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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의 문화톡톡] 영화의 대중성과 매체성
[김소영의 문화톡톡] 영화의 대중성과 매체성
  • 김소영(문화평론가)
  • 승인 2024.02.13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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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감상과 비평, 그 사회적 함의

대중 예술과 대중 매체로서의 영화

1911년 이탈리아의 이론가 리치오토 카뉴도(Ricciotto Canudo)는 영화를 ‘제7의 예술’로 규정하였다. 또한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은 사진과 더불어 영화를 기술 복제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 작품이라고 말했다. 영화는 기술에 의해 복제됨으로써 이전의 예술과 다른 '대중 예술(The Popular Arts)'이라는 위상을 지니게 된 것이다. 이처럼 영화는 그 어떤 예술 장르보다 친숙하게 접할 수 있으므로, 작품에 내재된 주제나 메시지가 대단히 중요하다. 관객이 영화를 보면서 특정한 가치관과 사고방식 등을 무의식적으로 수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가 대중에게 이러한 영향력을 미친다는 것은, 영화가 바로 대중 예술임을 증명한다.

영화의 이러한 대중성은 최근 OTT의 등장으로 더욱 확산되고 있다. 이전에는 영화를 보기 위해 공적 공간인 영화관에 가야했지만, 이제는 언제든 본인이 원하는 시공간에서 영화를 관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영화가 대중에게 접근할 수 있는 경로가 다양해지고 확장되었음을 의미한다. 즉 영화관에서의 상영과 감상이라는 공간적, 시간적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워진 것이다. 그야말로 속도의 예술인 영화는 디지털 플랫폼에 의해 이전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대중에게 전파되고 있다.

한편, 영화는 대중 예술인 동시에 대중 매체이다. 매체의 측면에서 영화는 원래 텔레비전과 유사하게 관객이 일방적으로 그것을 수용하는 방식을 취하였다. 그러나 텔레비전과 달리 영화는 많은 시청각 정보를 전달하는 ‘핫 미디어(hot media)’이다. 마셜 매클루언(Marshall McLuhan)은 정보의 양, 선명의 정도, 수신자의 관여도에 따라 커뮤니케이션 미디어를 핫 미디어와 쿨 미디어(cool media)로 구분하였다. 영화는 정보량이 많고 관객의 참여가 제한적이므로 핫 미디어에 속한다. 텔레비전 드라마보다 영화가 더욱 섬세하고 다양한 정보로 구성되며, 어두운 공간 속에서 스크린을 바라보는 일방적 관람 태도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OTT 드라마의 경우, 영화에 버금하는 핫 미디어적인 매체적 특성을 보이기도 한다. 이와 같이 기술 발전에 따른 미디어 통합(media integration)이나 수용자와의 상호 작용이 활발해지면서, 그러한 이분법적인 구분은 점차 흐려지고 있다.

전통적인 텔레비전 드라마에 비해 영화에 나타나는 매체적 특성은 크게 두 가지이다. 먼저 영화는 상호 매체적이다. 이는 다른 매체의 양식을 자유롭게 활용하며 영화적 양식에 통합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상호매체성(intermediality)은 영화가 몽타주라는 기술적 방식을 사용할 수 있기에 가능하다. 예를 들어 문학의 텍스트를 영화의 시나리오로 가져오면서 상호텍스트성(intertexuality)을 통한 상호매체성을 보이게 된다. 이러한 대중성과 상호매체성으로 인해 영화는 대중에게 친숙한 동시에 다른 매체에 열려 있다. 이것이 영화가 오늘날까지 다양한 취향을 가진 대중에게 환호받는 이유 중 하나이다. 또한 대중이 선호하는 이야기를 다루며 여러 매체의 특성을 반영하는 것은,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탄생할 수 있는 근거이기도 하다.

 

영화 감상과 비평의 사회적 함의

OTT가 등장하기 이전의 영화는 공적인 공간인 영화관에서 상영되었다. 따라서 영화관은 단순히 영화를 상영하는 공간이 아니라, 영화를 관람하는 집단 관객의 태도와 연동된다. 그렇다면 영화가 태동한 시기의 관객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영화사 초기의 관객들은 대부분 대도시의 노동자였다. 산업화된 도시의 규율화된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지친 일상에 대한 보상으로 영화관에 갔던 것이다. 그들에게 영화 감상은 다시 일할 수 있는 원천이 되었으며, 노동을 한 후 동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문화적 행위였다. 그런데 영화관에서 집단적으로 영화를 감상한다는 것은 사회적 차원에서 다양하게 해석 가능하다. 지친 일상을 달래기 위함이건, 지인들과 특정 영화를 함께 감상하기 위해서건, 이는 모두 사회적 함의를 갖기 때문이다. 이처럼 문화와 예술을 향유한다는 것은 사회적 인간으로서 수행하는 중요한 행위임에 분명하다.

그렇다면 영화를 감상한 후 비평이라는 행위가 지니는 사회적 의미는 무엇인가? 벤야민은 순수 예술의 제의적 기능이 대중 예술의 전시적 기능으로 변모한 현상을 사회적 차원에서 재해석하였다. 예술이 전시적 기능을 가지게 되었다는 사실은, 대중이 그것을 접하는 방식이 확장되었다는 말과 같다. 기술 복제된 영화는 대중에게 시공간을 초월하여 전시됨으로써, 대중이 손쉽게 영화를 감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대중이 특정 예술을 진입 장벽 없이 집단적으로 향유하는 현상은 사회적 변화를 야기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이 소장한 모나리자의 경우를 보자. 전 세계 사람들이 그 작품이 지닌 아우라를 느끼기 위해 그곳을 직접 방문한다. 그러나 그 회화를 보고 난 이후, 전문적인 감상 혹은 비평을 하기란 쉽지 않다. 반면 한 편의 영화를 관람한 관객 중 다수는 각자의 감상과 비평을 기록한다.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블로그, 브런치, 인스타그램, 유튜브, 페이스북 등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에서 영화에 대한 대중의 비평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중이 영화를 전문가로서 비평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큰 함의를 지닌다. 예를 들어 별점 등과 같은 대중의 평가는 즉각적으로 반영되어, 그 영화의 흥행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나아가 대중의 이러한 평가는 그들의 취향이나 선호도와 직결되므로, 이후의 영화 제작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에 게재된 대중의 영화 비평은 사이버 텍스트의 특성상 시공간을 초월하여 공유된다. 일례로 일반인이 만든 영화 유튜브 채널의 경우, 전문적인 영화 평론가의 비평이 아닐지라도 관심이 있으면 해당 콘텐츠를 보게 된다. 또한 채널을 만든 유튜버나 다른 방문자와 댓글로 소통하면서, 각자가 관람한 영화에 대한 의견을 공유한다. 이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디지털 시대에 등장한 사회적 차원의 집단적 영화 감상의 양상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현실친화적 매체인 영화는 감상과 비평의 측면이 다변화되면서, 대중을 영화 비평의 세계로 초대하고 있다. "재즈와 좋은 영화는 베토벤과 세익스피어의 작품을 대체할 수 있다"라는 말이 있다. 좋은 영화를 관람하고 그것을 비평하는 행위는 문화를 진정으로 향유하는 호모 루덴스의 특권이다. 오늘 영화관으로 발걸음을 돌려, 동시대 뛰어난 작가주의 감독의 작품을 감상해 보는 건 어떨까.

 

 

글‧김소영
문화평론가. 한국외국어대학교 학술연구교수 겸 서울사이버대학교 객원교수. 수림문화재단 AVS(Artists View Science) 프로젝트 커뮤니케이터(2023-2024) 등, 주된 연구분야는 기술을 중심으로 급변하는 대중문화의 탈경계적 양상이다. 영화를 비롯한 문화콘텐츠와 문화이론을 강의해 왔으며, 한국영화학회 국제학술상임이사, 한국브레히트학회 공연이사, 글로벌문화콘텐츠학회 운영이사, 아시아문화콘텐츠연구소 이사 등을 역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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