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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욕망이 교차하는 네모난 바다
인스타그램, 욕망이 교차하는 네모난 바다
  • 김지연 l 문화평론가
  • 승인 2020.02.28 13:0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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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불만족스러운 잉그리드는 팔로워 26만 명의 SNS 스타 테일러의 행복해 보이는 삶을 동경하다가, 급기야 엄마의 유산을 털어 테일러가 있는 LA로 떠난다. 테일러와 똑같은 곳을 방문하고 같은 취향으로 자신의 피드를 꾸미다 마침내 그와 친구가 돼 꿈같은 삶에 발을 들인다. 팔로워들은 테일러가 태그해준 잉그리드의 계정을 팔로우했고, 그도 덩달아 유명인이 된다. 잉그리드는 행복해졌을까. 영화 <언프리티 소셜 스타>는 이를 방증하듯 잉그리드를 파국으로 이끈다. SNS에서의 유명세란 도대체 무엇이길래 이토록 사람의 삶을 쥐고 흔드는 걸까.

몇 년 전 젊은 세대가 페이스북에서 인스타그램으로 옮겨갔듯이 현재의 1020세대는 윗세대가 진입하기 시작한 인스타그램에 싫증을 내고 텀블러로 이주했다는 이야기가 들리지만, 여전히 인스타그램의 영향력은 어마어마하다. 카페나 식당은 물론, 옷이나 육아용품, 책과 공연 같은 문화콘텐츠나 여행지까지 전부 인스타그램에서 유명해져야 잘 팔리는 시대다. 무언가 갑자기 유명세를 치를 때, 그 이유를 현실 세계에서 찾을 길이 없다면 답은 전부 그곳에 있다. 사람들은 소비할 상품을 찾기 위해 구글이나 네이버 같은 검색엔진이 아니라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검색한다. 가장 핫하고 힙한 것은 모두 SNS에 있기 때문이다. 

무언가 팔기 위해서는 이제 인스타그램부터 시작해야 한다. 상품만을 직접·반복적으로 노출하기보다 우선 친교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처음엔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이용자들과 서로 팔로우(맞팔)하기도 하고, 의도적으로 구매자나 팔로워가 돼줄 만한 사람들에게 방문해 먼저 팔로우(선팔)하거나 ‘좋아요’를 누른다. ‘맞팔’은 서로의 팔로워 수를 사수하기 위한 암묵적인 계약이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팔로우를 끊으면 반대쪽에서도 팔로우를 끊곤 하는데,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앱이 다양하게 존재할 정도다. 동경할 만한 라이프 스타일과 감성이 담긴 피드를 꾸준히 업로드하는 활동은 필수다. 

그렇게 일정 수준의 팔로워를 거느리고 나면 또 다른 팔로워들이 자연스레 따라붙는다. 이런 인스타그램 셀럽들은 자신의 콘텐츠를 알리기 위해 해시태그조차 걸 필요가 없다. 그들이 업로드하는 것이 곧 힙한 것이고, 그들의 삶을 동경하는 팔로워들이 이에 열광하기 때문이다. 상품을 구매한다기보다는 그 안에 담긴 감성을 구매하는 팔로워들의 욕망을 자극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따라 하고 싶은 삶’을 보여주는 것이다.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그 브랜드를 이용하는 것이 멋진 삶, 힙한 라이프스타일과 동의어가 돼야 한다. 그렇다면 팔로워는 자연스레 구매자가 된다. 

이를 위해서는 네모 칸 안에 비치는 삶을 멋지게 큐레이션 해야 한다. 누군가 나의 프로필을 방문했을 때 보이는 ‘그리드(Grid)’를 최대한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서는, 힙한 장소에 방문하고 눈에 띄는 물건을 써야 하며, 보기 좋은 외모까지 지녀야 한다. 사생활을 공유하는 것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인스타그램 속 셀럽의 일상에 등장하는 가족이나 친구, 연인까지 함께 유명해지며 덕을 보는 건 흔한 일이 됐다. 그들 모두 ‘따라 하고 싶은 삶’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이다. 

사실 어디든 콘텐츠가 넘쳐나서 좋은 콘텐츠도 사장되는 현시대에는 눈에 띄는 것이 우선이다. 그 와중에 내가 업로드한 피드를 감상해주는 수천 명, 혹은 수만 명의 팔로워는, 그들이 무엇을 위해 팔로우했건 간에 분명 대단한 일이다. 이를 잘 활용해 성공한 콘텐츠도 존재한다. 몇 년 전 출판계에서는 이례적으로 100만 부 이상을 판매하며 성공을 거둔 이기주 작가의 책 『언어의 온도』는 인스타그램에서 먼저 유명해졌다. 작가는 삶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 어머니에게 꽃을 선물하는 따스한 감성을 지속적으로 피드에 드러냈고, 많은 사람과 ‘맞팔’을 해서 팔로워를 늘리는 동시에 성실하게 ‘좋아요’를 눌러줬다. 팔로워는 점차 증가했고, 그가 인스타에 올린 글을 모아 본인의 1인 출판사에서 출간한 『언어의 온도』는 입소문을 타고 성공을 거뒀고, 차기작들도 모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물론 작가의 글이 현시대의 감성을 충족시키는 점, 직접 책을 들고 작은 서점들을 돌며 홍보한 노력이 폄하돼서는 안 되지만, 그가 인스타그램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성공이었을지도 모른다. 그가 책을 알리기 위해 책 표지 사진만 업로드하거나, ‘#언어의온도#책스타그램’만 남발했다면, 인스타그래머들의 눈에 띄지 못했을 테니 말이다. 

 

일단 인스타그램에서 셀럽이 되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뭔가를 알리는 일은 너무나 쉽다. 콘텐츠 생산자는 물론, 단지 사생활로 유명인이 된 사람들도 이를 기반으로 사업을 시작한다. 유명해진 이유에 따라 상품의 종류는 달라진다. 팔로워들은 셀럽이 시시콜콜한 일상 이야기를 접하며 그들에게 오프라인의 친구만큼이나 친근감을 느끼며, 그들과 같은 물건을 소비함으로써 동일한 삶을 살고 싶은 욕망을 충족한다. 

또한, 과거에는 멀게만 느껴졌던 창작자들에게 친근한 감정을 가지며 마치 아는 사람의 물건을 팔아주듯 그들의 콘텐츠를 기꺼이 소비해준다. 역으로 ‘친근감’이라는 무기를 장착하기 위해 SNS에서의 소통을 자처하는 TV 스타들도 늘어났다. 인스타그램 셀럽들의 상품이 유명해지며 시장을 형성하고, 그들이 방문한 곳이 핫플레이스가 된다. 그리드를 넘어 현실 세계로 뻗어 나간 영향력은 그 범위가 한정되지 않는다. 

이런 구조 속에서, 셀럽이 제공하는 친근함만을 믿고 상품을 구입했다가 피해를 입는 경우도 생겨났다. SNS가 쥐여주는 권력의 폐해를 증명한 ‘임블리 사건’이 대표적이다. 외모와 패션 감각으로 유명해진 임블리는 수년간 팔로워들을 상대로 옷과 화장품, 식품 등을 가리지 않고 판매하며 사업을 확장했다. 그러나 최근 상품의 저급한 품질과 소비자 기만이 문제가 되며 대중의 지탄을 받았다. 배신감을 느껴 이탈한 팔로워들과 여전히 임블리를 옹호하는 팔로워들은 사건의 팩트나 결과와 상관없이 여전히 대립하는 중이다. 그를 옹호하는 이들에게 임블리의 결백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자신의 자존감을 위탁했던 존재이기 때문이다. 

기형적인 시장구조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상품이든 콘텐츠든 눈에 띄기 어렵기 때문에 모든 상품과 콘텐츠가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1)해지기 시작했다. 상업공간의 디자인, 음식의 플레이팅은 물론, 인스타그램용 사진이 잘 나오는 메이크업이 유행한다. 심지어 외모마저 이에 가깝게 바꾸려고 한다. 사람마저 ‘인스타그래머블’해야 하는 시대다. 물론 ‘인스타그래머블’이 품질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그것은 이미 중요하지 않다. 사진 찍기에 아름답고, 그래서 나의 인스타그램 피드를 아름답게 장식하는 것으로 그 재화는 효용을 다했기 때문이다. 

여행지도 마찬가지다. 가는 길이 험난할지라도 단지 네모난 사진 속에 담기는 배경 하나가 ‘인스타그래머블’하다면 모든 불편을 감수하고 그곳에 간다. 부산의 감천동은 그렇게 ‘부산의 산토리니’로 유명해졌고, 컬러풀한 배경으로 알려진 장림포구는 ‘막상 가보면 아무것도 없어 실망스럽다’라는 평이 대부분이지만 여전히 인기 여행지다. ‘고작 사진 한 장’이 인스타그래머들에게는 아주 중요한 문제다. 이렇게 예쁜 사진으로 피드를 꾸미는 것, 즉 나의 삶을 큐레이션하는 활동으로 나의 가치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블랙 미러>에는 SNS에서의 평판 점수가 현실 세계에서의 삶을 좌우하는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점수가 높다면 줄을 서지 않고 항공권을 구매하거나 좋은 집에 살 수 있고, 점수가 낮다면 모든 혜택에서 배제될 뿐 아니라 멸시의 대상이 된다. 드라마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팔로워와 ‘좋아요’ 수가 곧 권력이고, 이것에 실제 세계의 부로 이어진다. 누구보다 멋지게 자신의 삶을 전시한다면 이 권력을 가질 수 있다. 과거에는 특별한 사람만이 스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SNS에서의 평판을 높인다면 누구라도 셀럽이 될 수 있다. 이른바 가까운 곳의 셀럽, ‘쁘띠 셀럽’이다.

인간은 대부분 명예욕과 권력욕을 가지고 있다. 과거에는 시험 합격이나 출세로 그 충족이 가능했다면, 요즈음에는 유명하다면 명예도, 권력도, 부도 가질 수 있다. 유명인이 되지 못하면 그들과 친분을 쌓아 주변에라도 머물러야 한다. 연예인과 사진을 찍어 ‘유명인과 친한 나’를 전시하는 것과 같은 심리다. 게다가 정보와 재화가 넘쳐나고 모든 것이 너무 빠르게 변하는 이 과잉의 시대 속에서, ‘나만 뒤처질 수 없다’는 조급함은 기본적인 네트워킹 욕구를 넘어 SNS 속 세계에 집착하는 신인류를 만들어냈다.

인스타그램의 네모 칸 안에 담은 각자의 욕망은 사실 현대인의 자존감 문제와 맞닿아 있다. 자존감은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는 내부의 단단한 마음, 그것으로부터 확인하는 스스로에 대한 존재감이지만, 제대로 된 자존감을 가져본 적 없는 이 사회는 구성원들에게 빛나는 성취와 눈에 띄는 외모처럼 타인의 인정을 받아야만 가질 수 있는 ‘가짜 자존감’을 요구한다. SNS에서 좋은 평판과 인기를 얻는 일은 이 시대가 요구하는 자존감과 동일하다. 누군가는 자아실현, 부의 축적을 위해 셀럽이 되려 나섰고, 누군가는 자존감 충족을 위해 그들의 뒤를 따른다. 그리드를 타고 각자의 욕망이 교차한다.

네모 칸을 들여다보는 이들의 욕망은 대단한 것이 아니라, 그저 ‘뒤처지지 않는 보통’이 되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나 SNS 위주로 정보를 습득하다 보면 어쩐지 보통의 허들이 너무나도 높아 보인다. 스마트폰 하나로 타인의 삶을 구경할 수 있는 초연결 시대에 사는 우리는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보이는 것은 매끈하게 전시해 놓은 삶뿐이고 그것은 세계를 구성하는 협소한 일부분이다. 하지만 이를 객관적으로 인지하는 것은, 쉬워 보이지만 쉽지 않다.

‘내일이 올 걸 아는데/난 핸드폰을 놓지 못해/잠은 올 생각이 없대/다시 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 하네/잘난 사람 많고 많지/누군 어디를 놀러 갔다지/좋아요는 안 눌렀어/나만 이런 것 같아서/저기 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 속엔’(딘, <인스타그램>)이라는 가사는 네모 칸 안에 갇힌 현대인의 내면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자존감을 요구하는 사회에서 나 역시 자존감을 높이겠다고 외적으로 멋진 삶을 추구하고 더 멋진 누군가의 삶을 추종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속에 뛰어들수록 자존감이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모두가 너무나 멋지고 잘나 보이는 그곳에서 눈을 굴리다가 문득 고개를 돌려 바라본 나의 현실은 너무도 초라하다. 앞서 언급한 노래의 뒷부분은 이렇다. ‘내 맘에는 구멍이 있어/그건 뭐로도 못 채우는 것/난 지금 가라앉는 중인걸, 네모난 바닷속에서’

그럼에도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는 좋은 마케팅 도구다. 묻힐뻔한 좋은 콘텐츠를 알릴 수도, 누군가의 삶에 빛나는 기회를 선사하기도 한다. 그러나 분명 허점은 존재한다. 그렇지만 진짜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나 도구가 존재하기나 할까. 판단 도구가 생겨나더라도, 욕망은 언제나 그것을 비켜 다시 자라날 것이기 때문에 옥석을 가리는 눈은 스스로 기를 수밖에 없다. 물론 진짜가 아닌 것을 알고도 그것을 거를 것인지, 따를 것인지는 각자의 몫이다. 알면서도 그것을 이용하고 시류를 타고 싶은 것 역시 본인의 욕망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것이 이 사회에 효율적으로 적응하는 좋은 방법일 수도 있다. 네모난 바닷속에서 건질 수 있는 것이 평판과 부일지, 아니면 자존감일지, 그것으로 메꿀 수 있는 구멍이 외부의 욕망일지 진짜 나의 욕망일지는 오로지 자신만이 알 수 있다. 

 

 

글·김지연

문화와 예술에 관한 글을 쓰고 전시를 만든다. 홍익대 예술학과와 경북대 로스쿨을 졸업했으며, 미술전문지 <그래비티 이펙트>의 미술비평 공모에서 입상했다. <샤갈·달리·뷔페>전과 <그대 나의 뮤즈>전을 기획했다.


(1)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이라는 뜻으로, 인스타그램에 올려서 과시할 수 있을 만큼 멋진 것, 혹은 사진이 잘 나올만한 것을 의미한다. 최근의 마케팅 트렌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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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자민 2020-03-06 00:50:48
근데 전 소사이어티없는카페 책 주문했고 인스타그램에 올릴건데요? 인친님들에게 소개하고싶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