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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켠 촛불] 21. 평범한 대학생
[바람이 켠 촛불] 21. 평범한 대학생
  • 지속가능 바람 기자
  • 승인 2016.12.17 2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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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다는 말이 싫을 나이가 있었다. 대통령을, UN 사무총장을, 유명 가수를 꿈꾸던 초등학교 때 그랬다. 더 최신형인 핸드폰을, 더 비싼 바람막이 잠바를, 더 괜찮은 필기구를 원하는 중학교 때도 그랬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뜨니 대학 입시를 치르고 있었다. 입시가 끝나고 나니 말할 수 없는 허무함이 남았다. 언젠가 다투었던 특별함을 사람들은 더 이상 추구하지 않았다. 평범한 대학생이 되었다.

 

늘 자신을 평범하다고 칭하는 대학생들에게 물었다. 이번 정치적 사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평소에 정치적 의견을 잘 드러내지 않는, 혹은 관심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주로 물었다. 평범한 대학생의 일상에 이번 사태가 끼친 영향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물었다.

 

은송.

"사람들이 불법 폭력으로 공권력에 난도질을 하고 있을 때 다른 사람들은 자기 일 충실히 수행하며 자기 개발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를 발전시키고 있는 게 누구인지, 망치고 있는 게 누구인지 깨닫길 바랍니다." 100년 전 이완용이 했던 말이다. 지금 이런 시국에 뭘 해야 하는지 뭘 할 수 있는지 조차 모르고 자신의 자리에서 '자기개발'을 하고 있는 나한테 자괴감이 들고 괴롭다.

 

현수.

외동이라서 그런지 자식을 많이 낳아야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대학생이 되고, 돈도 없고 시간도 없다 보니 연애도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이번 사태를 보고 나니까 오히려 지금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서 더 나은 사회를 물려줘야겠다고 다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미래의 내 자식들한테 미안하고 부끄럽습니다. 지금부터라도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야겠어요.

 

유현.

박근혜 탄핵의 사유를 보면 노무현은 탄핵 당할 사유도 아니었다.

 

정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뭐부터 고쳐야하고 어디까지 고쳐야할까. 공대생이니까 당연히 관심이 없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주변 과 친구들도 다 관심 없었으니까. 그런데 이번에 이대 최경희 총장이 인터뷰 하는데, “이공계라서 그런 건 잘 몰랐다.” 이런 대사를 하더라. ‘아 이게 말도 안 되는 생각 이었구나’ 라는 걸 깨달았다. 가장 먼저 고쳐야 할 건 나와 내 주변인 것 같다.

 

경하.

매번 집회 나가시는 분들 정말 대단한 거 같고 평화집회라서 좋다. 쉽게 변할 것 같지 않던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낸 것 같아서 대단하다. 분명 사회/정치 발전에 큰 한 걸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러 가지로 지금 많이 민감해진 상태라 너무 이상한 루머도 많이 도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정확한 근거나 출처가 밝혀지지 않아도 지금 분위기상 무조건 믿는 분들도 꽤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최근 손연재 사건 같은 경우는 본인이 크게 잘못한 것 없는 것 같은데 지나치게 많이 욕 먹은 것 같아서 안타깝다.

 

제하.

그저 참담하고 암담한 심정이고, 어서 비정상의 정상화가 이루어져 우리들이 일상생활로 돌아왔으면. 다시 서울의 봄이 찾아오길 바랄 뿐이다.


평범함을 바라는 것도 사치인 세상이다.

 

 

*이 기사는 지속가능 바람 대학생 기자단이 11월 27일부터 매일 연재하는 [바람이 켠 촛불] 기획기사입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저항 중인 촛불에 동참합니다.

 

라진주 / 바람저널리스트 (http://baram.news / baramyess@naver.com)

지속가능 바람 (baramyess)
지속 가능한 사회로 나아감에 미력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합니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젊은 사업가들, YeSS는 나눔과 배려의 세상을 조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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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 바람 기자 baramyes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