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호 구매하기
미국 영화에서도 바이러스 창궐은 동양인 탓!
미국 영화에서도 바이러스 창궐은 동양인 탓!
  • 서성희 | 영화평론가
  • 승인 2020.05.29 17: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시 보는 <아웃브레이크>

‘미증유의 사태’를 비롯해, 코로나19 사태는 ‘지금까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이라는 의미의 수식어를 많이 달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겪는 동안 현실보다 더 현실처럼, 마치 타임머신으로 보고 온 것처럼 너무나 절묘하게 미래를 예측했던 영화들이 있다. 바이러스를 소재로 한 <컨테이젼>, <감기> 그리고 최근에 나온 <킹덤>이 이런 흐름에 있는 영화들이다. 여기에 놓치면 아쉬운 한 편을 추가하자면, 1995년에 개봉한 <아웃브레이크>(Outbreak, 1995)다. 

한국에서는 바이러스 영화로 <컨테이젼>을 많이 떠올리는 것과 달리, 미국에서는 <아웃브레이크>가 <컨테이젼>보다 더 높은 관람 순위에 올라 있다. 그것은 아마 이 영화가 그리는 관점이 철저히 미국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비록 25년 전에 개봉했던 영화지만,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미국이 전염병을 대처하는 방식을 영화 <아웃브레이크>로 읽어 보면 흥미로운 교차지점이 보인다.

1967년, 내전 중이던 아프리카 ‘자이르’의 용병 캠프에서 원인 모를 전염병으로 군인들이 죽어가는 일이 벌어진다.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미군은 혈액 샘플만 채취한 채 캠프에 폭탄을 투하해, 부상자들과 관련자들을 몰살시켜버린다. 약 30년 후, 같은 지역에서 똑같은 출혈열이 발생하고 감염자들이 죽어나가자, 미군은 미육군전염병의학연구소의 육군 대령이자 의학박사인 샘 다니엘(더스틴 호프만)을 파견한다. 대령은 전염병의 감염속도와 치사율에 놀라 책임자인 빌드 포드(모건 프리먼) 준장에게 비상 경고 조치를 요구하지만 묵살당한다. 

한편, 이 ‘모타바(실제 에볼라를 모델로 한) 바이러스’에 감염돼 숙주가 된 야생원숭이가 자이르에서 밀렵돼 화물선 ‘태극호’를 통해 미국으로 들어오게 된다. 돈 몇 푼 벌어보겠다는 인간의 탐욕에 의해 아프리카에서 밀렵을 당해 배에 실려온 야생 원숭이는 인간의 또 다른 탐욕에 의해 검역도 받지 않은 채 미국으로 들어오게 된다. 검역소에서 일하는 ‘짐보’는 야생 원숭이를 검역소에서 검사 없이 데리고 나와 반려동물을 불법으로 거래하는 가게 주인 ‘루디’에게 팔아넘기려 한 것이다. 결국 짐보와 루디는 야생 원숭이에 의해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야생 원숭이는 거래가 성사되지 않은 채 숲에 버려진다. 

결국 감염된 짐보는 캘리포니아에서 비행기를 타고 보스턴에 있는 애인에게로 와 바이러스를 전파시킨다. 또 다른 감염자인 루디는 자신의 혈액을 검사한 의사를 감염시키고, 그 의사는 북캘리포니아의 소도시 ‘시더 크릭’의 한 극장에 온 수십명의 사람들을 감염시킨다. 대통령과 정부 각료들은 전염병의 전파를 막기 위해 시더 크릭의 봉쇄를 결정하고, 더 이상 미국 전역으로 감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 소도시를 폭파해 2,618명을 몰살시키는 초토화 작전(Operation Clean Sweep)에 동의한다. 포드 준장은 도시 전체를 날려버릴 폭탄을 싣고 가는 군인들에게 이 일은 “대의를 위한 작은 희생”이며, “인류의 운명이 우리 손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왜 한국 선박이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것으로 설정하는가?

바이러스에 국적이 있나

영화는 아프리카에서 미국으로 가는 한국 상선인 태극호를 보여주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한국인이 모타바 바이러스를 지닌 야생 원숭이를 미국으로 배송하면서 영화는 긴장감을 고조시켜나간다. 영화에서 위법을 저지른 자들은 아프리카에서 밀렵한 원숭이를 검역도 하지 않고 몰래 빼돌려 돈을 챙기려 한 미국인들이다. 그럼에도 영화는 아프리카나 미국이어도 상관없을 선박의 국적을 한국으로 설정했다. 이 설정은 25년 전 미국인들이 지닌 한국인에 대한, 넓게는 동양인에 대한 편견을 그대로 드러낸다. 미국이 현재 보이는 바이러스 창궐을 외부의 탓, 특히 동양인의 탓으로 돌리는 사고 프레임과 겹쳐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한참 동안 주저한 끝에 2020년 3월 11일 팬데믹으로 선언하면서 감염병 역사에 이름을 올린 역사적인 코로나19 사태는 우한 지역 시장에서 식용으로 거래되던 야생동물로부터 인간에게 전파됐고, 중국인들의 불편한 식생활이 원인이라는 의견이 끊임없이 제시되고 있지만, 추측만 있을 뿐 증명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재 미국은 코로나19의 전파에 대해서 감염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중국과 WHO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진원지로 지명하며 진원지에서 멈춰졌어야 했다고 주장하고,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나왔다는 증거가 있다고 주장한다.(1) 이에 중국 국영 언론은 폼페이오 장관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반박하지만, 미국은 11월 대선을 앞두고 초기 대응이 늦었다는 비판을 무마시키기 위해서라도 끊임없이 중국 책임론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인류는 코로나19의 기원을 정확히 밝힐 수 있을까? 특히 한 국가가 그 전염병의 전적인 책임 국가일 수 있을까? 감염이 시작된 최초 발원지를 정확히 찾아내는 것은 <아웃브레이크>에서처럼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며, 한 국가에 책임을 전가하기보다는 공동으로 책임져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 우리도 코로나19를 초기에는 ‘우한 폐렴’이라는 이름으로 중국을 일방적으로 비난했다. 그러나 세계 여러 학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저명한 영장류학자 제인 구달은, 코로나19 팬데믹은 자연과 동물에 대한 인류의 무지와 학대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그는 “아프리카나 아시아, 특히 중국에서 야생동물들이 사냥되고 육류 시장에서 팔리고 있다”라고 비판하면서 “우리가 숲을 파괴하면서 서로 다른 종의 동물들이 접촉하고, 질병이 한 동물에서 다른 동물로 옮겨지고 있다. 감염된 동물은 인간과 접촉하면서 결국 인간을 감염시킬 가능성이 커진다”(2)라고 설명한다. 한마디로 바이러스 감염 재난은 자연 생태 파괴라는 인간의 욕망과 오판에 의해 확산됐다는 것이다.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 가면 야생동물을 음식으로 파는 식당이 많다.(3) 또 마사이족 거주 지역은 지금까지 야생동물의 낙원으로 남아있었는데, 한국 기업이 지은 나이로비 호텔에는 야생동물 뷔페식당도 있다.(4) 이곳에서는 타조와 악어를 비롯해 코끼리와 사자, 코뿔소 같은 요리가 커다란 꼬챙이에 구워지고 있다. 아프리카의 야생 고기를 파는 레스토랑은 런던, 파리 등 시내 한복판에도 생겨나고 있다. 그러니까 거기다 고기를 계속 팔려면, 아프리카에서 야생동물을 잡아서 계속 공급해야 한다. 인간이 자연 생태계를 파괴하고 자연에 더 깊숙이 침범해 들어가면, 자연 속 동물들에게 있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옮겨오는 것은 반복되고, 더 짧은 주기로 바이러스 사태가 벌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의 바이러스 대처법,  봉쇄와 박멸

이 영화는 소련이 붕괴한 1990년대부터, 미국이 전 세계의 질서를 자유자재로 통제하는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임을 스스로 증명하고 드러내던 시기의 작품이다. 따라서 영화는 바이러스 감염 그 자체에 대한 고민보다는 바이러스 감염을 덮으려는 집단을 악으로 내세워 공분을 사게 하고, 이에 맞서는 선한 의료진이 미국과 전 지구를 구하는 영화 구도로 ‘팍스 아메리카나’ 이야기의 전형을 답습한다. 

영화에서 미군은 감염자가 늘어나자 시민들에게 전염병에 대한 사실은 알려주지 않은 채 군대를 동원해 시더 크릭을 ‘봉쇄’해버린다. 불안과 분노에 찬 시민들이 봉쇄를 뚫고 탈출을 시도하다 군대와 충돌하고 급기야 사살되는 일이 벌어진다. 영화가 개봉된 지 25년 후인 2020년 5월 미국 미시간 주 등 일부 주에서 봉쇄를 풀라고 주의회를 총으로 점거한 시민들의 사진은 영화와 유사한 장면으로 연출되기도 한다.        

한국도 2월 18일 31번 확진자가 나온 이후, 확진자가 급증하자 대구 봉쇄 정책을 시행하기로 했다(5)는 보도가 나왔다. ‘봉쇄해야겠다’라는 생각은 감염을 차단해야겠다는 동물적 생존 본능에서 나온 즉각적인 반응이며, 우리의 성숙한 시민의식을 믿지 못한 반사반응의 결과다. 이후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판단을 통해 자가격리를 시작한 대구 시민은 투명한 ‘정보공개’를 경청하며, 도시 봉쇄나 이동 제한 조치 없이도 스스로 이동을 자제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줬다. 한국은 외출을 통제하고, 특정 지역이나 국가를 봉쇄하고, 타민족을 혐오하는 국가들보다 통제가 더 잘 이뤄지고 공동체가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우리 사회는 전염병 확산을 막는 최선의 정책은 봉쇄가 아니라 자발적인 시민의식에 기초해야 한다는 사실을 역사적으로 증명했다.

<아웃브레이크>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점은 바이러스를 완전히 ‘박멸’하기 위해 숙주인 인간까지 모두 박멸하려는 미국 국가권력의 선택이다. 이는 영화적인 선택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백신을 쉽게 만들지 못했던 시대에 역병이 돌면 마을 전체를 불태웠다는 이야기를 듣거나 구제역 당시 동물들을 살처분하는 장면을 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상상 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나 지구상의 모든 바이러스를 완전히 박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놀랍게도 2002년에 발생했던 사스도, 에볼라 바이러스도, 메르스도 아직 백신을 개발하지 못했다.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확진자가 줄면 종료를 선언할 뿐이다. 매번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바이러스가 나올 때마다 백신을 개발하려고 하지만 백신은 시간 순서상 감염과 전파보다 늘 늦어질 수밖에 없다. 즉, 인간은 바이러스 감염을 사전에 막을 수 없다. 그러므로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 인류가 협력해서 최대한 전파가 되지 않도록 막아내는 수밖에 없다. 

또한 바이러스를 옮긴 숙주를 정확하게 찾아내는 것, 이와 맞물려 백신을 짧은 시간 안에 개발한다는 스토리는 거의 기적에 가까운 영화적인 설정이라는 사실이 이번 사태로 증명됐다. 결국 코로나19는 인류에게 현명한 사회적·생활 속 거리두기라는 ‘행동 백신’을 적절히 유지하고, 자연을 함부로 건드리지 않고 보존하고 공존하는 ‘생태 백신’을 지키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한다.  

<지구가 멈추는 날>이라는 영화에 명대사가 나온다. “지구가 죽으면 당신들도 죽어. 하지만 당신들이 죽으면 지구가 살아.” 코로나19로 인해 지구가 안식년을 가지게 된 건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에 인류가 저지른 만행에 대한 자연의 경이로운 섭리이자 최후의 경고가 아니었을까.  

 

 

글·서성희
영화평론가. 대구경북영화영상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으로 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 대표, 대구영상미디어센터 센터장으로 영화영상 생태계를 살리는 일에 동참하고 있다. 


(1) <BBC NEWS>, ‘코로나19: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 겪은 ‘최악의 사건’으로 꼽았다’, 2020년 05월 07일.
(2) <뉴스1>, ‘제인 구달, 동물 학대가 코로나19 불러왔다’, 2020년 04월 12일.
(3) <동아일보>, ‘더 늦기 전에 떠나자, 아프리카 야생의 세계로’, 2018년 05월 24일.
(4) <경향신문>, ‘아프리카의 내일을 가다(12): 아프리카 속 한국인…그들과 함께 섞일 때 희망 있어’, 2010년 06월 06일.
(5) <조선일보>, ‘당정청 대구·경북, 최대 봉쇄조치’, 2020년 02월 25일.

  • 정기구독을 하시면, 유료 독자님에게만 서비스되는 월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을 받아보시고, 동시에 모든 PDF와 온라인 기사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온라인 전용 유료독자님에게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PDF와 온라인 기사들이 제공됩니다.
이 기사를 후원 합니다.
※ 후원 전 필독사항

비공개기사에 대해 후원(결제)하시더라도 기사 전체를 읽으실 수 없다는 점 양해 바랍니다.
구독 신청을 하시면 기사를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 5000원 이상 기사 후원 시 종이신문 과월호를 발송 드립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