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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이름으로 청소노동자 일어서다
여성의 이름으로 청소노동자 일어서다
  • 명숙/인권운동가
  • 승인 2010.12.03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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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ée 특집] 불안정 노동의 시대

올해 초부터 시작한 청소노동자의 권리 캠페인(‘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으로 청소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임금 실태가 사회에 많이 알려졌다. 그러나 ‘청소노동’이라는 직업에 대한 조명은 어느 정도 이뤄졌지만 나이 많은 여성노동자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직업’이라는 측면에서 여성노동에 대한 저평가와 젠더적 성격, 여성의 비정규직화를 촉진하는 신자유주의의 성격에 대한 논의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다.

중앙고용정보원의 산업별·직업별 고용구조조사(OES·Occupational Employment Statistics Survey) 데이터를 활용한 자료에 따르면,(1) 전체 임금노동자 1600만 명 중 청소노동자는 37만7927명으로 4위일 뿐 아니라 단일 직종으로 가장 많다. 청소노동자 중 여성이 30만8220명(81.6%)이며, 고용형태는 상용직이 28.8%고, 임시직 49.6%, 일용직 21.6%다. 계약기간을 설정한 계약직이든, 아니면 계약기간을 설정하지 않았더라도 언제든 그만둬야 하는 임시직 개념으로 근무하는 비율은 76.4%다.

성별화된 노동분할, 여성 겹소외

2008년 청소노동자의 평균임금은 79만6천 원(남성 102만9천 원, 여성 74만3천 원)으로, 주 44시간 기준 법정 최저임금인 85만2020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르면 새벽 5시부터 일을 시작해도 법정 최저임금 근처에 머무는 임금 실태, 휴게 공간조차 없어 창고 같은 곳에서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청소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은 어디서 비롯되는가. 그중 하나는 기업의 이윤 창출을 쉽게 하는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다른 하나는 노동에 대한 젠더 분할로 지배를 용이하게 하는 자본주의의 가부장성에서 비롯된다. 여성노동에 대한 평가절하는 단지 신자유주의 체제에 그치지 않는 오래된 가부장제에서 비롯됐지만, 신자유주의는 성별화된 노동분할 전략으로 빈곤의 여성화, 여성의 빈곤화를 심화한다.

▲ <자화상>, 1934-케테 콜비츠
청소노동자 현황에서 볼 수 있듯, 현재 한국 여성노동자 중 비정규직은 전체 여성노동자의 3분의 2에 달한다. 2009년 3월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남자는 정규직이 529만 명(56.8%), 비정규직이 402만 명(43.2%)으로 정규직이 많다. 하지만 여성은 정규직이 240만 명(34.4%), 비정규직이 457만 명(65.6%)으로 비정규직이 많다. 비정규직은 상시적인 고용불안과 저임금이 떠오를 만큼 열악한 노동자의 상징이다. 이렇듯 신자유주의의 노동유연화 정책은 성별화돼 여성노동을 주변화한다.

하트만에 의하면, 미국에서도 여성의 경제활동이 빠르게 늘어난 1980~90년대에 비정규직의 증가가 동시에 나타났다고 한다. 이는 경제활동인구에서 저임금으로 쉽게 고용할 수 있는 비정규직으로 여성을 끌어들였다는 것을 뜻한다. 노동은 남성에 의해 이뤄지며, 여성은 가사노동에 한정한다는 가부장적 상식은 여성노동에 대한 저평가를 뒷받침해준다. 여성노동력 가치에 대한 일방적인 저평가는 가부장제와 그에 따른 차별적 노동시장에 의해 가능하다. 지난 8월 통계청 발표를 봐도, 남성의 임금은 월평균 237만 원인 데 비해 여성은 138만 원으로, 100만 원의 격차가 나타났다. 지난해(95만 원)보다 격차가 더 벌어진 것이다.

직종 및 직무분리, 결국 비정규직

여성노동의 저평가는 성별화된 직종분리와 직무분리로 이어진다. 여성이 특정한 직업에 몰려 있고 이런 직종의 노동에 낮은 보상을 하며, 여성이 집중된 직종의 비정규직화로 이어진다.(2) 결국 성별 임금 격차와 성별 직종분리, 그리고 비정규직화는 결합돼 나타난다. 2007년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도 한국 여성의 비정규직화에 대해 “여성인력의 특정 저임금 영역 집중, 비정규직에서 여성의 높은 비율, 외부 용역이나 계약 파기 같은 여러 가지 유연한 노동형태 등과 같이 여성이 노동시장에서 처한 심각한 불이익과 여성에 대한 고용보장 및 혜택 부족, 남성과 여성 사이의 임금 격차 등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성별화된 노동평가에 대해 이영자는 “여성에 대한 가부장적 존재구속성과 자본의 노동전략이 선택적 친화력을 지닌다”고 분석했다.(3) 자본은 성별 직종분리, 여성노동의 평가절하, 여성의 유휴인력화, 가족임금 등 여성 차별적인 노동전략을 사용한다. 그 결과 여성노동자는 비정규 여성노동, 이등직업 신분계급, 주부노동자 예비군으로 존재하게 된다.

성별 직종분리는 고용불안정을 심화한다. 장지연은 “여성이 비정규직 노동자가 되는 데는 학력 같은 인적 자본의 차이에서 나타나는 영향이나 가족의 특성에서 나타나는 자발적인 선택이 아니며, 일자리의 특성 자체에서 구조적으로 결정되는 것”으로 분석한다.(4) <표>에 나타나듯이 비정규직 비중이 높은 직종과 여성의 비중이 높은 직종이 만난다. 특히 음식서비스직에 여성이 많이 분포돼 있다.(5) 은수미가 비정규직과 여성의 조우를 분석한 보고서(6)에 따르면, 20대 여성의 비중이 높은 직종은 보건의료 관련직(36.4%), 연구직(25.9%), 미용·숙박·여행·오락·스포츠(25.7%), 문화·예술·디자인·방송 관련직(23.7%), 사회복지 및 종교 관련직(17.9%) 순인 반면, 40대 여성은 음식서비스(35.4%), 섬유 및 의복(29.8%), 연구직(11.6%), 생산단순직(14.0%), 식품가공(13.2%) 순으로 일부 전문직을 제외하면 단순노무직에 훨씬 많이 취업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성별 직종분리와 연령별 직종분리가 결합되는 직종에서 대부분 여성노동의 빈곤화·비정규화는 심화되고 있다. 청소노동자 중 여성의 평균연령은 56.5살로, 60살 이상 여성이 41%를 차지하는 것만을 봐도 이런 현실은 분명하다.

더구나 최근 정부가 내놓은 ‘국가고용전략 2020’은 △파견업종의 확대(파견 수요가 많고 정규직의 대체 가능성이 적은 업무 추가) △기간제 사용 예외 대상 확대(신설기업, 청소·경비 업무 등)를 목적으로 하며, 이는 결국 단순노무직으로 분류되는 여성 직종의 광범위한 비정규직화로 이어져 사태를 더욱 악화할 것이다.

그런데 성별 직종분리와 성별 임금 격차를 노동자들도 내면화하고 있어 성별차에 대한 문제제기를 어렵게 한다. 앞에서 보았듯이, 청소노동자의 남녀 임금은 경력이나 연령에 큰 차이가 없는데도 25만 원이나 차이가 난다. 남녀의 직급별 차이를 고려해도 성별 격차의 폭이 크다. 이런 임금 격차에 대해 여성 청소노동자도 ‘남성은 가장’이므로, 때로는 ‘남성이 힘을 많이 쓰는 노동을 하니까’라며 당연하게 여긴다.(7) 이는 그동안 많이 비판해왔던 ‘가족임금제’가 여전히 우리 사회에 온존함을 보여준다.

가족임금제를 중심으로 남성중심성은 노동운동 내부에도 존재한다. 양대 노총 모두 임금 관련 요구 내용의 토대를 대부분 ‘가족임금제’에 두고 있다. 민주노총이 산출한 표준생계비는 여성은 피부양자라는 모델에 입각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모델로 하는 3인 가구는 가장(32살)·주부(29살)·남자 유아(3살)로 구성되고, 4인 가구는 가장(36살)·주부(33살)·남자 초등학생(7살)·여자 유치원생(5살)으로 구성돼 있다.

가족임금제 내면화, 임금차별 수용

여성노동자 스스로도 가족임금제를 비롯한 노동에 대한 성별화, 성별 임금 차이 등을 인정하는 현실을 극복하려면 여성노동자가 노동운동의 주체로 서야 한다. 여성은 대부분 영세사업장이나 비정규직으로 고용돼 있기 때문에 전국적인 노동조합 가입 여성 비율은 5.6%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노조로 조직된 청소노동자 규모도 5천 명으로 전체 노동자에 비해 매우 적은 수이지만, 거기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다.

2010년은 청소노동자의 투쟁이 어느 때보다 돋보였던 해다. 청소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지지가 뒷받침돼서이기도 하겠지만, 여성 청소노동자의 노동자로서 자기주체화가 투쟁의 동력이 됐다. 또한 여성이 많은 사업장의 간부가 대개 남성인 것과 달리, 청소노동자 조합에서는 여성 간부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올가을 파업을 앞두고 만난 한 대학의 청소노동조합 간부들은 노동자로서의 자부심도 높고, 노동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없는 사회 현실을 비판했다. 2006년 국가인권위 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노동자가 노동조합을 조직한 이후 달라진 점 가운데 주목할 만한 것은 바로 ‘노동조합’이란 공간 안에서 만들어지는 여성노동자 간의 연대와 교류였다.

올 투쟁 돋보여… 여성 주체화 기대

“무엇보다 그들이 만족해하는 변화는 노동자들 간의 연대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다는 조직된 힘에 대한 기대와 노동자로서 자각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중략) 구체적으로 보면, 먼저 한 원청업체가 미화를 전담하는 여러 용역업체와 도급계약을 체결할 경우, 대학교 같은 대규모 공간에서는 노동자들끼리도 교류가 전혀 없었고 갈등의 소지도 많았으나, 노동조합이 결성되면서 이런 문제가 해소됐다.”(8)

“길 가다 마주쳐도 싸우고 막 두드리고 서로 정보도 모르고. 아무도 몰랐죠. 인제 노동조합이 생기면서 임금도 임금이지만 얼굴을 아니까 서로 반기면서 인사하고… 그게 제일 보람으로 생각해요.”(9)

이같은 주체의 인식 변화와 투쟁력, 여성 간부의 분포 등을 볼 때, 한국 노동운동에서 그동안 배제돼온 여성 비정규직 노동운동의 가능성을 청소노동자운동에서 기대해본다.

글•명숙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로, 올해 ‘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 캠페인단’에서 여성 청소노동자의 권익을 위해 활동했다.

<각주>
(1) 남우근, ‘통계로 본 청소노동자 실태’, 한국비정규노동센터, 2010.
(2) 장지연, ‘비정규노동 실태와 쟁점’, <경제와 사회>, 2000.
(3) 가부장적 존재구속성에 의한 성 신분은 타고난 생물학적 성 자체가 귀속적 지위를 결정지으며, 이는 남성에게 가부장의 우월한 지위를 부여한다. 성 신분제는 자본에 여성의 노동을 싸고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전제조건을 제공하고, 자본은 이를 이용한다. 이는 각 계급 안에서 성별 위계화를 초래하고 계급이동조차 불리하게 작용하게 하는 노동의 분절화 전략으로 이어진다. 이영자, ‘신자유주의 노동시장과 여성노동자성’, <한국여성학>, 제20권 3호, 2004.
(4) 장지연, 위의 논문.
(5) 이 자료에서는 경비직과 청소직을 통합해, 여성 비율이 온전히 드러나지 않았다.
(6) 은수미, ‘여성과 비정규직의 조우: 여성 노동시장 현황과 정책적 대응방향’, <여성 비정규직 근로자의 현황과 정책과제> 연구보고서, 2007.
(7) 그녀들은 남자들의 업무가 ‘나르고 드는’ 등 ‘힘쓰는’ 일에 집중돼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분리는 ‘남자가 그 일을 더 잘하고 다른 일은 여자가 더 잘하니까’와 같은 성별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여겼다. A사업장에서 남녀 임금이 10만 원가량 차이를 보이는 이유에 대해 ㄱ씨는 “그래도 (남자들은) 힘든 일을 하니까. 짐 나르는 게 많고 여기는 책상, 의자 나르는 게 많다”고 답했다. 업무분리가 단순한 성별 분업에 머물지 않고 성차별적 임금구조를 초래하고 정당화하고 있다. 명숙 외, ‘청소노동과 청소노동자의 삶 ②’, <인권오름>, 2010.
(8) 김성희 외, <청소용역 근로자의 인권상황 실태조사>, 국가인권위원회의 연구용역보고서, 2006.
(9) 인권운동사랑방 사회권팀, ‘3개 청소노동자사업장 심층면접’,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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