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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숙의 시네마 크리티크] <좋은 사람> ― 가해자/피해자의 경계와 성찰의 시선
[서곡숙의 시네마 크리티크] <좋은 사람> ― 가해자/피해자의 경계와 성찰의 시선
  • 서곡숙(영화평론가)
  • 승인 2023.01.02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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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해자/피해자의 혼돈과 <좋은 사람>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가해자/피해자의 문제를 통해 죄책감을 다룬 영화들이 많이 나타난다. <죄 많은 소녀>(김의석, 2017)에서 친구가 사라지고 가해자로 지목된 소녀는 주변 인물들의 질책으로 자살을 기도하지만, 사실상 죽은 친구와 마지막까지 함께 있으면서 공감을 보여준 상처 입은 영혼임이 드러난다. <살아남은 아이>(신동석, 2017)에서 부부는 아들이 목숨을 걸고 구한 친구를 데려와 보살피지만, 그 친구가 사실상 아들 왕따사건의 가해자임이 밝혀지면서 충격을 받는다. 피해자는 있으나 가해자를 규정할 수 없는 사건들, 모두들 죄책감을 가지지만 자신이 가해자가 되기를 거부하는 상황. 과연 누가 비극적 사건을 책임져야 하는가? 가해자를 들여다보면 고통, 죄책감에 상처받은 영혼이 있다. 누구에게 돌을 던져야 하는가? 그 돌을 던질 자격이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이 영화들은 피해자가 있으나 가해자가 명확하지 않은 사건들, 가해자/피해자가 전도되는 사건들을 통해서 혼돈의 상황을 제시한다.

<좋은 사람>(정욱, 2020)도 가해자/피해자의 혼돈을 통해 죄책감의 문제를 다룬 영화이다. 이 영화는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CGV아트하우스상, 한국영화감독조합상-메가박스상 2관왕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입증 받은 작품이다. 고등학교 교사 경석(김태훈)의 반에서 지갑 도난 사건이 발생하고 세익(이효제)이 범인으로 지목된다. 경석은 세익을 불러 어떤 말을 해도 믿을 테니 진실을 말하라고 하지만, 세익은 범인이 아니라며 억울해 한다. 한편, 경석은 그날 밤 학교에 데려왔던 딸 윤희가 사라져 교통사고를 당하는데, 다시 세익이 범인으로 지목되면서 충격을 받는다. 교사 경석은 학교 지갑 도난 사건과 딸 윤희 교통사고의 범인으로 지목된 학생 세익으로 인해서 딜레마에 빠진다.

 

2. 내면적 이중성과 의혹의 시선

<좋은 사람>의 전반부에서 인간적인 교사 경석은 죄책감, 번민에 휩싸이며 외면적 안정감과 내면적 불안정의 대비를 보여주며, 도난사건에 대한 커져가는 의혹을 임시방편으로 밀봉함으로써 진실/거짓의 불명확성을 강화시킨다. 경석은 공적으로는 도난사건에 대해서 이성적이고 친절한 태도로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지만, 사적으로는 과거 알콜 사건 언급과 현재 딸 윤희와의 불편한 관계 등 가정 문제를 드러낸다. 경석은 평온/번민, 안정/불안정, 자상/위선 등 외면적 평온함과 내면적인 번민이 대비되면서 이중성을 드러낸다. 경석은 자신에 대한 정보를 주지 않고 아이들과 어울리지 않는 아웃사이더 세익에 대한 믿음/불신으로 흔들리고, 자신을 가정의 해체 원인으로 지목하는 아내와 자신을 거부하는 딸과의 관계에서 불화와 원망으로 힘들어한다.

 

<좋은 사람>은 도난사건과 교통사고라는 두 가지 사건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경석의 학교에서 10만원이 든 지갑의 도난사건이 발생하고, CCTV와 학생 증언으로 학생 세익이 범인으로 지목된다. 경석은 자기반의 도난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CCTV에서 세익을 보지만 함구하고, 자백을 받고자 하지만 학생들의 침묵에 직면하고, 돈을 도난당한 학생에게 자신이 돈을 물어주고, 세익이 물건을 뒤지고 있었다는 증언에 침묵을 요구하고, 세익에게 범인으로 지목받은 일에 대해서 자백하라고 강요한다. 경석은 세익에게 이해하고 용서할 테니까 솔직하게 말하라고 하지만, 내면의 의심과 외면의 이해심을 대비시켜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은 사회적 가면쓰기를 보여준다. 경석은 세익에 대한 의혹이 커져가는 가운데, 피해자의 피해를 없애고 가해자 찾기를 망설이며 임시방편으로 사건을 은폐한다.

 

<좋은 사람>에서 갈등은 믿음의 딜레마, 은폐된 문제, 진실/거짓의 혼돈을 보여준다. 도난사건에서, 경석은 세익의 범행을 증언하는 학생에게 침묵하라며 비밀을 지키라고 하고, 세익에게도 믿는다며 비밀을 지키겠다고 말한다. 경석은 세익에게 ‘둘 다 믿고 싶어. 네가 쓰는 거 다 믿을 거야. 우리끼리 비밀 하나 생기는 거.’라고 말하며 진술서를 쓰게 한다. 학생들에 대한 경석의 믿음은 상반된 주장에 봉착하면서 딜레마에 빠진다. 경석은 세익을 범인으로 지목하는 학생과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는 세익 둘 다를 믿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진실을 외면한다. 교통사고에서, 경석은 알콜 중독으로 인한 가족 해체, 전처의 비난과 딸의 거부, 딸과의 갈등으로 인한 방치/사고로 고통스러워한다. 경석은 딸을 방치한 것에 대한 죄책감, 딸을 누군가가 밀쳤다는 증언, 세익에 대한 막연한 불안으로 힘들어한다.

 

<좋은 사람>의 전반부 스타일은 CCTV, 오버더숄더숏, 불안한 시선, 클로즈업을 통해 내면적 이중성, 불명확성의 혼돈, 의혹의 시선을 표현한다. CCTV 영상은 세익의 범행에 대한 의심과 교사 경석의 은폐를 보여준다. 경석이 아이들에게 자백을 호소하는 장면에서, ‘사람들은 잘못하고 살아. 그것을 인정하는 용기가 있으면. 지금 인정하면 용서해 주고 어떠한 불이익도 없을 거. 지금 이 기회를 놓치지 말자.’라고 말하는 경석의 호소와 아이들의 침묵이 대비를 이룬다. 이 장면에서 경석은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범인 자백을 유도하지만 세익에게 고정된 시선으로 의혹을 암시하며, 카메라는 엎드린 세익의 오버더숄더숏으로 경석이 실망해서 교실을 나가는 모습을 잡음으로써 세익에 대한 의혹을 드러낸다. 경석이 세익에게 진술서를 쓰도록 종용하는 장면에서, 경석이 ‘둘 다 믿고 싶어. 네가 쓰는 거 다 믿을 거야. 우리끼리 비밀 하나 생기는 거.’라고 말할 때 카메라는 세익의 불안한 눈빛을 클로즈업으로 담아냄으로써 세익에 대한 의혹을 암시한다. 세익의 진술서 마감 장면에서, 어둠 속에 혼자 앉아 있는 세익에 대한 클로즈업, 문을 쾅 닫고 나가버리는 세익, 빈 백지를 보고 허탈해하는 경석을 담아낸다. 트럭기사의 회상 장면에서, 트럭기사를 노려보는 세익의 섬뜩한 시선을 강조함으로서 세익에 대한 의심을 강화한다. 경찰 2명이 세익을 데려가는 장면에서, ‘노세익 학생을 찾는다’는 경찰의 말에 반 아이들이 모두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에 갇힌 세익을 보여준다.

 

3. 딜레마의 늪과 불신의 시선

<좋은 사람>의 중반부는 버림받은 아이의 비행/자립을 통해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며, 책임을 벗어나기 위한 가해자 찾기가 의문에 빠지면서, 딜레마의 늪과 불신의 시선을 드러낸다. 경석은 범인으로 지목된 세익을 조사하던 과정에서, 처음에는 세익에 대해 아무 정보가 없다는 점에서 의혹의 시선을 보내지만, 점차 세익이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사연, 알바를 통한 생활비 벌기, 성실성을 보증하는 고용주의 증언이 쌓이면서 다른 면모를 보게 된다. 경석은 처음에는 도난사건에 대해서 이성적이고 친절한 태도를 유지하지만, 나중에 교통사고로 자신의 딸이 인사불성이 될 정도로 위중한 사건이 벌어지고 아내가 아이를 방치한 것에 대해 책임을 추궁하자 점점 자제력을 잃게 된다. 경석은 세익에 대해서 믿어주겠다는 위선적 태도를 보이지만, 나중에 자신의 책임을 추궁하는 아내에게 세익을 끌고 가 추궁하는 비열한 면모를 보이게 된다. 경석은 자신의 책임과 죄책감에서 벗어나겠다는 합리화 과정에서 좋은 사람이기를 포기하고 대신 누군가를 가해자로 지목하고자 한다.

 

<좋은 사람>은 두 가지 의문을 제기한다. 첫째, 도난사건에서 세익이 범인인가? 경석은 알바 월급을 계속 모으는 세익의 통장을 보지만, 세익의 학교 서랍에서 광열의 지갑이 나오자, 모순된 증거에 혼돈에 빠진다. 경석은 세익이 스스로 전교생을 왕따시켜 ‘전교생’이라는 별명을 갖게 된 사실을 알게 되자, 세익이 모함을 받은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을 느끼게 된다. 둘째, 딸 윤희는 왜 도로에 뛰어들었는가? 영화는 세익이 자신을 도둑으로 모는 경석에 대한 복수심과 증오심 때문에 경석의 딸을 도로로 일부러 밀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트럭기사의 증언과 아파트 CCTV는 세익이 윤희를 데려간 정황은 보여주지만, 사건의 진실에 대해서는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혼란을 가중시킨다. 경석은 도난사건을 통해, 담임으로서 학생 관리의 맹점을 드러내는 공적 문제에 직면하고, 교통사고를 통해 가족의 해체에 따른 소외감과 관계 단절이라는 사적 갈등에 직면하게 된다.

 

<좋은 가족>의 중반부 스타일은 CCTV, 동선, 클로즈업을 통해 딜레마의 늪, 내면의 붕괴, 불신의 시선을 표현한다. 아파트 근처의 CCTV 영상을 보는 장면에서, 딸과 세익이 걸어가는 모습은 사건의 부분을 보여줌으로써 혼란을 가중시킨다. 경석이 생각에 잠긴 듯 학교를 천천히 걸어가는 장면에서, 좋은 교사와 좋은 부모의 역할이 충돌되는 가운데 경석이 세익을 가해자로 만들지 않으면 자신이 가해자가 된다는 점에서 딜레마에 빠진 상황을 표현한다. 경석이 소주를 병째 마시는 클로즈업 장면에서, 경석은 세익의 서랍에서 광열의 지갑이 나오게 되면서 세익을 믿고자 했던 헛된 노력에 대한 회한, 딸의 목숨을 위협하게 만든 책임감에 따른 죄책감으로 점점 내면이 붕괴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4. 사건의 진실과 죄책감의 시선

<좋은 사람>의 후반부는 좋은 사람이기를 포기하고 가해자를 응징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사건의 진실과 가해자 찾기로 자신의 죄책감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인물의 고통을 보여준다. 교통사고에서, 경석은 누군가를 가해자로 만듦으로써 자신이 가해자라는 죄책감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경석은 딸 윤희의 교통사고에 대해서 트럭기사, 세익, 트럭기사, 세익, 경석 등 계속해서 가해자(범인)을 찾아 나서며, 결국 자신에 대한 거부로 아이가 차도로 뛰어든 사실을 알게 되면서 자신이 숨겨진 가해자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다. 도난사건에서, 경석은 이전에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가해자를 없애는 미봉책으로 도난사건을 얼버무렸지만, 나중에는 좋은 사람이기를 포기하고 도난사건을 조작하고 세익에게 누명을 뒤집어씌운 학생을 응징함으로써 세익의 명예를 회복시켜 준다.

 

플롯은 도난사건과 교통사고에서 계속 반전을 보여준다. 도난사건에서, 성중 어머니의 고백으로 성중이 광열의 돈을 훔치고 동국이 세익의 서랍에 지갑을 넣어 왕따 세익을 골탕 먹이려고 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경석은 세익을 모함한 동국의 뺨을 때려 응징한 후 사직서를 제출하고, 세익은 학교로 다시 복귀한다. 교통사고에서, 세익의 고백으로 트럭기사가 목격자 세익 때문에 뺑소니를 포기한 사실, 세익이 윤희를 아버지 경석에게 데려다주려고 하자 거부하면서 도로로 뛰어든 사실이 밝혀진다. 경석은 결국 윤희의 교통사고와 중상이 자신과의 불화 때문임을 인식하고 책임을 느끼게 된다.

 

<좋은 남자>는 학교의 도난사건이 사실상 세익을 골려주기 위한 왕따사건이며, 딸의 교통사고가 사실상 아버지 경석에 대한 거부로 일어난 사건임을 드러낸다. 경석은 학생들과 친하고 다정하고 친절한 교사로 나오지만, 사실상 반 학생 세익이 가정에서 버림받고 큰댁에서 생활하는 사실, 생활비와 용돈을 벌기 위해서 알바를 하는 사실, ‘전교생’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왕따가 된 사실에 대해서 몰랐다는 것이 밝혀진다. 그래서 경석은 세익이 범인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것에 대해서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사실, 자신도 세익을 범인이라고 단정하고 추궁한 사실, 자신이 좋은 사람으로 남기 위해서 사건을 덮고 있거나 모른 척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게 되면서, 세익에게 범인 누명을 쓴 학생을 응징하고 세익의 명예를 회복시켜 준다. 영화 내내 계속 의문을 남았던 것이 아이가 갑자기 차도로 뛰어든 이유이다. 세익이 밀었다는 트럭기사의 증언, 갑자기 자기 손을 놓고 뛰어들었다는 세익의 증언, 트럭기사가 세익이 미는 것을 볼 수 없다는 사건 증거, 아이가 아버지(경석)에 대한 거부로 차도로 뛰어들었다는 세익의 고백으로 마침내 의문이 풀리게 된다.

 

<좋은 사람>의 후반부 스타일은 클로즈업, 시선, 교차편집, 미장센을 통해 가해자/피해자의 전도, 사건의 진실, 죄책감의 시선을 표현한다. 세익이 교통사고를 회상하는 장면에서, 뺑소니를 치려는 트럭기사를 바라보는 세익의 시선, 아이와 세익을 번갈아 보는 트럭기사의 시선을 통해 세익이 범인이 아니라 목격자라는 사실을 드러내면서 사건의 반전을 보여준다. 세익이 윤희가 경석의 차에서 나오는 것을 보았다고 고백하는 장면에서, 세익은 ‘상담실에서 봤어요. 애가 차에서 나오는 거요. 길에서 마주칠 줄 몰랐어요. 그런데 선생님한테 못 가겠더라구요. 다 제 잘못이예요.’라고 말하면서 경석에게 딸을 데려다주지 않은 죄책감을 견디지 못하고 벽돌로 자신의 머리를 자해한다. 이후 경석의 자동차 뒷자리에서 피를 흘리며 경석을 바라보는 세익의 시선은 죄책감을 표현한다. 세익이 경석에 대한 거부감으로 아이가 도로로 뛰어들었다고 고백하는 장면에서, 고백하는 세익의 클로즈업, 망연자실한 채 병원을 나오는 경석을 따라가는 카메라로 인물의 고뇌와 상처를 표현한다. 세익이 학교로 들어오는 장면과 경석이 학교를 나가는 장면을 교차편집으로 보여줌으로써, 가해자의 누명을 쓴 억울한 희생자 세익과 숨겨진 가해자로 스스로를 인식한 경식의 상반된 모습을 대비시킨다. 세익이 교실로 복귀해서 빈자리에 앉는 장면에서, 아이들의 즐겁고 유쾌한 움직임과 세익의 정지된 동작을 대비시킴으로써, 세익이 화면의 중심에 있지만 앞으로도 계속 왕따로 소외된 인생을 살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암시한다.

 

5. 가해자/피해자의 전도와 성찰의 시선

<좋은 사람>은 말과 진실/거짓 문제, 차별적인 진술, 가해/피해적 요소를 보여주며, 타인을 가해자로 규정함으로써 자신에 대한 면죄부, 합리화를 보여준다. 대부분의 인물들이 한 말은 진실이 아니라 거짓으로 밝혀진다. 인물들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거나 타인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서 계속 거짓말을 생성하기 때문에 신뢰/불신 사이에서 진자의 추처럼 진동한다. 그래서 그러한 인물들에 대해서 무작정 비난한다기보다는 누구나 그런 처지가 되면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이해하게 된다. 모든 인물들은 영화 <라쇼몽>(구로사와 아키라, 1950)처럼 제각기 다른 말을 하면서 진실은 점점 오리무중에 빠진다. 인물들은 모두 자신만의 사정이 있으며, 가해적 요소와 피해적 요소를 함께 보여준다. 대부분의 인물들은 누군가를 범인이나 가해자로 명확하게 규정함으로써 자신의 가해자에서 빠져나오고 싶은 합리화를 보여준다.

 

<좋은 사람>은 공적/사적 사건의 교차, 사건에서 갈등으로의 변화, 가해자 찾기와 책임 부정의 과정을 보여준다. 플롯은 공적인 학교 도난사건과 사적인 딸 교통사고라는 두 가지 사건이 교차로 진행되며,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경석과 용의자로 지목된 세익이 두 사건을 중심으로 계속 연결된다. 가해자를 찾는 과정은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는 과정이다. 교통사고의 가해자는 형섭(트럭기사), 세익, 경석, 형섭, 세익, 경석의 순서로 변화하며, 도난사고의 가해자는 세익, 성중, 동국, 경석의 순서로 변화한다. 인물들은 계속 가해자를 쫓지만 가해자는 다람쥐 체바퀴 돌 듯이 계속 변화하면서 제자리걸음을 함으로써 가해자를 명확하게 지정할 수 없게 만든다. 결국 마지막에 경석은 모두 책임을 부정하는 가운데, 도난사건과 교통사고 모두 자신이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좋은 사람>에서 사건은 바로 갈등 문제이다. 결국 학교 도난사건은 왕따사건으로 밝혀지고 딸 교통사고는 가정불화사건으로 밝혀지면서 사건은 실상 갈등 문제였음이 드러난다. 전반부에 두 가지 의문이 제기된다. 첫째, 누가 돈을 훔쳤는가? 둘째, 딸은 왜 갑자기 차도로 뛰어들었는가? 경석은 처음에는 두 가지에 대해서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가해자/범인을 쫓지만, 마지막에는 두 사건 모두 자신에게 책임이 있음을 깨닫는 과정을 보여준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경석은 피해자가 있지만 가해자가 없기를 바라며 의혹이나 불신을 남겨놓고 미봉책으로 진실을 외면한다. 결국 경석은 좋은 사람이기를 포기하고 죄를 벌하고 스스로 책임을 진다는 점에서 자기성찰을 보여준다.

<좋은 사람>의 스타일은 진실의 조합/왜곡, 대사/시선의 이중성을 보여준다. CCTV, 블랙박스 등은 겉으로 드러난 사실과 속으로 감춰진 진실이 다를 수 있으며, 부분적인 사실 제공으로 사건의 진실을 왜곡하기도 한다. 대사/시선은 좋은 사람/ 나쁜 사랑, 선악의 이중성을 드러낸다. 인물들은 대사로 정의, 용서, 관용을 말하지만, 시선으로 의혹, 불신, 원망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인물의 이중성, 선악의 모순이 드러난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글·서곡숙
영화평론가, 영화학박사. 현재 청주대학교 연극영화학부 교수로 있으면서,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사무총장, 한국영화교육학회 부회장, 계간지 『크리티크 M』 편집위원장, 전주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대종상 심사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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