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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숙의 문화톡톡] 사채 로맨스웹툰 ― 사채/섹슈얼리티/로맨스의 기묘한 조합과 경계 허물기
[서곡숙의 문화톡톡] 사채 로맨스웹툰 ― 사채/섹슈얼리티/로맨스의 기묘한 조합과 경계 허물기
  • 서곡숙(문화평론가)
  • 승인 2020.12.1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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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채와 로맨스웹툰

사채는 개인이 사사롭게 빌린 돈으로 은행이나 금융기관이 아닌 개인이나 대부업체로부터 빌린 사설 채무를 말한다. 이런 불법 사채와 사금융 기업을 구분하는 기준은 법의 준수 여부다. 대표적인 세 가지 기준은 대부업으로 정식 등록을 했는가, 법정 최고 금리(24%)를 준수하는가, 이자 외에 별도의 수수료를 받는가이다[1]. 사회에서 주로 제기되는 사채의 문제는 고금리와 연대보증이다. 경제 위기와 생계 문제가 발생하면서 사채에 대한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

사채 로맨스웹툰은 사채와 로맨스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개의 범주의 기묘한 조합을 보여준다. 여주인공의 생계 문제와 남녀의 빈부 격차에 사채 문제가 개입하게 되면서 경계를 넘나드는 남녀를 보여준다. 사채 로맨스웹툰의 종류는 두 가지이다. 첫째,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경계를 보여주는 사채 로맨스웹툰은 <W.O.W(Walk On Water)>, <주인님은 의사선생님> 등이 있다. 둘째,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보여주는 사채 로맨스웹툰은 <만화가와 야쿠자>, <늑대남들과 애완 계약> 등이 있다.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경계에서
: <W.O.W.(Walk On Water)>, <주인님은 의사선생님>

 

장목단 글, 잭스 그림의 <W.O.W.(Walk On Water)>에서 에드는 경호원에서 포르노 배우로 변모하면서 이성애와 동성애의 경계를 넘나든다. 경호원 에드가 소꼽친구이자 사채업자인 첸의 사채 독촉으로 ‘글렌맥퀸닷컴’에서 동성애 포르노 영상을 찍다가 오너/제작자/배우인 글렌과 동성애 관계가 되는 내용이다. 에드는 경호원이라는 직업에서의 남성성과 포르노 영상의 공/수에서 ‘수’ 역할의 여성성을 모두 보여준다. 포르노 배우인 에드와 포르노 제작자/오너/배우인 글렌의 관계는 연인으로 발전하면서 수직관계에서 수평관계로 변화한다. 두 사람은 첫 만남에서부터 서로에게 관심을 느꼈으며, 포르노영상을 찍는 과정에서의 성행위로 서로에 대한 욕망과 사랑을 깨닫는다.

<W.O.W.(Walk On Water)>는 이성애/동성애 사이의 갈등과 동성애의 발산/은폐를 보여준다. 에드는 경호원 시절 이성애자이었다. 나중에 에드는 포르노 연기와 글렌과의 관계로 자신의 동성애적 본능을 자각하고 표현하고 발산한다. 한편, 첸은 어린 시절 에드와 절친한 관계였다. 하지만, 그는 성인이 되어 사채업자로서 계속되는 빚 독촉으로 에드를 경제적, 정신적으로 괴롭힌다. 나중에 첸의 그러한 괴롭힘과 조롱이 에드에 대한 동성애적 욕망과 사랑을 은폐한 것임이 밝혀진다. 글렌은 주인공이자 조력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반면, 첸은 조력자에서 적대자로 변한다는 점에서 대비된다. 결국 미국사회 내 동양인들의 보수적인 공동체에서 에드는 자신의 동성애적 사랑과 욕망을 인정하지만, 첸은 자신의 동성애적 사랑과 욕망을 깨닫지만 그것을 억압하게 된다.
 

린 미나하 글, 사쿠야 후지 그림의 <주인님은 의사선생님>에서 간호사 코하루는 전남친의 사채 빚을 갚기 위해 룸살롱 호스티스 부업을 하다가 병원의 엄격한 미남 외과의사 타카기에서 들켜 그의 집에서 가사도우미를 하게 된다. 주인공은 여주인공의 사채 빚을 대신 갚아주는 대신, 여주인공에게 호스티스 부업을 그만두고 그의 집에서 가사도우미 부업을 해서 빚을 갚으라고 요구한다. 두 사람은 동거생활로 인한 잦은 접촉으로 서로 욕망을 느끼게 되면서 성관계를 맺게 되고 나중에 사랑을 확인하게 된다.

<주인님은 의사선생님>은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경계에서 섹슈얼리티와 로맨스를 보여준다. 남녀 주인공은 병원에서는 의사와 간호사의 관계이고, 집에서는 주인과 가사도우미의 관계로 주종관계, 수직관계이지만, 나중에 연인이 되면서 수평관계가 된다. 전남친은 사채 빚을 떠넘겨 여주인공을 곤경에 처하게 만든다. 하지만, 현남친은 능력 있는 의사, 멋진 외모, 배려깊은 성격 등 완벽한 남성으로 나오며, 곤경에 처한 여주인공을 돕기 위해 자신의 가사도우미로 채용하고, 병원에서도 업무 면에서 이끌어준다. 전남친은 연인에서 민폐남으로 하락하면서 조력자에서 적대자로 변모하는 반면, 현남친은 엄격한 상사에서 배려 깊은 연인으로 상승하면서 적대자에서 조력자로 변모한다. 사실상 이렇게 전남친과 현남친을 비교함으로써 고달픈 현실과 달콤한 환상을 대비시킨다.

 

불법과 합법의 경계에서
: <만화가와 야쿠자>, <늑대남들과 애완 계약>

 

코다 글·그림의 <만화가와 야쿠자>에서 여주인공 만화가 루이는 지인의 사채 보증으로 야쿠자이자 사채업자인 주인공의 위협을 받게 되어, 사채의 기한을 늦추는 대신 성관계를 허락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여주인공과 주인공의 성행위는 처음에는 경제적 협박이나 위협에서 출발했고 경제적 이점을 주는 대신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성폭행과 성매매의 경계에 위치하게 된다. 나중에 남녀 주인공은 이러한 육체적 교감을 통해 정신적 교감과 사랑을 느끼게 되면서 로맨스를 보여준다. 지극히 비현실적인 만화가와 지극히 현실적인 야쿠자·사채업자의 만남은 이러한 불법적인 성행위에서 출발하지만 합법적인 로맨스로 나아간다.

<만화가와 야쿠자>에서 만화가 여주인공과 야쿠자 주인공은 사채의 채무자와 채권자로 처음 만나게 되지만, 육체적 교감에서 정신적 교감으로 나아간다. 만화가 여주인공은 만화 외에는 세상만사를 모두 귀찮게 생각하고 흥미가 없는 귀차니스트이다. 그녀는 만화를 그려야 하는데 지인이 귀찮게 굴자 사채 보증을 선다. 또 그녀는 만화를 그려야 하는데 야쿠자가 위협하자 성관계를 허락한다. 그녀의 성행위는 사채에 대한 의무감에서 인간관계와 교감으로 변모한다. 한편, 야쿠자 주인공은 조직 두목의 아들로서 사채업의 업무를 맡아하며, 무서운 외모로 사람들을 위협하지만 인간미가 있는 츤데레형 인물이다. 그는 야쿠자 두목에게 거금을 받아내려는 엄마에 의해서 태어났지만 엄마에게 학대받고 버림받는다. 그는 야쿠자 조직의 권력 관계에서 형제의 견제를 받지만, 정작 본인은 권력에 욕심이 없는 인물이다. 엄마로 인한 정신적 상처 때문에 그는 여성과의 관계에서 일회적인 육체적 관계만을 추구한다. 하지만, 주인공은 여주인공과의 만남으로 안식과 위로를 받으면서 지속적인 정신적, 육체적 관계를 유지하게 되고, 다른 여성들과의 관계를 모두 정리한다.
 

스미토모 요시유키 글, 이부키 세리 그림의 <늑대남들과 애완 계약>은 부모가 돌아가시고 혼자 꽃집을 운영하던 유리가 경영악화로 빚이 생겨 곤란에 처하는 중 거액의 사례금을 받고 기업을 운영하는 부자 가족의 펫시터가 되는 내용이다. 펫시터로 들어간 유리는 인간/동물의 양면성을 지니고 있는 늑대남들과 차례로 성관계를 맺게 된다. 유리가 아버지, 아들 둘과 모두 관계를 맺는 다자간의 성행위는 역하렘보다는 오히려 성적 노리개로 보인다. 1명의 여성과 3명의 남성 사이의 성행위는 주인공들의 강요에 의한 성행위라는 점에서 성폭력으로 볼 수 있고, 경제적 대가를 보상받는다는 점에서 성매매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여주인공은 경제적, 육체적 약자이지만, 성행위를 통해 그들의 교감과 사랑을 얻게 되면서 점점 존재감이 커지고 우위를 차지하게 된다.

 

사채/로맨스의 기묘한 조합과 불가능한 소망 꿈꾸기

사채 로맨스웹툰은 사채와 로맨스를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설정하고 그 경계를 허문다. 사채는 고금리와 연대보증의 문제를 일으켜 여주인공을 억울한 희생자로 만든다. 가족, 지인, 전남친의 사채 문제로 인해서 희생자인 여주인공이 가해자인 사채업자의 횡포에 시달리지만, 경제적 능력이 있는 주인공이 구원자로 등장한다. 단, 사채업자가 주인공인 경우에는 악인에서 선인으로 변모하거나 혹은 자신의 내면에 숨겨진 선한 본성이 발현된다. 사채 문제는 청년 세대의 경제적 난관, 실업 문제, 배신과 극복을 다룬다.

사채 로맨스웹툰은 사채 문제를 통해 공적/사적 영역의 경계, 불법/합법의 경계를 보여주며, 로맨스로 그 경계를 허문다. 여주인공은 경제적 고난과 성적 괴롭힘이라는 이중적 고통에 시달린다. 여주인공은 사채업자의 위협을 받지만 빈곤한 경제상황으로 변제 능력이 없어 성행위나 그에 상응하는 행위를 강요받는다. 여주인공과 사채업자는 선과 악의 대립구도를 보이며, 결국 악인을 선인으로 바꾸거나 혹은 일반인 여주인공을 악인의 손에서 구해낸다. 이때 구원자는 보통 남자 주인공인 경우가 많으며, 주인공이 적대자이면서 동시에 구원자로 설정되기도 한다. 사채 로맨스웹툰은 심각한 생계난 문제로 인해서 해결할 수 없는 위험한 사채 문제를 보여주며,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로맨스 혹은 구원자로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불가능한 소망을 드러낸다.

사채 로맨스웹툰은 사채, 섹슈얼리티, 로맨스의 순서로 점차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사채 문제는 여주인공의 생계 문제와 남녀의 빈부 격차를 드러낸다. 곤경에 처한 여주인공이 사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주인공과 계약을 맺게 되는데, 이때 섹슈얼리티의 요소가 개입된다. 남녀 주인공은 사채 문제, 섹슈얼리티 문제, 로맨스 문제를 거치면서, 경제적 갈등, 육체적 갈등, 정신적 갈등을 겪게 된다.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사채 계약은 불평등한 섹슈얼리티 관계를 거쳐 공정하고 평등한 로맨스 관계로 나아간다. 여주인공과 주인공은 로맨스가 진행되고 여주인공이 경제적, 육체적, 정신적으로 자립하게 되면서, 두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역전된다. 고금리, 연대보증이라는 사채의 문제는 냉엄한 자본주의 경제논리와 배신/불신을 보여준다. 반면에, 여주인공과 주인공의 관계는 경제적 이해관계를 벗어나고 신뢰관계로 나아간다는 점에서 독자의 소망을 충족시킨다.

 

참고자료
[1] 사채, ≪나무위키≫, 2020.12.10.
https://namu.wiki/w/%EC%82%AC%EC%B1%84

 

사진 출처: 네이버 웹툰, 카카오페이지 웹툰

 

글: 서곡숙
문화평론가 및 영화평론가. 비채 문화산업연구소 대표로 있으면서, 세종대학교 겸임교수, 서울시 영상진흥위원회 위원장, 국제영화비평가연맹 한국본부 사무총장, 르몽드 아카데미 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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