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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만 더 키운 홈플러스의 매니저 ‘갑질’ 논란 대처
사태만 더 키운 홈플러스의 매니저 ‘갑질’ 논란 대처
  • 조나리 기자
  • 승인 2020.07.17 1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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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마트노조 홈플러스 서울본부
사진=마트노조 홈플러스 서울본부

홈플러스 월곡점 이커머스(온라인배송) 직원들이 관리자의 갑질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피해 직원들은 분리 조치를 요구해왔지만, 홈플러스 측은 해당 관리자에 대해 가장 낮은 징계인 ‘견책 처분’을 내리는 데 그쳤다. 더욱이 최근에는 피해자들을 비난하는 피케팅 시위가 점포 내에서 벌어지는 등 홈플러스의 소극적인 대처가 또 다른 사태만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6일 마트노조 홈플러스 서울본부는 홈플러스 월곡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월곡점 이커머스 관리자와 피해 직원들 간의 분리 조치를 촉구했다.

“아침부터 내가 싫은 소리 하기 싫다고 했지. 근데 왜 그러니. 왜 정신 못 차리니 어? 월요병이니?”

홈플러스 월곡점 이커머스 관리자가 ‘코칭’이라는 명목으로 한 직원에게 한 말이다. 노조는 관리자의 이 같은 인격모욕성 발언이 이날이 처음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두고 홈플러스 월곡점 타부서 직원들은 “그런 소리들을 듣고도 왜 가만히 있었냐”고 묻기도 했다.

노조와 홈플러스 측에 따르면 월곡점 이커머스에서 일하다 관리자의 갑질 피해를 적극적으로 주장했던 직원은 3명이다. 이들은 1년 전만 해도 월곡점이 아닌 다른 지점에서 상품 진열 등을 해오던 직원으로, 이커머스 업무는 월곡점 발령 후 처음이다. 가장 최근에 발령받은 직원은 지난해 12월에 발령을 받았다.

한 직원은 업무 전환배치 후 업무가 서툴고 척추분리증으로 허리와 다리 통증이 심해지자, 부서 변경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게 노조 측의 설명이다. 또한 월곡점 이커머스 관리자는 직원들의 피커레이트(온라인주문서를 받고 주문물품을 찾아오는 업무) 시간을 재고 직원별로 순위를 매겨 하위권에 있는 직원들을 퇴근 후 남겨 한명 한명  ‘코칭’을 하기도 했다. 또 온라인주문 상품이 매장에 없으면 결품 처리를 하면 됨에도, 찾도록 지시하고 찾지 못할 경우 벌칙으로 간식을 사오도록 하기도 했다.

한 피해 직원은 스트레스로 몸무게가 15kg 빠지고 불면증과 소화불량을 겪기도 했다. 결국 이들 3명은 지난 4월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북부지청에 직장 내 괴롭힘 진정을 제기했고, 노동청은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하고 홈플러스에 개선을 권고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들은 관리자와 한 곳에서 같은 업무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노동청 진정 후 홈플러스 월곡점장은 이커머스 직원들을 상대로 ‘관리자의 사과와 타점포 전환배치’에 대한 의사를 실명으로 체크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노조는 또 “월곡점장은 피해 직원과의 면담에서 ‘관리자가 과한 부분이 있지만 어느 부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지 않냐. 그럴 때마다 관리자를 전환 배치하면 홈플러스에 남아있는 관리자가 있겠냐’고 회유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사진=마트노조 홈플러스 서울본부
온라인 주문 상품을 찾지 못해 벌칙으로 빵을 사기로 한 직원명단. /사진=마트노조 홈플러스 서울본부

더욱이 최근에는 점포 내에서 피해자들을 비난하는 피케팅 시위가 벌어지는 등 매니저의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노노 갈등’으로 치닫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차기 근로감독 대상 사업장에 홈플러스 월곡적을 포함시키겠다는 방침을 노조 측에 전달했다. 그러나 피해 직원들은 언제 이뤄질지 모르는 근로감독을 마냥 기다리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원화 월곡지회장은 기자회견에서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만 됐어도 이 지경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모든 것은 홈플러스와 일을 키운 월곡점의 책임이다. 오늘 우리가 포기하면 다음에는 내가, 또 다른 누군가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노조의 주장에 대해 홈플러스 측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신고인들은 평소 잦은 업무 실수를 일으키는 직원들이라는 다른 직원들의 진술이 있었다”면서 “해당 관리자는 이에 따라 업무 종료 후 직원들에 대해 업무 코칭을 5~10분 내외로 진행하기도 했지만 과한 시간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벌칙 간식 또한 다른 직원들에게도 적용된 내용이었고, 신고인들도 다른 직원이 간식을 사오면 함께 먹기도 하는 등 특별히 문제를 삼지 않았었다”면서 “현재 다른 직원들은 관리자의 행위가 문제가 없다는 탄원서까지 내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건 처리 과정에서 월곡점장이 관리자와 신고자들 간의 중재를 위해 노력했지만, 신고인들이 면담을 거부하는 등 협조적이지 않았다”며 “징계(견책)까지 완료한 상황에서 일부 직원의 주장만으로 부서의 리더를 타점으로 발령하는 것은 과하다고 본다. 관리자의 개선지도를 위한 교육을 지난달부터 진행 중이고 월곡점 전 직원들에 대해서도 심리상담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주현 홈플러스 서울본부 사무국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관리자에게 코칭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더 강한 징계를 내리라고 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또한 직원들을 1등부터 꼴등까지 줄세우고 하위에 있는 직원들을 퇴근 후 남겨 질책하는 것을 코칭이라고 보지도 않는다. 한명에겐 5분, 10분이지만 마지막까지 기다리는 사람은 자기 앞에 직원들이 전부 질책을 다 받고 나서 자기의 코칭을 듣고 퇴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국장은 “특히 피커레이트는 어떤 주문서를 받느냐에 따라, 즉 운에 따라서 빨리 끝날 수도 이곳 저곳을 돌아다닐 수도 있는 업무기 때문에 시간을 재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지난해 전국 점포에 모아졌음에도 월곡점에서만 계속 이어지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분들이 일을 못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분리조치만 되고 현재 벌어지고 있는 피해자들에 대한 비난만 멈춰도 훨씬 좋은 환경에서 일 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관리자에 대한 조치 여부는 피해자들의 의사를 중점으로 판단해야 한다”면서 “피해가 없는 직원들이 피해 직원들 배제한 채 어떠한 조치를 취하지 말라고 할 권한은 없다는 점을 사측은 분명히 인지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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