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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아이들에게 잔인한 나라
어린 아이들에게 잔인한 나라
  • 이명묵 어린이병원비국가보장추진연대 집행위원장
  • 승인 2018.02.14 1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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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국민서명운동을 시작하여 “병을 걱정하기보다 병원비를 걱정하는 민생고”를 종식시킬 것

 

▲ 유엔 아동권리협약(Convention on the Rights of the Child), 1989년 11월 유엔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돼 한국(1991년 가입)과 북한을 포함하여 세계 193개국이 비준했다.협약은 18세 미만 아동의 생명권, 의사표시권, 고문 및 형벌금지, 불법해외이송 및 성적학대금지 등 각종 「아동기본권」의 보장을 규정하고 있으며 협약가입국은 이를 위해 최대한의 입법 사법 행정적 조치를 취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살아가면서 일상으로 만나는 장면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중증질환으로 고통 받는 어린이를 위한 모금운동이다. (백혈병과 뇌종양 등을 포함한)소아암, 심장병과 희귀 난치성 환아를 위한 병원비 모금은 방송국과 사회단체 등 다양한 조직에서 실시되어 왔다.

중병으로 고통 받는 어린이를 돕자는 행사를 볼 때마다 몇 가지 의문이 든다.
모금에 연결되는 사례는 실제 환아의 몇 %나 될까? 또 연결되기까지 아이와 부모는 얼마나 오랜 시간 고통스러웠을까? 그리고 ... 연결된 아이 중 몇 %가 생명을 건졌을까? 그리고 또 ... 연결되지 못한 아이들은 어떻게 하나? 마지막 의문은 - “저 아이들의 병원비를 국가에서 부담할 수는 없을까?” 60~70년대처럼 우리가 가난한 나라도 아닌데 ... 세계 11위 경제 강국에서 어린 아이의 생명을 모금에 의존하는 것이 맞나? 하는 생각이.

난치병과 병원비 공포에 부모들이 민간보험회사에 납입하는 어린이보험료는 연간 4~5조원이나 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기초자료를 분석한 바, 그 돈의 약 10%인 5152억 원만 국가에서 부담하면 0~15세 780만 명 어린이의 입원치료비를 100% 보장할 수 있다. 한편으로 5152억 원은 국민건강보험 누적 흑자 17조원의 3%에 불과하다.

0세에서 중학생 이하 어린이 780만 명에게 필요한 입원비보장 5152억 원은 우리사회가 부담할 만한 능력이 있다고 본다. 일반재정 능력도 그렇고, 국민건강보험 재정 상황도 그렇다. 이런 사실에 관심 가진 사회복지사와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자녀 병원비 공포로 재벌 보험회사에 볼모잡힌 부모들을 병원비 불안에서 해방시키고, 이 땅에 태어난 어린이의 생명을 국가에서 책임지라는 ‘어린비병원비국가보장운동’을 작년 가을부터 준비하여 올 2월에 연대체가 출범하였다.

1989년 유엔이 채택한 국제아동권리협약의 핵심 권리는 생존권, 보호권, 발달권, 참여권이며 그 중에서도 어린이의 건강과 생명을 보장하는 생존권이 첫째다. 2016년은 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한지 25년이 되고 OECD에 가입한지 20년이 되는 해다. 우리 아이들의 인권보장에 대한 국가책임이 OECD (평균)수준만큼 인지 따져볼 때도 되었다.

얼마 전에 내가 근무하는 복지관에서 어느 가정에 매달 50만원의 후원금을 10개월 간 지원한 일이 있다. 일개 복지관에서 한 가정을 지원하기에는 결코 작은 금액이 아니었지만, 그 가정의 청소년이 장애를 갖고 태어나 지출한 치료비로 아버지의 퇴직금을 다 쓰고 집을 팔아야 했던 것에 비하면 결코 큰 지원이 못되었다. 그래도 이 집은 중산층이었기에 긴 세월 버틸 수 있었다. 중증 질환 아이의 병원비로 중하류층 가계가 파탄되는 일은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듣는다. 그래서 30년 전부터 복지단체와 방송국들이 딱한 사정을 외면하지 못해 모금방송을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많은 국민들은 외면하지 않고 모금에 정성을 보탰고, 내 자식에게도 닥칠 위험에 대비한다고 사보험을 들기 시작하여 이제 대한민국의 부모들에게 ‘어린이보험’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병든 아이를 외면하는 것은 정부뿐이다. 대학 진학만이 아니라 아이들의 건강과 생명도 부모의 재력에 비례하는 현실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누리과정(교육권) 예산을 두고 티격태격, 학교급식(건강권) 예산을 놓고 갑론을박하였다. 인권에 맞추어 예산을 짜는 나라가 있고, 예산에 맞추어 인권을 짜는 나라가 있다. 우리나라는 어떤 나라인가? 아이들의 생존권에 대해선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이 나라는 아이들에게 매우 잔인한 나라다. 25년 전 1991년에 국제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한 것은 유엔 가입을 위한 위장이었나? 저출산 시대에 아이 낳으라고 독려하지만 이미 태어난 아이의 생명도 지키지 않는 나라에서 출산장려가 웬 말인가?

국가는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위하여 존재한다. 질병으로 어린이가 고통 받고 가정이 불행해지지 않도록 국가가 나서야한다. 어린이의 생명을 모금에 의존하는 나라에는 ‘나라’가 없는 것이다. 부모들이 보험회사에 호갱 잡혀 출혈 지출하는 것을 두 눈 뜨고 보면서도 뒷짐 지고 있는 정부는 재벌의 정부인가 국민의 정부인가? 사회연대네트워크가 함께 하는 ‘어린이병원비국가보장추진연대’는 총선 뒤 100만 국민서명운동을 시작하여 “병을 걱정하기보다 병원비를 걱정하는 민생고”를 종식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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