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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연호의 문화톡톡] 한국대안영상예술 4: 안전한 신체의 확장과 시네-미디어 큐레이팅 포럼
[김장연호의 문화톡톡] 한국대안영상예술 4: 안전한 신체의 확장과 시네-미디어 큐레이팅 포럼
  • 김장연호(문화평론가)
  • 승인 2023.07.17 0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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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적 영상문화기획(시네-미디어 큐레이팅)이란 무엇인가?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네마프)은 2000년에 시작하여 매년 8월 홍대 앞에서 개최되는 예술가의 영화, 다원예술 영화제, 미디어아트 영화제를 지향하는 축제다. 한국 뿐 아니라 해외의 다양한 디지털 영상예술의 작품들이 소개되는 이 축제는  매년 대안영상예술 작품을 소개하는 플랫폼으로서의 기능을 갖고 있다. 올해는 '안전한 신체의 확장'이라는 주제를 관통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선보일 예정이다.

이 주제는 제4차 산업혁명의 인공지능, 메타버스,  AR/VR/MR, 로봇, 드론 등 디지털 기술이 가져다주는 인간의 확장과 동시대 2022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발발의 간극에 관해 논의하며 확정된 것이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쓰인 드론과 첨단무기는 인간의 신체의 확장과 연결되지만, 과학기술 문명이 가져다 줄 거라는 풍요와 편안함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그렇기에  ‘안전한, 신체의 확장’에서 확장이 아닌 ‘안전한’에 대한 다각도의 모색이 필요하다. 기술 발달로 많은 이들이 신체의 확장에 대한 기대와 환희에 찬 전망을 내놓지만, 그와 반대되는 방향으로도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과연 '우리는 안전한가’에 대한 물음은 직시해야만 하는 현실 감각과 관행들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신체 내용과 형식도 다양하게 변주되고, 의미화되는 과정에서 우리는 어떻게 안전한 신체 영역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 네마프2023는 그 ‘사건들’에 집중하여, 비가시화된 신체의 안전함도 살펴보고자 한다. 

올해는 시네-미디어 큐레이팅 포럼 프로그램이 새롭게 선보인다. 시네-미디어 큐레이팅 포럼은 올해의 주제인 '안전한 신체의 확장'이라는 주제를 각 기획자들이 비판적 영상문화 기획으로 풀어보고 스크리닝 프로그램과 함께 자신의 기획을 발표하는 프로그램이다. 비판적 영상문화기획은 상영/전시라는 공간 안무를 통해 입체적으로 작품을 통해 관객과 소통하고, 자신의 연구를 관객에게 선보이는 매개예술이자 창작 활동으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비판적 영상문화기획은 영상작품, 글, 시청각 자료, 다양한 재료 등을 통해 여러가지 사회문화 상황을 분석하고, 텍스트를 들여다 보는 행위라 할 수 있다. 작품창작이 주인공/사물을 창작자의 시선으로 영상으로 담아내는 과정이라면, 연구/비평은 연구자가 연구대상을 연구/분석/조사하여 독자에게 작품을 매개하는 활동이다. 영상문화 기획은 이 두 영역의 '사이'에서, 작품창작과 연구/비평과 다르게 작품창작물과 연구/비평을 매개하는 '수행적 메타 비평'의 특징을 지닌다. 

고 강태완 교수는 라스웰의 SMCRE(Sender, Massage, Channel, Receiver, Effect) 도식을 활용하여 예술적 의사소통 모델을 제시하였다(강태완, 2004). 송신자의 위치에 예술가를 위치시키고 메시지의 단계에 창작과정을 놓음으로써 수용자에게 예술가의 작품이 전달되는 모델을 제안한 것이다. 이 의사소통모델은 예술기획(큐레이팅)이 수행적 메타 비평으로서 수용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으로도 적용될 수 있다. 비판적 영상문화 기획자-기획과정-예술기획(상영/전시, 퍼포먼스)-지각과정-수용자 단계를 거치며 발화자인 기획자의 메시지가 수용자인 관객에게 효과를 낳으며 전달되는 모델을 설명할 수 있다.

특히 기획과정에는 어떤 장소에서 보여줄 것인가? 작품을 보여줄 매체는 어떤 것인가?, 현장에서 오브제, 신체, 음향, 사건(이벤트) 등은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하는 것까지 여러가지 재료를 이용하여 물질적 형태를 구현하는 구상까지 포함된다. 즉 이러한 요소는 비판적 영상문화기획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예술적 정보의 담지체로 기능한다. 기획자가 선택한 작품과 예술적 정보의 담지체를 통해 기획자(발화자)가 관객(수용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타적 메시지가 전달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비판적 영상문화 기획들은 2차 창작물에 가깝기에 그 어느 하나 똑같은 결과물이 없다.  비판적 영상문화 기획은 한 창작물이 갖고 있는 다양한 요소 중 한 개별적 현상을 도출하여 다른 작품, 사물, 사건과 매개 또는 충돌하게 하여 새로운 컨텍스트를 생성한다. 그리고 이 컨텍스트의 순환적이고 상호적 연결고리를 통해 발화자와 수용자 사이의 물질과 비물질과 끊임없이 역학관계를 발생시키며 새로운 문화를 생성한다.

 

라스웰의 SMCRE 도식을 예술적 의사소통 모델로 확장(강태완, 2004)
라스웰의 SMCRE 도식을 예술적 의사소통 모델로 확장(강태완, 2004)
라스웰의 SMCRE 도식을 활용한 수행적 메타비평의 의사소통 모델(김연호)
라스웰의 SMCRE 도식을 활용한 수행적 메타비평의 의사소통 모델(김연호)

비판적 영상문화 기획은 상영/전시라는 매개 행위를 통해 자신의 관점을 관객과 소통하기에 지금-여기의 주변 환경과 현장에 깊이 관여될 수밖에 없다. 비판적 영상문화 기획자가 제시하는 관점은 관객에게 작품이나 사물을 보는 또 다른 필터를 제공한다. 비평의 궁극적인 목적이 개별적인 현상을 논의함으로써 이 현상이 '보편적이다'라고 얘기할 수 있도록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라면, 이를 위해 객관성 또는 언어화로 도출해내기 위해 사회적으로 호출하는 것일 것이다. 비판적 영상문화기획은 이를 관객에게 입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으로 아래 그림과 같은 5가지 요소를 통해 표면화한다. 그렇다면 객관성은 어떻게 확보가능한가?

비평적 영상문화기획(큐레이팅 연구)의 5가지 요소
비판적 영상문화기획(시네-미디어 큐레이팅 연구)의 5가지 요소

비판적 영상문화기획에서 한 개별적 현상을 보편화의 단계로 밟아가는 행위에서 설득적 행위를 제공해줄 수 있는 변수는 고전 수사학에서 발견할 수 있다. 

1)성격, 특성(character),
2)전문성(intelligence),
3)선함, 도덕성(goodwill),
4)권력(charisma,power)

이 그것이다. 비판적 영상문화 기획 역시 수용자를 설득하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비판적 영상문화의 텍스트는 '사실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텍스트의 안에는 비판적 영상문화 기획자의 가치가 내포된 신념, 태도, 가치가 포함된다. 어떤 비판적 영상문화 기획의 경우 기획을 통해 수용자인 관객을 설득하여 정치적 수행성으로 나아가게 만들기도 한다. 즉, 작품의 선택, 배열, 텍스트, 장소성, 공간안무 등 기획을 위해 필요한 모든 재료는 기획자의 '의미생산'과 연결되는데, 비판적 영상문화기획에 필요한 5가지 기본요소는 작품(사례)-비평(텍스트)-장소(공간안무)-기술(매체)-관객(청자)로 논의할 수 있다.   

시네-미디어 큐레이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작품(사례)을 장소에 어떻게 조직화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이를 위해 살펴볼 수 있는 글이 <수사학과 양식>이다. 이 글은 수사학의 5가지 규범이라고 알려진 내용이 최초로 기술된 책으로 이 책은 수사학의 5가지 규범으로 발상, 배열, 표현, 발표, 기억을 제시하고 있다. 비판적 영상문화 기획 역시 이 5가지 규범을 중심으로 조직화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규범        정의
발상        주제와 그것을 지지하는 자료의 결정
배열        연설의 구조
표현        청중에게 바람직한 효과를 거두기 위한 언어의 사용
발표        언어적, 비언어적 측면을 포함한 연설의 실연
기억        연설에서 무엇을 말할 것인가를 기억

특히 배열은 선택한 작품을 어떻게 조직화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 좋은 밑바탕을 제공해준다. 하나의 주제에 맞춰 단편, 중편, 장편의 작품, 싱글채널, 투채널, 쓰리채널, 다채널, 퍼포먼스 등의 작품을 시간과 장소에 어떻게 배열하느냐에 따라 발화자인 기획자와 관객인 수용자의 역학관계가 극명하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획에 따라 닫힌 구조와 열린 구조가 있을 수 있는데, 관객의 동선을 명확하게 제시하는 경우를 닫힌 구조라 할 수 있다면, 장소 안에서 특별한 동선 지시 없이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게 제시하는 경우를 열린 구조라 할 수 있다. <수사학과 양식>에서 제시한 배열은 청자를 설득하는 연설의 구조를 일컫는 것이지만, 비판적 영상문화 기획 역시 기획자의 관점을 관객에게 제시하고 관객을 설득하는 목적을 지닌다는 점에서 적용 가능하다. 이 유형은 연대기적 유형, 서사적 유형, 주제 배열, 문제제기 유형, 인과적 관계 유형, 클라이막스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몇 유형을 살펴보면, 연대기적 유형은 주어진 사건의 추이를 따라가는 구성으로 시간 축을 재현된 시간 축과 텍스트 축이 같은 것을 의미한다. 상영/전시 사례에서 회고전의 경우 많이 활용되고 있는 유형이다. 서사적 유형은 이야기에 초점을 두어 이야기 재현에 중심을 두는 배열로 실제 시간 축 배열보다는 서사를 중심으로 배열되는 특징을 보인다. 단편들을 한 스크리닝 프로그램으로 배열할 때 작품에 제시된 서사들이 서로 연결될 수 있게 배치하는 방법으로 활용될 수 있다. 

제23회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네마프)의 시네-미디어 큐레이팅 포럼에서는 '안전한 신체의 확장'이라는 메시지를 다양한 기획자의 발표로 관객과 소통하는 시간을 마련하였다. 우리는 이미 절반의 시간을 영화(Cinema) 또는 동영상(Moving Image)과 보내고 있다. 스펙터클 이미지가 쌓아 올린 환영의 영상문화 안에서 비판적 영상문화 기획이라는 문화활동이 작지만 틈을 만들 수 있기를, 탈주하는 방법이 있음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제23회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네마프2023)

주제 안전한 신체의 확장

날짜 2023년 8월 10일(목)~22일(일) 총 13일

장소 KT&G 상상마당 시네마, 상상마당 갤러리 상상마당 라이브홀 외 다수

주최 사)대안영상문화발전소 아이공, 한국대안영상예술협회

주관 제23회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 집행위원회

 

글·김장연호

문화연구학 박사. 한예종 객원교수. 시네-미디어 큐레이터,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 집행위원장, 한국영화평론가협회 대외협력이사, 한국영화학회 대외협력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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