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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하는 역사문화기행 : 한글날과 세종대로 광화문광장
아이와 함께하는 역사문화기행 : 한글날과 세종대로 광화문광장
  • 김정희 l 키움과나눔 부모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
  • 승인 2022.09.30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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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광화문 광장  ⓒ김정희
 광화문 광장 ⓒ김정희

광화문광장

광화문광장이 1년 9개월 동안의 공사를 마치고 재개장했다. 

사람들은 광화문광장을 어떻게 추억하고 있을까? 아마도 30대 이상인 경우에는 2002년 한일월드컵 때 ‘오! 필승 코리아’를 부르며 응원했던 일들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그때 사람들은 함께 모여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그리고 더 강렬했던 기억은 촛불이었는데, 영하 10도가 넘는 추위 속의 촛불은 여름의 월드컵보다 더 뜨거웠다.

광화문광장이 조성되었을 때 이순신 장군 동상 옆에 세종대왕 동상이 설치됐다. 압도적인 크기의 세종대왕 동상은 금빛이었다. 하지만 세종대왕이 서울시 종로구 세종대로 172번지 광화문광장의 주인이라는 사실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었고, 이 동상은 광화문의 상징물이 됐다.

 

사진2 세종대왕 동상 ⓒ김정희
 세종대왕 동상 ⓒ김정희

세종대왕

광화문 광장의 세종대왕 동상은 2009년 10월 9일 한글날에 맞춰 설치되었다. 왼손에 훈민정음해례본을 들고 앉아있는 모습으로 광장을 오가는 사람들을 묵묵히 지켜보는 느낌이었다.

1779년 정조는 세종의 영릉을 참배하고 능 주위를 살핀 후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예악문물(禮樂文物)은 모두가 영묘(英廟,세종)의 제도가 아닌 것이 없다. 그 큰 규모와 아름다운 법을 이제까지 준수하니, 어찌 성대하지 않겠는가?”

- 정조실록 8권 정조 3년(1779) 8월 5일

 

이후로 24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세종대왕은 끊임없이 우리의 관심 속에 있다. 아주 어린 아이들도 세종대왕은 알고 있다. 도대체 세종대왕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 우리는 세종대왕에 대해서 얼마만큼 알고 있는 것일까? 세종대왕에 대해 탐구하는 아이처럼 세종대왕의 흔적을 따라가 보자.

 

화폐로 만나는 세종대왕

광화문광장에 가기 전에 우선 만 원권 지폐를 꺼내 세종대왕을 만나 본다. 앞면에는 세종대왕의 출생 연도(1397)와 사망 연도(1450)를 확인할 수 있다. 한글로 만 원이 인쇄된 곳에는 일월오봉도와 용비어천가가 있다. 뒷면에는 천상열차분야지도와 혼천의, 영천 보현산 천문대의 광학망원경 그림이 있다. 

그리고 광화문광장에 가서 세종대왕 동상을 찾아간다. 세종대왕 동상 받침석 옆면에 새겨져 있는 훈민정음 28자를 보면서 지금은 쓰이지 않는 4글자도 찾아본다. 동상 앞으로는 훈민정음 창제 내용을 새긴 돌과 해시계, 측우기, 혼천의가 놓여 있다. 동상 뒤쪽 돌기둥에는 세종대왕이 이룬 업적에 대한 그림이 부조 형식으로 조각돼 있다.

 

세종이야기

세종대왕 동상 뒤로 돌아가면 유리문이 있는데, 세종대왕 전시관인 ‘세종이야기’로 내려가는 입구다. ‘세종이야기’는 저학년 어린이들이 세종대왕에 대해 알아보기에 적합한 곳이다. 입장료는 없으며 생각보다 공간은 넓다. 이순신 장군 전시관인 ‘충무공 이야기’와도 연결돼 있다. 전시관 내에서 교육용 자료집을 구입한 후 참고로 하면 좋을 것 같다.

 

사진3 복원중인 계조당 ⓒ김정희
 복원중인 계조당(2021.8) ⓒ김정희

경복궁

세종대왕 동상을 지나 광화문으로 간다. 광화문 안으로 들어가서 고민을 할 차례다. 경복궁으로 갈지 아니면 왼쪽의 국립고궁박물관에 갈지 선택해야 한다. 
경복궁을 선택했다면 흥례문으로 들어가 영제교, 근정전을 지나 왼쪽의 경회루와 수정전으로 간다. 수정전은 세종대왕 때 집현전이 있던 건물터가 남아 있는 곳이다. 다음에는 세종 때 만들어진 동궁의 정당인 계조당으로 간다. 계조당은 문종이 세자 시절 세종이 대리청정을 하던 곳인데 2023년 2월 완공을 목표로 복원 중에 있다. 경복궁을 둘러본 후 국립민속박물관으로 가서 야외 전시장에 있는 수표를 찾아본다. 세종 당시 하천의 수위를 측정하기 위해 설치했던 수표는 이제 없고, 성종 때 만들었던 수표는 현재 세종대왕 기념관에 남아 있다. 

 

국립고궁박물관

국립고궁박물관을 선택했을 경우는 조선의 궁궐, 왕실 생활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볼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된다. 지하 1층 과학문화실은 개편사업으로 2022년 12월까지 잠시 휴실중이다. 지금까지 과학문화실에서는 1434년(세종 16년) 완성됐던 물시계 자격루를 복원해 전시했었다. 그런데 2021년 인사동 공평 구역에서 자격루 관련 유물이 출토돼 이를 토대로 국립중앙과학관 연구진들이 실물에 가깝게 복원 설계했다고 한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그동안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전시 중이었던 자격루를 이관해 보다 원형에 가까운 자격루를 다시 복원해 전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588년 만에 완벽하게 복원된 세종 당시의 자격루를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국립고궁박물관 과학문화실에도 귀중한 문화재들이 많으니 개편된 후에 다시 방문해도 좋을 것 같다.

 

세종대왕 나신곳 표지석 ⓒ김정희
세종대왕 나신곳  표지석 ⓒ김정희

세종대왕 나신 곳

국립고궁박물관을 나와서 영추문 쪽으로 올라간다. 통인시장 방향으로 가다 보면 <세종 대왕 나신 곳>이란 표지석이 있다. 말 그대로 세종대왕이 나신 곳인데, 세종대왕이 궁궐이 아닌 곳에서 태어나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종대왕의 탄신일은 5월 15일이고, 이날은 스승의 날이기도 하다. 스승의 날은 우리 겨레의 스승인 세종대왕의 탄신일을 기념하여 5월 15일로 정했다고 한다. 매년 표지석 앞에는 세종대왕의 탄신일을 기념하기 위한 꽃바구니가 놓여 있는데 올해는 625돌이었다. 

 

세종대왕 역사문화관  ⓒ김정희
여주 세종대왕 역사문화관 ⓒ김정희

영릉과 세종대왕 역사문화관 

여주에 있는 세종대왕릉(영릉) 입구에 세종대왕 역사문화관이 있고, 세종대왕에 대한 전시가 아주 잘 돼있다. 전시를 보고 나오면 세종대왕과 당시의 다양한 과학기구들을 둘러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세종임금과 소헌왕후가 함께 묻혀 계신 영릉을 둘러보는 것으로 탐구를 마무리하면 좋을 것 같다. 

 

훈민정음 해례본  ⓒ김정희
훈민정음 해례본 ⓒ김정희

세계기록유산 훈민정음 해례본

세종대왕의 위대함은 다른 어떤 업적보다도 독창적이고 쉽게 배울 수 있는 글자를 만들었다는 데 있다. 훈민정음 해례본에 “지혜로운 사람은 아침을 마치지 않아도 깨우치고, 어리석은 사람이라도 열흘이 못 돼 배울 수 있다”는 정인지의 말처럼 우리의 글은 배우기 쉽고 어떤 소리도 다 적을 수 있다. 우리는 언어를 통해 사유한다. 언어를 표현할 수 있는 글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의 생각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우리의 글이 있었기에 식민지의 시간을 겪고도 우리의 것을 지켜낼 수 있었다. 

 

한글과 한글날 

이번 10월 9일은 한글날 96돌이다. 95년 전 신문 기사를 소개해본다. 

 

한글의 생일노리

제사백팔십일주기념 오날이 가갸날 정음 반포기념일을 마즈며

오늘은 조선의 자랑인 “한글”이 처음 세상에 나온 것을 긔념하는 날임니다 지금부터 사백팔십일년전 오늘에 “한글”이 세종대왕의 손으로 처음 발표되엿슴니다(중략)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발표함은 실로 조선민족이 독창뎍 문짜를 가지게 된것임니다 이것이다만 우리의것이라하야 우리가 사랑할뿐아니라 이글이야말로 세계의 어느나라글에 비기어 뒤지지안코 뛰어나는것임은 모든학자가일치하야 승인하는바이니 엇지 사랑하고 자랑할만한 것이 아니겟슴니까 (중략)

현재 우리가 빠저잇는 비참한 경우는 오직 일시의 역경에 불과한 것이오

압길에 만흔 희망을 바라보고 무단히 노력해 나갈것임니다.

 

-동아일보 (1927년 10월 24일)

 

나라가 강제 병합된 지 17년이 된 시점이었던 1927년에 우리글이 반포된 날을 만들고 그날을 기념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당시 비참했던 상황이 ‘일시의 역경’에 불과하기에 ‘앞길에 많은 희망’을 바라보고 ‘무단히 노력해 나갈 것’을 다짐하기까지 했다. 

 

주시경마당 ⓒ김정희
현수막을 묶어놓은 주시경마당 ⓒ김정희

다시 세종 이도! 광화문광장 유감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은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정신과 의미를 많은 사람이 알고 느낄 수 있는 시작점이 되는 곳이다. 세종대왕 동상을 중심으로 세종로 공원과 세종 예술의 정원, 주시경 마당, 한글 가온길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는 조선어학회 한말글 수호기념탑과 손 글씨 11,172자가 새겨져 있는 한글 글자마당, ‘한글 숨바꼭질’이라는 이름으로 한글을 주제로 한 작품 18개도 설치되어 있었다. 그런데 광화문광장 재개장 후 한글을 주제로 한 작품 2개가 철거되었고 (며칠 전 ‘세종 라운지 공사 이후 재설치 예정’이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세종로 공원에 있던 조형물 2개는 돌화분에 가려져 보이지 않게 되었다. 주시경 마당의 주시경 상징 조형물에는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지 마세요”라는 현수막이 달려 있다. 한글 이야기 10마당 벽화의 글씨는 떨어져 나간 곳도 있다. 광화문광장 홈페이지에서 주장하듯 “과거와 현대를 연결하는 모두의 문화공간”이 광화문광장이라면 (‘과거와 현대’라고 하면 어딘가 어색하지 않은가?)

한글과 관련된 이 모든 것들을 관련 사업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95년 전 한글날을 맞이하여 그랬듯이 ‘앞길에 많은 희망’을 바라보고 무던히 노력해 나가도록 해야겠다. 

 

 

글·김정희
키움과나눔 부모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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