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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숙의 문화톡톡] 순결신화 로맨스웹툰 ― 순결녀의 유혹과 정자왕의 딜레마
[서곡숙의 문화톡톡] 순결신화 로맨스웹툰 ― 순결녀의 유혹과 정자왕의 딜레마
  • 서곡숙(문화평론가)
  • 승인 2020.04.13 1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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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결한 여성과 방탕한 여성의 이분법

『현대사회의 성, 사랑, 에로티시즘』에서 앤소니 기든스는 로맨스에서의 사랑, 헌신, 순수한 관계를 논의하면서 과거와 현재의 성문화의 차이를 지적한다. 과거 로맨스에서 성적 만남은 사랑하는 관계로 가는 우회로이며, 운명을 향한 추구로서의 로맨스와 섹스의 결합은 스파크를 일으키는 장치가 되었다. 첫 성경험에 대한 생각에서 남녀는 차이를 보였다. 소년은 플러스, 소득, 부적, 남성적 능력이라고 생각하였던 반면, 소녀는 처녀성을 포기되어지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며 올바른 시간과 환경을 선택하여 낭만적 서사를 완성하고자 하였다. 남성은 순결한 여성과 방탕한 여성을 구분하고, 자신의 아내, 정부, 직업여성과의 관계를 숭고한 사랑, 낭만적 사랑, 열정적 사랑으로 영역을 나누었다. 현재 자유로운 성문화라는 변화로 남녀는 유혹과 정복의 테크닉 방면에서 사랑의 전문가가 되고 있으며, 여성은 낭만적 사랑과 열정적 사랑을 모두 경험하며, 남성은 순결한 여성과 더럽혀진 여성의 구분을 포기하게 된다.[1]

로맨스웹툰에서 순결녀와 정자왕의 조합은 이러한 성문화의 변화를 잘 보여주고 있다. 예전 할리퀸로맨스물을 최근에 웹툰으로 다시 게재하면서, 20세기의 로맨스웹툰과 21세기의 로맨스독자가 결합하게 된다. 특히 순결신화 로맨스웹툰과 신세대 독자들이 결합은 재미있는 시너지를 보여준다. 예전 순결과 처녀성에 집착하던 성문화를 보여주는 로맨스물에 대한 현재 독자들의 반응은 세대 차이와 성문화의 변화를 보여준다.

 

순결녀의 유혹과 발정남의 오해: <열정과 진실>, <오해와 사랑>

<열정과 진실>(The Millionaire's Mistress)은 미랜다 리 원작, 호시아이 미사오 그림의 로맨스웹툰이다. 이 웹툰은 카카오페이지에서 151,797명이 구독하고 1,629개의 댓글이 달린 ‘붉은 입술의 유혹 컬렉션(할리퀸)’에 게재된 작품이다. 여주인공 저스틴은 순진한 21살의 처녀이며, 주인공 마커스는 30대의 원숙한 이혼남이다. 부유한 은행장인 마커스는 부잣집 아가씨와의 첫 번째 결혼을 했지만, 사치를 좋아하고 가정을 돌보지 않는 아내와 이혼한 후 결혼에 대해 트라우마가 생긴다. 저스틴은 부잣집 아가씨로 풍족한 생활을 해왔으나, 아버지의 사치, 불륜, 죽음, 빚으로 저택이 은행에 넘어가게 되는 위기에 봉착한다. 저스틴은 여성을 좋아하는 은행 직원을 만나면 대출을 잘해준다는 친구의 말에 섹시한 의상을 입고 은행을 방문한다. 저스틴은 은행장인 마커스를 은행 직원으로 착각하고 면담을 하게 되고, 마커스는 섹시하고 아름다운 저스틴을 보는 순간 ‘죄악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며 경계한다. 마커스는 저스틴을 대출을 위해 남성을 유혹하는 여성으로 오해하며, ‘가장 경멸하는 타입의 여자’라고 배척하면서 동시에 ‘이 섹시한 몸을 손에 넣을 수만 있다면’이라며 욕망한다. 결국 욕망에 손을 든 마커스는 저스틴의 가구와 그림을 자신이 직접 구매하여 자금을 제공하고, 자신의 사무실 청소부로 저스틴을 고용하여 월급을 주고, 하숙집을 경영하려는 저스틴 모녀에게 여러 가지 조언을 해준다.

<열정과 진실>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백만장자 은행장인 마커스가 순진한 저스틴을 오해하는 장면과 자신의 이성을 잃는 장면이다. 마커스는 순진한 아가씨 저스틴을 성경험이 많고 부자를 유혹하는 꽃뱀으로 착각하여 경멸하지만, 동시에 저스틴의 매력과 유혹에 자신이 걸려들어 무릎을 꿇게 되는 상황에 처할까봐 불안에 시달린다. 이성적이고 냉철한 마커스는 저스틴에 대한 경멸과 경계에도 불구하고, 저스틴에 대한 욕망으로 자신의 이성을 상실하고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게 된다. 마커스는 저스틴을 볼 때마다 ‘이건 비즈니스다’, ‘이건 투자이다’ 혹은 ‘이건 욕망이다’, ‘사랑이 아니다’라며 마음속으로 계속 되풀이해서 외친다. 마커스는 이런 세뇌를 통해 평소의 이성적인 성격에서 벗어난 감정적인 행동을 정당화하고 합리화하고자 한다. 마커스는 어느 순간 폭주하여 발정남이 되면서 저스틴과 성관계를 갖게 되고, 저스틴이 처녀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자신의 오해를 깨닫게 된다. 하지만 마커스는 저스틴이 처녀라는 구실로 자신에게 결혼을 요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미치자, 부잣집 아가씨인 전처와의 실패한 결혼생활을 떠올리며 다시 불안에 휩싸이게 된다. 부유한 남성은 파산상태에 빠진 여성을 만나 운명적 사랑을 하게 되지만, 결혼에 대한 트라우마와 육체적 욕망을 겪으면서 사랑과 자유 중에서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오해와 사랑>(Tomorriw,,.Come Soon)은 제시카 스틸 원작, 츠야 사토미 그림의 로맨스웹툰이다. 이 웹툰은 카카오페이지에서 153,631명이 구독하고 2,648개의 댓글이 달린 ‘순결한 꽃의 비밀 컬렉션(할리퀸)’에 게재된 작품이다. 주인공 그랜트는 회사 사장이고, 21살 여주인공 데번은 재무부장의 딸이다. 데번은 16살 때 자동차 사고로 허리에 치명적인 부상을 입어 절뚝거리게 되고, 5년 후 21살이 되어 성장기가 끝나자 완치를 위해 혼자 스웨덴으로 가서 수술을 받게 된다. 데번은 성공적인 수술로 평범하게 걸을 수 있게 된 자신의 모습을 아버지에게 자랑하고 싶어서 화려한 옷차림과 하이힐을 신고 집으로 돌아온다. 이때 사장 그랜트는 재무부장이 회사 공금에 손을 댄 사실을 알게 되어 집을 방문했다가, 화려한 옷차림의 데번을 만나게 되면서 그녀를 오해하게 된다. 데번은 아버지가 거액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회사 공금을 횡령한 사실을 알게 되자, 아버지를 감옥에 보내지 않기 위해서 그랜트를 찾아가 사정한다. 그랜트는 자신이 공금을 채워 넣고 재무부장을 고소하지 않겠다며, 대신 마음에 드는 데번에게 자신의 정부가 되라고 요구한다.

그랜트는 데번의 화려한 옷차림과 스웨덴으로의 장기 여행 사실로 인해, 재무부장이 데번의 사치스러운 생활로 공금을 횡령했다고 오해한다. 그래서 그랜트는 데번에게 ‘아버지가 범죄를 저지르게 한 최악의 딸’ 혹은 ‘화려한 옷차림으로 돈 많은 남성을 무는 여성‘이라며 모욕한다. 그랜트는 데번을 경멸하는 동시에 욕망을 느끼게 되어, 자신이 모든 돈을 변상해주고 그녀를 정부로 삼고자 한다. 6년 전 회사의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데번은 회사 사장의 장남인 그랜트를 보고 첫눈에 반하지만, 여성들에게 둘러싸여 자신에게 아는 척도 하지 않는 그랜트를 보고 실망하였다. 한편, 그랜트도 15살 데번의 천사같은 모습을 보고 첫눈에 반하지만, 미성년자여서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던 것이다. 그는 다시 만난 데번의 변화된 모습에 오해하고는 실망, 분노, 경멸을 느끼게 된다. 그랜트가 데번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정부로 삼고자 하지만, 데번의 수술 자국을 보고는 수술 사실을 알게 되면서 오해가 풀린다. 하지만, 그랜트는 데번의 순진한 성격과 순결한 처녀성에 양심의 가책을 느껴 성관계를 할 수 없게 된다. 반면에, 데번은 자신이 사랑하는 그랜트에게 욕망을 느끼며, 빚을 갚기 위해서 빨리 섹스를 하자고 독촉한다. 부유한 남성은 경제적, 법적 위기에 빠진 여성에 대한 성적 욕망과 처녀성에 대한 부담감으로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순결녀의 임신과 정자왕의 불안: <유리구두를 던지고>, <영원한 이브>

<유리구두를 던지고>(Take Me)는 체리 애더 원작, 다카기 카나 그림의 로맨스웹툰이다. 이 웹툰은 카카오페이지에서 211,083명이 구독하고 4,538개의 댓글이 달린 ‘아찔한 슈트의 미학 컬렉션(할리퀸)’에 게재된 작품이다. 백만장자 사장 조슈아는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인테리어 디자이너 제시카를 보고 첫 눈에 반하여, 매달 일정한 금액을 주고 정부 계약을 맺고자 하지만 제시카는 돈을 거절한다. 조슈아는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자신에게는 비즈니스 결혼으로 아내가 있으며, 제시카와 장기간 관계를 유지할 생각도 없고 결혼할 생각도 없다고 분명하게 밝힌다. 조슈아는 제시카에게 사랑을 느끼고는 자신의 아내 베라에게 이혼을 요구하고, 베라는 엄청나게 큰돈을 위자료로 요구한다. 조슈아가 임신한 제시카에게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며 매몰차게 대하자, 제시카는 조슈아 곁을 떠난다.

사실상 제시카는 조슈아의 아내 베라, 즉 7년 전 조슈아가 유산을 받기 위해서 계약결혼을 한 여성으로 밝혀진다. 제시카는 동료 베라의 이름표를 달고 있어서 조슈아는 그녀를 베라로 착각하고, 그 이후 변호사를 통해서만 소통하는 형식상의 부부관계를 유지한다. 첫눈에 조슈아에게 반한 제시카는 7년 동안 동경한 조슈아의 아기를 갖고 싶다는 의사를 전하지만, 조슈아는 시험관 아기를 알아보라며 만남과 섹스를 거부한다는 답변을 보낸다. 이에 제시카는 조슈아의 숙부와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조슈아를 직접 만나기 위해 파티에 오게 된 것이다. 조슈아의 변호사는 오랜 세월 조슈아를 좋아한 제시카와 그녀의 아기를 위해서 거액의 위자료를 대신 제시한 것이었다.

<유리구두를 던지고>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주인공이 자신의 아내를 알아보지 못하고 첫눈에 반하고, 아내를 만나 사랑에 빠져 결혼하기 위해서 아내와 이혼하려고 하는 설정이다. 고독하고 외로운 재벌남인 조슈아는 사랑이 없는 부모 밑에서 커서 사랑을 믿지 않으며, 수많은 미녀와 사귀다가 야멸차게 헤어져 ‘아이스맨’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조슈아는 대부분의 여성이 자신에게 돈을 바란다고 생각하며, 사랑과 결혼에 대한 공포로 정관 수술을 한다. 조슈아는 제시카를 보고 첫눈에 반하며, 사랑의 밀당이 시작되는 익숙한 짜릿함과 자신에게 돈을 요구하지 않는 순수한 모습에 점점 더 매력을 느낀다. 제시카는 사랑과 결혼을 믿지 않는 조슈아의 모습에 그의 아기만이라도 갖고 싶다는 마음에 계속해서 노력하지만 아기가 잘 생기지 않아 실망한다. 조슈아는 자신의 아내와 이혼하고 제시카에게 청혼하려고 하지만, 자신의 아기를 임신했다는 제시카의 거짓말에 실망한다. 제시카는 그런 조슈아의 불신에 실망하여, 슬퍼하며 떠나버린다. 사실상 나중에 조슈아는 정관수술을 한 상태에서 임신을 시킨 진정한 정자왕으로 밝혀진다. 주인공은 부모의 끔찍한 결혼생활과 외로웠던 어린 시절에 대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운명의 상대를 만나 사랑과 자유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영원한 이브>(The Winter Bride)는 린 그레이엄 원작, 아소 아유무 그림의 로맨스웹툰이다. 이 웹툰은 카카오페이지에서 503,861명이 구독하고 170,000개의 댓글이 달린 ‘린 그레이엄 컬렉션(할리퀸)’에 게재된 작품이다. 이 작품은 할리퀸로맨스 작가로 유명한 린 그레이엄의 원작과 아름답고 독특한 그림체로 고정팬이 있는 아소 아유무의 그림으로 유명하다. 재벌집의 집사 딸인 13살 앤지는 겨울 휴가마다 할아버지를 방문하는 22살 레오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레오는 25살에 결혼하여 딸을 얻지만, 29살에 아내와 딸을 모두 잃게 된다. 그 후 레오는 반 년 동안 사람, 특히 여자를 멀리하지만, 자신을 사랑하는 앤지가 끊임없이 유혹해 오자 하룻밤을 함께 보낸다.

하지만, 레오가 앤지에게 하룻밤 욕망뿐이었다고 차갑게 거절하자, 앤지는 친구같은 드류에게 고백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위장하기 위해서 즐거운 모습으로 드류와 함께 다닌다. 오래 전부터 앤지를 좋아한 드류는 자신보다 잘난 레오를 화나게 하려고 앤지와 잤다고 거짓말을 하게 되면서 오해가 발생한다. 레오의 아이를 임신한 앤지는 자신의 새어머니가 도둑질한 사실을 알게 되자, 자신이 누명을 뒤집어쓰고 저택에서 쫓겨난다. 2년 후 전자산업 재벌 사장이 된 레오는 증손자를 보고 싶다는 할아버지의 부탁으로 앤지와 제이크를 저택으로 데려오게 된다. 레오는 다른 여성과 결혼하는 드류를 여전히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는 앤지를 보며 착잡해 한다.

<영원한 이브>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레오가 자신의 아들인 2살 제이크를 드류의 아들이라고 오해하여, 앤지가 제이크의 아버지를 사랑한다고 말할 때 자신인 줄 모르고 질투하는 장면이다. 과거 레오는 드류와 어울리는 앤지의 변덕과 앤지와 잤다는 드류의 거짓말에 앤지를 오해하고 실망해서 돌아선다. 그래서 레오는 앤지에 대해서 이브처럼 자신을 유혹하는 순결녀와 성관계를 했지만, 사실상 자신의 재산을 노린 방탕한 여성이었다고 오해하게 된다. 주인공은 다른 남성을 사랑하는 여주인공에 대한 욕망 그리고 결혼으로 묶이지 않겠다는 자유에 대한 갈망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진다.

 

20세기의 로맨스웹툰과 21세기의 로맨스독자

‘순결녀의 유혹과 발정남의 오해’를 다루는 두 편의 로맨스웹툰에서는 주인공이 여주인공에게 욕망을 느끼고, 순결한 여성을 방탕한 여성으로 오해하게 된다. 주인공은 순결한 여성과 방탕한 여성이라는 이분법적 잣대를 가지고 있으며, 순결한 여성을 방탕한 여성으로 오인하고는 심하게 모욕하면서 동시에 계속적으로 육체적으로 접촉한다. 주인공이 자신의 재산을 노리고 여주인공이 유혹해 온다고 착각하지만, 사실상 순결한 여주인공에 대한 주인공 자신의 욕망을 여주인공의 유혹으로 치환하고 합리화하는 것이다. 주인공 자신은 결혼 경험도 있거나 원숙한 카사노바이지만, 여주인공에 대해서는 순결과 정조에 대해서 집착한다. 자신이 순결녀의 처녀성을 훼손시키고 책임지지 않는다는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주인공에게 방탕한 여성이라는 죄를 뒤집어씌운다.

기본적으로 주인공과 여주인공 사이에 오해와 불신이 있으며, 나중에 오해가 풀리면서 사랑이 싹트지만 다시 결혼이라는 장애물이 등장한다. 여주인공은 은행에 담보로 잡힌 저택, 아버지의 공금 횡령 등 주인공이 아니면 해결할 수 없는 경제적 위기에 처하게 된다. 여주인공은 주인공의 모욕과 멸시에 괴로워하지만, 유일한 경제적 구원자이자 운명적 사랑의 상대인 주인공의 욕망을 거부하지 못한다. 주인공은 여주인공을 오해한 상황에서 그녀가 처녀라는 사실에 다시 충격을 받으며, 처녀라면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는 사실에 다시 불안해한다. 주인공은 여주인공이 방탕한 여성일 때는 유혹의 불안을 느끼고, 순결한 여성일 때는 결혼의 부담을 느끼게 된다.

‘순결녀의 임신과 정자왕의 불안’을 다룬 두 편의 로맨스웹툰에서는 주인공이 여주인공에 대해 욕망을 느끼면서, 동시에 임신으로 인해 결혼에 얽매일 수도 있다는 불안에 시달린다. 주인공은 대부분 자신의 돈을 노리고 접근하는 여성들을 경멸하며, 임신과 결혼에 대한 두려움을 보여준다. 그래서 주인공은 자신의 아이라는 명확한 증거를 얻기 위해서 여주인공이 처녀라는 증명이 필요하며, 여주인공이 임신한 경우 혹은 아기가 있는 경우 반드시 유전자 검사를 통해서 사실 여부를 확인한다. 재벌남 주인공에게 있어서 ‘순결’은 다른 남성의 핏줄이 자기 재산을 가져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의 핏줄을 보존, 유지하고 안정적인 아내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확증의 증거이다.

주인공은 임신으로 결혼이라는 굴레에 묶이지 않기 위해서 피임을 철저하게 하지만, 정자왕인 자신의 능력으로 인해서 여주인공을 임신하게 만든다.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으로 우월한 능력자인 주인공은 탁월한 정력으로 콘돔을 뚫고 피임약을 극복하고 정관수술에 상관없이 임신이 된다. 주인공은 결혼에 대한 공포와 거부로 피임을 철저하게 하지만, 대부분 단 한 번으로 임신이 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정자왕에 등극한다. 그래서 순결녀 여주인공에 대한 욕망은 결혼에 대한 부담감으로 이어지고, 정자왕 주인공은 순결녀를 욕망하지만 결혼하고 싶지 않다는 점에서 딜레마에 빠진다.

로맨스웹툰에서 주인공은 순결한 여주인공에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정하며 유혹할 때는 사랑의 맹세를 하지만, 관계를 하고 난 후에는 하룻밤뿐이라는 것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무책임한 발정남의 면모를 보여준다. 이러한 발정남은 단 한 번의 섹스로 바로 임신이 되어 대부분 정자왕의 위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자신의 재산을 보고 덤비는 여성들에 대한 불안과 대비되어 웃음을 자아내게 된다. 순결신화 로맨스웹툰에서 남녀가 성관계를 한 후, 주인공이 부끄러워하는 여주인공을 바라보며 놀라면서 “처음?”이라는 상투적인 대사가 항상 등장한다. 발정남, 정자왕은 대부분 자신은 여주인공의 순결에 집착하면서 동시에 순결을 잃게 만드는 카사노바형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율배반적인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20세기 로맨스웹툰과 21세기 로맨스독자는 구세대 로맨스웹툰 게재와 신세대 댓글이라는 상이한 지점에서 절합한다. 과거 세대의 로맨스물을 보면서 현재 세대의 독자들이 평가를 한다. 이런 웹툰과 댓글의 대비는 로맨스웹툰의 상투적인 스토리에 실망하면서 그 속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두 가지 상반된 욕망을 동시에 충족시켜 준다. 댓글에서는 대부분 발정남의 무분별한 욕망이 사실상 미투의 경험으로 볼 때 성희롱이나 성추행일 수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며, 정자왕의 무책임한 태도와 순결녀의 답답한 태도를 모두 비판하며, 주인공과 여주인공의 상대적으로 불평등한 잣대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한다. 이러한 절합은 로맨스웹툰이 지향하는 익숙한 스토리에 대한 소망 충족과 함께 달라진 성문화 의식을 비교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지점이기도 하다.

 

참고자료
[1] 앤소니 기든스, 『현대 사회의 성, 사랑, 에로티시즘』, 배은경·황정미(역), 새물결, 2003.
 

사진 출처: 카카오페이지 웹툰
 

글: 서곡숙
문화평론가 및 영화평론가. 비채 문화산업연구소 대표로 있으면서, 세종대학교 겸임교수, 서울시 영상진흥위원회 위원장, 국제영화비평가연맹 한국본부 사무총장, 르몽드 아카데미 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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