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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항공사 총수들
위기의 항공사 총수들
  • 김진양 기자
  • 승인 2019.03.28 1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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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그룹 내 모든 직함 내려놔
조양호, 한진칼 주총서도 표대결 예고

국내 항공업계 양대 축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총수들이 하루 사이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부실 회계 여파가 그룹 전반으로 퍼지게 될 위기에 놓이자 28일 '용퇴'를 결정했다. 하루 전인 지난 27일에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의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 부결로 최고경영자(CEO) 등극 20년만에 불명예 퇴진을 하게 됐다. 

박삼구, 아시아나 항공 사태에 퇴진 선언

박 회장은 이날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직,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의 대표이사직과 등기이사직, 금호고속 사내이사직에서 모두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그가 그룹 내에서 현재 가진 모든 직함을 내려놓기로 한 것. 당분간 이원태 부회장을 중심으로 비상 경영위원회 체제가 가동되며, 조속한 시일 내에 명망 있는 외부 인사를 그룹 회장을 영입할 계획이다. 

 

지난 1월 청와대에서 열린 '2019 경제인과의 대화'에 앞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사전 모임 장소인 대한상공회의소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 1월 청와대에서 열린 '2019 경제인과의 대화'에 앞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사전 모임 장소인 대한상공회의소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스1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최근 아시아나항공이 감사보고서와 관련해 금융시장에 혼란을 초래한 데 대해 그룹 수장으로서 책임을 지고 모든 직책을 내려놓는 것"이라고 퇴진 배경을 설명했다. 박 회장도 퇴진 발표 후 임직원들에게 보내는 이메일에서 "그룹이 어려움에 처하게 된 책임을 통감하고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2일 제출기한을 하루 넘겨 공개한 감사보고서에서 외부 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한정'을 받았다. 이에 모기업인 금호산업의 감사보고서도 한정 의견을 받았고, 두 회사의 주식 매매는 즉각 정지됐다. 이후 아시아나항공은 감사보고서를 수정 제출했고, 감사의견도 '적정'으로 변경됐지만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별개의 일이었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이달 중 1500억원의 영구채를 모집키로 하고, 850억원어치는 이미 발행을 완료했지만 나머지 650억원 규모의 영구채는 이번 사태로 발행이 중단됐다. 한국신용평가를 비롯한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감사보고서 의견 수정에도 "신용등급 강등 검토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신용등급이 강등될 경우 아시아나항공은 약 1조7000억원에 이르는 자산유동화증권(ABS)를 조기 상환해야 한다. 

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아시아나계열사들로 이어지는 그룹 지배구조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역할이 큰 점은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위기가 그룹 전반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도 키웠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박 회장이 지난 27일 저녁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면담을 한 것은 박 회장의 결단에 결정적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에 따르면 박 회장은 이 회장과 만나 아시아나항공의 금융시장 조기 신뢰 회복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 어떠한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회사의 조기 경영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진정성을 약속했다. 

이와 함께 같은날 오전 열린 대한항공 주총에서 조 회장이 경영권을 제한당한 점도 박 회장의 퇴진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은 찬성 64.1%, 반대 35.9%로 부결됐다. 조 회장의 연임에는 참석 주주 3분의2 이상의 찬성표가 필요했지만 약 2.5%의 지분이 부족해 사내이사직을 박탈당한 것. 박 회장도 오는 29일 금호산업 주총에서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논의될 예정이었다. 당초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부실 회계 사태가 터지면서 주주와 여론의 반발이 박 회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조양호, 한진칼 주총서 또 한 번 시험대

조 회장은 29일 열리는 한진칼 주총에서 또 한 번 시험대에 오른다. '이사자격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정관 변경 안건과 석태수 대표이사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두고 표대결이 벌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사진/뉴스1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서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정관 변경 안건은 국민연금의 주주제안에 따른 것이다. 앞서 국민연금은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된 이사는 결원으로 본다'는 정관변경안을 제출했다. 이는 특별의결 사항으로 출석 주주의 3분의2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된다. 안건이 가결되면 조 회장은 재판 결과에 따라 이사 자격이 박탈될 수 있다. 

다만 한진칼 주총에서는 조 회장 측의 승리가 조심스레 점쳐진다. 조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자가 한진칼 지분 28.93%를 보유하고 있으며, 2대 주주인 행동주의 펀드 KCGI가 10.71%, 3대 주주 국민연금이 7.34%를 각각 갖고 있다. 

석 대표의 연임도 무난한 통과가 예상된다. 석 대표는 한진 대표이사, 한진해운 사장 등 그룹 내 요직을 두루 맡은 조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KCGI 등이 그의 연임에 반대 의견을 표했으나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와 국민연금 등이 찬성 입장을 보여 가결 가능성이 높다. 

한편 앞서 KCGI는 사외이사 선임 등에 주주제안 안건을 올렸으나 지난 21일 서울고등법원이 한진칼의 손을 들어주며 해당 안건은 폐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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