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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 다큐영화, 탈(脫)진실 시대의 진실 추구하기
저널리즘 다큐영화, 탈(脫)진실 시대의 진실 추구하기
  • 이승민 l 영화평론가
  • 승인 2020.12.31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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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중반 등장한 저널리즘 다큐멘터리 영화가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았다. <다이빙벨>(2014)을 시작으로, <자백>(2016)과 <공범자들>(2017), <7년-그들이 없는 언론>(2017), <김광석>(2017)과 <다이빙벨 이후>(2018), 그리고 <더 플랜>(2017), <저수지의 게임>(2017), <그날 바다>(2018)가 연이어 등장해 사회적 이슈를 만들었다. 

그리고 잠시 주춤했다가, 2019년 하반기에 다시 저널리즘 다큐멘터리 영화가 속속히 극장개봉을 했다. 4대강의 비리를 파헤치는 <삽질>,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추적하는 <대통령의 7시간>, 세월호 침몰 원인을 진단하는 <유령선>, 핵발전소의 위험을 고발하는 <월성>이 그들이다.

 

<그날 바다> 포스터

 

<삽질> 포스터

 

<자백> 포스터

 

탐사보도 구성과 화법을 가진 저널리즘 다큐멘터리 영화는 한국사회의 정치적 맥락 속에서 방송과 영화의 연대로 탄생했다. 독립영화와 국영방송은 사실 한국사회의 정치적 맥락 속에서 선명하게 갈라선 장이었다. 국영 방송은 정부의 권한 아래 존재했고, 독립영화 특히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는 그런 정부의 나팔수 역할을 하는 방송에 대항해 생겨났기 때문이다. 그동안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는 주류 미디어에서 외면하는 사회의 부조리를 담으면서 기록 투쟁을 벌여 왔다. 

한편, 방송 프로그램 중에서 탐사보도 프로그램의 경우는 은폐되고 왜곡된 사건을 추적하고 조사해 진실을 알려내는 역할을 해왔다. 즉 부조리를 고발하고 진실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와 방송의 탐사보도 저널리즘은 크게 다르지 않다. 

거슬러 올라가면, 1980년대 민주화 투쟁 당시,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와 방송의 저널리즘 프로그램은 본격적으로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고 추적했다. 광주항쟁을 담은 광주비디오 이후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는 사건 현장에서의 기록의 힘을 인지했고, 이 시기 방송의 저널리즘은 사건 그 자체의 부조리를 파헤치는 고발 프로그램 <추적 60분>(1983~), <PD수첩>(1990~), <그것이 알고 싶다>(1992~)를 제작했다. 두 영역은 지향하는 바는 유사했지만, 제도권 내부와 외부라는 유리벽으로 인해 서로 연대하기 보다는 독자적인 길을 걸어왔다.  

그러나 지난 MB 정권 때 블랙리스트에 오른 방송국 기자와 피디 및 언론인이 대거 해직됐다. 일부는 저널리즘 전문 인터넷 방송을 만들고, 일부는 탐사보도양식을 확장해 영화의 호흡으로 작품을 만들어 영화제를 시발로 극장 상영을 시작했다. 이처럼 저널리즘 다큐멘터리 영화는 방송 기반의 기자와 피디가 방송의 탐사보도 양식으로 영화를 만들면서 독립영화의 장과 만나게 된 것이다. 정치적 맥락으로 분리된 두 영역이 정치적 격동으로 같은 장에 함께 서게 된 것이다. 그리고 몇 년 지나지 않아 독립영화의 자장 안에서 ‘저널리즘 다큐멘터리 영화’라는 독자적인 장을 구축했다.

엄밀하게 말하면, 방송과 영화의 넘나듦의 시작은 <워낭소리>(2008)다. <워낭소리>의 성공을 발판 삼아,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같은 휴먼 다큐멘터리, <북극의 탐험>류의 오지 탐험 다큐멘터리가 극장 진출을 시도했다. 그러나 저널리즘 다큐멘터리 영화의 등장은, 플랫폼의 확장이나 넘나듦의 차원이 아니다. 정치적 탄압이라는 시대의 변수가, 분리된 벽을 허문 것이다.

<워낭소리>가 극장에서 개봉한 2008년은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 집회가 대대적인 해였다. 방송의 탐사보도 시사 프로그램에서 광우병과 촛불집회를 집중보도하고, 이를 빌미로 정부는 언론장악과 블랙리스트 작성에 박차를 가했다. 정부의 노골적인 검열과 탄압 아래서 KBS, MBC 뉴스팀과 탐사보도 저널리즘 팀들은 대거 해직되고 방송국 안에서는 언론탄압 반대와 복직투쟁을, 바깥에서는 인터넷 독립방송을 진행했다(<공범자들>(최승호, 2017)에서 이를 상세하게 다룬다). 

이 시기는 디지털 기술 확산과 대중화로 영상의 제작방식과 상영방식이 급진적으로 변화했다. 방송국을 나온 탐사보도 인력은 한편으로는 소셜미디어와 함께 현장감, 동시성, 속보성, 생중계를 하는 인터넷 방송을, 다른 한편으로는 사건을 장기간 심층적으로 파헤치며 진실을 추적하는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한다. 저널리즘 다큐멘터리의 시발격인 <다이빙벨>이 독립 다큐멘터리 감독(안해룡)과 방송 기자출신 감독(이상호)의 공동연출인 점과 이 작품의 상영여부로 사회적 파장이 컸던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후 뉴스타파와 뉴스공장, 고발뉴스 등을 중심으로 저널리즘 다큐멘터리 영화가 본격적으로 제작됐다. 

 

<다이빙벨> 포스터

 

<공범자들> 포스터

 

따라서 2010년 중반 독립다큐멘터리 진영에서 등장한 저널리즘 다큐멘터리 영화는 갑자기 나타난 새로운 장르가 아니다. 방송의 인력과 양식의 유입이라는 표면적인 요소만이 아니라, 그동안 TV 저널리즘의 다양한 고민과 실천이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의 역동적 흐름과 만난 일종의 사건이다. 방송 저널리즘이 지향하는 생생한 현장보도와 언론으로서 관점제시, 기자와 피디 중심으로 한 PD 저널리즘의 심층 탐사보도 등은 현장에서 기록투쟁을 하며 대상들과 관계 맺기를 중요하게 간주하는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와 만나 색다른 조합을 만들어냈다.  

저널리즘 다큐멘터리 영화의 특징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먼저 감독의 존재와 역할을 짚어볼 수 있다. 저널리즘 다큐멘터리 영화는 사회의 부조리한 사건의 실체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감독이자 기자가 저널리스트의 정체성을 가지고 영화의 전면에 등장한다. 그는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고자 사건 현장과 관계자들을 만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대개 실패와 무모함이 전제된 행위지만, 감독은 쉴 새 없이 그들을 만나기 위해 움직인다(저널리스트 출신인 마이클 무어의 영화에서도 이와 유사한 방식을 만날 수 있다).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감독의 등장 혹은 감독이 일인칭 나(이후 ‘감독-나’)로 등장하는 것은 낯설지 않다. ‘감독-나’의 등장은 카메라를 들고 찍는 자신을 감추지 않음으로서, 다큐멘터리의 진실성과 진정성을 드러낸다. 주로 ‘감독-나’는 주인공과 함께 사건을 경험하는 자로서 카메라 앞과 뒤, 관객과 주인공을 잇는 매개자 역할을 한다. 이 부분에서 저널리즘 다큐멘터리 영화와 기존의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의 ‘감독-나’의 차이가 있다.

저널리즘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감독-나’는 저널리스트라는 정체성을 가진 주인공이다. 감독은 관객을 견인하고 동반하지만, 기록자 감독만이 아니라 주인공으로 사건을 집요하게 파헤치는 자다. 그는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여러 어려움을 겪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악을 쫓는 정의로운 인물로, 저널리스트의 정신과 사명감을 형상화한 존재다.

그는 종종 방송 저널리즘에서 관습적으로 만나는 카메라를 들고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인터뷰를 시도하는 불발의 행위를 자주 연출하곤 한다. 이로 인해 생생한 현장성을 담보한 저널리스트들의 행동을 가시화한다. 저널리즘 다큐멘터리 영화는, 때로는 ‘진실’이라는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하고 진실을 찾는 행위와 이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마주한 가설들로 마무리되기도 한다. 

또한, 저널리즘 다큐멘터리 영화는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가설을 설정하고 확증해가는 여정을 담는다. 그 좌충우돌 험난한 여정은 한편으로는 사건을 풀어가는 재미를 주고 다른 한편으로는 저널리즘 정신을 구현하고 있지만, 일부 저널리즘 다큐멘터리 영화는 위태로운 확증편향 태도를 드러내곤 한다. 이미 발생한 사건을 사후에 추론하는 과정은, 우선 가설의 형태로 사건의 은폐된 진실에 접근하지만, 가설은 증거를 통해 끊임없이 검증돼야 한다. 검증되지 않은 가설과 추론은 음모론과 닿게 된다. 음모론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음모론은 총체적으로 이해불가의 사건을 마주했을 때 이를 이해해보고자 하는 집단의 즉각적 반응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다만, 가설에 머물거나 추론이 음모론을 추동하는 경우에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가설은 반드시 증거를 기반으로 해야 하고, 증거는 팩트체크가 이뤄져야 한다. 저널리즘 다큐멘터리 영화가 위태로운 순간은 언론의 외피를 쓰고 가설과 추론으로 영화의 상상력을 이용하는 경우다. 이 경우 자칫하면 진실 자체보다 진실을 쫓는 행위만 남고 사회적 파장과 공분을 일으키는 것으로 사건을 멈추게 한다. 

심층취재는 저널리즘 다큐멘터리 영화의 핵심요소다. 오랜 기간 한 이슈를 집요하게 추적하며 사건의 진실을 확증해가는 과정은 영화의 진정성과 흥미를 동시에 추구한다. 기존의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 역시 유사한 구성으로 사건을 추적하고 기록하는 작품들이 있다. 저널리즘 다큐멘터리 영화와 차별성은 장기간의 심층취재 혹은 기록과정이 현장과의 ‘관계 맺음’에 초점을 맞추고, 그곳에서 ‘함께했다’는 연대에 주목한다면, 저널리즘 다큐멘터리 영화의 장기취재는 ‘사건’에 초점을 맞추고 진실을 추적해가는 행위와 원인규명에 주목한다. 

저널리즘 다큐멘터리 영화는 방송 저널리즘의 속성을 가진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다. 저널리즘 다큐멘터리 영화는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방송과 독립영화가 만나, 두 속성을 연결하면서 매체의 변화, 영화의 흐름, 탈진실의 시대의 진실을 모색하는 방법 등을 만들어가고 있다. 

 

 

글‧이승민

영화 연구자, 평론가, 기획자로 활동, 독립영화와 다큐멘터리영화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공저서로 『한국다큐멘터리의 오늘』, 『아시아 다큐멘터리의 오늘』, 저서로 『영화와 공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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