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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화의 문화톡톡] 춤의 대중적 공감을 위한 시론 Ⅱ
[김기화의 문화톡톡] 춤의 대중적 공감을 위한 시론 Ⅱ
  • 김기화(문화평론가)
  • 승인 2023.12.27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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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무용학과의 사회공헌에 관한 제안-

며칠 전 ‘춤의 대중적 공감을 위한 시론’이라는 글을 본지에 기고했다. 무용 대중화를 위해 고민해야 할 몇 가지를 제안하고, 무용계가 생태 패러다임을 재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관객이 알아볼 수 있는 작품 만들기를 비롯하여 무용계의 패러다임 범주를 확장해야 한다는 견해가 중심 내용이었다. 그 중, 자성적 성찰을 통해 무용계의 중심 권력을 대학 밖으로 확장해야 하고 춤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는 논지를 토로하였다.

이번 글은 무용의 대중화를 위해 대학이 어떠한 변화를 꾀해야 하는지에 관한 제안이다. 논지는 대학의 무용학과 설립 목적 및 교과 운영에 관한 내용으로 제한하고자 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국의 많은 수의 대학에서는 무용학과를 설치하여 운영해 왔다. 그러나 인구구조의 변곡점이 되는 2002년을 기준으로 대다수 대학이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많은 수의 무용학과가 폐과되거나 학부나 단과대학에 통폐합되어 현재는 수도권의 일부 대학과 지방의 국립대학을 중심으로 무용학과가 남아있는 실정이다.

4년제 대학에서 무용학과, 공연예술학부 등 다양한 학부에 소속되어 무용 전공을 모집하는 대학은 이화여자대학교, 성균관대학교, 한양대학교, 경희대학교, 세종대학교, 중앙대학교, 숙명여대학교, 한국체육대학교, 국민대학교, 동덕여자대학교, 한성대학교, 상명대학교, 한양대학교 에리카, 단국대학교, 용인대학교, 부산대학교, 창원대학교, 계명대학교, 조선대학교, 전북대학교, 충남대학교, 강원대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이상 무순) 등이다. 그리고 전문대학으로 서울예술대학과 부산여자대학 등이 무용 전공을 모집하고 있다. 대략 27개 대학에서 무용 전공자를 매년 배출하는 상황이다.

 

1. 대학 무용 전공자의 답답한 진로 현실

무용학과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각자의 꿈을 품고 대학에 입학하게 되지만, 졸업 이후 원하는 바의 꿈을 향해 가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최근 전체 연령대의 취업률이 상승하고 있다지만 실제로 20대의 청년 취업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이니 무용 전공자의 졸업 이후 취업이 쉽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취업 대란에 대응하여 대학뿐 아니라 무용계는 학생들의 진로 모색을 위해 공교육의 무용 교과목 채택을 추진해 왔다. 무용은 1955년 1차 교육과정부터 학교 교육에서 체육교과의 한 영역으로 존립했을 뿐, 독립 교과로 인정되지 않았다. 이에 2002년 결성된 무용교육혁신위원회를 중심으로 무용계가 노력한 결과, 2012년 중등 교원자격증 표시과목에 ‘무용’을 포함하는 ‘무용 교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쾌거를 거두기도 하였다. 그러나 무용이 예술 교과에 진입하지 못하여 무용 교사 자격증은 그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였다. 이에 2021년 5월 14일 ‘국민신문고’에 초·중등학교 선택 예술 교과군에 ‘무용’을 개설해야 한다는 주장을 공개 제안하였다. 안타깝게도 이 제안이 불채택되었다. 이후 대학 및 대학원의 무용학과, 무용 관련 학회와 협회, 국공립 직업무용단이 등 무용계가 대거 참여하여 무용 교과 독립을 위한 목소리를 내고 있으나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무용 교육이 몸을 매개로 하여 다양한 감각을 개발하고, 자기표현을 증대하며, 창의적 사고를 확장하고, 공동체의 지향성을 이해하여 상호존중(相互尊重)의 인성을 함양(涵養)할 수 있음에도 사회적 공감이 적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대다수 사람이 무용을 전문가들의 공연 장르로 인식하여 전문교육의 범주로만 한정하기 때문일 것이다.

 

​2009년 한강 여의도 봄꽃 축제 퍼레이드(무용 전공자들이 기획팀을 구성하여 지역 주민 4,500명이 참가하는 시민 퍼레이드를 성공리에 운영하였다. 디자인 이소주, 사진제공 한국춤교육연구회)
​2009년 한강 여의도 봄꽃 축제 퍼레이드(무용 전공자들이 기획팀을 구성하여 지역 주민 4,500명이 참가하는 시민 퍼레이드를 성공리에 운영하였다. 디자인 이소주, 사진제공 한국춤교육연구회)

2.사회공헌에 적합한 무용 전문성의 탐색

그러하다면 이를 헤쳐 나가기 위해 대학 무용학과가 어떠한 변화를 꾀해야 할까? 바로 대학이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논의를 구체화하기 위해 무용 전공자를 모집하는 대부분 대학의 학과 설립 목적과 교과과정을 검색하면서 무용학과에서 배출하고자 하는 전공 관련 역량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몇몇 학교에서는 사회의 흐름을 수용하면서 변화를 꾀하고 있으나, 대부분 학교는 필자가 다녔던 1980년대의 학과 설립 목적이나 교과과정과 크게 다를 바 없이 유지되고 있어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일부 대학을 제외하고 전공 설립의 목적은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무용예술인을 양성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부분은 대학입시 선발제도와 맞물려 회귀하므로 이를 같이 개선하지 않으면 문제해결이 되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 학교의 학생 선발 기준은 한국무용, 현대무용, 발레의 삼분법에 입각한 입시제도를 운영하며 실기역량을 기준으로 당락(當落)을 결정한다. 그리고 대학에 입학해서도 세 분야의 전공 교수의 지도를 받으며 4년 과정을 마치게 된다. 당연히 교과과정도 세 분야의 기초전공 실기부터 전공 심화 실기수업이 중심을 이루고, 공통 실기 교과 및 이론 교과를 편성하고 있다. 이론 교과의 경우 폭넓은 과목을 구성하여 단일 수업인 경우가 많아 해당 교과를 심화하기 어려워 학생들은 이를 자기 전문 분야로 확장하기 어렵다.

현(現) 무용학과의 교과과정으로는 실기 분야 이외의 전문영역을 심화하거나 현장의 실무역량을 갖추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러한 교과의 편성은 대학별 무용학과의 설립 목표가 막연한 차원의 무용 예술 전문가, 혹은 무용 전문지도자 양성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이지 못한 비전과 그 비전을 수행할 교과 편성이 적절하지 못하다면 학생들의 취업난은 계속될 것이다.

무용학과 졸업 후 무용 교육에 참여하는 40대 무용가의 말은 공감이 가면서도 안타까웠다. 그녀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방과 후 수업을 맡으면서 늘 혼자 대처하는 상황이 힘들었다고 하였다. 체육 수업의 경우 수업 운영 공동체에서 차시 수업뿐 아니라 학기 수업, 혹은 1년 수업의 교과 구성 및 수업 내용을 지원받는 경우가 많은데, 본인은 공통된 커리큘럼이나 교수법, 피드백(feedback) 등이 없이 오롯이 혼자 수업을 해결하여 힘들었다고 하였다. 가슴이 찡해 한동안 말을 잇기 어려웠다.

사회에서 필요한 무용은 반드시 아름답고 기능적으로 우수한 춤만은 아니다. 예술가로서 역량이 강화될 필요도 있지만, 대다수 비전문가를 대상으로 하는 무용은 대상에 따라 그 전문 역량이 달리 발휘되어야 한다. 우리 대학도 이제는 사회가 필요로 하는 전문 무용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따라서 각 대학은 무용학과의 설립 목적을 특화하고, 그 목적에 걸맞은 교과를 구성고 심화하여 실무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대학의 연구소와 연계하여 배출된 졸업생을 후방지원 하여 그들이 사회에서 단단히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용 관련 기획을 위한 학교 밖의 공동체 구성을 위한 산학협동체계도 구축하여 더 많은 전문가가 양성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국민대학교의 “예술적 감성, 창조적 지식, 융합적 사고를 겸비한 사회공헌적 무용예술전문가”라는 기치는 시대를 잘 이해하는 사례가 아닐까 싶다.

 

 

글·김기화(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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