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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수연의 문화톡톡] 드라마 <킹덤>에서 감염학을 만나다
[류수연의 문화톡톡] 드라마 <킹덤>에서 감염학을 만나다
  • 류수연(문화평론가)
  • 승인 2020.03.17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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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에 대한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음

코로나19의 대한민국 내 확산이 본격화 된 지 2개월. 대한민국은 일상을 잃었다. 아직 백신도 치료제도 없는 신종 감염병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유일한 백신이자 치료제로 권장되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가장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은, 감염병이 주는 최대의 공포가 아닌가 싶다.

이미 팬데믹(세계적인 감염병 유행)이 선언된 지금, 코로나19는 특정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의 문제가 되었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듯이 코로나19는 전염력에 비해 치명률이 높은 질병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전 세계가 공포에 떠는 이유는 단 하나, 바로 그것이 우리의 일상을 뿌리부터 흔들기 때문이다.

발원지인 중국에서는 대규모 행사나 가족단위의 모임에서 주로 집단감염이 나타났고,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모든 구성원이 밀접할 수밖에 없는 종교집회와 사무공간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이탈리아를 비롯해 유럽의 국가들에서는 가까운 가족과 이웃끼리 인사로 나누는 볼 키스가 감염의 한 원인으로 부각되고 있기도 하다. 가장 가깝고 친밀한 것으로부터의 거리두기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감염병에 따른 공포는 단 하나로 귀결될지도 모르겠다. 바로 익숙한 것들이 무너질 때 가장 두렵다는 점 말이다.

 

사진1. [킹덤] 시즌2 출처 : 넷플릭스
사진1. [킹덤] 시즌2 출처 : 넷플릭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프로그램인 <킹덤>의 시즌2는 죽은 이를 통해서 감염되는 치명적인 역병을 소재로 한 한국형 좀비영화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코로나19로 감염에 대한 공포가 일상이 되어버린 하 수상한이 시점에 개봉되었다. 엄청난 전염력을 가진 역병(감염병)의 등장과 한반도 내 확산의 계기가 된 지역이 경상도라는 점에서 시즌1까지 다시 언급되며 예언서처럼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많은 이들이 드라마 속 조선사회를 휩쓴 가상의 '역병'이 퍼지는 방식과 현재 한반도를 포함해서 전 세계적인 팬데믹이 되어버린 코로나19와의 직접적이 연계성을 논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이 영화의 주인공들이 감염병이라는 공포에 어떻게 맞서나가고 있는가에 보다 주목해보고 싶다.

첫째, 감염학은 의학인 동시에 가장 능동적인 융합학문이다. 감염병은 가족력이나 평소의 건강유지와는 상관없이 불특정 다수를 동일한 위험성 앞에 던져지게 만든다. 언제 어디서 누구로부터 감염될지를 모르기 때문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역학조사가 따라야 한다. 감염학이 의학이면서 단지 의학만은 아닌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역학조사에는 사회적인 조사와 그에 따른 행정력까지 뒤따라야만 한다. 당연히 행정을 지휘하는 사람의 의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비록 폐위를 앞둔 상태이지만 <킹덤>의 주인공 이창(주지훈 분)에게는 바로 그 행정력과 의지가 있다. 우리의 현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위기 앞에서 민초를 위해 행동하는 사람과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람이 극명하게 대립된다.

둘째, 감염병과의 전쟁은 무엇보다 정보전이다. 역학조사가 단지 확산을 막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근본적인 기원에 대한 탐색과 치료는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드라마 <킹덤>에서 이 역할을 하는 것은 의녀인 서비(배두나 분)이다. 드라마 속에서 죽은 사람을 살리는 역할을 하는 생사초의 비밀을 추적하는 것은 서비의 몫이다. 생사초로 인한 좀비화와 이후 감염되는 변이과정을 알아내는 것은 이 질병의 근원적인 해결을 위해 필수적인 사항이다. 이것은 현실에서 감염학이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지, 그리고 실제로 전문가들이 현재 무엇을 추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게 해준다.

셋째,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전문가들의 헌신이 필요하다. 이 드라마는 자신의 목숨이나 안위를 뒤로 하고 민초들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사람들의 노력에 주목한다. 드라마이기 때문에 그것은 때로 과장되고 또 목숨까지 거는 절대적인 희생으로 점철되고 있지만, 실제 현실에서도 이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코로나19의 현장에서 힘쓰고 있는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에 이러한 헌신이 겹쳐진다. 현장의 고초가 희생되는 것이 아니라 정당한 대우로서 보상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 역시, 코로나19의 해결과 함께 우리 사회에 남겨진 과제일 것이다.

넷째, 공공성을 외면한 권력과 개인의 이기심이 문제를 심화되게 만든다. 드라마 속에서 감염병을 보다 끔찍하게 만드는 공포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무엇보다 권력의 유지를 위해 진실을 감추는 권력자들의 횡포는 공포 그 자체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드라마 속에서 자신의 안녕만을 추구하는 개인의 이기심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을 위험에 처하게 만든다. 그것은 때로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로 대표되는 명분이고, 때로는 그저 나만 살겠다.’라는 생존본능이기도 하다.

이것은 비단 드라마 속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우리는 오늘의 현실 속에서도 그 면면을 이미 확인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시작점에서 중국은 국가 권력이 진실을 감춤으로써 그 피해를 고스란히 시민에게 전가하였다. 우리의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정 종교로 인한 대규모 감염을 어느 정도 막아냈음에도 여전히 거짓말이나 방심으로 인해 소규모 집단감염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 2개월 우리는 일상을 잃어버렸다. 드라마 속에서 그려진 것처럼 감염병은 가장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의 삶부터 파괴한다. 코로나19의 확산 속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지금 현재는 감염의 추이를 추적하고 확산을 막아내고, 사회적 여파를 최소화하는 것에 보다 많은 행정력을 집중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동시에 코로나19 이후에 사회적 안전망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우리가 지난 여러 차례의 감염병의 경험 통해 얻은 노하우들이 이번 사태를 해결해가는 바탕이 되었던 것처럼 말이다.

익숙한 것들이 무너질 때 가장 두렵다. 하지만 그 두려움을 극복해야만 익숙한 것들을 회복할 수 있다. 우리는 이미 그 길을 따르고 있다. 사재기도 없이, 폭동도 없이, 공포 안에서 가장 침착한 일상을 만들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팬데믹이라는 공포 앞에서도 가장 민주적인 방식으로 현 상황을 이겨내고 있음을 기억하자. 전 사회가 함께 힘쓸 때에만 우리의 잃어버린 일상도 되찾을 수 있다.

 

: 류수연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문학/문화평론가. 인천문화재단 이사. 계간 <창작과비평> 신인평론상을 수상하며 등단하였고, 현재는 문학연구를 토대로 문화연구와 비평으로 관심을 확대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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