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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양국의 문화톡톡] 짤 - Meme 그리고 이기적 유전자
[최양국의 문화톡톡] 짤 - Meme 그리고 이기적 유전자
  • 최양국(문화평론가)
  • 승인 2020.03.02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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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 ‘짤‘에 있는 / 유전자 / 손잡이는

인간은 생물학적인 존재로서 피와 살,그리고 뼈로 이뤄져 있다. 

모든 인간의 유전자 지도는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99.9%~99.0%의 범위에서 동일하다. 그러므로 상대적 비율로 보면 모든 인간은 아주 작은 차이만 있는 존재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유전자는 약 32억 쌍의 염기로 구성되어 있어 이의 0.1%는 320만 개에 해당된다. 염기는 아데닌(A), 구아닌(G), 시토신(C), 비타민(T)의 네가지 종류가 있는 바, 네 가지 유형의 염기가 320만 개로 구성되는 경우의 수는 거의 '무한대'에 접근한다. 약 3만 년 전 멸종한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와의 유전적 차이는 0.3% 정도 이니,비록 외계인에게는 인간이 모두 같은 존재로 보일지라도, 인간은 모두 결코 동일한 존재가 아닌 것이다.

개별로서의 인간이 동일한 존재가 아니듯이 인간과 생물의 다름을 인정하는 특이성(Singularity)은 인간의 정신 능력이 만들어 나가는 ‘문화’에 있는 바, 4차 산업혁명의 주요 특이성인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를 통해 인간은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하며 인간으로 대표되는 세상의 성장 곡선을 주도하며 그려 나가는 것이다. 세상에는 씨줄로서의 시간의 변이성과 날줄로서의 공간의 정체성을 반영하는 다양한 문화가 존재한다. 이러한 문화는 생물학적인 유전자(Gene)에 대해 자율적인 독립변수로서 생성되는 것인지, 의존적인 종속변수로서 발전해 나가는 것인지?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 사태가 국가적 위기 상태로 확산되는 안타까운 상황에서 일부 국가에서 혐한 기류가 고조되며, 우리나라 국기의 태극 문양을 병균으로 변형해 조롱한, 어느 외국인이 올린 ‘코로나 코리아’ 사진은 문화 현상중의 하나인 ‘짤’이다. 이러한 ‘짤’은 유전자 방으로 들어가는 손잡이가 있는 것일까?

‘짤’은 ‘짤방’ 또는 ‘짤림방지’의 줄임말로서, 요즘 사용되는 Z세대 중심의 자모음 축약 또는 말줄임과 연관되는 언어의 진화인 것이다. 디지털 시대의 이진법 심리를 대변하며 글자라기 보다는 간단한 기호화 또는 신조어화로서, 언어에 대한 소통의 미학을 새롭게 추구하는 현상인 것이다. 2000년대 초 디시인사이드(DcInside) 갤러리에서, 인터넷 하위문화를 대표하는 커뮤니티 사이트로서의 성격을 강조하기 위해서 이미지는 없고 텍스트만 올리는 글들을 삭제 하면서부터, 짤(잘)림을 방지하기 위해 별다른 의미 없는 이미지를 올리면서 탄생한 것이다.

속도를 위해 시간을 이미지화해 채우는 것이 짤의 모음이라면, 상징을 위해 공간을 여백화해 비우는 것은 짤의 자음으로서, 디지털 원주민이라는 숙주(Host)를 이용해 새로운 디지털 언어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짤이 급속히 확대된 것은, 스마트 폰의 등장에 따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일상의 매순간 순간을 지배하는 소통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음에 기인한다. 이런 짤을 소통 수단 으로 사용한 것은 이젠 더 이상 특정세대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트렌드를 쫓으며 디지로그(Digilog)시대 구성원으로서의 타자 지향성 및 감성의 다양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서, 기성세대들도 적극적으로 이를 받아들이며 사용하고 있다. 세대간 문화 전승 유산화의 길로 들어 서고 있는 것이다.

 

문화적 / 유전자의 / ‘모방’길로 / 통하는데

밈(Meme)은 ‘짤’의 영어식 표현이다. 원래 밈은 리처드 도킨스(Clinton Richard Dawkins)가 쓴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에서 생물학적 유전자(Gene)에 대응한 문화적 유전자 를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어인 바, ‘짤’은 유전자 방으로 들어가는 손잡이를 태생적으로 갖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도킨스는 “새로이 등장한 수프는 인간의 문화라는 수프다. 새로이 등장한 자기 복제자에게도 문화 전달의 단위 또는 모방의 단위라는 개념을 함축하고 있는 명사가 필요하다. 모방에 알맞은 그리스어의 어근은 ‘미멤’(mimeme)이라는 것인데, 내가 바라는 것은 ‘진’(gene·유전자)이라는 단어와 발음이 유사한 단음절의 단어이다. 그러기 위해서 단어를 밈(meme)으로 줄이고자 한다.”라고 말한다.

 

*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1976년, Clinton Richard Dawkins), Google
*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Richard Dawkins),Google

생물학적 유전자가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각각의 생명체의 의도와 상관없이 스스로 진화 하듯이 문화적 유전자인 밈 또한 스스로 복제하고 진화한다는 의미로 쓰여지고 있다. 자기 복제자로서 생물학적 유전자외에 새로운 문화적 유전자를 넓은 의미의 생물 생태계에 포함 시켜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생물학적 유전자가 유전자 풀에서 정자나 난자등을 통해, 이 몸 에서 저 몸으로 뛰어다니며 퍼져 나가는 것처럼, 밈도 밈 풀에서 퍼져 나갈 때에는 넓은 의미의 모방이라고 할 수 있는 과정을 거쳐 이 뇌에서 저 뇌로 건너 다니는 여정을 한다는 것이다.

또한 “… 밈은 단순한 비유로서가 아니라 엄밀한 의미에서 살아 있는 구조(유기체;Organism)로 간주해야 한다. 당신이 내 머리에 번식력 있는 밈을 심어 놓는다는 것은 말 그대로 당신이 내 뇌에 기생하는 것이다.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에 기생하면서 그 유전 기구를 이용하는 것과 같이, 나의 뇌는 그 밈의 번식을 위한 운반자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라고 한다.

인간의 뇌는 밈이 살고 있는 컴퓨터다. 한 밈이 어떤 사람의 뇌를 집중적으로 독점하고 있다면, 다른 ‘경쟁자’인 밈은 희생되는 것이다. 나쁜 밈이 좋은 밈을 밀어 내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뇌에 가득 찬, 그리고 생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밈들로 가득 찬 이 세상에서, 밈들은 모두 복제되려고 지금도 노력 중이다. 그것은 ‘너’와 ‘나’를 전파를 위한 복제 기계로 사용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밈을 위한 복제 기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 동물의 행동은, 그 행동을 담당하는 유전자가 그 행동을 하는 동물의 몸 내부에 있거나 없거나에 상관없이 그 행동을 담당하는 유전자의 생존을 극대화하는 경향을 가진다”라고 한다. 인간이 나누는 모든 이야기들과 같이 특정 제도나 사상도 밈 덩어리인 것이다. 그러한 제도나 사상에 주입된 인간들은 자기 이익을 위해서 일하는 듯 하지만, 사실은 그 제도나 사상을 만든 특정인이나 집단을 위해서 일하는 것이다. 그들은 어리석기 이전에 다른 뇌를 위해 자기의 뇌를 타자화 하며 중독되어 있는 것이다.

밈이 자기 복제를 하는 수단은 넓은 의미에서 '모방'이다. 그러나 자기 복제를 통해 ‘모방’길로의 동행을 요구하는 모든 유전자가 성공적이지는 않지만, 어떤 밈은 어떤 밈 풀 속에서 다른 밈보다 성공적일 수 있다. 이러한 성공적인 밈은 인간의 지속가능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성공적인 밈들이 인간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것은, 어떤 밈을 선택하여 인간의 뇌에 살도록 하고, 이를 전승 시키려고 하는 우리들 인간의 몫인 것이다.

 

이타적 / '놀이판'에는 / 대체 숙주 / 닫힌 집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라지고 일상으로 돌아 온 봄날의 어느 주말 낮, 가족들끼리 닫혀진 집에서 나와 마스크 없이 다 드러난 얼굴로 숲 나들이를 간다. 거기서 개미 한마리가 풀잎에 기어오르는 것을 본다. 풀잎 끝에 올라가다 떨어지고, 미끄러지며 올라가길 반복한다. 풀잎 끝에 계속 매달려 있으려 하는 것이다. 개미는 왜 이러는 걸까? 이는 우연(Fluke)이 아닌 기생충(Fluke)에 기인한 것이다. 개미의 뇌에 기생하는 작은 기생충은, 살아서 번식을 통해 계속 생존하려면 소나 양의 내장에 들어 가야 한다. 그러므로 개미 뇌기생충은 지나가는 개미에 올라타서, 뇌 속으로 들어간 다음 개미를 이동 수단 삼아 풀잎으로 올라가 매달리게 조종하는 것이다. 개미를 위한 행동이 아니다. 개미의 뇌는 기생충에게 빼앗긴 상태에서 뇌기생충을 위한 노역을 하는 것이다. '우연‘과 ’기생충‘은 같은 단어에 살고 있는 유전자로서, 자연에서의 인간들 선택의 결과값일 뿐인 것이다.

세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는 "우리는 매 순간 성숙해가며 그리고 매 순간 쇠퇴해 갑니다. 그리고 거기서 끝입니다." 라고 말한다. 우리들 인간의 삶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우리의 몫은 이러한 성숙과 쇠퇴라는 변화의 임계점을 지나갈지 아닐지에 관한 것이 아니며, 인간과 자연의 공생을 위한 선택지를 다양하게 넓혀가며 적응과 진화를 통해 유한의 끝들을 이어가며 무한의 원(圓)을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지금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이성적 인간)에서 호모 에볼루티스(Homo Evolutis;진화적 인간)로 가고 있다. 진화는 생물학적 우월적 유전자나 문화적 절대적 유전자를 선호하지 않는다. 진화는 그들의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하는 유전자들을 선호한다. 

 

* 진화적 인간(Homo Evolutis), Google
* 진화적 인간(Homo Evolutis), Google

인간이 개미 뇌기생충 같은 세균이나 COVID-19 같은 바이러스의 숙주 역할을 하지 않으려면, 그들 유전자들이 인간계로 진화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 주지 않아야 한다. 지구 온난화와 환경 오염등을 야기하는 인간의 탐욕 유전자는, 자연의 동식물을 멸종화 하며 그들을 숙주로 삼던 다양한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위한 대체 숙주나 보완 숙주 역할을 하도록 진화시킨다.

 

* 호주산불(코알라 멸종 위기;‘20.1월), Google
* 호주산불(코알라 멸종 위기;‘20.1월), Google

우리의 밈(Meme)이라는 문화적 유전자에 기생하며 지속가능성장을 향한 가치를 앗아가는 탐욕 유전자로의 진화는, 역설적이게도 상선약수(上善若水)를 실행중인 세균이나 바이러스에게 속절없이 자리를 내어주며 그들을 위한 이타적 유전자로서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의 슬픈 자화상이며, 우리들의 아픈 자서전이다.

작곡가 윤이상은 “서양 음악의 한 음은 마치 연필로 긋는 일정한 두께의 선과 같은 반면,우리 전통 음악의 한 음은 직선적이 아닌, 마치 두껍다가도 얇아지기도 하는 붓의 필치와 같은 유연한 움직임의 조형을 갖고 있습니다.”라고 전한다.

우리들은 인간과 자연의 ‘이기적 유전자’에 대응하기 위해 ‘붓’의 필치로 땅도 사랑하고 하늘도 사랑하는 더욱 ‘이기적인 너와 나’가 되어야 한다.

 

글: 최양국

격파트너스 대표 겸 경제산업기업 연구 협동조합 이사장.

전통과 예술 바탕하에 점-선-면과 과거-현재-미래의 조합을 통한 가치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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