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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애의 시네마 크리티크] 영화 <홈리스>가 던지는 질문
[송영애의 시네마 크리티크] 영화 <홈리스>가 던지는 질문
  • 송영애(영화평론가)
  • 승인 2022.10.31 1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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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홈리스>(임승현, 2022)는 밝고 세련된 주방에서 시작한다. 젊은 부부와 아이의 단란한 모습이 보이는데, 그 모습은 오래가지 못한다. 이내 그들이 있던 곳이 아파트 모델하우스 내 주방이란 걸 알려 준다. 이 가족은 모델하우스 내 침실에서 잠시 더 쉬다가, 밤에는 찜질방으로 향한다.

 

<홈리스> 스틸 1

<홈리스>를 보다 보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게 된다. 특히 영화 후반부에는 만약 나라면 어떻게 할까?’라는 질문도 던지게 된다. 끝내 답을 찾을 수는 없던 그 질문들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다.

 

- 어쩌다 홈리스가 되었을까?

한결, 고운, 우림 가족은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접해온 것과 같은 길거리 대신 모델하우스와 찜질방을 전전하고 있는 홈리스 즉 노숙자다. 곧 이사 들어갈 집이 있었으나, 이사 가기 직전에 보증금 사기를 당한 걸 알게 됐다. 나중에 사기범은 잡히지만, 그들이 돌려받을 보증금은 이미 사라진 상태다. 그들에겐 이사 갈 집도, 다른 집을 구할 돈도 없다.

어린 부부에겐 도움을 청하며 잠시 머물 가족의 집도 없어 보인다. 한결은 아버지를 만나러 가지만, 만나지 못하고 돌아온다. 고운은 어린 시절 파양 당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우림이를 잘 키워내겠다 다짐한다.

가족이 없다면, 그들이 기댈 지원 제도도 없는 걸까? 청년이나 신혼부부를 위한 주거 지원 제도나 우림이 병원 치료를 위한 긴급 복지 제도 등은 이들과는 무관한 걸까? 아니면, 이들이 그런 제도를 모르는 걸까?

마치 세상에 이들만 던져진 것 같은 답답한 상황이 펼쳐진다. 그들은 어쩌다 홈리스가 되었을까? 과연 그들이 편안히 먹고, 씻고, 잘 수 있는 집은 없는 것일까? <홈리스>는 영화 내내 묵묵히 문제를 제기한다.

 

- 이 집에 계속 머물러도 되는 걸까?

드디어 그들에게 갈 곳이 생긴다. 한결은 배달 일을 하며 알게 된 할머니 예분의 집으로 고운과 우림을 데리고 간다. 예분이 미국에 사는 가족을 방문하러 가면서, 한결에게 잠시 집을 맡겼다는데, 이들에겐 더할 나위 없어 보인다. 오래되었지만 마당도 있고, 냉장고엔 음식도 있다.

 

<홈리스> 스틸 2

얼마 지나지 않아, 고운은 알게 된다. 한결이 절대 들어가지 말라고 했던 2층 방에 예분의 시신이 있다는걸. 배달 일을 마치고 돌아온 한결에게 고운은 자초지종을 묻는다. (다행히) 살인 사건까지는 아닌 것으로 보이자, 금방이라도 신고할 것 같던 고운이 오히려 침착해진다. 두 사람은 예분의 시신을 마당에 묻고, 제사상도 차린다. 예분의 집에 좀 더 살 작정인 듯하다.

이들이 예분의 집에 온 이후, 예분은 어디 갔을까? 설마 한결이 죽였을까? 등을 궁금해하던 관객이라면 한시름 놓게 되지만, 동시에 또 다른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사람을 죽이진 않았다고 하더라고, 시신을 유기하고, 그 집에 허락 없이 사는 게 괜찮아지는 건 아니다.

과연 이들은 이 집에 계속 머물러도 될까? 고운은 한결의 반대에도 예분의 가구를 치우고 집을 꾸민다. 이래도 되는 걸까? 그들에겐 갈 곳도 없고, 갈 곳을 찾을 능력도 없다는 걸 알기에, 그들을 마냥 비난할 수는 없다.

 

- 집에 대한 과잉 담론들, 그리고 희망

집과 관련해서는 집값 상승이나 하락, 갭 투자, 투기, 하우스 푸어, 재개발 등 경제적 차원의 담론이 넘쳐나는 요즘이다. 저출산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하고, 월급을 모아 집을 사기란 불가능하다고도 한다. 청년 빈곤, 독거노인 문제 등과 같은 사회 문제도 종종 함께 거론된다.

<홈리스>에서는 한결은 집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적은 보증금으로 아이를 키울만한 집을 찾기가 쉽지 않다. 어린 부부에겐 해결 능력이 없어 보인다. 그들을 도와주는 가족이나 제도도 없어 보인다. 집에 대한 과잉 담론이 담아내지 못하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홈리스>의 포스터에서 볼 수 있는 그런 집은 그들에게 그저 그림이나 사진 속 집인 걸까? 

 

<홈리스> 포스터

- 만약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결국 이 질문이 남는다. 만약 내가 한결과 고운의 처지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혹은 만약 내가 한결과 고운의 주변 사람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리고 과연 누가 그들을 비난할 수 있는지도 조용히 묻는다.

<홈리스>는 열린 결말을 선택해, 이들을 벌하지도 구원하지도 않는다. 영화 내내 꽉 찬 구도로 답답함을 주는 와중에도 햇볕이 가득한 밝은 화면을 통해 그들을 마냥 비참하게 보여주지는 않는다. 한 줄기 희망이 있길 바라는 것 같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 그 희망이 그저 희망으로 머물 것 같기 때문이다.  

 

이미지 출처: 그린나래미디어㈜

 

 

글·송영애
영화평론가. 서일대학교 영화방송공연예술학과 교수. 한국영화 역사와 문화, 교육 관련 연구를 지속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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