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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연주의 문화톡톡] '부부'의 세계, 배신의 대가는 왜 혹독한가
[송연주의 문화톡톡] '부부'의 세계, 배신의 대가는 왜 혹독한가
  • 송연주 (문화평론가)
  • 승인 2020.05.18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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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드라마 <부부의 세계>가 비지상파 채널 최고 시청률 28.371%를 기록하고 막을 내렸다.

주인공 지선우는 남편 이태오의 배신에 증오하며, 복수를 생각했고, 복수의 과정에는 대가가 따랐다. 그것은 가장 소중한 것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었다.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두 사람이 가족이란 울타리를 만들어

서로의 인생을 섞어 공유하는 그 이름.

부부.

이토록 숭고한 인연이 ‘사랑’이라는 약한 고리로부터 기인한다는 것.

곱씹을수록 간담 서늘하다.

사랑은 무한하지도 불변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부부의 연을 맺으며 우리는 약속했었다. 너만을 사랑하겠노라고.

그러나, 약속은 버려졌고, 사랑은 배신당했다.

배신으로 시작된 증오 그리고 이어지는 서로를 향한 복수.

복수에는 응분 대가가 따르는 법.

복수란 상대뿐 아니라 자신까지 파괴하는 것이란 걸 알아야만 했다.

(출처: JTBC홈페이지- <부부의 세계> 기획의도 일부)

기획의도에서 보듯이 <부부의 세계>는 부부간의 배신을 시작으로 이후에 인물들이 선택하는 삶의 태도에 집중한다. 배신으로 인한 아픔으로 증오하고, 서로를 향해 복수하고, 가장 소중한 것을 잃게 만든다. 이태오의 외도와 배신에 복수를 꿈꾸는 지선우는 손제혁과의 하룻밤으로 이태오를 배신한다. 지선우는 배신의 피해자이자, 손제혁의 아내인 고예림에게는 가해자가 된다. 역시 이태오는 배신의 가해자이면서 자신 때문에 벌어진 지선우의 외도에 대한 피해자가 된다. 이로써 이태오와 지선우는 서로를 향한 증오와 복수의 감정에 얽히고, 손제혁과 고예림 가정도 내부적으로 균열하게 된다.

 

(출처:JTBC홈페이지)
(출처:JTBC홈페이지)

기존 부부간의 배신과 배신 이후의 삶을 소재로 한 드라마와 영화들은 배신을 주도한 인물과 배신을 당한 인물의 대치 상황을 그리면서, 배신을 주도한 인물에게는 응분의 ‘벌’을, 배신을 당한 인물에게는 새로운 ‘희망’을 던져주는 전개를 자주 보여주었다.

배신을 주도한 인물에게 가해지는 응분의 ‘벌’은 가장 소중한 것을 빼앗는 ‘상실’의 아픔을 주는 것이었다. 상실의 대상은 부부가 이루는 세계에 얽힌 가족이나 주변사람들부터, 재산, 건강, 자기 자신, 그리고 배신하고 선택한 새로운 사랑, 새로운 사랑에 대한 판타지까지 다양하다. 부부가 배신을 할 때는, 결국 가장 소중한 것을 내어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식을 잃게 만든 유형으로 루카구아다니노 감독의 <아이 엠 러브>(2009)가 있다. 영화는 재벌의 아내로 살아가는 중년 여성 엠마의 일탈을 보여주는데, 아들의 친구와 사랑에 빠진 엠마에게서 가장 소중히 여겼던 아들을 잃게 만든다. 그것도 어머니와 친구의 관계에 상처받은 아들이 엠마에게 분노하는 그 순간, 엠마의 눈앞에서 죽게 했다.

(출처:네이버영화)
(출처:네이버영화)

다른 사랑에 대한 판타지를 잃게 만든 유형으로 사라폴리 감독의 <우리도 사랑일까>(2011)가 있다. 프리랜서 작가 마고는 착실한 남편을 사랑하지만, 권태로움을 느끼던 중, 우연히 만난 이웃남자에게 새로운 설렘을 갖게 된다. 마고는 혼인 중에 육체적인 외도는 하지 않았지만, 정신적인 사랑이 만들어낸 판타지 때문에 남편과의 관계를 정리한다. 그러나 이혼 후, 이웃남자와 함께 살아가는 마고는 일상이 되어버린 사랑으로 판타지가 깨어진 삶을 살아간다.

 

(출처: 네이버 영화)
(출처: 네이버 영화)

배신을 당한 인물에게는 주어지는 새로운 희망은 인생을 역전할 새로운 기회, 더 나은 인성과 조건을 갖춘 소위 ‘백마 탄’ 이성이다. 배신의 아픔을 극복하고, 과거 결혼생활보다 더 행복한 모습으로 살아가면서, 배신을 주도한 인물에게 상대를 배신한 것에 대해 후회를 하게 만들어주는 형식이 많았다. 배신을 주도하는 인물이 왜 배신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구차하지만 나름의 정당성으로 배신을 당한 인물에게 부족함이 있음을 지적하고, 그래서 배신을 당한 인물이 이후의 삶에서는 자신의 부족함을 개선해 나가며 ‘변신’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변신을 도와주는 것이 새로운 기회와 기존 배우자 보다 더 나은 이성인 것이다.

 

배신의 고리로 얽힌 <부부의 세계> 속 지선우는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을까.

우선 지선우는 공동체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 지선우는 친구와 동료가 이태오의 배신을 눈감아주고 동조했다는 것을 알고 분노했다. 모두가 알고 있는 이태오의 외도를, 아들마저도 알고 있는데 지선우만 몰랐다는 것. 그로 인한 수치심과 배신감은 지선우를 의심과 불신의 늪에 빠져들게 한다.

그리고 지선우는 사회적 입지를 잃어간다. 남편으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시선을 견뎌야하고, 이혼녀라는 꼬리표가 붙어 다니며, 부원장의 자리에서도 물러나게 된다.

무엇보다 소중한 아들 이준영이 일탈하면서 지선우는 아들마저 잃게 된다.

끝으로 자기 자신이다. 지선우는 증오와 복수에 집착하면서 공동체와 사회, 그리고 아들에게마저도 멀어지면서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야할 자기 자신이 상실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지선우에게 새로운 기회나 새로운 사랑은 없었다. 그것은 어쩌면 지선우 역시 손제혁과의 외도로 고예림에게 가해자로서의 입지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

결국 지선우가 얻은 것은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이었다. 최선을 다해 발버둥치며 배신 당하기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려 했던 지선우는 자신이 발버둥 칠수록 현재는 더 무너져간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부부'의 세계는 왜 배신에 대한 대가가 혹독한가.

결혼은 부부가 되는 것과 함께 서로의 가족과 지인이 모두 ‘가족’으로 얽히게 되는 일이다. 결혼을 한다고 선언하며 축복을 받는 것만큼, 부부간의 배신과 이별은 가족과 지인들에게 화제가 되고, 상처가 된다. ‘연인의 세계’에서도 배신은 나쁜 것이지만 그 여파가 다르다. 그만큼 결혼이 주는 무게감과 책임, 사회공동체 최소단위로서의 ‘가족’이라는 견고함을 감내해야한다는 것이다. 특히 <부부의 세계>가 아들 이준영을 핵심에 두고 지선우와 이태오의 욕망을 보여준 것은 부부란 어떤 관계성의 존재인지, 그 속에서 부부 각자는 또 어떻게 자신을 지키며 존재해야 하는지 질문을 던져주었다.

 

사진출처 : JTBC홈페이지, 네이버 영화

글 : 송연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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