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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생명, ‘독불장군식’ 암 판정에 보험금 지급 회피 의혹
한화생명, ‘독불장군식’ 암 판정에 보험금 지급 회피 의혹
  • 최주연 기자
  • 승인 2017.11.17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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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생명은 병리학계 내 통일되지 않은 자문내용을 근거로, 보험료 지급 액수를 결정해 가입자와 3년을 ‘법 씨름’ 하다가 결국 패소했다.
 
 
학계 내 공식화되지 않은 자문에 기대 소비자와 3년 소송, 결국 패소
…보험가입자 제출 진단서 무용지물?

한화생명 측 “종합적 결과 위해 자문도움”

 

생명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버티기’가 꾸준하다. 가장 많은 고객수를 자랑하는 삼성생명은 보험가입자의 진단서 외, 별도의 의료자문으로 보험금 지급 회피 의혹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고(삼성생명은 가장 많은 보험금 지급 거절과 늑장 건수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신마비 보험가입자에게 “직접 내방”을 지시하며 본인확인을 하겠다해 논란을 만들었다. 이번에는 한화생명이다. 한화생명은 병리학계 내 통일되지 않은 자문내용을 근거로, 보험료 지급 액수를 결정해 보험가입자와 3년을 ‘법 씨름’ 하다가 결국 패소했다.

 
한화생명이 두 명의 전문의가 내린 ‘명백한 악성 종양’ 진단을 외면, 보험사 및 일반 고객 모두가 이해하기 애매한 보험상품 약관 표현을 바탕으로 ‘경계성 종양’이라 판정해 실제 받아야 하는 보험금의 1/5을 지급, 보험가입자와 3년을 소송했고 결국 패소했음이 드러났다. 심지어 한화생명이 판단근거로 들었던 자문내용은 학계 내 공식화되지 않은 것이었다.
 
16일 주간한국 보도에 따르면, A씨는 2011년 초 대한생명보험(현 한화생명)의 종합보험에 가입하고 조금 후 그의 가족인 B씨가 대한생명보험의 다른 보험 상품을 A씨 앞으로 가입한다. 두 사람이 가입한 보험 상품은 공통적으로 ‘중대한 암’에 대한 특약이 있었고, 각각 2500만원, 약 3760만원 지급이 제시돼 있었다.
 
2013년 A씨는 임상전문의 C씨에 의해 직장 내 용종이 발견됐다는 진단을 받았고 용종 절제술을 받게 된다. 수술 후 C씨는 ‘신경내분비종양 1급’이라는 진단명의 보고서를 발행했다. 이 보고서에는 ‘점막층 및 점막하층 침윤’, ‘림프관 침윤 없음’, ‘종양크기 : 0.3㎝’, ‘절제부위의 종양침윤 없음’이 적시돼 있었다.
 
다음해 A씨는 병리과 전문의 D씨에게서 재검사를 받았고 ‘직장의 신경내분비 종양 1급’과 ‘한국질병분류번호 : C20, M8240/3’이 포함된 진단서를 발급받는다. 한국질병분류번호에서 C20은 직장암을 의미하며, ‘/3’은 악성종양으로 분류된다. (‘/0’은 양성, ‘/1’은 경계성, ‘/2’는 비침윤성·비침범성을 뜻한다.) 
 
소견서에서 D씨는 A씨가 침윤과 전이하는 특성을 가진 종양을 가진 경우로, ‘명백한 악성 종양’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기재했다.
 
A씨는 이 두 명의 전문의가 발행한 진단서를 한화생명에 제출했고 당연히 ‘중대한 암’에 대한 보험금, 2500만원과 3760만원을 지급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화생명은 ‘경계성 종양’에 대한 보험금인 600만원을 각각 지급한다. 대한병리학회의 자문만을 기준으로 ‘경계성 종양’이라고 판정, 보험금을 지급한 것이다. 
 
당시 학회는 “종양의 크기가 0.3㎝이며 절제된 조직 내에 국한돼 있고, 종양 주위 조직에 종양이 없기 때문에 완전 절제된 것으로 보인다. 고유근층(고유근유층) 침윤은 없는 것으로 판정이 가능하므로 경계성 종양(형태학적 분류코드 M8240/1)에 해당한다”라고 한화생명에 자문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의 진단 외면…법원 개입 전까지 “경계성 종양”
A씨는 한화생명의 주장에 납득할 수 없었고 한화생명도 대한병리학회 자문을 근거로 대립한다. 그리고 2014년 6월 소송이 시작된다.
 
A씨가 가입한 한화생명의 보험상품 약관에는 ‘중대한 암’에 대해, “악성종양세포가 존재하거나 주위 조직으로 약성종양세포의 침윤, 파괴적 증식으로 특징지을 수 있는 악성종양”이라고 정의하고 있었다. 당시 재판부는 대한병리학회가 자문한 표현 중에 ‘주위 조직’에 집중, 한화생명 약관에서의 ‘주위조직’이라는 표현이 구체적이지 않다고 봤다.
 
또한 이 약관에는 병리학적으로 제자리암과 경계성 종양 등의 유사암은 중대한 암으로 포함하지 않으며, 중대한 암의 확진은 해부병리 전문의 또는 임상병리 전문의 자격증을 가진 자로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이미 규정하고 있었다.
 
병리과 전문의 D씨는 A씨에 대한 진단서 내 ‘슬라이드 판독상 침윤이 실제 진행된 상태인지 여부’에 대해 “종양이 점막층과 점막하층에 분포돼 있으며, 점막하층에 종양이 더 많고, 점막층에서 발생한 종양이 점막하층으로 침윤해 더 많이 자랐다”며 “현재 상태에서는 (종양의) 크기가 작아 다른 부위로 전이했을 가능성이 적지만, 제거하지 않아 크기가 더 커지면 전이할 가능성이 있다”라는 소견을 기재, A씨의 종양이 침윤과 전이의 특성이 있는 악성종양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일반적 고객의 입장에서 점막층에서 점막하층으로의 침윤이 상당히 진행됐고, 향후에도 추가적 침윤이 발생할 수 있다면 중대한 암의 특징인 ‘주위 조직으로의 침윤 파괴적 증식’이라는 요건을 갖췄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라며 “A씨에게 진단서를 발급한 병리과 전문의의 병리학적 진단이 근거 없이 이뤄진 것이라고 단정할 사유도 없다”고 설명했다.
 
통상적으로 보험약관은 그 조항의 해석이 명백하지 않으면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한다. 그런데 한화생명 보험약관 상에는 이 ‘주위 조직’에 대해 보험사 및 일반 고객 모두가 객관적·획일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으로 설명돼있었다.
 
무엇보다 대한병리학회의 A씨에 대한 ‘경계성 종양’ 진단은 전문의마다 통일되지 않은 ‘제안’에 불과했다. 단지 대한병리학회가 지난 2008년부터 ‘1㎝ 미만의 전이가 없는 직장 유암종을 경계성 종양으로 분류하자는 제안’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대한병리학회의 해당 의견이 학계 내에서의 통일된 견해라고 하기도 어렵다”며 “A씨 등에 대한 보험계약 당시 한국표준질병사인 분류에 반영되지도 않았으며, 이를 기준으로 삼기도 적절하지 않다”라고 판결했다.
 
 
생명보험,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한화생명은 보험금 청구금액에서 나머지 금액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했다. 이 판결에 항소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한다.
 
17일 한화생명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경계성 종양에 대한 정의가 애매해서 판결까지 갔고 이 사건으로 인해 뒤집어졌다”며 “판례가 뒤집힌 이후 보험금이 지급되고 있다”고 답변했다.
 
해당 사건은, 지급되지 않았던 것이 새로운 관점과 해석이 추가되면서 어느 시점부터 지급되는 것으로 바뀐 것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다. (실제로 판례가 뒤집힌 상황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보험가입자의 제출 자료가 보험금 지급 여부 기준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반면 보험사의 자문기관(해당사건에서는 대한병리학회)에 의해 ‘깜깜이’식으로 가입자의 병이 진단돼 보험금이 판정된 것에 문제제기한 것이다.(이에 한화생명은 패소했다.)
 
본지는 한화생명 관계자가 주장하는 대로 (초점에서는 어긋난), 이전에는 이런 상황에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는 “그런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소 얼버무려 이 사안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또한 보험가입자와 소송이 걸리지 않았다면 대한병리학회의 자문을 토대로 한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았겠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했다.
 
한편, 한화생명은 올해 자살보험금 미지급으로 곤혹을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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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주연 기자
최주연 기자 dodu103@ilemon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