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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세계문학 오디세이아』 - 새롭게 읽는 고전, 사유의 쾌락과 텍스트의 묘미
[신간] 『세계문학 오디세이아』 - 새롭게 읽는 고전, 사유의 쾌락과 텍스트의 묘미
  • 김유라 기자
  • 승인 2023.06.29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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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간 『세계문학 오디세이아 - 광인의 복화술과 텍스트의 오르가슴』 리뷰
- 문학, 영화, 미술을 넘나드는 예술의 총체를 한 권에

 

 

신간 『세계문학 오디세이아 - 광인의 복화술과 텍스트의 오르가슴』 (안치용, 르몽드코리아)
388p.
25,000 원

히 베스트셀러 홍수의 시대라 해도 좋을 지금, 수많은 책들이 등장했다가 사라진다. 한때 큰 인기를 끌었던 책이라 해도 트렌드의 변화에 따라 잊히기 십상이다. 수 세기동안 변함없이 사랑받아온 세계 문학 고전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다. 인간 근본을 탐구하는 인문학적 시선은 인류가 살아온,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모든 시간을 관통한다.

『세계문학 오디세이아 - 광인의 복화술과 텍스트의 오르가슴』은 이런 고전 작품들을 한 데 모아 깊은 사유의 장을 펼친다. 저자는 현대인이 사랑하는 여러 작품들을 ‘사랑’, ‘근대’, ‘구원’ 등 16개 주제로 다시 읽어내며, 새로운 시각을 덧입혀 독자에게 내놓는다.

가령, 리처드 도킨슨의 주장처럼 생명이 유전자의 운반책일 뿐이라면,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1947년)가 다룬 것은 인간의 비극일까? 아니면 인간 유전자의 위기일까? 또한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의 ‘비극’과 『위대한 개츠비』, 『경멸』 의 ‘비극’이 서로 다른 것은, 근대시기 신분의 한계가 사라지고 오직 ‘사랑’만이 남았기 때문일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질문은 자신만의 명쾌한 해답을 찾아가는 사유의 쾌락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특히 '제 5장 - 어떻게 자기인식과 자기존엄에 도달할 것인가' 챕터는 존재의 근간이라는 궁극의 주제 앞에서 독자에게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는 내용을 담았다. 인간이 '평온', '용기', '지혜'를 필요로 한다면, '평온'을 주제로 하는 문학은 어떤 내용을 담을 수 있을까.

저자는 『목로주점』(1877년, 에밀 졸라)의 주인공 제르베즈가 보여준 “파괴당할지 언정 패배하지 않는 삶”을 언급한다. 설사 비참한 삶일지라도, 그 너머에서 불패를 찾아내 마침내 승리의 조짐까지 짚어낸다면 '평온 문학'의 최고봉이라 칭해도 아깝지 않다는 것이다.

텍스트를 읽는 동안 느껴지는 말의 리듬과 절묘한 표현이 주는 ‘말맛’은 또 다른 쾌락이다. 저자는 때로는 장황하게, 때로는 간단명료하게, 강약을 조절해가며 문장 자체를 읽음직하게 만든다. 

책 말미에는 본문에 배경으로 흐릿하게 사용한 고흐의 그림들이 별도로 수록되어 있다.

 

 

『세계문학 오디세이아』에 수록된 고흐의 그림 中

 

 

 

 

 

 『세계문학 오디세이아』 발췌

 

삶에서 우리는 매 순간 사랑이 나를 사랑하는 형식임을 깨닫지만, 더불어 매 순간 그것을 “사랑을 사랑하는” 형식으로 변용하는 타협을 받아들인다. 한없이 허약한 주체! 그럼에도 우리는 그 난파선같은 주체에서 “자유의지와 맑은 정신으로”(슈테판 츠바이크) 뛰어내릴 수가 없다. 난파선 같은 그 주체는 그저 “새로운 모험을 찾아먼바다로 나아갔다.”


- 1장 사랑, 그 공허한 충만과 아름다운 결핍에 대하여

앙드레 브르통의 나자(1928년)는 초현실주의 소설이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떻게 구성되는가에 관한 문제를 담은 작품으로 이 작품에서 모더니즘 글쓰기가 드러나는 부분은 소실점이다. 소실점은 회화나 설계도 등에서 투시해 물체의 연장선을 그었을 때 선과 선이 만나는 점으로 원근법을 쓸 때 존재한다. 회화에서든 문학에서든 원근법이 없는 상태는 곧 물체나 인물 의 크기가 그 가치의 크기와 비례해 절대적 크기를 가지는 상태다. 원근법이 작동한다는 것은 시점이 작동한다는 의미다.”

 

-15장 눈을 가리고 야생마 같은 차를 몰면서 종종 길을 찾아가야 한다면

 

필자 소개

안치용 ESG연구소장, 인문학자
안치용 ESG연구소장, 인문학자

■안치용

ESG연구소장 겸 (사)ESG코리아 철학대표.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연세대(문학)·서강대(경제학 석사)·경희대(경영학 박사)ㆍ한신대(신학 석사). 2013년까지 22년을 경향신문에서 경제·사회·문화·국제 기자로 재직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심사위원을 지내는 영화 평론가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인문학적 글쓰기를 하고 있다.

 

 

 

 

글 · 김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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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라 기자
김유라 기자 kimyura@ilemonde.com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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