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 담은 봉투가 따뜻하다. 일요일 아침의 공원엔 토요일 밤의 흔적이 사방에 널려있다. 맥주 소주 막걸리, 다양한 주류를 채웠을 용기들, 그중 일부는 될 대로 찌그러져 나뒹굴고, 가을밤의 깊음과 호응하였을 이러저러한 사발면의 용기들 또한 내용 없이 버려져 있다.
나의 개들은 하나하나 냄새 맡아가며 어젯밤의 현장을 감식한다. 또 한 번 형형한 낙엽들, 사람 떠난 공원을 경탄의 색으로 채운다. 지난 사랑의 기억 밑동에 전시해놓은 은행나무, 헐벗을 준비 하는가 보다. 불쾌한 냄새만의 기억이라 하여도 지난 계절에 사랑하였으리라. 어쩌면 뜨거운 사랑이었으리라.
기억은 차다. 연못 안의 잉어들 살갗이 차다. 비밀번호를 하나하나 누르는 손가락 끝이 차다. 문이 열리면 차가운 비밀번호를 넘어서 제 집으로 돌아가는 나의 개들. 가을엔 기억하게 하소서. 공원의 저 가을처럼 가을엔 그저 기억하게 하소서.
- 정기구독을 하시면 온라인에서 서비스하는 기사를 모두 보실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르몽드디플로마티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