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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불만에 귀 닫은 LG전자…정수기, 검은 이물질 정체는?
소비자 불만에 귀 닫은 LG전자…정수기, 검은 이물질 정체는?
  • 최주연 기자
  • 승인 2016.08.22 17:03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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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언론매체가 입수해 밝힌 (LG전자 외부유출이 금지됐던) 검사 성적서에서는 ‘정수기에서 채취한 물에서 검출된 검은색 솜조각처럼 보이던 이물질은 동일한 두께, 긴 형태의 미생물로 확인됐다’는 내용이 진술돼 있었다. 아래 사진은 하얀 컵 속 문제의 물 속 미생물.(사진=조선비즈)
 
 
LG정수기 검은 이물질은 ‘미생물’로 확인…곰팡이 균사체 추정

LG전자 측 접촉 안 돼…사실 확인 비롯 기사화 어려워
 
거듭된 책임 회피와 시간 지체…‘고객 감동 실현’에 의지는 있나

올 상반기는 가전제품으로 인한 심각한 소비자 피해로 전국을 불안감에 떨게 했다. 동시에 살균제‧탈취제 등 우리 생활에 밀접한 생활화학제품에 대한 공포도 상당했는데, 가습기에 첨가하는 살균제 PHMG/CMIT/MIT로 인한 사상자 발생이 대표적이다. 게다가 에어컨과 공기청정기 필터에 첨가되는 항균제 OIT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한 움직임으로 전국이 떠들썩했으며, 최근에는 국내 대표 정수기 기업의 제품에서 니켈이 검출돼 그 파장이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안타깝게도 문제를 일으킨 제품들은 국내를 넘어 세계적으로 위상을 떨치고 있는, 국민적 신뢰가 두터운 기업들이었다. 가습기 살균제는 SK케미칼이 생산했고 삼성‧LG의 에어컨 필터에서 유독물질이 검출됐으며, 피부염을 유발하는 ‘니켈물’을 만든 주체는 깐깐함을 기업 이미지로 표방했던 코웨이 정수기였다.

이토록 인체에 유해한 가전제품은 곳곳에 산재돼 있으며, 최근에는 LG전자 정수기에서 곰팡이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발견돼 또 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의 이물질은 LG전자 ‘외부유출 금지 문서’에서 ‘검은색 솜 조각의 이물질이 미생물로 확인됐다’고 명확하게 쓰여 있었다.
 
 
정수기 속 곰팡이 추정 미생물 확인…LG측과 거듭된 접촉 실패

한 언론사가 밝힌 LG전자 내부 문건에 따르면, 지난달 LG전자 정수기에서 발견된 검은색 이물질은 ‘미생물’로 확인됐다.

지난달 13일 A씨는 정수기에서 물을 마시려던 중 하얀 컵 속의 검은 이물질을 발견하게 된다. 그는 다음날 LG전자 홈페이지를 통해 문제를 제기했지만, 어떤 대응도 나오지 않자 전화상으로 항의하기에 이른다. 7월 15일 LG전자는 이물질의 원인과 정체를 밝히기 위해 문제의 물을 채취, LG전자 창원1공장 수질분석실에 이 정수기 물을 검사하기 시작한다.
 
언론매체가 입수해 밝힌 (외부유출이 금지됐던 LG전자 내부 문건에서의) 검사 성적서에서는 ‘정수기에서 채취한 물에서 검출된 검은색 솜조각처럼 보이던 이물질은 동일한 두께, 긴 형태의 미생물로 확인됐다’는 내용이 진술돼 있었다.
 
국가공인 연구기관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장마철 벽지 등에서 볼 수 있는 곰팡이로 의심된다. 곰팡이가 서로 얽혀 긴 줄기 모양의 균사체를 이룬 것처럼 보인다”며 검은 이물질에 대한 구체적인 소견을 냈다.
 
본지는 ‘LG전자 정수기 이물질 논란’ 기획취재를 위해 다양한 질문을 준비하고 수일간 LG전자와 접촉을 시도했었다. 하지만 정수기 담당관계자를 비롯, 백색가전제품을 취급하는 H&A(Home Appliance&Air solutions) 부서의 총괄자와도 접촉할 수 없었다.
 
LG전자의 ‘묵묵부답’ 대응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본지는 올해 상반기에만 LG전자 청소기 화재사건과 에어컨 필터 항균제 OIT로 접촉을 시도했었고, 그때마다 취재에 어려움을 겪었다.
 
 
LG전자의 ‘고객만족’ 실현은 허황된 꿈?…책임 회피로 문제 해결

   
▲ LG전자 조성진 H&A사업본부장(사진)은 ‘글로벌 품질경영인 대상’을 수상하며 “고객 만족을 넘어서 고객 감동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강조했었다.
LG전자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소비자를 상대로 전자제품을 만들고 있는 글로벌 기업이다. 지난 7월 LG전자 조성진 H&A사업본부장은 ‘글로벌 품질경영인 대상’을 수상하며 국가 산업발전과 품질경영,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은 바 있다. 그는 수상 소감으로 “품질은 좋은 제품과 서비스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요건”이라며 “고객 만족을 넘어서 고객 감동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강조했었다.

하지만 조성진 사장의 포부처럼 LG전자의 고객 만족과 고객 감동이 실현되고 있는지는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고객의 감동은 제품의 고품질, 그리고 AS가 잘 됐을 때 저절로 생겨나는 감정이다. 그러니까 제품을 선택할 때가 아니라 제품을 선택한 후 실제 사용하고 나서의 고객서비스, 즉 사후처리로 승부가 나는 부분이다.

LG전자는 지난해 10월 남양주에서 일어난 ‘LG청소기 화재사건’(관련기사 : LG전자 "경찰 감식 못 믿어"…청소기 화재 피해보상 ‘캄캄’ )에서 LG청소기 제품결함이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남양주경찰서의 1차 감식에 불복하며 국과수 재감식을 의뢰했었다.
 
이 과정에서 국과수 재검을 기다리는 동안 많은 시간을 지체시켰고, 결국 피해자들은 모든 물질적‧정신적 피해를 자비용으로 감당해야했다. 게다가 국과수 의뢰 시기는 현장이 모두 복구된 때로, 재검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뿐만 아니라 2014년 4월 청소기 결함으로 인한 창고화재 사건에서도, 자사 청소기 결함으로 인한 화재임을 나타내는 감식결과를 인정하지 않았던 LG전자는 부인할 수 없는 증거가 나오자 그 해결을 보험사에 전가하게 된다. 보험사는 화재 원인을 80%의 소비자과실로 책임을 물었고 그 내용이 공중파 TV에 방영돼 이슈가 됐었다.

LG전자는 책임 회피와 시간 지체뿐만 아니라 ‘적반하장’식 대응으로 난감한 상황을 만들기도 했다.

지난 6월 LG전자의 공기청정기와 스탠드형 에어컨에 대한 필터에서 유독물질인 OIT성분이 검출됐을 때(관련기사 : LG전자 에어컨, 인체유해물질 OIT 검출…안전기준 없어 논란)에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LG전자 관계자는 인체 흡입 시 유해성에 대해 “페인트와 접착제에 첨가된 OIT의 공기 중 노출은 인체에 해가 없는 것이냐, 그쪽 입장은 어떠냐”고 오히려 반문한 바 있다.
 
 
   
▲ LG전자는 경영이념인 '정도경영'을 표방하며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와 ‘인간존중의 경영’을 추구하고자 한다.(사진=LG전자 홈페이지 캡처)
 
 
LG전자에게 ‘LG WAY’, ‘정도경영’은 유효한가

LG전자는 ‘1958년 국내최초의 라디오 개발에서 출발, 혁신적인 기술과 독창적인 제품을 기반으로 디지털 분야의 글로벌 리더로 성장’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라디오를 개발하며 국민과 함께 성장한 LG전자는 이제 대한민국의 대표 기업으로서 국위선양에 힘쓰는 글로벌 기업이다. LG전자는 미국 환경 보호청에서 주관하는 ’에너지스타 올해의 파트너상‘을 2년 연속 수상하며 친환경 선도 기업으로 인정받은 바 있다.

하지만 인정받는 만큼 힘이 세진 LG전자는 오히려 국내 소비자의 불만과 문제에 외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책임은 회피할 수 있는 만큼 회피하려 하고 시간은 끌 수 있는 만큼 끌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LG전자가 지향하는 LG WAY는 무엇인가. 궁극적으로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와 ‘인간존중의 경영’을 추구한다는 ‘정도경영’은 지금도 유효한 것일까? 그저 전자제품 판매개수만으로 ‘일등’이 될 수 없으며 조성진 사장이 수상소감에서 말했듯이 고객감동을 이뤘을 때 진정한 ‘일등LG’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LG전자는 라디오를 개발하던 ‘금성사’의 창업 정신과 시작, 그리고 경영이념, 성장의 역사를 다시금 상기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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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주연 기자
최주연 기자 dodu103@ilemon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