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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숙의 문화톡톡] 빙의 로맨스웹툰 ― 슬기로운 빙의생활을 통해 이생망과 죽음에서 탈출하기
[서곡숙의 문화톡톡] 빙의 로맨스웹툰 ― 슬기로운 빙의생활을 통해 이생망과 죽음에서 탈출하기
  • 서곡숙(문화평론가)
  • 승인 2020.06.08 14: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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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의 로맨스웹툰: 빙의를 통한 이생망 탈출

빙의(憑依)는 영혼이 옮겨 붙거나 다른 것에 몸이나 마음을 기대는 것을 의미한다. 빙의는 비정상적인 행동과 성격 변화를 나타내며, 정신적 죄에 대한 속죄, 영과 인간 사이에서 중개자 역할을 보여준다. 빙의의 동의어로는 신내림이 있다. 빙의나 신내림은 종교적·민속적 전통에서 어떤 사람이 외부의 초자연적인 힘의 직접통제를 받는다는 증거로 해석할 수 있는 비정상적 행동과 성격변화를 특징으로 하는 상태이다. 증후에는 난폭한 비정상적 행동, 비명, 신음 및 앞뒤가 맞지 않거나 이상한 말을 되풀이하는 행위가 포함된다. 일부 전통에서는 정신적 죄를 범하여 공동체의 희생물이 되어 속죄하거나, 또 다른 전통에서는 영(靈)을 다스리기 위한 매개자로 여겨지며 영과 인간 사이에서 중개자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렇듯 빙의는 현실과 초현실의 경계를 나타내며 희생물, 속죄, 영적 능력을 나타낸다.

최근 빙의를 소재로 한 로맨스웹툰이 많이 나타난다는 점에서 그 이유 있는 등장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빙의 로맨스웹툰에서는 여주인공이 다른 인물의 영혼에 옮겨 붙으면서, 신체적으로는 지속하지만 영혼이 바뀌게 되어, 갑작스러운 변화와 변모를 보여준다. 빙의 로맨스웹툰에서 여주인공은 빙의를 통해서 ‘이생망’을 탈출한다. ‘이생망’은 ‘이번 생은 망했다’를 줄여 이르는 말이며, 주로 젊은 층에서 자조적으로 쓴다. 이런 웹툰에서는 전생과 현생의 격차를 보여주며, 죽을 운명에 처한 여주인공이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빙의 로맨스웹툰은 세 가지 유형을 보여준다. 첫째, 폭군 황제 딸로 살아남기, 둘째, 악녀 조연으로 살아남기, 셋째, 엑스트라로 살아남기이다. 빙의 로맨스웹툰에서 여주인공은 폭력, 도덕, 규범으로부터의 일탈에서 죽음으로부터의 일탈로 나아간다.

 

폭군 황제 딸로 살아남기와 폭력으로부터의 일탈
: <황제의 외동딸>, <어느 날 공주가 되어버렸다>

<황제의 외동딸>에서는 폭군 황제 아버지 손에 죽을 운명인 공주 딸이 자신의 아버지를 조련하며 살아남고자 고군분투한다. 이 웹툰은 윤슬 원작, 리노 그림으로 카카오페이지 웹툰에 연재되고 있으며, 4,073,191명 구독, 30.6만 명 댓글의 인기 작품이다. 여주인공은 아리아드나 레르그 일레스트리 프레 아그리젠트라는 긴 이름의 공주로 태어난다. 하지만 그녀는 귀한 신분으로 태어났지만, 반역으로 피로 얼룩진 옥좌에 올라선 반왕, 대륙을 공포로 몰아넣은 희대의 폭군인 카이텔 황제 아버지의 살해 위협으로 공포의 나날을 보낸다.

<황제의 외동딸>은 공주로 빙의된 여주인공이 살아남기 위해서 잔인하고 폭력적인 황제 아버지를 조련하여 츤데레 딸바보로 만드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려낸다. 폭군 아버지에게 있어서 공주는 벌레 같은 존재, 개 같은 존재, 사람 같은 존재로 서서히 가치가 상승한다. 공주아기 아리아드나는 놀라지 않기, 울지 않기, 웃음 짓기, 귀찮게 하지 않기 등 살아남기 위해 모든 방법을 강구한다. 사실상 성인 여성이 빙의된 아기공주이기 때문에 아기답지 않은 어른스러운 조숙함으로 죽음의 위협에서 벗어난다. 잔인하고 폭력적인 황제가 딸과의 유대관계를 통해 점점 다정하고 따뜻하고 자상한 아버지로 변모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아기의 육체에 성인 여성이 빙의되어 아기 얼굴과 성인 여성의 생각이 부조화를 이루면서 웃음을 자아낸다. 그리고 공주가 속으로는 황제의 차가운 태도와 폭력적인 행동에 대해 비판하고 조롱하지만, 겉으로는 아기의 해맑은 미소와 친근한 태도를 보인다는 점에서 천진난만한 얼굴과 시니컬한 생각의 부조화로 웃음을 창출한다.

 

<어느 날 공주가 되어버렸다>도 냉혈한 황제 손에 죽는 비운의 공주 운명을 타고난 여주인공이 죽지 않기 위해서 사이코 아버지를 딸바보로 만드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웹툰은 플루토스 원작, 작화 스푼 글·그림으로 카카오페이지 웹툰에 연재되고 있으며, 1,095,758명 구독과 12.8만 명 댓글의 인기 작품이다. 전생에서 여주인공은 『사랑스러운 공주』이라는 손님이 두고 간 제목도 내용도 촌스럽고 유치한 로맨스 소설을 읽는다. 여주인공은 현실에서 수면제를 먹고 잠이 들었는데 소설 속에서 죽는 운명인 비운의 공주 아타나시아 데이 앨제어 오벨리아로 태어난다. 아타나시아 공주는 황제가 편애하는 여동생 제니트 공주를 죽이려 했다는 누명을 쓰고 교수형을 당하는 인물이다.

<어느 날 공주가 되어버렸다>는 아타나시아 공주로 빙의된 여주인공이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 클로드 황제 손에 죽지 않기 위해서 아버지를 딸바보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클로드 황제는 자신의 처와 자식을 모조리 죽여 버린 사이코이며, 아타나시아를 버러지로 취급하며 경멸하는 인물이다. 아기공주 아타나시아는 죽지 않기 위해 황제의 눈에 띄지 않기, 어른스럽게 처신하기, 울지 않기, 어떠한 모욕이나 심한 말도 참기, 억지로 웃기 등 두려운 상황에서도 필사의 노력을 기울인다. 아타나시아 공주는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클로드 황제의 사랑을 받게 되지만, 황제가 기억을 상실해 다시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 위기의 상황을 겪게 되어 황궁을 탈출한다. 결국 황제가 기억을 되찾게 되면서 다시 딸바보가 되고, 제니트 공주는 사실상 황제가 죽인 형의 딸로 밝혀진다. 아타나시아 공주로 빙의된 여주인공은 원작 소설과 달리 아버지의 사랑을 받고 자신의 목숨을 구하고 사랑하는 연인과 이루어지는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두 편의 빙의 로맨스웹툰은 폭군 황제 딸로 살아남기를 통해 폭력으로부터의 일탈을 보여준다. 여주인공은 억압적인 권력에 대해 소리 없는 저항과 조롱을 보여주며, 공적 폭력과 사적 폭력을 코믹성과 부조화의 아이러니로 비판한다. 여주인공은 폭력과 죽음에서 벗어나기 위해 온갖 지혜를 동원하며, 가정 폭력과 근친상간의 경계를 보여준다. 빙의된 영혼과 공주딸 육체의 결합은 표면적인 순종과 이면적인 저항성이라는 이중성으로 억압적인 권력에 대해 저항한다. 두 웹툰에서 여주인공은 모두 친아버지 폭군 황제의 손에 죽는 비운의 공주로 빙의된다. 여주인공의 최대 문제는 바로 폭군 황제 아버지의 죽음의 위협이다. 폭군 황제는 국가와 가정에서 절대 권력을 행사하며, 황제로서의 공적 폭력과 아버지로서의 사적 폭력을 행사하며, 이 과정에서 여성과 아이가 희생물로 바쳐진다.

아기공주가 아버지 손에 죽지 않고 살아남기 위한 방법은 울지 않기, 의연하게 행동하기, 모든 기대치를 버리기, 초탈하게 행동하기, 억지웃음 짓기 등이다. 아기공주는 성인여성의 영혼이 빙의되었기에 아기답지 않은 조숙한 처신으로 살아남지만, 사실상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미션이다. 여주인공은 자신의 빙의된 육체로는 황제가 아버지이지만, 자신의 실제 영혼으로는 황제가 타인이다. 그녀는 황제를 제3자로서 관찰하고 대하면서 객관화, 대상화하면서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아버지이자 타인인 황제를 끊임없이 분석하며 대응방안을 강구한다. 성인여성의 영혼으로 관찰되는 황제는 잔혹한 아버지이면서 동시에 매력적인 나쁜 남자가 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근친상간의 미묘한 기운을 느끼게 만든다.

두 편의 빙의 로맨스웹툰은 폭군 황제를 딸바보로 길들이는 과정을 통해 남성의 폭력성에 대한 불안, 여혐에 대한 두려움, 묻지 마 폭력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는 서사를 보여준다. 여주인공은 살인자 아버지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한없이 순종하는 굴종의 삶을 보상받기 위해서 끊임없이 ‘놈’으로 지칭하는 욕설과 비어를 사용한다. 웹툰에서 폭력적인 남성과 자애로운 여성이 대비적으로 그려지며 아기공주 문제로 갈등을 하며, 보모인 여성이 황제인 남성 앞에서 목숨을 걸고 아기를 보호한다. 여주인공의 삶은 3단계로 그려진다. 여주인공은 전생에서 여러 가지 일을 많이 겪는 평범한 성인 여성으로 나오며, 빙의 이전의 인물은 황제에게 죽음을 당하는 공주이며, 빙의 이후의 인물은 의연하고 밝은 태도로 생존하는 공주가 된다. 여주인공은 직접적인 저항이 아니라 길들이기 혹은 미세한 변화를 통해 큰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나비의 날개짓을 통해 사회의 억압적이고 가부장적인 권력에 대해 소리 없는 저항을 보여준다. 두 편의 빙의 로맨스웹툰은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의 갈등을 통해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이전 세대에 대한 비판과 그 해결 가능성을 통해서 폭력으로부터의 일탈을 그리고 있다.


 

악녀 조연으로 살아남기와 도덕으로부터의 일탈
: <양판소 주인공의 아내로 살아남기>, <악녀의 정의>, <악녀의 남주님>

<양판소 주인공의 아내로 살아남기>는 처형당하는 황태자비로 빙의하는 여주인공이 권력과 사랑을 포기하고 살아남고자 애쓰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 웹툰은 녹끼 원작, 아빈 글·그림으로 카카오페이지 웹툰에 연재하고 있으며 1,141,959명 구독, 5.1만 명 댓글의 인기 작품이다. 여주인공은 자신이 읽던 소설책의 인물, 즉 양판소 주인공 황태자의 아내인 황태자비 카나리아 이스터로 빙의한다. ‘양판소’는 양산형 판타지 소설의 줄임말이며, 대한민국에서 이렇다 할 특색과 깊은 사색 없이 정형화된 판타지 소설을 비하하는 멸칭이다. 카나리아는 빚밖에 없는 허울뿐인 남작의 여식으로 황태자비가 된 후, 황후의 계략에 동참하여 남편인 황태자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결국 황태자의 손에 목이 잘리는 악녀이다.

여주인공은 주인공 손에 죽는 양판소 소설의 악역 조연 겸 사치스러운 아내로 빙의하지만, 살아남기 위해서 어렸을 때부터 황태자에게 잘 대해주고 위기 상황에 도와줌으로써 평화롭게 이혼하고자 노력한다. 여주인공은 죽지 않기 위해서 권력과 사랑을 포기하고, 자신의 최후를 알기 때문에 되도록 죽는 상황을 피하고자 한다. 그래서 여주인공은 죽지 않기 위해서 이혼 당하려고 하며, 황태자를 다른 귀족 아가씨와 맺어주려고 하는 등 황태자비에서 탈출하고자 노력한다. 여주인공은 본인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이러한 과정에서 악녀에서 동반자로, 조연에서 주연으로 변모하며 주인공인 황태자의 사랑을 얻게 되고 죽음에서 벗어난다.

 

<악녀의 정의>는 여주인공이 황태자를 연인에게서 가로채려 하는 악녀 공작영애로 빙의하여,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 웹툰은 주해온 원작, 윤쓰 글, 민 그림으로 카카오페이지 웹툰에 연재하고 있으며, 1,293,584명 구독, 4.8만 명 댓글의 인기 작품이다. 여주인공은 가장 친한 친구에게 남자친구를 뺏긴 날 실수로 한강에 빠지고 만다. 그리고 눈 떠보니 악녀로 이름난 공작영애 샤르티아나 알티제 카일론이 되어 있고, 그녀는 황태자를 그 연인에게서 가로채려 한다. 여주인공은 전생에 자신에게 고통을 준 그런 악녀 따위는 절대로 되지 않을 거라고 다짐하며, 차기 황후 후보인 레지나로 간택되지만 황태자와 연인 아이린을 엮어주고자 한다. 하지만 여주인공은 모략이 휘몰아치는 궁정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황후의 자리를 쟁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고, 여주인공의 변화된 모습에 차갑기만 했던 황태자 레오프리드가 자신에게 호감을 표시하기 시작한다. 여주인공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악녀에서 동반자로, 조연에서 주연으로 변모하며 주인공인 황태자의 사랑까지도 얻게 된다.

 

<악녀의 남주님>은 여주를 괴롭히다가 죽는 악녀 조연으로 빙의한 인물이 남주를 포기함으로써 살아남고자 노력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 웹툰은 이하론 원작, R수없음 글·그림으로 카카오페이지 웹툰에 연재하고 있으며, 768,458명이 구독하고 1.9만 개의 댓글이 달린 작품이다. 소설 속 유니페 마그놀리아는 여주 라엘 카니아의 친구이자 악녀 조연으로서, 남주 이시드를 사랑하여 그의 사랑을 받는 라엘을 질투해 괴롭히다가 남조 카시안에게 죽임을 당하는 인물이다. 유니페로 빙의한 여주인공은 죽음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 마법사 아카데미에서 라엘과 이시드를 계속 피해 다닌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이시드와 하룻밤을 보내게 되면서 엮이게 된 유니페는 자신이 죽음을 당하는 1년 이전에 이시드와 헤어지고 라엘을 엮어주고자 노력한다. 결국 남주를 사랑하게 된 유니페는 죽지 않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과정에서 악녀에서 동반자로, 조연에서 주연으로 변모하며, 털털하고 명랑한 성격의 그녀에게 이시드와 라엘이 모두 호감을 느끼게 되면서 죽음에서 벗어난다.

 

세 편의 웹툰은 악녀 조연으로 살아남기를 통해 도덕으로부터의 일탈을 보여준다. 여주인공은 집착과 질투에서 벗어나 공생과 조력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죽음으로 끝나는 악녀 조연의 운명에서 벗어나 살아남고자 노력한다. 여주인공은 이러한 현실에 대한 초월성과 함께 가치관의 변화와 노력을 보여줌으로써 목숨을 구하고 남주의 사랑을 얻는 등 자신의 운명을 변화시킨다. 여주인공은 소설 속에서 남주에게 집착하고 여주를 괴롭혀 처형되는 악역 조연으로 빙의하지만,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 혹은 가족을 살리기 위해서 협력 관계를 형성하고 착하게 살기보다는 현명하게 살고자 한다.

남성과의 관계에서 여주인공은 소설 속 남주에게 의존하는 혹은 속박되는 삶을 거부하며, 남주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고 다른 인물을 도와줌으로써 자신의 기반을 다지는 등 살아남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 여성과의 관계에서도 여주인공은 소설 속 여주에 대한 질투에서 벗어나 공생의 관계, 협력의 관계를 형성하며 상생의 길로 나아가고자 한다. 여주인공은 표면적으로는 악녀의 역할을 수행하지만 이면적으로는 지혜로운 처신으로 생존하고자 노력한다는 점에서 이중성을 보여준다. 여주인공은 인간관계에 대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자신에 대한 불신과 의심을 불식시키고 조력관계를 형성하여 죽음의 위기에서 벗어난다. 이렇듯 세 편의 웹툰은 남주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죽음으로 끝나는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여성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여주인공은 착하게 행동하기보다는 악녀라는 비난을 듣지만 현명하게 처신하며, 명예, 권력보다는 실속, 생존을 챙기고자 노력한다. 그 과정에서 여주인공은 완벽한 천사형 여주가 사실상 계략을 사용하는 인물이며, 남주인 황태자와 여주의 관계가 사실상 연인 관계가 아니라 계약 관계임을 알게 되면서 관계 이면의 진실을 깨닫게 된다. 여주인공은 세 가지 삶을 보여준다. 전생의 인물은 평범하거나 비참한 삶을 살며, 빙의 이전의 인물은 황태자에 대한 집착으로 죽는 악녀이며, 빙의 이후의 인물은 황태자에 대해 집착을 버림으로써 살기 위해 노력한다. 악녀 조연은 지혜로운 처신으로 주연으로 변모하며, 황태자의 사랑이나 집착을 버리고 주변 인물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목숨과 사랑을 모두 얻게 된다. 여주인공의 악녀 조연으로 살아남기는 기존의 도덕적인 잣대에서 벗어나 선행보다는 지혜로운 판단과 낙관적인 성격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엑스트라로 살아남기와 규범으로부터의 일탈
: <날 것: 공작가의 하녀로 빙의했습니다>, <공작부인의 50가지 티 레시피>

<날 것: 공작가의 하녀로 빙의했습니다>는 여주인공이 소설 속 서브남의 실연과 죽음에 가슴아파하여 소설 속 하녀로 빙의하여 서브남을 구원해 주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 웹툰은 주아리 원작, 로하 그림으로 카카오페이지 웹툰에 연재하고 있으며, 940,883명 구독, 댓글 3.7만 명의 인기 작품이다. 소설 속에서 공작가의 후계자인 서브남 리안드로 치릴로 벨라비티는 사랑하는 공주인 여주를 황태자인 남주에게 빼앗기고 공주를 되찾기 위해 반란을 일으키다가 처형을 당한다.

여주인공은 자신이라면 소설 속 서브남을 행복하게 해줬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하고, 이러한 서브남앓이의 결과 잠에서 깨어나 보니 소설 속 서브남의 하녀로 빙의된다. 리안드로는 온 몸을 갉아먹는 저주에 걸려 공작 가문의 수치로 여겨지고, 부모로부터 버림받아 사랑에 굶주린 어린 짐승으로 살아간다. 온갖 비극적 설정을 끌어안은 서브남 리안드로는 저택하녀1인 엑스트라 이벨리나의 도움으로 자신을 되찾고 저주를 풀게 된다. 소설 속 서브남은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공주에게 실연당하고 황태자 남주에게 공주를 빼앗기며 여주를 찾기 위해 반란을 일으키고 처형당한다.

여주인공은 이러한 서브남에 대한 연민으로 하녀로 빙의하여 저주에 걸리고 사랑에 굶주린 어린 짐승인 서브남을 사랑으로 보살펴 저주를 풀고 멋진 남성으로 변모시킨다. 그 결과 리안드로가 하녀 이벨리나를 사랑하게 되고 황태자도 공주보다는 이벨리나에게 관심을 갖는 등 서브남과 엑스트라가 주변부에서 중심부로 이동한다. 하녀인 엑스트라가 서브남을 행복하게 만들어 서브남의 운명뿐만 아니라 공작 가문을 변화시키고 나아가 국가에 대한 반역과 비극적인 역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변화시킨다. 이 과정에서 여주인공은 공작 가문의 무정한 부모, 저주를 통해 국가 권력을 영속시키려는 황제, 가벼운 성품의 황태자, 집착하는 공주 등을 통해 귀족사회와 국가권력에 대해 비판의 시선을 보낸다.

 

<공작부인의 50가지 티 레시피>는 여주인공이 존재감 없는 공작부인으로 빙의하며, 이용만 당하던 전생의 삶을 반성하여 자신의 능력과 취미를 키워 자존감을 찾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웹툰은 이지하 원작, 엔트 스튜디오 그림으로 카카오페이지 웹툰에 연재하고 있으며, 873,351명이 구독하고 4.3만 명의 댓글이 달린 작품이다.

여주인공은 3단계의 삶을 보여준다. 첫째, 전생에서 여주인공은 회계사로 열심히 일하지만 자신의 공적을 남에게 빼앗기고 남의 실책을 뒤집어써서 해고당하는 억울한 인생을 살게 된다. 둘째, 빙의 이전의 삶에서 여주인공은 낮은 가문의 귀족 여식으로 태어나 결혼과 사랑에 관심이 없는 공작의 조건에 맞는다는 이유로 결혼하지만 귀족과 하녀로부터 멸시당하는 허수아비 공작부인이다. 셋째, 빙의 이후의 삶에서 여주인공은 공작부인으로서의 위엄을 되찾고 홍차를 통해 사랑을 전파하고 회계사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경제적 능력을 보여준다.

여주인공은 빙의를 통해 무능력, 소심, 소외, 비굴의 삶을 능력, 대범, 연대, 관용의 삶으로 변모시킨다. 여주인공은 홍차에 대한 사랑을 다른 인물들과 함께 나누면서 공작남편, 공작가문, 귀족사회에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여주인공은 전생의 삶을 반성하여 빙의된 삶에서는 자신의 단점을 극복하고 자신을 표현하며 새로운 인생 설계에 도전하여, 허수아비 공작부인에서 능력 있고 사랑 받는 공작부인으로 변모한다. 여주인공은 노력에 의해서 자신의 주어진 삶과 환경을 변화시키며, 커피가 주류를 이루어 홍차를 동양적인 열등한 기호식품을 취급하는 귀족사회에서 과감하게 자신의 취향을 전파하며 다른 인물들과 귀족사회를 변화시킨다.

 

두 편의 웹툰은 엑스트라로 살아남기를 통해 규범으로부터의 일탈을 보여준다. 여주인공은 자신의 상황을 인식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며 공생의 삶을 살면서 주체성, 자신감, 자존감을 되찾으며, 주변부 삶을 동정하고 중심부 삶을 비판한다. 두 편의 웹툰은 대부분의 빙의 로맨스웹툰과는 전혀 다른 설정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빙의 로맨스웹툰에서는 여주인공이 공주 혹은 귀족의 여식으로 빙의되어 황태자와 결혼하는 내용이 일반적인 서사 구조이다. 하지만 이 두 편의 작품에서는 여주인공이 엑스트라 하녀 혹은 허수아비 귀족부인으로 빙의하며 황태자 남주와의 결혼에 집착하기보다는 서브남의 인생을 구원하거나 자신의 주체적인 삶을 살아간다.

여주인공은 하녀 또는 허수아비 귀족부인이라는 주변부 삶을 통해 규범으로부터 일탈하여 귀족사회의 규범과 국가권력의 독점을 비판한다. 여주인공은 서브남을 희생, 헌신, 사랑으로 보살피면서 슬픔, 고통, 괴로움을 위로하고 달래줌으로써 인간적인 면모를 되찾게 도와준다. 혹은 여주인공은 하녀, 기사, 공작, 귀족부인 등 계층을 초월해서 홍차를 통한 힐링을 함께 향유한다. 여주인공은 주변부 삶에 동정과 연민을 느끼고 다른 인물을 돕는 것에서 삶의 보람을 찾으며, 최대한 현실의 이해관계와 탐욕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조용하지만 충실하게 살아가는 초탈한 모습을 보여준다. 여주인공은 이러한 공생과 협력의 삶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 자존감, 자신감을 회복하여 자신의 삶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인물과 사회를 변모시킨다.

 

슬기로운 빙의 생활
: 가상현실의 삶을 통해 이생망과 죽음으로부터의 일탈

빙의 로맨스웹툰에서 세 가지 유형의 살아남기는 가상현실의 삶을 통해 이생망과 죽음으로부터의 일탈을 보여준다. 첫째, 폭군 황제 딸로 살아남기는 폭력으로부터의 일탈을 보여준다. 둘째, 악녀 조연으로 살아남기는 도덕으로부터의 일탈을 보여준다. 셋째, 엑스트라로 살아남기는 규범으로부터의 일탈을 보여준다. 드라마 <슬기로운 감방 생활>과 <슬기로운 의사 생활>은 살아남기 위해 슬기롭게 사회생활을 헤쳐 나가기 위한 노력과 의지를 보여준다. 빙의 로맨스웹툰에서도 여주인공은 슬기로운 빙의 생활로 죽음의 위협과 공포를 극복하고 자신의 생존 의지, 자기계발의 노력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살아남는다.

빙의 로맨스웹툰의 여주인공은 사랑, 목숨, 주변부 삶의 가치를 보여주며 제2의 인생을 살게 되면서 죽음의 운명으로부터 탈출한다. 여주인공은 탐욕 버리기, 지혜롭게 처신하기, 공생하기, 베풀기, 악행을 저지르지 않기 등 슬기로운 행동으로 비참하고 불명예스러운 죽음의 운명에서 벗어난다. 여주인공이 빙의된 삶에서 살아남기 위해 처절한 생존 투쟁을 벌이는 모습은 이생망의 현실에서 벗어나 가상세계 현실로 탈출하여 제2의 인생을 살고 싶다는 욕망을 드러낸다. 여주인공은 빙의 이전 인물의 육체와 전생의 삶을 살다가 다른 세계로 옮겨온 인물의 영혼이 결합하여 영혼과 육체의 분리 혹은 이질성을 보여주며, 빙의된 세계에서의 규범, 관습, 가치관을 탈피하며 혁신,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킨다.

여주인공의 죽음의 위기와 삶에의 의지는 열심히 살아가지만 길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관론과 노력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낙관론이 혼재되어 있다는 점에서 신자유주의 시대 힘겨운 생존과 자기계발 의지의 강제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자신의 인생에서 주인이 되지 못하는 미성년자, 조연, 엑스트라의 반란은 연애, 결혼, 임신을 포기하는 삼포 세대의 힘겨운 삶을 반영하며, 주연, 조연, 엑스트라의 경계를 허물고 주변부적인 삶을 옹호한다. 인터넷, 가상세계, 가상현실은 바로 이러한 빙의를 통해 제2의 인생이라는 또 다른 선택지를 제시함으로써 이생망의 독자에게 쾌락을 선사한다. 인물에게 닥친 가장 큰 문제인 죽음은 바로 이러한 죽음과도 같은 이생망의 힘겨운 삶을 반영한다.

빙의 로맨스웹툰에서 빙의된 이후에도 죽지 않고자 고군분투하는 여주인공의 모습은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라고 외치며 죽음과도 같은 삶에 도전하는 모습, 포기하지 않는 생명력을 보여준다. 빙의 로맨스웹툰은 빙의 이전과 이후의 단절을 통해 비정상적인 행동과 성격 변화를 보여주며, 자신의 전생과 빙의된 인물의 이전 삶에 대해 반성하거나 혹은 빙의된 인물의 이전 악행에 대해 정신적인 속죄를 보여준다. 여주인공은 이러한 속죄에서 더 나아가 자신의 전생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빙의된 삶에서는 신비로운 능력을 보여준다. 빙의 로맨스웹툰의 여주인공은 폭군 황제 딸, 악녀 조연, 엑스트라녀는 빙의를 통해 죽음으로부터 일탈하며, 남성 인물과 사회의 악행을 뒤집어쓴 공동체의 억울한 희생자가 되기를 거부한다는 점에서 주체적인 삶을 추구하는 여성의 욕망을 보여준다.
 

사진 출처: 네이버 웹툰, 카카오페이지 웹툰
 

글: 서곡숙
문화평론가 및 영화평론가. 비채 문화산업연구소 대표로 있으면서, 세종대학교 겸임교수, 서울시 영상진흥위원회 위원장, 국제영화비평가연맹 한국본부 사무총장, 르몽드 아카데미 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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