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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용의 탄천 동행] 비 오는 날 은총은 직각으로 온다
[안치용의 탄천 동행] 비 오는 날 은총은 직각으로 온다
  • 안치용/ESG연구소장
  • 승인 2023.05.27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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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둥빈둥 플로깅과 강과 함께 흐르는 세상 엿보기’ 5

비가 내리는 방향은 언제나 수직이다. 땅에 대해 수직이란 말이고, 마음에 대해선 직각이다. 탄천에서 비는 원이다. 멀리서 보면 점이고 가까이서 보면 영역이다.

사람은 수평으로 걸어간다. 왼쪽에서 한 사람이 걸어온다. 그를 멈추게 하는 건 비가 아니라 핸드폰이다. 지금 비가 온다고 말한다. 아니면 마라탕이 먹고 싶다고 말하는지도 모른다. 비 오는 석가탄신일이 토요일이면 점심으로 어떤 메뉴가 좋을까. 우산 아래 담화는 비를 맞지 않는다. 두루미 한 마리가 수면에 닿을 듯 맵시 있게 날아간다. 두루미는 그의 통화를 방해하지 않는다. 안중에도 없다.

왼쪽 남자가 꼿꼿한 허리로 오른쪽으로 사라지자 오른쪽 남자가 등장한다. 걷는 속도가 느리다. 그의 발걸음에 관절염에 차여 빗속에서 나뒹군다. 그래봐야 자석이라도 달린 듯 곧 다리에 엉겨 붙는다.

비와 눈이 하늘로부터 내려서 그리로 되돌아가지 아니하고 땅을 적셔서 소출이 나게 하며 싹이 나게 하여 파종하는 자에게는 종자를 주며 먹는 자에게는 양식을 줌과 같이”(이사야 5510) 핸드폰 전파가 닿지 않는 곳에서 잉어가 낮은 점프로 수면에 큰 원을 만든다. 비든 은총이든, 그것은 접면의 현상이다. 꼭 직각을 고집하진 말아야겠다.

 
 

글·안치용

인문학자 겸 영화평론가로 문학·정치·영화·춤·신학 등에 관한 글을 쓴다. ESG연구소장이자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로 지속가능성과 사회책임을 주제로 활동하며 사회와 소통하고 있다. 분당한신교회 전도사이다.

 

분당한신교회 20230527
분당한신교회 20230527
운중천 들어오는 물 20230527
운중천 들어오는 물 20230527
운중천 내려가는 물 2023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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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천 들어오는 물 20230527
탄천 들어오는 물 20230527
탄천 내려가는 물 20230527
탄천 내려가는 물 2023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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