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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용의 프롬나드] “11월엔 사람들 눈빛이 깊어진다.”
[안치용의 프롬나드] “11월엔 사람들 눈빛이 깊어진다.”
  • 안치용 / 한국CSR연구소장
  • 승인 2017.11.04 2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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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엔 사람들 눈빛이 깊어진다.”는 대사가 있었다고 한다. 지난밤 술에 못 이겨 늘어진 아침, 11월의 내 눈빛은 흐리멍덩하다. 깊음 자체보다는 무르익은 가을의 깊이가 주는 모호한 각성이 설렘을 주는 시간이다. 시린 입김이 뿜어져 나오지 않으나 허전한 목을 거북이처럼 옷 속으로 밀어 넣으며 가볍게 으스스 몸을 떠는

 

어느새 11월. 흐리멍덩한 내 눈빛처럼 가을 하늘이 흐리다. 흐린 가을 하늘이 을씨년스러운 풍경과 잘 어울려 “가을 속으로 들어가 보리라” 결심하며 나의 개들의 호응 속에 주섬주섬 챙겨 입는다. 그러나 곧 흐림의 원인이 미세먼지로 밝혀지고, 가을 탐사 결심이 유야무야.

 

11월엔 나의 개들의 몸이 깊어진다. 여름을 나기 위해 바싹 깎아놓은 몸에서 털이 자라 어느새 풍성하게 몸을 덮었다. 걸리버와 달리 스콜의 털이 덜 자랐다. 추위가 본격적으로 몰려오기 전에 충분히 자라야 할 텐데. 추위는 네 일인데 걱정은 내 몫이다.

 

미세먼지를 뚫고 개들과 함께 잠시 가을 속으로 들어간다. 개들은 나를 끌고 이리저리 그들의 시공을 탐사하고, 흐린 가을 하늘 아래 흐리멍덩한 중년의 주말, “未覺池塘春草夢(미각지당춘초몽) 階前梧葉已秋聲(계전오엽이추성)”, 소싯적에 배운 한시를 중얼중얼, 세상의 모든 빛이 완전히 달라진 계절임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렇게 시작하여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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