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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과 편의점 얼음 컵의 악순환
무더운 여름과 편의점 얼음 컵의 악순환
  • 바람저널리스트(정민주)
  • 승인 2022.07.10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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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덥고 습한 날씨가 지속되면서 사람들의 여름 음식 수요가 늘었다. 특히 올해 5월에는 때 이른 여름 날씨와 거리 두기 해제로 인한 바깥 활동 증가로 인해 편의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얼음 컵’의 소비가 급격히 늘었다. 국내 주요 편의점 3사(CU, GS25, 이마트24)의 편의점 얼음 컵 매출 신장률 추이 자료에 따르면, 5월 기준 평균적으로 전월 대비 약 70% 증가했다.

 

편의점(GS25)에 진열된 얼음 컵

 

작년 7월에는 전국 CU 편의점에서 하루에 100만 개가 넘는 얼음 컵이 판매돼 일일 최다 판매량 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최근 6월부터 계속된 더위와 더불어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이 예측되는 가운데 얼음 컵에 대한 소비가 이번 여름에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얼음 컵은 얼음의 용량, 맛, 모양 등 종류가 다양하다. 커피뿐만 아니라 원하는 주류나 음료를 담아 마실 수도 있어 편리하다. 무엇보다도 가격이 저렴해 소비자들은 편의점에서 제공하는 ‘얼음 컵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편의점 얼음 컵 재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지적도 무시할 수 없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연구소장은 서울환경연합 유튜브에서 편의점 얼음 컵은 일반적으로 PET-G(글리콘변성PET 수지)로 만들어지는데, 이 경우 PET-G는 일반 페트(PET)처럼 재활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PET-G는 일반 페트보다 가공성이 뛰어나 대부분의 얼음 컵뿐만 아니라 화장품 용기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특정 재질 및 소재가 포함되어 혼합 사용되었으나 해당 포장재의 구성 부분으로부터 분리가 가능한 경우 플라스틱 ‘OTHER’ 또는 비닐류 ‘OTHER’로 구분된다. PET-G가 포함된 재질은 플라스틱 ‘OTHER’에 해당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단순하게 분리배출이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플라스틱 ‘OTHER’ 재질은 대부분 소각 또는 매립하게 된다. 따라서 편의점 얼음 컵을 사용하고 분리배출을 잘하더라도 사용량이 현저히 많을 경우 다른 플라스틱류와 함께 수거되어 재활용 선별 과정의 방해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또한 자원재활용법에 따라 편의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얼음 컵은 식품접객업인 카페 등의 일회용품과 달리 도소매업에서 판매하고 있는 포장재로 분류되어 일회용품 규제의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이러한 이유로 주요 편의점 기업들의 친환경 소재 변경 등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GS25는 작년 3월 판매하고 있는 얼음 컵 2종의 소재를 PET-A와 PET-G 혼용 수지에서 PET-A로 교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PET-A는 PET-G가 포함된 혼용 수지보다 재활용이 쉽다고 설명했다. 얼음 컵 소재 변경과 함께 음료 구매 시 편의점에서 무료로 제공되고 있는 빨대를 PLA 소재의 친환경 생분해 빨대로 교체 작업을 시작했다. 올해 5월에는 GS25 자체 브랜드 커피 메뉴를 구매할 때 텀블러를 이용할 경우 일정 금액을 할인해 주는 행사를 진행했다.

 

세븐일레븐에서는 올해 3월부터 플라스틱 대신 친환경 종이로 만든 얼음 컵을 도입했다. 세븐일레븐은 도입한 종이 얼음 컵에 FSC 인증 소재를 사용했으며 친환경 코팅 기술을 더했다고 밝혔다. FSC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초기 생산부터 완제품이 될 때까지 모든 과정에서 사용된 산림 자원이 책임 있게 조달되었다는 것을 인증받아야 한다. 세븐일레븐 종이 얼음 컵에 사용되는 친환경 코팅 기술은 탄소 및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 효과가 높고 재활용률이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세븐일레븐의 종이 얼음 컵
직접 방문한 점포에는 플라스틱 얼음 컵이 가득하고 종이 얼음 컵의 재고는 단 하나뿐이었다.

 

 

이처럼 주요 편의점 기업들에서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다양한 행사 및 친환경 소재 도입을 홍보하고 있지만 현재까지도 여전히 전환이 이루어지는 단계다. 아직 많은 편의점에서는 더 많은 플라스틱 빨대가, 재활용이 불가능한 플라스틱 얼음 컵이 대량으로 소비되고 있다. 점주들이 사전에 마련한 얼음 컵 재고가 소진될 때까지 함께 판매되고 있어 당장의 전면 전환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기후위기와 얼음 컵은 악순환에 놓여있다. 심해지는 무더위에 사람들은 더 많은 얼음 컵을 찾게 될 것이고, 이러한 소비는 다시 플라스틱 사용 증가로 인한 기후위기로 되돌아온다. 기업들은 지속해서 친환경 실천에 힘써야 할 것이며 소비자들은 이러한 행보에 관심을 가지고 친환경적인 소비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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