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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희의 문화톡톡] 드니 디드로와 풍석 서유구 (2)
[김정희의 문화톡톡] 드니 디드로와 풍석 서유구 (2)
  • 김정희(문화평론가)
  • 승인 2023.12.19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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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경제지>서문

시골에서 사는 데 필요한 일의 도리를 대략 채록하여 부로 나누고 표제어를 세운 다음 여러 책을 조사하여 채워 넣었다. 이 책에 임원(林園)으로 제목을 붙인 까닭은 벼슬하여 세상을 구제하는 방법이 아님을 밝히기 위해서다.

 

서유구의 <임원경제지>

<임원경제지>는 16 지 113권 54책 252만 자이고, 인용 문헌은 총 893종이나 된다.

임원(林園)은 도시가 아닌 전원, 시골이라는 뜻이다. 서유구는 자신이 임원에서 생활하면서 직접 시험해 보고 효과를 거둔 것을 그때마다 글로 지었고 이를 엮어 임원경제지를 완성해 나갔다. 1813년경부터 시작하여 1842년 완성하였으니 30년이라는 기간이 걸렸다.

임원경제지 서문에는 16 지에 대한 설명이 되어있다. 임원경제지를 임원십육지라고도 한다.

무릇 밭 갈고 베 짜고 작물을 재배하고 나무를 심는 기술과, 음식을 만들고 가축을 기르고 사냥하는 방법은, 시골에 사는 사람에게 필수다. 또 날씨의 변화를 예상하여 농사에 힘쓰고, 터를 살펴보아 살 만한 곳을 가려 집을 지으며, 기구를 구비하여 사용에 편리하도록 하는 일도 마땅히 있어야 할 것들이다.”

시골에 살면서 힘써 먹을 것을 해결하기 위한 지식이 11가지 주제로 편찬되어 있다.

본리지(곡식농사 13권), 전공지(옷감 만드는 법 5권), 관휴지(채소 농사 4권), 만학지(과실·나무 농사 5권), 정조지(음식 7권), 전어지(목축 · 사냥 ·고기잡이 4권), 위선지(천문·기상 4권), 상택지(풍수 2권), 섬용지(건축·도구 4권), 예규지(상업 5권), 예원지(화훼 5권)가 그것이다.

선비가 어찌 먹는 일에만 신경 쓸 수 있겠는가. 화초 가꾸는 법을 익히고, 글과 그림을 바르게 공부하는 것에서, 보양하는 방법에 이르기까지도 그만둘 수 없는 일들이다.

이와 관련하여서는 유예지(독서법·활쏘기·수학·서예·실내악 6권), 이운지(예술품 감상· 책의 소장등 8권), 보양지(건강 8권), 인제지(의학 28권), 향례지(의례 5권) 다섯 가지 주제의 책들로 이루어져 있다.

 

임원경제지   실학박물관 © 김정희
            임원경제지               실학박물관 © 김정희

 

<임원경제지><백과전서>

<임원경제지>는 서유구 한 사람의 손으로 직접 기록하여 만든 책인 반면 <백과전서>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당대의 사상가들 과학자, 문인들 150명이 20여 년에 걸쳐 저술한 책이다.

<임원경제지>는 서유구 살아생전에는 출간되지 못하였다. <백과전서>1권이 출간되자 금서가 되었는데 당시 법원의 판결문을 보면 국왕의 권위를 파괴하고 독립과 반항의 정신을 불어넣고 애매모호한 용어 아래 오류, 도덕의 타락, 반종교와 불신의 토대를 세우는 여러 주장들이 들어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판결문의 내용을 뒤집어 생각하면 백과전서의 지향점과 더불어 어째서 그 많은 저자들이 거의 원고료를 받지 않고 백과전서 작업에 참여하였는지 이유가 명확해진다.

<임원경제지>는 조선의 조선인 특히 임원에 사는 사대부를 위한 정보와 지식을 모은 백과사전이지만 <백과전서>지구상에 흩어져 있는 지식을 모아’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우리 다음에 올 후손들을 위해 전해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구상의 모든 지식에서 지구는 유럽을 중심으로 한 지구였을 것이고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은 물론 유럽 사람들을 의미했을 것이다. 결국 서유구와 디드로 모두 각자의 시대와 삶 속에서 요구되는 지식을 성실히 모았던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임원경제지>는 서유구 살아생전 출간되지 못했고, 한문으로 쓰여져 있어 내용을 알기 어려웠으나 번역 작업이 이루어지고 알려지게 되면서 그 지식들이 살아나고 있다.

장독대 덮개로 쓰이지 않을까 걱정했던 <임원경제지>의 지식들은 180년 만에 다시 살아나 우리 곁으로 왔다.

 

미래의 백과사전 <임원경제지>가 우리 앞에 나타나기까지

<임원경제지>의 번역작업은 <백과전서>가 그랬듯 혼자의 힘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했을 것이다. 각 분야의 뜻있는 학자들이 2003년부터 이십년째 번역에 매진하여 16 지중에서 14 지를 번역하였고, 2025년 완역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이십년이라는 기간 동안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들이 있었는지 가늠이 되지 않지만 우리 시대에 풍석 서유구들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해진다.

 

임원경제지
임원경제지

 

K컬쳐 콘텐츠의 보물창고 <임원경제지>

임원경제지의 번역작업을 통해 우리는 전통문화의 다양한 영역들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고, 우리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새로운 길들을 발견해 가고 있다.

<정조지>를 바탕으로 <조선 셰프 서유구 시리즈> 김치, 포, 술, 떡, 꽃 음식, 과자, 식초, 만두 이야기가 출간되었고, 전통음식 레시피 중에서 선택하여 직접 요리하고 소개하는 전통음식 경진 UCC 공모전도 열렸다. 전주 한옥마을에는 <조선 셰프 서유구> 임원경제지 쿠킹 클래스가 운영되고 있다. 서유구의 서재 자이열재라는 공간과 찻집 빙허각도 있다.

파주시에서는 ‘파주 장단 출신의 서유구 임원경제지의 실천과 공유방법 모색’을 내걸고 시민들을 대상으로 2023년 <임원경제지 학교>를 운영하였다. 첫 번째 프로그램 ‘서유구 학당’에 이어서 술과 전통 디저트, 장 만들기 등 요리 실습을 하는 ‘정조지 학교’, 명당답사 ‘상택지 학교’, 화훼식재 ‘예원지 학교’, 전통 건축 ‘섬용지 학교’ 등이 진행되었다.

앞으로 더욱 다양한 행사와 활동들을 통해 임원경제지를 알고, 알리는 일들이 확산되고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조선의 브리태니커], [조선의 셰프]처럼 비교의 대상이 있어 존재를 증명할 필요가 없이 그저 “임원경제지”, “풍석 서유구”로 알려지면 좋겠다.

 

 

글·김정희(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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