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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태의 경제칼럼] 사모펀드 시대 오나
[차기태의 경제칼럼] 사모펀드 시대 오나
  • 차기태
  • 승인 2019.05.23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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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의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나란히 사모펀드가 선정됐다. 롯데손보야 애초부터 사모펀드끼리의 경쟁이었다. 따라서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롯데카드는 달랐다. 뚜껑을 열기 전에는 하나금융이 롯데카드의 유력한 인수후보자로 거론됐지만, 최종 승자는 MBK파트너스와 우리은행 컨소시엄이었다. 이에 앞서서는 한앤컴퍼니가 우선협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나금융은 이미 계열 카드사를 거느리고 있다. 이번에 롯데카드 인수를 통해 덩치도 키우고 롯데의 거대한 유통망에 끼어드는 효과를 기대했다. 그런데 예상을 뒤엎고 사모펀드에게 빼앗겼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조금 과장해서 말한다면 다윗이 골리앗을 물리쳤다는 성서의 설화가 일상된다.

 

 

 

하나금융에서는 이번 결과를 보고 허탈해 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렇지만 허탈해 할 이유도, 아쉬워할 필요도 없다. 시대의 흐름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결과일 뿐이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대형 인수합병은 으레 재벌 아니면 외국 기업이 있어야 성사되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사실 대부분이 그랬다. 이를테면 최근 대우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이 인수하기로 했고, 케이블TV 업체들은 이동통신 3사가 합병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해 매각 완료된 금호타이어의 경우 중국 기업에 넘어갔다.

 

 

 

반면 국내 사모펀드는 지금까지 인수합병 시장에서 존재감이 약했다. 여러 가지 규제가 발을 묶어놓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했다가 하나금융으로 되판 론스타의 예처럼 사모펀드에게는 먹튀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따라다녔다.

 

 

 

이런 먹구름도 지난해부터 점차 개선되기 시작했다. 정부가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를 대폭완화하겠다고 밝힌 이후 사모펀드의 활동이 눈에 띄게 활발해졌다.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사모펀드가 410개 기업에 139000억원을 투자하는 등 역할이 크게 확대됐다. 한앤컴패니 등 사모투자펀드가 SK해운을 15000억원에 인수하는 등 대형투자도 성사됐다. 출자약정 금액도 745000억원으로 10년 전에 비해 3.7배 늘어났다.

 

지난해 11강성부펀드’(KCGI)가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 제2주주로 오르면서 주주행동주의 바람을 일으킨 것도 한몫했다. 그러는 사이 사모펀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거의 불식됐다.

 

특히 그동안 재벌오너들의 몰지각한 해사(害社)행위를 지켜보면서 속만 태우던 소액주주와 기관투자가들은 더 큰 힘을 얻었다. 반면 재벌오너들에게는 과거와 같은 황제경영이나 오너리스크는 더 이상 안된다는 경종을 울렸다. 한국 자본시장의 도도한 변화였다.

 

사모펀드에 대한 경계심리가 여전히 엄존하는 것도 사실이다. 사모펀드의 기본 운동원리가 인수기업의 가치를 올려놓은 다음 재매각해서 이익을 내는 데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인수기업 노동자의 감축이나 무리한 자산매각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당초 롯데카드 노동조합이 10일 한앤컴퍼니로 매각되는 것을 반대하고 나선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우려와 불안은 매각주체인 롯데그룹과 매입주체인 사모펀드의 계약 또는 노사간 협력으로 씻어낼 수 있다. 그런 우려를 없애는 것이 사모펀드에게도 유익하다. 이번 같은 중요한 인수합병이 좋은 결실을 맺어야 사모펀드의 활동무대도 더 넓어질 수 있다. 투자자 확보나 또다른 인수합병 시도에서도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이다.

 

지금 한국의 부동자금이 1100조원을 헤아린다고 한다. 이들 자금을 생산적인 분야로 흘러가도록 유도하는 것이 시급하다. 그 통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사모펀드가 가장 유력한 경로가 될 수도 있다. 특히 앞으로 재벌구조 개혁이나 부실기업과 금융사 등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사모펀드의 입지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모두가 사모펀드의 운동장 아닌가. 금융위원회도 기업구조조정을 자본시장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은행 등 금융사 대신 적극 사모펀드를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구조조정의 발상전환이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바야흐로 사모펀드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듯하다. 그렇지만 너무 쉽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우수한 전문경영인과 손잡고 탁월한 경영능력과 함께 뛰어난 절제력도 아울러 발휘해야 한다. 그렇게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어야 사모펀드가 한국 경제와 자본시장의 흐름을 새로이 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차기태 르몽드디플로마티크 편집장(eramus414@ilemonde.com)

(515일자 뉴스토마토 신문에 게재돈 칼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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