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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그리스는 다시금 모범사례가 됐다
결국 그리스는 다시금 모범사례가 됐다
  • 세르주 알리미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발행인
  • 승인 2021.10.29 1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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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는 자국군에 이른 크리스마스 선물을 했다. 24대의 라팔 전투기와 3대의 ‘최신’ 프리깃함을 구입했고, F-35 전투기들과 시코르스키 헬리콥터들을 주문한 것이다. 소형 무인정찰기(드론), 어뢰, 미사일도 구입했다. 이 이른 크리스마스 선물에 기뻐하는 이들은 그리스 장교들만이 아니다. 다소(DASSAULT)를 비롯한 프랑스 군수기업들에도 기쁜 일이다. 이 기업들이 그리스에 무기를 납품하는 주요 회사들이기 때문이다.

5년 전,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으로 구성된 ‘트로이카’는 그리스를 압박했었다. 이 트로이카는 경제가 마비돼 보호국으로 실추된 그리스에 국제통화기금(IMF)조차 ‘지불 불가능’으로 인정한 부채를 상환하도록 강제했다. 독일의 지지를 등에 업은 트로이카는 사회보장 지출을 줄이도록 압박했다. 그 결과 공공요금 및 의료보험료가 급격하게 인상됐고, 정년퇴직 연령은 67세로 늦춰졌으며(14회에 걸친 연금 삭감), 실업수당과 최저임금이 인하됐고(25세 이하는 32% 인하), 초만원 상태인 병원은 예산 및 약품이 부족했다.

그러나, 군비 예산은 이런 재정감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것으로 보인다. 2015년 그리스 국내총생산(GDP)의 2.46%였던 군비가 작년에는 2.79%로 상승했다. 이는 유럽연합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전쟁을 준비하는 만큼, 평화유지를 위해 그리스는 노력해야 한다. 사실상 그리스는 지중해 동쪽에서 도발을 거듭하는 터키로부터 위협받고 있다고 여긴다. 터키가 키프로스 일부를 불법 점령한 지 거의 반 세기가 흘렀다. 그러나, 경쟁국인 두 국가가 동일한 군사동맹에 소속되는 것을 막지는 못한다. 독일이 터키의 주요 무기 거래국에 속하는 것 또한 막지 못한다. 

2015년 ‘아테네의 봄’이 유럽 은행들에 의해 짓밟혔을 때,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Le Figaro)>는 매우 냉혹한 반응을 보였다. ‘그리스는 과다출혈 상태에서 의사를 후려치고 싶은 환자겠지만, 그럼에도 즉석에서 깨끗이 빚을 갚아야 했다’라고 분석한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리스의 부채소멸을 위해 프랑스인 1인당 735유로씩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보수 일간지는 미리 분개했고, 대다수의 프랑스 언론이 그에 동조했다.(1) 

그 당시 그리스의 GDP 대비 부채비율은 177%로 밝혀졌다. 작년 12월 GDP 부채비율은 205%를 넘어섰다. 그러나 <르피가로>는 더 이상 유럽은행들에 대한 부채 상환을 걱정하지 않는다. 어째서일까? 그리스는 무기구입처를 <르피가로> 대주주인 다소 그룹으로 정하려고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다.(2)

그러나 독일에서 구입한 터키 잠수함이 프랑스에서 제작된 그리스 프리깃함을 침몰시키는 날에서야 이 이야기는 끝을 맺을 것이다. 그리스는 트로이카의 지불명령에 따라, 중국 배들을 위해 중국인들에게 팔아야만 했던 항구들을 어쩌면 다시 사오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프랑스와 독일이 각자의 ‘융통성’을 자랑하는 가운데,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이 거의 실현될지 누가 알겠는가? 

 

 

글·세르주 알리미 Serge Halimi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발행인. 미국 버클리대 정치학 박사 출신으로 파리 8대학 정치학과 교수를 지냈으며, 1992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에 합류한 뒤 2008년 이그나시오 라모네의 뒤를 이어 발행인 겸 편집인 자리에 올랐다. 신자유주의 문제, 특히 경제와 사회, 언론 등 다양한 분야에 신자유주의가 미치는 영향과 그 폐해를 집중 조명해 왔다.

번역·권정아
번역위원


(1) <Le Figaro>, 2015년 1월 8일. 프랑스 주요 TV 채널인  TF1과 France2는 그리스 총선에서 좌파가 승리한지 채 몇 시간이 지나기도 전, 같은 날 저녁에 이 주제를 다시금 방송했다.
(2) Serge Halimi, ‘Cet avion qui émerveille Le Figaro(한국어판 제목: 르피가로에서 라팔 전투기는 ‘신성불가침)’,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한국어판,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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