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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업계 가로막는 '건전성 트라우마'
카드업계 가로막는 '건전성 트라우마'
  • 정초원 기자
  • 승인 2019.04.10 1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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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리지 비율완화' 가계부채 부실화 등 우려 커
업계는 '부글부글'…노조협의회 "총파업 논의"
카드사 노동조합협의회가 지난 8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총파업 결의대회에 참석한 모습. 사진/뉴스1
카드사 노동조합협의회가 지난 8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총파업 결의대회에 참석한 모습. 사진/뉴스1

전날 금융당국이 발표한 카드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은 '절반의 당근'으로 평가받는다. '가맹 수수료 인하로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카드업계의 볼멘소리를 잠재우기 위한 노력의 흔적은 보이나, 업계에서 가장 원하던 핵심 대책은 이번 개선안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이번 방안을 둘러싸고 정부와 업계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는 만큼, 양측의 갈등의 불씨가 상존한 상황이다.  

10일 카드사 노동조합협의회에 따르면 국내 6개 카드사 노조 측은 이날 오전 금융위원회 실무자와 만나 전날 금융당국이 발표한 카드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그렇지만 당국이 내놓은 방안에서 큰 진전 없이 마무리 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가 발표한 카드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의 골자는 각종 신사업 진출 규제를 허물고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데 있었다. 사업자(B2B) 대상 렌탈업의 물건 범위 제한을 풀고, 빅데이터를 이용해 마이데이터 산업(개인신용관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정을 수정할 계획이다. 또 카드사 비용절감을 위해 대형가맹점과 법인회원에 대한 지나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지 않도록 하고, 카드상품 수익성 심사를 더 꼼꼼히 해 과도한 부가서비스를 자제시키기로 했다. 

카드업계에서는 금융위가 나름대로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는 평가도 있지만, 사실상 반쪽자리 수익 보전책이라는 불만이 더 강하다. 가장 큰 불만은 레버리지 비율 완화를 허용치 않았다는 데 있다. 그간 카드업계는 레버리지 규제 완화를 금융당국에 요구해왔다. 더이상 '가맹점 수수료'로 큰 수익을 낼 수 없는 상황이라면, 차라리 '대출 장사'를 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 길을 터달라는 뜻이다. 

이를 위해 카드업계가 제시한 것이 바로 '레버리지 비율', 즉 '자기자본 대비 총자산 한도'의 확대다. 여신전문금융업 감독 규정에 따르면 카드사는 자기자본에서 총자산이 차지하는 한도를 6배까지로 유지해야 한다. 총자산을 자기자본의 10배까지 늘릴 수 있는 다른 여신전문금융회사와 달리, 카드사는 이 배수가 6배 범위까지만 허용된다는 이야기다. 이에 카드사는 사업의 폭을 넓히는 차원에서 레버리지 비율을 여전사 수준으로 끌어 올려달라는 주장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지난해 테스크포스(TF) 구성 이후 카드업계의 요청을 고려해 레버리지 비율 완화를 검토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일부만 완화하는 선에서 끝냈다. 빅데이터 신사업 자산과 중금리대출 자산은 레버리지에서 제외해주기로 했지만, 그 외의 자산은 원칙적으로 현행 수준을 유지하기로 한 것.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카드사의 과당경쟁과 가계부채 증가다. 애초 정부가 신용카드사를 옥죈 것도 국민 가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업종이라는 이유가 컸다. 

카드업계를 비롯해 국내 2금융권이 겪어온 '건전성 트라우마'도 금융당국이 규제의 울타리를 쉽게 풀지 못하는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2년 카드사태와 2011년 이후 잇따른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에 대한 이야기다. 특히 수백만명의 신용불량자를 양산했던 카드사태는 금융권에 적잖은 충격파를 던졌다. 

같은 맥락에서 레버리지 규제를 완화하면 카드사가 카드론과 같은 대출상품을 늘릴테고, 이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와 대출부실화  위험이 커질 가능성이 작지 않다. 이미 정부는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 금융권 대출을 억제하고 있는 중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레버리지 규제는 과도한 차입을 통한 무리한 외형확대 경쟁을 제한하고, 시장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 2012년 도입된 것"이라며 "지급 결제 인프라를 제공하는 금융회사의 건전성 확보 장치가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레버리지 규제 비율은 현행 6배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카드업계에서는 실망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하다. 한 중소형 카드사 관계자는 "레버리지 규제 완화가 위험을 동반한다는 당국 입장도 이해를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업계에서는 성장 동력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신사업 진출을 위한 대책들도 현 시점에서는 크게 와닿지 않는다. 새로운 사업으로 수익을 낼 때까지 어떻게 버티나"라고 토로했다.  

카드사 노조들도 총파업 가능성까지 거론하는 상황이라 당국과의 대립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카드사 노조들은 금융당국이 카드업계의 수익성을 보전하기 위한 해결책을 적극적으로 제시하지 않으면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결의한 바 있다. 노조협의회 관계자는 "당시 면담에 참여했던 노조 지부장들이 오늘 오후부터 회의에 들어갔다"며 "조만간 총파업 실행 여부를 결론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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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초원 기자
정초원 기자 chowon616@ilemonde.com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