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9월호 구매하기
CIA 또는 화웨이? 감시자는 누구인가
CIA 또는 화웨이? 감시자는 누구인가
  • 댄 실러 | 일리노이 대학교 교수
  • 승인 2020.07.31 16: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국의 휴대폰 전문기업 화웨이가 세계시장에 진출하자, 놀란 미국 정치인들은 “ 화웨이가 전 세계를 감시하려 한다”라고 주장했다. 미국에서는 공공기관과 민간기업들이 화웨이와 모든 비즈니스를 단절했고, 협박대상은 서구권 정부들로 확대됐다. 

 

<그림자는 나의 연인, 심장은 적>, 2013 - 말레온

과거 미국의 조지 W.부시 정권, 버락 오바마 정권에서부터 현 도널드 트럼프 정권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거대 통신장비 공급업체인 화웨이는 수년째 미국에서 강력한 적이다. 2012년에는 미 의회가 해당 기업과 중국 정부의 연관성을 조사했고, 2014년에는 화웨이의 미국 내 모든 공공 입찰 참여가 금지됐다. 이후 화웨이의 미국 시장 진입에 족쇄를 채우고, 최첨단기술 분야의 미 국영기업들과 화웨이의 비즈니스 관계를 막으려는 미국 정부의 제재는 점점 수위가 높아졌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2018년 화웨이의 최고 재무 책임자이자 창업주의 딸인 멍완저우가 밴쿠버를 방문했을 때 트럼프 행정부가 캐나다 당국에 멍완저우를 체포할 것을 요구하면서 더욱 악화됐다. 멍완저우는 미국의 이란 및 기타 국가에 대한 제재를 위반한 혐의를 받았고, 미국은 그녀의 송환을 요구했다. 15개월이 지난 현재, 멍완저우는 여전히 캐나다에 체류하며 재판을 받는 중이다.

미국의 고위급 관리들은 지난 한 해 동안, 수십 개의 국가에 강력한 로비를 펼쳐 화웨이의 정보통신 시스템 장비를 구입하지 못하게 했다.

 

미국, 네트워크 시스템 접근 불가능 우려 

예상했던 대로 미 정보기관은 화웨이가 세계 정보통신 네트워크 안전에 왜, 어떻게 위협이 되는지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조금만 자세히 파고들면 자국 스파이의 행태가 드러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미 정보기관은 중국이 악의적으로 백도어(전산망에 침투해 정보를 빼돌리는 장치)를 심어, ‘우리의’ 정보통신 시스템에 침투하려 한다면서 자신들의 우려를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공포의 원인은 전혀 다른 곳에 있다. 최신 네트워크 기술 분야에서 어쩔 수 없이 주도권을 단념한 미국이 이 시스템들에 접근할 수 없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미국은 정보기관과 기업 간 오랜 협력 덕분에 네트워크 시스템에 쉽사리 접근했다. 

세계 패권 강국이자 최첨단 기술 보유국인 미국은 지속적으로 전 세계의 국가와 기업, 개인들을 감시해왔다. 과거에는 거대 국영 통신기업들을 통해 이런 스파이 행위가 가능했다. <워싱턴 포스트>의 최근 기사에 의하면,(1) 미국인들은 1970년대부터 독일 연방 정보부(BND)와 연합해 외국 정부들에 위조된 암호화 장치들을 팔아왔다. 이 작전은 미 정보통신 제조업체 모토롤라, 독일 지멘스, 자칭 독립기업인 스위스의 크립토AG(2)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으며 미국과 독일이 시종일관 기술설계까지 통제했다. 

중국과 소련을 제외한 100여 개 국가에서는 침입자로부터 자국이 보호받을 수 있다는 믿음으로 해당 장비를 설치했다. 그러나 모든 것은 기대와는 정반대였다. 미국인들은 문제의 장비를 통해 외국 지도자들의 대화를 엿듣고, 수집한 정보를 외교 및 군사 목적으로 이용했다. 독일은 1990년대에 손을 뗐지만, 미국의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안보국(NSA)은 2018년까지 활동을 이어갔다. <워싱턴 포스트>가 인용한 CIA 내부 보고서에 의하면 “첩보 측면에서 이 작전은 세기의 한 수였다!”

 

점점 치열해지는 경쟁

미국 정부가 여전히 용서하지 않는 NSA 내부 고발자,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처럼 미국의 스파이 활동은 인터넷과 새로운 암호기술의 영향으로 그 양상이 바뀌었다. 디지털 기기·서비스·애플리케이션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국영 대기업들과 수십 개 국가에 진출해 해저 케이블을 관리하는 네트워크 공급업체들이 미국의 스파이 활동에 연루됐다. 그러나 미국의 위상은 더 이상 견고하지 않다. 중국기업들과 점점 더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중국의 경제성장이 매우 급격히 이뤄진 덕분에 알리바바, 텐센트, 화웨이 등 몇몇 디지털 대기업들은 내수시장에서 대부분의 제품을 팔고 수익을 창출했지만, 해외로 사업을 확장하려고도 노력했다. 화웨이가 이들 가운데 가장 성공한 경우다. 

화웨이는 다양한 네트워크 장비를 저렴한 가격에 내놓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연구·개발에 대규모 예산을 투자했다. 화웨이는 2018년 150억 달러를 투자했는데, 이 금액은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물론 아마존(2019년 360억 달러)이나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260억)보다는 적었지만, 애플(162억), 마이크로소프트(169억), 삼성(2018년 164억)과 비슷했다. 스웨덴의 에릭슨(약 40억 달러), 미국의 시스코(70억 이하) 그리고 화웨이에 맞서 ‘경쟁력 제고를 위해’ 2016년 알카텔 루슨트를 사들이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제휴했던 핀란드의 노키아(약 50억) 등 화웨이와 직접 경쟁하는 기업들보다 화웨이의 연구·개발 예산이 훨씬 높다. 

화웨이는 현재 약 170개 국가에서 장비와 서비스를 제공한다. 세계 1위 통신장비 생산기업이자, 애플을 제치고 세계 2위 스마트폰 제조업체가 됐다. 특히 5G 네트워크 분야에서도 곧 선두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덕분에 화웨이와 화웨이의 협력 업체들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새로운 시장, 즉 5G와 사물 인터넷에서 파생될 수많은 제품과 서비스 시장에서 요지를 선점할 수 있을 전망이다. 

여러 예측에 의하면 가까운 미래에는 인터넷과 연결된 온갖 종류의 기기 수백억, 수천억대가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한다. 누가 이 새로운 시스템들을 공급할 것인가? 누가 그 시스템을 거치는 데이터에 접근할 것인가? 누가 그 데이터들을 상업·군사·첩보 목적으로 가장 잘 이용할 것인가?

 

통신분야 주도권 탈환을 결심한 미 행정부

구체적인 전략이나 특혜를 얻을 기업 선택에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주도권을 되찾기로 한 듯 보인다. 화웨이 사건은 ‘주도권 탈환’이라는 대규모 작전의 일부다. 만일 화웨이가 미국의 경쟁기업들을 그대로 따라 한다면, 이 중국기업은 자국 정보기관 및 군대와 협력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으로서는 전 세계 네트워크에 옮겨진 데이터를 끌어와 사용해야 하는데, 상황이 매우 복잡하다. 화웨이가 예상을 깨고 중국 당국에 대해 독립성을 유지한다고 해도, 지금껏 다른 기업들이 그래왔던 것처럼 화웨이가 미국 기관들에 시스템 접근에 있어 특혜를 부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 사이 화웨이는 모든 예상을 깨고 최신 네트워크 및 관련 서비스 개발에서 유리한 위치에 섰다. 미국은 화웨이를 겨냥한 장애물을 준비할 계획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다른 수십 개의 국가에서도 화웨이의 길을 가로막고 미국의 주도적 입장을 되찾는 노력에 함께하기를 바라지만, 아직 이런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영국도 독일도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갈등은 이제 시작됐다. 

 

 

글·댄 실러 Dan Schiller
일리노이 어배나 샴페인 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 교수. 저서로 『How to Think About Information』(University of Illinois Press, Chicago, 2006), 『Digital Capitalism : Networking the Global Market Systems』(MIT Press, Cambridge (미국), 2000) 등이 있다.

번역·김자연 jayoni.k@gmail.com
번역위원


(1) Greg Miller, ‘The intelligence coup of the century’, The Washington Post, 2020년 2월 11일.
(2) 실제로는 CIA와 독일 정보기관이 소유한 기업이다.

  • 정기구독을 하시면, 유료 독자님에게만 서비스되는 월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을 받아보시고, 동시에 모든 PDF와 온라인 기사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온라인 전용 유료독자님에게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PDF와 온라인 기사들이 제공됩니다.
이 기사를 후원 합니다.
※ 후원 전 필독사항

비공개기사에 대해 후원(결제)하시더라도 기사 전체를 읽으실 수 없다는 점 양해 바랍니다.
구독 신청을 하시면 기사를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 5000원 이상 기사 후원 시 종이신문 과월호를 발송 드립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