라인 국제판 에디터.

(1) 세르주 알리미, ‘빚만이 곧 살길이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09년 12월호 참조.
(2) 알랭 드발포, ‘국책사업이란 이름의 기만’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2년 8월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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