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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마켓 냉장고 문짝 '디지털 광고판' 사업 실패 스토리
슈퍼마켓 냉장고 문짝 '디지털 광고판' 사업 실패 스토리
  • 김시래 경제전문기자
  • 승인 2025.01.26 1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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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이 기술은 아직 완벽하지 못해
냉장고 문짝의 광고가 표시되지 않거나,
핵심 데이터인 '고객의 반응'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었다.

미국 약국체인인 월그린의 약 1만개 매장 대형냉장고 문짝에는 당초 투명 유리로 고객들이 그 속에 있는 상품들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월그린은 '쿨러 스크린'이라는 유명 스타트업체와 손을 잡고 매장내 대형 냉장고 문짝에 디지털 광고판을 설치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고객이 매장내 냉장고에 접근하면 그의 환심을 사는 광고 영상이 틀어지고 상품을 추천하는 시스템이다.  근접 센서가 냉장고 주변을 지나가는 소비자의 반응을 감지해, 냉장고 문에 신제품 광고가 뜨거나 애플페이로 계산하라는 짧은 비디오를 재생하기도 한다. 

 전문용어로 '사물인터넷 IoT((Internet of Things) 기반의 인터렉티브 스크린 기술'을 이용해 냉장고 문짝을 모두 디지털 패널로 교체했다. 냉장고 문에 부착된 센서와 기기를 통해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기기들이 인터넷을 통해 서로 연결돼 상품관리, 판매, 광고 등 마케팅 전략을 펼 수 있는 다양한 정보를 수집했다.

 고객들이 냉장고 문을 열기 전에 다양한 상품 정보를 확인할 수 있으며, 광고주들은 타깃 광고를 통해 효과적인 마케팅을 할 수 있다. 이에따라 월그린 뿐만 아니라 대형마트와 코카콜라,펩시,레드불 등 다양한 업체가 이 사업에 동참했을 정도다.

매장내 냉장고 문에

'디지털 광고판' 설치 

쇼핑을 방해해 실패?

 쿨러 스크린은 이같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기업들의 주목을 한껏 받았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곳곳에서 다양한 문제점이 드러났다. 

 우선 소비자들의 불만과 외면이 가장 큰 문제였다.

 소비자들은 쇼핑을 할때 냉장고 속에  어떤 물건들이 있는지가 가장 궁금한데 이를 차단하고 방해한 것이다. 고객들은 냉장고 문을 열기 전에 '공해같은 광고'를 봐야만 했다. 소비자들에게 쇼핑의 즐거움을 주기는커녕 광고 공해로 인해 짜증을 유발시켰던 셈이다. 특히 폐쇄된 매장내에서 화려한 광고물로 인해 고객들에게 시각적 공해를 일으켰던 것이다. 

 더구나 이 기술이 아직 완벽하지 못해 냉장고 문짝의 광고가 표시되지 않거나, 핵심 데이터인 '고객의 반응'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냉장고 문짝 광고판은 자주 깜빡이거나 잘못된 광고를 보여줬다. 심지어 냉장고의 화면이 꺼지는 크고 작은 사고도 빈발했다. 심지어 이로 인해 냉장고에 불이 나기도 했다.

 월그린과 쿨러 스크린

 법적 소송전으로 번져

 이런 수많은 결점으로 인해 당초 '10년간 광고수익을 나누기로 한 계약'을 맺었던 월그린은 쿨러 스크린의 아르센 아바키안 최고경영자(CEO)에게 이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통보했다. 이미 설치한 1만개의 광고문짝 외에 추가로 3만5천개를 더 설치하기로 한 계약도 파기한 것으로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이에 화가 난 아바키안은 계약위반으로 현재 월그린 측에 2억달러(약 2860억원)의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패러디 삽화=최로엡
패러디 삽화=최로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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