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타국간 전쟁에 휘말리는 것을 ‘연루’라 한다. 각종 경제동맹으로 전 세계가 거미줄처럼 얽힌 지금, 국제 사회 전체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끌려가고 있다.
무엇보다 에너지값이 심상치않다. 크렘린궁을 질식시키기 위해 러시아산 연료를 포기한 유럽은 인플레이션 위기 앞에 제 목을 조르는 형국이지만 미국은 이 상황이 자국에 나쁠 것 없다고 판단한 것 처럼 보인다. 그 사이 인도는 유럽이 버린 러시아 연료를 재빨리 가로챘다. 저 멀리 떨어진 우크라이나인들의 비극은 고려대상이 아닌 듯 하다. 동아시아 삼국은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손익을 계산하기 바쁘다. 기름이 부족한 자국민들의 원성은 각자 개인기로 해결해야 하는 형편이다.
가히 전 세계가 전쟁터로 변모한 가운데 식량위기마저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세계 대전 이후 가장 큰 위기를 맞은 지구는 긴긴 밤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6월호는 세계의 ‘에너지 전쟁’을 조망하고 국제사회 다양한 이슈를 전했다.
에너지 전쟁의 승자와 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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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 마티아스 레몽의 '에너지 전쟁, 최종 승자는 누구인가?' 기사에 따르면, 러시아 제재는 결국 유럽을 압박할 것이다. 미국 재무 장관 재닛 옐런은 “유럽이 러시아 석유에 금수조치를 내려도 러시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극히 미미할 것”이라고 솔직히 인정했다. 이 조치로 러시아 원유가는 상승할 것이고, 결국 러시아는 이득을 볼 것이다. 좀 더 넓게 보면, LNG를 중심으로 한 유럽 가스 시장 재편은 경제-안보-생태라는 3중의 문제를 야기한다.
에너지 시장은 긴장감에 휩싸였다. 특히 원자로의 건설과 연료 공급은 중국과 러시아 양국이 점령하고 있는 현실이다. 테바 메이에르 ‘긴장 모드의 세계 원전 시장’ 기사에 따르면 러시아의 ‘로사톰’은 우라늄 추출 시장의 10%, 우라늄 농축 시장의 36%, 연료 시장의 22%, 36개 해외 원자로 건설 사업을 장악하며 세계 원전 시장을 제패했다.
“누가 죄인인가?”
전쟁범죄의 가장 큰 피해자는 민간인이지만, 폭력의 주체인 국가는 언제나 권력 뒤로 자취를 감춘다. '국제 형사재판소, 강대국 범죄에 속수무책' 기사에 따르면, 프랑스는 ICC규정들이 자국에 유리하길 바랐다. 자국민 보호를 위해 새로운 규정에서 전쟁 범죄를 제외하려는 시도를 했고, 비준이 이뤄지기 직전에, 자국민이 저질렀거나 자국 영토에서 자행된 전쟁 범죄들에 대해, 당사국이 ICC의 관할권을 7년 동안 수락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인 124조를 추가하는 데 성공했다. 이 조항을 함께 비준한 국가는 프랑스와 콜롬비아뿐이었다. "누가 죄인인가?" 자백하는 국가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목도하고 있는 지금 전 세계가 모든 책임을 나눠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세계의 양면성과 바이든의 러시아 제재의 한계' 기사에 따르면, 인도를 포함한 세계의 민주주의 국가 중 상당수는 미국이 주도하는 러시아에 대한 경제 캠페인에 지금까지 참여하지 않았다. 심지어 침략을 명시적으로 규탄하지도 않았다. 전쟁은 ‘자유세계’를 통합하기는커녕 근본적인 모순을 드러냈다. 많은 국가들이 러시아를 비난했지만, 모두가 그 비난에 동참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러시아’라는 나라
그러나 '비난'의 주동자라 해서 모든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발행인 세르주 알리미의 칼럼('러시아라는 나라')에 따르면, 러시아는 장기적으로 힘을 회복하기 어렵게 됐다. 이런 러시아의 실패에 중국이 당혹스러워하는 가운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스웨덴과 핀란드의 가입 신청으로 더욱 강력해졌다. 또한, 미국은 자국의 곡물과 무기, 가스 수출 계약을 늘려나갔다. 서방 언론들은 미 국방부의 선전을 일사불란하게 보도했다. 마치 미국을 위해 하늘이 내린 듯한 이 전쟁을, 미국의 전략가들이 정말로 끝내기 원할까? 답은 물론 ‘아니다’다.
미국이 절대 선이 아니듯, 러시아 또한 절대 악으로 규정될 수는 없다. 러시아 내부에서 일어나고있는 반전 움직임이 이를 증명한다. '전쟁으로 분열된 러시아 좌파' 기사에 따르면 ‘러시아사회주의운동’은 사회주의운동(SR)이라는 우크라이나의 좌파 정당과 함께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함께 한 보기 드문 이니셔티브 중 하나다. 해당 성명에서는 러시아가 주도한 범죄이자 제국주의적 전쟁을 규탄하고, 석유와 가스 제재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에 방위 무기 제공 등 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모든 조치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보부가 반애국적이라고 의심되는 지역 좌파를 공격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볼 때 해당 선언이 가진 의미는 더욱 클 것이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6월호는 이밖에도 '빌게이츠 재단의 수상한 농사법' 기사를 실어, 아프리카에서 '구호'를 내세워 벌어지는 자본의 횡포를 전했다. 또한 '노동'면의 '실업수당 삭감, 저소득층의 눈물' 기사와 '암(癌), 노동자 생명을 앗아가는 침묵의 살인자'는 한국의 노동환경을 돌아보게 한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6월호 목차
■ Editor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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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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