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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당신은 어떤 집에 살고 싶나요? ㅡ 『집의 탄생』
[서평] 당신은 어떤 집에 살고 싶나요? ㅡ 『집의 탄생』
  • 김유라 기자, 박지수 인턴
  • 승인 2022.07.06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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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식 작가 신간 『집의 탄생』 발간
『집의 탄생』 (김민식 지음, b.read)

 

나무에 얽힌 새로운 인문학을 전하는 『나무의 시간』 김민식 작가가 더 깊고 넓은 사유를 가지고 돌아왔다. 신간 『집의 탄생』은 집에 사는 우리 모두를 위한 이야기다. 반 고흐의 삽화 48점과 함께 집과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인간적으로 담아냈다. 서정적이고 지혜로운 이야기는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저자 김민식 작가는 목공소에서 40여 년을 일한 나무장이다. 저자는 집의 재료인 나무와 함께 오랜 세월 보내며 다양한 지식과 이야기를 쌓았다. 나무의 밭으로 꼽히는 캐나다, 북미를 비롯해 전 유럽과 이집트, 이스라엘, 파푸아뉴기니, 뉴질랜드 남섬까지, 그의 나무 여정은 400만KM에 이른다.

때문에 그가 써 내려간 집과 건축 이야기는 여느 건축학자, 민속학자의 기록보다 방대하고, 깊으며, 인간적이다. 알고 경험하고 이해하고 쓴 저술의 매력이다. 건축물로서의 집 뿐만 아니라 집이라는 단어의 어원, 유명 건축물의 뒷이야기, 유명인들의 집 일화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넘실거린다.

독자는 책을 통해 반 고흐가 머물던 들판의 오두막을 엿보고, 르코르뷔지에가 호숫가에 지은 집에 방문할 수 있다. 뒤이어 프랑스 최초의 아파트, 도연명과 추사의 초라하기 그지없는 초가집, 마리 앙투아네트가 휘황찬란한 궁전을 버리고 지은 촌락까지 다채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글에 자연스레 녹아든 역사와 예술, 문학과 철학은 그 시간 그 장소에 실제로 머문 듯한 여운을 더한다.

 


『나무의 시간』 삽화,
책은 다양한 집과 그에 얽힌 이야기를 따뜻한 삽화와 함께 전한다.

내 친구의 런던 집


매년 5월 눈부시는 첼시 플라워 쇼,

SW사우스웨스트 첼시얼스코트역이 있고 켄싱턴궁, 첼시 병원도 있다.

빅토리안 하우스가 줄을 잇는다.

19세기 주택들은 판박이로 생겨 상가 뒷길은 어디로 보아도 똑같다.

지금 런던의 SW 지구 첼시는 세계의 유명 부촌 중 하나가 되었지만,

19세기 중엽 런던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만든 동네다.

격조 갖추었던 골목길의 집들은 한 집 건너 지금 외국 투자자들로 주인이 바뀌고 있다.

펍이 변하고 상점도 바뀌고.

러디 런던 첼시뿐이겠는가?

 

- 『나무의 시간』 中


 

집(House)이 재산으로 취급되는 시대,
집(Home)의 가치

 

19세기 프랑스의 저명 문필가이자 한때 쇼팽의 여인이기도 했던 조르주 상드는 “당신이 원하는 집이 초가집이냐 궁전이냐 내게 얘기해 주오. 그럼 나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분별하겠소”라는 유명한 이야기를 남겼다.

집이 재산으로 취급되는 시대, 우리들은 그녀에게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정말 집은 평수와 위치에 따라 값어치가 정해지는 재산에 불과할까? 집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세기의 건축가가 지은 집, 휘황찬란한 왕비의 궁전, 아파트... 그리고 외딴 숲속 철학가의 오두막, 마주 앉으면 무릎이 맞닿는 시인의 집, 골목길에 즐비하던 아무개의 양철집... 상드에 따르면 이 중 어디에 거주하느냐에 따라 사람의 가치마저 결정된다. 어쩌면 사람이 집에 거주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한, 그녀의 장담은 유효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집에서 ‘삶의 사유’를 시작해야 한다. 집은 우리가 살아왔고 현재 살고 있고, 앞으로도 살아갈 안식처이기 때문이다. 책을 덮으며, 삶을 중심에 두고 집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는 매일매일,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머무를 살갗 같은 집에 대해 무슨 고민을 시작해야 할까.

 

 

글 · 김유라 기자, 박지수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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