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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신념과 행동만으로는 어렵다
개인의 신념과 행동만으로는 어렵다
  • 브뤼노 롱바르 l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경영이사, ESG 총괄
  • 승인 2021.12.01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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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인의 염원과 변화만으로 자본주의 경제 체제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일례를 들어본다. 농식품 전문 상장 대기업 다논(Danone)의 CEO 에마뉘엘 파베르는 2016년 6월 10일 파리 고등경영대학원(HEC) 졸업식에서 독창적인 연설로 주목받았다.

 

1964년생인 에마뉘엘 파베르는 1986년 HEC 졸업 후 글로벌 경영 컨설팅기업 베인앤컴퍼니(Bain & Company)와 베어링스(Barings)은행을 거쳐 르그리산업(Legris Industries)의 사장을 맡는 고속승진 가도를 달렸다. 르그리산업은 다양한 분야의 중견 산업체에 투자해 이들의 성장을 지원하는 기업이다.

학업, 직업교육, 초창기 경험을 통해 세상과 인간, 사회, 환경에 대한 현실에 열린 시각을 얻은 파베르는 부의 왜곡과 지구의 미래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휴가 동안 라틴아메리카의 빈민촌을 찾아 테레사 수녀의 ‘죽어가는 이들을 위한 집’에 머물기도 했다. 

1997년, 파베르는 재무·전략·정보시스템 이사로 다논에 합류했다. 창업자 앙투안 리부가 오랫동안 사람중심 경영을 펼친 다논은 꽤나 사회적인 기업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당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지금처럼 널리 퍼지기 전이었지만 에마뉘엘 파베르는 CSR을 연상시키는 행보를 마음껏 펼칠 수 있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지대한 관심 

2005년, 아시아·태평양 총괄 부사장으로 승진한 파베르는 자연스럽게 마이크로크레디트(Microcredit)의 창시자 중 한 명인 무함마드 유누스와 친분을 쌓았다. 다논 그룹과 그라민 은행이 공동 출자해 방글라데시에 설립한 그라민 다논 푸드(Grameen Danone Foods)는 무함마드 유누스, 에마뉘엘 파베르 그리고 앙투안 리부의 아들이자 후계자인 프랑크 리부의 회동에서 탄생한 사회적 기업이다.

이후 파베르는 프랑스 최초로 ‘사회적 기업(Social business)’ 다논의 시카브(SICAV, 미국의 개방형 뮤추얼펀드와 비슷한 서유럽의 개방형 집합투자기금-역주)를 감독했다. 정치인들도 사회문제에 열린 시각을 가진 파베르에 주목했다. 탈세계화 운동가 치코 휘터커(브라질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소속)는 2009년 벨렝에서 열린 세계사회 포럼(World Social Forum)에 그를 초대했다. 파스칼 캉팽 프랑스 개발부 장관은 2013년 파베르에게 개발원조에 대한 보고서를 위임했다. 2014년, 파베르는 다논의 사장을 거쳐 최고경영자(CEO)의 자리에 올랐다.

여기까지만 보면 에마뉘엘 파베르는 흠결 없는 인물로 보인다. 하지만 그의 평판에 첫 흠집을 내는 사건이 발생했다. 2015년, 탄탄한 조사와 취재로 유명한 탐사보도 프로그램 <현금 수사(Cash Investigation)>에서 파베르는 인도네시아에서의 분유판촉 활동에 대한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다. 식수 공급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인도네시아에서 분유 소비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하지만 이 방송으로 파베르의 활발한 행보에 제동이 걸린 것은 아니다.

2017년, 화이트웨이브(WhiteWave)를 인수한 다논은 동물성 단백질을 대체하는 식물성 원료 제품과 유기농 제품 시장에서 세계적인 강자로 부상했다. 다논은 건강에 중점을 초점을 맞추고 국제화 노력을 지속했다. 그 결과 매출은 2배로 뛰었다. 2018년, 에마뉘엘 파베르는 현장실습생을 위한 일자리 6만 개 창출을 목표로 ‘더 포괄적인 경제를 위한 기업 연합’을 출범시켰다.

이로써 다논은 상장기업 최초로 ‘사명감 있는 기업(Entreprise à mission)’의 지위를 획득했다. 사명감 있는 기업이란 이윤 창출이라는 일반적인 목표 외에 사회적, 환경적 사명을 동시에 추구하는 기업을 뜻한다. 2020년 11월, 다논은 첫 번째 큰 난관에 부딪힌다. 팬데믹으로 인한 봉쇄에 출산율 저하까지 겹치자 다논은 전 세계 10만 개 일자리 중 1,500~2,000개 삭제를 골자로 한 일자리 조정안 ‘로컬 퍼스트(Local First)’를 발표했다.

 

다논의 배당금 수익률 저하, 파베르 해임 

주식시장 상장의 대가로 다논에도 투자 펀드가 주요 주주로 등장했고 이들은 다논의 혁신적이고 ‘그럴듯한’ CSR 구조에 관심을 보였다. 그런데 경제 파동으로 다논의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배당금 수익에 실망한 투자 펀드들은 에마뉘엘 파베르의 해임을 요구했다. 다논의 주가는 한때 58%까지 상승해 정점을 찍었지만 에마뉘엘 파베르 임기 동안 23% 하락했다. 자본의 의지는 주주, 소비자, 직원이 다 함께 참여하는 경영을 추구한 파베르의 시도를 수포로 만들기 충분했다.

에마뉘엘 파베르는 다논을 떠나서도 계속 자신의 사회적, 환경적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휴머니스트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과연 금융시장이 모든 상장기업을 좌우하는 자본 소유에 의한 ‘자본주의적 과정’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가? 

2016년, 파베르는 파리 HEC 학생들 앞에서 자신의 개인적, 가족적, 직업적 경험에 근거해 기업의 사회·환경적 책임의 절대적 필요성을 역설하는 연설을 했다. 최상의 자본주의적 교육을 받고 경제활동에 입문하는 졸업생들에게 그는 영광, 돈 그리고 권력에 대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여러분 속에 살고 있는 소년, 소녀는 누구인가? 당신은 생각보다 훨씬 더 위대한 존재라고 말하는, 작은 목소리는 무엇인가? 여러분 각자의 선율이 세상의 교향곡을 변화시킬 것이다.”

물론 세상의 변화는 개인의 변화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공동체, 사회, 환경의 변화 없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없다. 환경문제도 비슷한 맥락이다. 개인의 변화만으론 지구를 구할 수 없다. 생산수단의 소유권에 대해 질문을 제기하고 공동소유권을 도입해야 한다. 공공분야가 생산수단을 소유하는 것도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이는 국가가 시장이 아닌, 국민을 대표할 때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그렇지 않다.

 

사회연대경제의 협동체제, 진정한 대안으로 떠올라  

진정한 대안은 사회연대경제(Social and Solidarity Economy), 특히 모든 참가 주체가 동등한 목소리를 내는(1달러당 한 표가 아니라 1명이 한 표를 행사하는) 협동체제다. 이러한 체제는 직원뿐만 아니라 소비자 또는 가입자까지 연합할 수 있으며 지역 공동체의 지원이 동반되면 프랑스의 사회적 협동조합(SCIC)과 같은 지위를 획득할 수도 있다.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일자리를 없애는 경우는 있지만 일자리를 해외에 이전 하지는 않는다. 협동조합은 생존을 위해 현지에서 해결책을 찾고 적응하며, 조합의 요구보다 소비자의 요구에 적응한다.

협동조합의 또 다른 장점 중 하나는 해외생산을 하지 않기 때문에 주요 오염원인 해외운송을 제한할 수 있다. 많은 협동조합이 창업자의 은퇴로 해체됐다. 공동소유 구조가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협업이 중요한 이유다.

프랑스의 식권협동조합 유피-점심식권(UP-Chèque Déjeuner)는 이점을 잘 이해했다. 이 협동조합은 신입사원들이 협동조합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게 1년 후원제도를 구축했다. 그 결과 신입사원들 스스로 의욕적인 조합원이 됐다. UP는 정관을 수정해 직원들을 모회사의 조합원에 편입시켜 프랑스 국내 자회사들의 자본금 문제를 해결했다.

하지만 해외 지사들은 각기 다른 법제의 적용을 받는 문제가 있다. 세계적으로 가장 큰 협력망을 구축한 스페인의 협동조합 집합체 몬드라곤(Mondragon)은 해외 지사들의 자본금 문제 해결에 착수했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해외 국제판에 자본참여를 하지 않는 방침을 가지고 있다. 본지는 독립적인 발행처들의 협력 네트워크로, 재무 건전성이 높은 국제판과 프랑스 본사가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발행국을 돕는 탄탄한 재무 체계를 가지고 있다. 

여하튼, 지배적인 자본주의 체제를 극복하려면, 개인뿐 아니라 공동체가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글·브뤼노 롱바르 Bruno Lombard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경영이사, ESG 총괄 

번역·김은희
번역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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