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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비(非)합중국이 도래하는가?
아메리카 비(非)합중국이 도래하는가?
  • 리처드 카이저 l 미국 정치학 교수
  • 승인 2020.12.31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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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isunited States of America
<성조기 위의 부서진 별들>, 2018 - 제롬 드빔

2020년 11월초, 전 세계는 미국 대통령 자리를 차지하려고 조 바이든과 도널드 트럼프 두 후보가 치열하게 펼친 경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같은 시각 대통령 선거뿐 아니라 다양한 선거(의회, 선거인단, 일반투표 등)가 미연방 50개 주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지역의 정치적 입장을 결정하는 이 선거들이 정치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고 있었다. 

국가기관이 쪼개지면, 즉 하원, 상원, 백악관을 각기 다른 정당이 지배하게 되면, 입법기구 기능은 정지된다. 사실 몇 년 전부터 이런 상태다. 다시 말해 민주당과 공화당의 의견이 분분한 주제에 관해서는 법안을 채택하기가 어렵거나, 아예 불가능해진다. 그래서 적어도 국방이나 외교정책에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라면 주 정부가 백악관의 빈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가장 혁신적인 입법이 추진되는 주를 살펴보면 주지사, 상원, 하원이 일반적으로 같은 입장일 때가 많다. 카드에서 같은 패가 3장 연속으로 나오는 ‘쓰리 카드’ 상황이다. 현재 이런 주 정부는 38개 주다. 공화당을 지지하는 23개 주, 민주당을 지지하는 15개 주다. 나머지 12개 주는 연방정부와 마찬가지로 정치적 마비 상태다. 

이 풍경을 보면 지난 20세기에 있었던 상황과 비교된다. 1992년, 미국에서 ‘쓰리 카드’ 상황에 있었던 주는 19개에 불과했다. 다른 31개 주에서 주지사는 반대 진영이 지배하는 의회에 맞서야 했다. 그때부터 심각한 양극화가 시작됐다. 민주당원도 공화당원도 자신들의 텃밭인 주에서 더욱 강력해졌고 이는 연방정부의 마비를 가져왔다.

수도 워싱턴에서 법을 통과시키는 일이 불가능해지자 당원과 그 지지자들은 지역 차원에서 돈과 아이디어를 모아 행동에 나섰다. 수정 헌법 제10조에 의하면, 연방 정부에 위임되지 않은 권한은 각 주 정부가 가진다. 각 주는 이론상 연방 법을 위반하는 조치를 할 수 없고 그렇게 채택하는 법안은 무효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막상 현실을 보면 특히 미국 의회와 백악관이 불분명하게 내버려 둔 사안에 대해서는 주 정부가 자신에게 위임된 재량권을 누리고 있다. 

그래서 동성 결혼이 허용된 건지, 금지된 건지 명확하지 않았던 시기에 많은 주가 동성 결혼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릴 수 있었다. 2009년에서 2015년 사이에 15개 주(아이오와, 버몬트, 메릴랜드, 뉴저지 등)는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에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는 판결을 내렸다. 미국이 연방 차원에서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는 판결을 내린 것은 2015년 6월 16일 오버거펠 대(對) 호지스 사건에서였다. 

50여 년 전부터 연방정부는 마리화나 사용 합법화에 실패했다. 1970년 규제 약물에 관한 법(CSA)이 제정된 이후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문제다. 캘리포니아주는 1996년부터 의료용 마리화나를 합법화했고(주민발의안 215), 이어서 오리건, 알래스카, 네바다, 플로리다 주 등도 의료용 마리화나를 합법화했다. 오늘날에는 미국 50개 주 중에서 36개 주가 의료용 마리화나를 인정하고 있다. 2012년부터 15개 주는 오락용 마리화나도 합법화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자면 수도 워싱턴에서 합법화한 것이 아니므로 오락용 마리화나는 불법이다.(1) 

또 다른 이슈가 있다. 낙태다. 1973년 미국 연방대법원은 낙태를 합법화했다(로 대 웨이드 소송). 그 후 낙태와 연관된 문제로 논의는 확장됐고 아직 연방 차원에서 결정 나지 않은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공공기금 사용 문제다. 현재 루이지애나, 유타, 아칸소 같은 공화당이 지배하는 10개 주 정부는 가족계획 공공기금을 금지했다. 가족계획 공공기금은 비보험자가 임신 관련(피임, 임신중절, 불임 예방) 서비스를 받을 때 가장 먼저 이용할 수 있는 기금이다.(2) 반대로 민주당이 굳건히 버티고 있는 7개 주는 메디케이드(저소득층 대상 의료비 지원 제도)로 낙태 시술 비용을 지급할 수 있게 허용했다. 다른 9개 주는 법원의 결정을 기반으로 이 조치를 하려고 결정한 상태다.(3) 

연방정부가 기후 변화 대응 문제에서 늑장을 부리고 있을 때, 14개 주 정부는 연방정부가 정한 목표를 훨씬 넘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제한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노조를 약화하려는 공화당원들의 시도는 번번이 연방정부의 민주당원에 의해 저지됐다. 그러나 6개 주 정부는 2000년부터 기업에 노조의 움직임을 막는 효과적인 방안을 제공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처럼 주 정부 차원에서 법이 결정되는 일을 민주주의 표현으로 봐야 할까? 예산을 결정할 때마다 연방정부의 무능이 반복되는 것을 보면 “예”라고 대답하고 싶다. 그러나 50개 주 정부에 맡겨진 이런 재량권 때문에 이견을 말하는 목소리가 무시당하고 민주주의 대표성이 약화하고 있다. 사실 공화당이 지배하고 있는 주 정부는 대도시 주민 의견을 대놓고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논란이 된 주정부의 ‘선점 이론’

그래서 종교에 덜 얽매이고, 고학력자에, 시골 주민보다 훨씬 더 다양성을 지지하는 이 대도시 주민들은 (자신의 주 정부가 어떤 정당이든 상관없이) 시 의회에 기대를 건다. 시 의회는 최저임금, 이민자 보호, 인종차별 철폐, 환경보호 등의 문제를 다룰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주 정부가 시에서 채택한 법안에 동의하지 않으면, 그 법안을 무효화시키는 다른 법안을 표결할 수 있다. 이를 ‘선점 이론’이라고 한다. 

오늘날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의회에서 폐기된 시의회 법안이 수백 건에 달한다. 그러나 보수주의 도시가 검열받는 일은 매우 드물다. 이 도시들은 불법체류자 고용을 막고, 과거 성범죄자 체류를 금지했으며, 지역 내 의료용 마리화나 사용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2017년 아칸소 주는 페이엣빌시가 성 소수자(LGBTQ) 차별을 방지하려고 채택한 법안을 ‘선점’ 후 폐기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와 텍사스 주의 경우엔 샬럿시와 휴스턴시가 통과시킨 기업이 트랜스젠더를 위한 화장실을 설치하도록 하는 법안을 폐기했다.(4) 또 텍사스 주는 오스틴, 댈러스, 샌 안토니오, 휴스턴 시청에서 시행한 불법 이민자를 돕기 위한 조치에 제동을 걸었다. 세관과 이민귀화국 경찰이 연방 규정을 적용할 수 있도록 시 경찰이 돕도록 하는 조치였다.(5) 

2010년 조지아 주나 2019년 플로리다 주처럼 9개 주는 몇몇 도시가 선언한 ‘성소 도시’ 지위를 금지하기로 했다. ‘성소 도시’는 불법 이민자들을 체포와 추방으로부터 보호하는 도시다. 8개 주, 그중에 공화당이 지배하는 7개 주는 비닐봉지 사용을 제한하는 정책을 폐기했다. 2016년부터 앨라배마 주는 ‘앨라배마 주 모든 도시의 최저임금은 주도인 몽고메리시가 정한 최저시급(7.25달러)을 넘으면 안 된다’고 못 박았다. 버밍엄 시의회가 최저시급을 10.10달러로 정한 것을 반박한 것이었다. 앨라배마 주는 다른 23개 주(그중 22개 주가 공화당이 주류인 주다)와 함께 지역 최저임금 인상을 금지한 주다.(6) 

이런 식의 ‘선점’이 타격을 준 시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무기 소지 규제, 세금인상, 우버와 에어비앤비 같은 디지털 플랫폼 규제, 병가 및 육아휴직 의무화, 디지털 방송과 케이블TV 규제(7) 등이다. 최근 몇몇 주는 코로나19 예방조치를 전부 없앴다. 생활필수품과는 거리가 있는 네일 숍, 무기 상점, 골프장, 해수욕장 등의 휴업 조치를 없앤 것을 볼 때,(8) 기업이 주 정부에 엄청난 로비 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히 로비로 유명한 조직은 미국 입법 교류 협회(ALEC)다. 이 조직은 보수 정치인들과 기업 대표들로 구성된 비영리단체로서 법을 직접 작성해서 주 정부에게 넘겨준다.

대도시가 많고 공화당이 지배하고 있는 주의 경우엔 특히 ‘선점’하는 일이 많다. 이는 지역자치를 원하는 미국인들의 바람을 갉아먹고 있다. 지역자치는 미국 역사에 뿌리 깊게 박힌 꿈이자 가치다. 자치를 원하는 대도시는 연방정부가 개입해 자신들을 보호해 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게 됐다. 

 

 

글·리처드 카이저 Richard Keiser 
칼턴 대학교(미네소타 주, 노스필드) 미국 정치학 교수

번역·이정민 minuit15@naver.com
번역위원 


(1) ‘Marijuana legalization and regulation’, <The Drug Policy Alliance>, Drugpolicy.org
(2) Leah Jessen, ‘A 10th State defunded planned parenthood. Why there’s so much momentum now’, <The Daily Signal>, 2016년 2월 23일, www.dailysignal.com
(3) ‘Medicaid funding of abortion’, <Guttmacher Institute>, 2020 1월, www.guttmacher.org
(4) Ben Kesslen, ‘Gay-friendly towns in red states draw LGBTQ tourists : “We’re here to be normal for a weekend” ’, <NBC News>, 2019년 4월 26일, nbcnews.com ; Manny Fernandez et Dave Montgomery, ‘Texas moves to limit transgender bathroom access’, <The New York Times>, 2017년 1월 5일.
(5) Maggie Astor, ‘Texas’ ban on “sanctuary cities” can begin, appeals court rules’, <The New York Times>, 2018년 3월 13일.
(6) Kim Chandler, ‘Appeal filed in lawsuit over Alabama minimum wage law’, The Montgomery Advertiser, 2017년 3월 3일. 
(7) Henry Grabar, ‘The shackling of the American city’, <Slate>, 2016년 9월 9일, www.slate.com ;  Nicole DuPuis 외, ‘City rights in an era of preemption : a state-by-state analysis’, <National League of Cities>, 2018, www.nlc.org 
(8) Alan Greenblatt, ‘Will state preemption leave cities more vulnerable ?’, <Governing>, 2020년 4월 3일, www.governing.com

 

 

가짜뉴스와 재교육 플랫폼

 

보수성향 일간지 <뉴욕 포스트>는 11월 3일 미국 대선을 치르기 3주 전인 10월 14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를 곤경에 빠뜨릴 특종을 터뜨렸다. 조 바이든의 아들인 헌터 바이든이, 아버지의 영향력에 편승하려는 우크라이나 기업으로부터 대가를 받았다는 이메일이 그의 컴퓨터에서 발송됐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폭로’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예상치 못한 사건이 발생했다. 생각과 표현의 자유를 표방하는 대표적인 두 기업,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해당 기사를 검열하기로 잇따라 결정한 것이다. 

앤디 스톤 페이스북 대변인(전 민주당 홍보담당)은 해당 기사가 보도되고 몇 시간 후에 “당사 플랫폼의 기사 유통을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andymstone, 트위터, 10월 14일). 트위터 역시 사용자들이 해당 기사 링크를 공유하지 못하게 막고, <뉴욕 포스트>의 트위터 계정 자체를 차단해버렸다. 글렌 그린왈드 기자는 이를 비꼬는 글을 올렸다(<디 인터셉트>, 2020년 10월 15일). 

“민주당이 ‘민간기업은 원하는 대로 할 권리가 있다’는 근거를 앞세워 검열을 정당화하는 놀라운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 급진적인 자유지상주의자조차도 이런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으며, 열성적인 자본주의자도 마찬가지로 독점·준독점 기업은 공익을 위해 행동할 의무가 있으며 그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재교육 없는 검열이 무슨 가치가 있을까? 중국공산당의 여론통제 관행에 큰 영감을 얻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대대적인 ‘정정’ 캠페인을 시작했다. 구글, 페이스북 등이 후원하는 ‘신뢰할 만한’ 매체가 아닌 다른 곳에서 정보를 찾는, 방황하는 사용자가 그 대상이다. 이에 페이스북은 2020년 8월부터 협력사의 ‘검사 프로그램’을 도입, 사실여부가 의심되는 콘텐츠에 ‘허위 정보’, ‘일부 허위 정보’, ‘정보 누락’ 등의 경고딱지를 붙이기 시작했다. 경고문의 링크를 따라가 보면, 주류 언론사의 기사로 연결된다. 

상상해보자. 신문을 배달하는 미국연방우체국이 러시아 음모론을 제시하는 <뉴욕 타임스>에 ‘가짜뉴스’라는 낙인을 찍고, 러시아 관영매체 RT방송을 권장하는 상황을 말이다. 구독자 입장에서 얼마나 기겁할 노릇인가?

트위터는 자사의 ‘콘텐츠 정책’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탈선적’인 메시지를 삭제하지 않고 두는 경우, 해당 게시물에 별도의 코멘트를 단다. 2020년 5월 25일, 트럼프 대통령이 ‘우편투표는 대대적인 사기’라는 글을 올렸을 때도, “우편투표에 관한 사실을 알아보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트럼프의 주장에 반박하는 기사의 링크를 걸어뒀다. ‘이 글은 절대 읽지 말고, 저 글을 읽으시오!’ 이런 경고는 절대 설득력을 지니지 못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헛소리에 트위터가 취한 정정조치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케이스를 조사한 대학 연구결과에도 극명히 드러났다.(1) 연구결과는 두 국면으로 전개된다. 먼저, 실험 참가자들은 정치 성향과 무관하게 트럼프의 글을 읽은 후에도 우편투표에 대한 의견을 바꾸지 않았다. 반면 트위터의 정정조치는 상이한 결과를 초래했다. 민주당의 경우, 정정조치 덕분에 우편투표 사기론에 대한 신뢰도가 감소했다. 그러나 공화당은 정반대의 결과를 보였다. 정정조치와 경고문에 노출된 집단은 통제집단에 비해 부정선거론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메랑 효과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가짜뉴스’를 이미 사실로 믿고 있는 경우, 아무리 그 반대의 사실을 가르쳐줘도 재교육 캠페인은 ‘가짜뉴스’에 대한 믿음을 더욱 강화할 뿐이다. 제 아무리 똑똑한 매체라 하더라도, 독자를 바보 취급하면 결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는 법이다. 

 


글·피에르 랭베르 Pierre Rimbert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번역·이보미 lee_bomi@hotmail.com
번역위원


(1) Dino P. Christenson, Sarah E. Kreps, Douglas L. Kriner, ‘Contemporary presidency : Going public in an era of social media : Tweets, corrections, and public opinion’, <Presidential Studies Quarterly>, 2020년 11월 30일 온라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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