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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뒤에서 완성되는 뮤지컬 '라이온 킹'의 모든 것
무대 뒤에서 완성되는 뮤지컬 '라이온 킹'의 모든 것
  • 정초원
  • 승인 2019.04.23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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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최초 뮤지컬 전용극장 '드림씨어터'의 백스테이지 현장
Mufasa - THE LION KING - Photo by Deen van Meer ⓒDisney
Mufasa - THE LION KING - Photo by Deen van Meer ⓒDisney

"'드림씨어터'의 뜻이요? 이 극장을 만드는 게 실제로 제 꿈이었거든요. 그 의미를 그대로 담았죠. 언젠가 일본, 중국 관객까지 아우르는 '아시아 네트워크 플랫폼'이 되는 게 2030년의 꿈입니다."
 
설도권 드림씨어터 대표(겸 클립서비스 대표)는 지난 19일 부산 남구 문현금융단지 부산금제금융센터(BIFC)에 위치한 드림씨어터에서 이같이 말했다. 설 대표가 개관을 주도한 드림씨어터는 문을 연지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은 부산 지역 최초의 뮤지컬 전용극장이다. 여기에 국내 최대 규모라는 수식어까지 차지했다. 실제 드림씨어터가 수용할 수 있는 관객수는 1727명. 서울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대극장이다. 더욱이 개관작은 대구와 서울에서 이미 흥행 가도를 달린 뮤지컬 '라이온 킹'으로, 이미 이 공연이 열린다는 소식 자체가 드림씨어터의 홍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라이온 킹'의 마지막 공연 도시를 부산으로 계획했을 당시에는 6주 공연으로 잡았어요. 그런데 사전 티켓오픈을 두 번 진행한 상황에서 80% 이상이 매진된 겁니다. 부산 이외 지역 관객들이 마지막 공연을 놓치지 않기 위해 많이 예매했기 때문이죠. 부산·경남권 관객을 위해 협의를 거쳐 공연을 한 주 연장했는데, 어쩌면 '라이온 킹'의 성공이 부산과 경남권의 뮤지컬 부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설도권 드림씨어터 대표(겸 클립서비스 대표). 사진/드림씨어터
설도권 드림씨어터 대표(겸 클립서비스 대표). 사진/드림씨어터

"국내 뮤지컬 시장 볼륨업해야…경남권 관객층 확대할 것"

물론 드림씨어터를 만드는 과정이 시작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설 대표가 뮤지컬 전용 극장을 처음 구상한 것은 지난 2015년이다. 부산에 뮤지컬 극장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들은 대다수는 '왜 부산이냐'는 의문어린 시선을 던지곤 했다. 하지만 뮤지컬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설 대표에게는 나름의 확신이 있었다. 과거 '오페라의 유령'을 수도권에서 처음 선보여 흥행한 것이나, '캣츠'와 '위키드'를 대구에서 공연해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것처럼 부산 또한 잠재력이 충분한 시장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부산, 경남권 관객층을 확장시키는 것이 드림씨어터의 첫 번째 역할이죠."
 
특히 설 대표는 공연장을 보유할 경우 공연산업의 '배급'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다는 데 주목했다. 그는 "우리가 배급을 직접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든다면 회사의 새로운 비전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제작사들이 원하는 날짜에 공연할 수 있는 공연장이 없어 '대관 전쟁'을 한다. 결국 제작사가 원하는 콘텐츠를 적재적시에 공급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서울 지역에만 국한한다면 공연장은 이미 많지만, 뮤지컬에 특화된 전문성 있는 공연장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의미다. 
 
이런 맥락에서 '라이온 킹'의 국내 투어도 드림씨어터의 개관과 밀접한 연관성을 맺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라이온 킹'이 한국에서 공연하기 위해서는 20주 이상 공연을 확정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 일정으로 공연할 수 있는 공연장이 당시 서울에는 부재했어요. 서울과 대구, 부산을 섞어 공연 스케줄을 조정했는데, 부산 공연장이 완성되지 않은 시점에 공연을 확정하고 개런티부터 지불한 거죠." 만약 시간 내에 공연장이 완공되지 않았다면 제작사인 디즈니 측에 85억원을 손해배상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비단 '라이온 킹'이 아니더라도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하는 킬러 콘텐츠를 한국 시장에 들여오려면 기본적인 공연 기간을 보장해줘야 한다. 설 대표가 서울뿐만 아니라 국내 여러 지역에서 뮤지컬 시장을 키워야 한다고 보는 이유다. "한국에 굳이 갈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브로드웨이 제작사도 많습니다. 엄청난 수요가 있지 않은 한, 굳이 시간 낭비할 필요가 없다는 거죠. 반면 호주 시장은 인구 2000만명이 조금 넘는데도 이미 4대 시장으로 자리잡았어요. 앞으로 한국 시장을 볼륨업하는 것이 국내 뮤지컬 산업의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 같습니다. 거기에 드림씨어터가 큰 역할을 할 거고요." 
 
그가 내세우는 드림씨어터의 장점은 '좋은 음향'과 '좋은 시야', 마지막으로 '제작 스태프의 만족도'다. "첫 번째로 1700석 모든 좌석에서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공연장을 지향했습니다. 현재까지는 만족스럽다는 칭찬을 받고 있고요. 두 번째로 3층 구석진 자리에 앉아도 공연을 관람할 때 좋은 시야를 확보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죠. 세 번째로 관객들은 잘 못 느끼고 지나가는 부분이겠지만, 무대를 만드는 스태프들이 만족하는 공연장입니다. 공연장의 구조적인 매커니즘을 많이 고민했는데요. 기술 스태프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싶네요." 
 
드림씨어터의 단기 목표는 연간 200회의 공연을 달성하는 것이다. 이어 5년 안에 연간 350회 이상 공연을 달성해, 서울 대극장들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다. 목표 달성을 위한 킬러 콘텐츠도 이미 계획 중이다. '오페라의 유령'이나 '위키드'와 같이 부산 관객들이 접한 적 없는 흥행작을 차례로 선보일 예정이다. 

화려한 무대 너머…'라이온 킹'의 백스테이지

아직 관객들이 입장하지 않아 고요한 객석과 달리, 백스테이지는 공연에 활용할 각종 소품과 의상을 챙기는 스태프들의 발걸음 덕에 묘한 긴장감이 감돈다. 백스테이지 한켠에 마련된 작업실에서는 이 마스크와 퍼핏에 망가진 부분은 없는지 살피는 작업이 매회 공연마다 반복된다. 작업대에는 조금 전까지도 스태프들이 사용했을 각종 채색 도구와 공구, 보수 작업을 끝마친 퍼핏들이 조심스럽게 놓여 있다. 사자 캐릭터인 '심바'와 '날라', '무파사'의 마스크는 물론이고, 코뿔새 '자주' 퍼핏도 막 보수를 마친 말끔한 모습으로 작업실 중앙을 차지하고 있다.

제작진이 '라이온 킹'에 쓰일 '자주' 퍼핏을 손보고 있는 모습. 사진/드림씨어터
'라이온 킹' 제작팀이 공연에 쓰일 '자주' 퍼핏을 손보는 모습. 사진/드림씨어터

"라이온 킹'에서 볼 수 있는 동물 퍼핏의 종류는 225개입니다. 우리의 일은 공연 중에 퍼핏들이 고장나거나 파손됐을 때 공연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즉각 보수하는 거죠."(팀 루카스 '라이온 킹' 인터내셔널 투어 퍼핏&마스크 팀장)
 
'라이온 킹'에서 '퍼핏(신체 일부와 결합해 조종할 수 있는 인형)'과 '마스크(머리나 얼굴에 쓰는 가면)'는 공연의 가장 핵심적인 소품이다. 배우들이 사바나 동물로 변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마법같은 장치이기 때문이다. 네이슨 스미스 '라이온 킹' 인터내셔널 투어 컴퍼니 매니저는 "마스크와 퍼핏이 낡지 않은 새것처럼 보일 수 있도록 스태프들이 고생하고 있다"면서 "매일 채색과 수리를 해주며 완벽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모든 마스크와 퍼핏은 관리하기가 다소 까다롭지만, 그중에서도 '자주'는 몸통 전체를 조작할 수 있는 유일한 퍼핏이라 특히 섬세한 관리가 요구된다. '자주'의 무게는 2kg으로, 20kg에 달하는 '품바' 퍼핏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가벼운 편이다. 제작진은 배우들이 마스크와 퍼핏을 지닌 채 연기해야 하는 만큼 가벼운 소재를 선택하는 데도 신경을 기울였다고. 이미 20년 전 초창기 마스크를 제작할 때부터 당시 최첨단 소재였던 탄소섬유를 활용해 무게를 최소화했다. 루카스 팀장은 작업실 곳곳에 세워진 마스크들을 가리키며 "여기 있는 마스크들은 각 배우의 머리에 딱 맞게 제작됐다. 골절 등의 치료를 위해 쓰이는 테모플라스틱(열가소성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라이온 킹'의 '스카' 마스크. 사진/드림씨어터
'라이온 킹'의 '스카' 마스크. 사진/드림씨어터

공연을 2시간 앞두고 백스테이지 여기저기서 몇몇 배우들이 땀을 흘리며 줄넘기를 하는 모습이 보인다. 이어 공연 주제가를 배경 삼아 출연 배우 전원이 무대 위에서 스트레칭을 하기 시작한다. 본격적인 공연을 앞둔 몸풀기다. 
 
'벙커'로 불리는 백스테이지는 이미 공연에 필요한 모든 의상이 체계적으로 정리된 상태다. 스미스 매니저는 "각 배우들의 이름이 적혀 있어, 어디서 의상을 갈아입어야 하는지 알 수 있다"며 "의상을 교체할 때는 15명 정도의 드레서가 도와주는데, 짧게는 1분30초에서 2분 정도가 걸린다"고 말했다. 
 
'라이온 킹' 제작진은 앙상블 배우의 분장을 빠르게 고치기 위해 '스텐실' 방식을 고안하기도 했다. 특정 형태의 그림을 미리 준비한 후, 그 구멍에 물감을 칠해 그림을 찍어 내는 기법이다. 스미스 매니저는 "공연을 진행하면서 배우들이 의상을 갈아입고 분장을 고치는 시간이 부족하다"며 "주연 배우는 준비하는 데 평균 45분 정도가 소요되는데, 앙상블 배우의 경우 짧게는 3분 안에 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3층 맨뒷자리에서도 가장 큰 감동을"

'라이온 킹' 제작진은 해외 투어를 돌 때도 무대 장치를 자체적으로 조달한다. 이 짐을 운반하는 데만 27개의 컨테이너가 필요하다. 이렇게 옮긴 장치로 무대를 완성하는 데만 8~10일이 걸리고, 철수하는 데는 1~2일이 걸린다. 스미스 매니저는 이 과정을 '하나의 거대한 직소 퍼즐'이라고 표현했다. 특히 '라이온 킹'의 한국 투어 마지막 장소인 부산 드림씨어터의 경우, 스태프들이 이 과정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드림씨어터는 '라이온 킹'의 부산 공연 일정에 맞춰 이달 개관한 뮤지컬 전용 극장이다.
 
김정현 드림씨어터 운영대표는 "'라이온 킹'의 디즈니 쪽 스태프들이 대구와 서울을 거쳐 저희 극장에 왔는데, 가장 빠르고 편안하게 무대를 준비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며 "어떤 공연이든 잘 받아낼 수 있는 인프라를 갖췄다"고 자신했다. 작업자들이 무대를 설치할 때 이용하는 '캣워크'를 좀 더 안전하게 설계하고 전동 장치를 설치한 것도 스태프들의 애로사항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민의 흔적이다. 특히 신생 극장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유독 깔끔한 캣워크를 소개하며 "어느 공연장이든 캣워크나 그리드가 얼마나 잘 정리됐는지를 보면 그 공연장의 군기가 보인다. 특별히 신경 쓰고 있다"고 귀띔했다. 

드림씨어터 배튼. 사진/드림씨어터
드림씨어터 배튼. 사진/드림씨어터

김 대표는 공연장 최상부에 위치한 '그리드'와 '배튼'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각종 무대 배경과 소도구, 조명을 달아 띄우는 무대 장치로, 견딜 수 있는 무게가 무거울수록 무대 연출에 활용하기 좋다. 김 대표는 "보통 배튼이 60개 정도면 대극장 작품은 다 받아낼 수 있는데, 가능하면 많은 세트와 조명, 스피커를 매달아야 하기 때문에 배튼을 많이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드림씨어터에서는 배튼 80개를 쓸 수 있고, 1개당 최대 1000kg까지 매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작진의 숨은 노력과 무대 인프라도 중요하지만, 훌륭한 공연의 성패는 결국은 관객들에게 달려있기 마련이다. 평생을 공연장에서 살아온 김 대표가 드림씨어터를 짓는 과정에서 고심한 부분도 바로 관객석이었다. 그는 "모든 관객들이 VIP석에 앉아서 보고 싶어 하지만, 그렇게 못하는 관객들도 있다"며 "6만원짜리 티켓이든, 17만원짜리 티켓이든 무대를 보고 감동을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강조했다. 그가 공연장 1~3층 중 가장 많이 고민한 객석은 가장 뒷자리인 3층이다. 객석에서 무대를 보는 시야가 조금이라도 가려지지 않도록 배려한 것은 물론이고, 곳곳에 숨겨진 서라운드 스피커를 통해 수준 높은 음향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무대의 직소 퍼즐은 이렇게 보이지 않는 손길 아래 비로소 완성된다. 

드림씨어터 객석. 사진/드림씨어터
드림씨어터 객석. 사진/드림씨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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