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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선영의 문화톡톡] 세상 끝에서 살아남는 길 찾기 : <스위트 홈>(넷플릭스)
[문선영의 문화톡톡] 세상 끝에서 살아남는 길 찾기 : <스위트 홈>(넷플릭스)
  • 문선영(문화평론가)
  • 승인 2020.12.28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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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스위트 홈>에는 눈알 괴물, 긴 혀 괴물, 머리가 반 토막이 된 괴물 등 거의 매회 끔찍한 괴물이 등장하고 피가 난무하는 장면이 넘쳐난다. <스위트 홈>은 좀비, 귀신, 외계인 등 한국 드라마에서 등장했던 괴물의 영역을 넘어, 지금까지 드라마에서 구현하지 않았던 괴물의 이야기를 다룬다. 여태껏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 가능해진 이유는 여러 가지 조건들이 복합적으로 작동한 데 있다. 우선 OTT 플랫폼 넷플릭스의 제작이 동명의 원작 웹툰 <스위트 홈>(김칸비·황영찬)의 상상력을 한 편의 드라마로 실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여기에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선샤인> 등 대형 제작 드라마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 이응복 연출의 힘이 더해져서, 한국형 크리처 드라마가 탄생한 것이다. <스위트 홈>은 12월 18일 공개 이후, 미국 내 넷플릭스 TV쇼 부문에서 3위를 유지하며 유럽, 북미, 남미 등 11개국에서 화제의 작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괴물이거나 괴물로 변할 수 있다.

드라마 <스위트 홈>은 은둔형 외톨이 차현수(송강)가 갑작스런 사고로 가족을 잃고, 그린 홈이라는 낡은 아파트에 이사 와서 경험하게 되는 괴이한 일들이 다루고 있다. 현수는 학교 폭력의 피해자로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상처 받은 채, 자신의 방에 오랫동안 갇혀 지내던 인물이다. 그가 유일하게 몰입하는 것은 게임 뿐, 그마저 하루아침에 가족이 사라지고, 홀로 남게 되자 그는 살아갈 이유를 잃어버린다. 그린 홈으로 이사 온 날 현수는 자살할 날짜를 정한다. 드라마 <스위트 홈>은 자신의 존재를 감추고 꼼꼼 숨어버린, 아예 존재 자체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현수를 세상 밖으로 끌어낸다. 그것도 예상조차 안 되는 괴물이 판을 치는 세상으로, 심지어 점점 괴물화 되어 누군가의 생존을 위해 버텨야 하는 역할을 감당하게 한다.

출처: 넷플릭스 홈페이지
출처: 넷플릭스 홈페이지

<스위트 홈>에서는 인간/동물/괴물 구별 없이 대상을 공격하는 괴물이 출몰하는 세상을 그린다. 괴물의 출몰로 인류는 파멸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드라마 <스위트 홈>의 괴물은 특정한 규칙이 없다는 점에서 극단의 불안과 공포를 유발한다. 인간을 대상으로 한다든지, 어두워지면 힘이 더 강해지거나 물이나 불로 제거를 할 수 있는 등의 괴물을 상대하면서 터득해낼 수 있는 일정한 규칙을 찾아낼 수 없다. 이 드라마에서 밝혀낸 유일한 괴물에 대한 정보는 인간의 욕망에 의해 괴물이 된다는 점이다. 욕망에 의해 괴물이 되면 예측할 수 없는 모습으로 변하여 어떤 행동을 할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때 괴물이 될 법한 인간은 어떤 욕망을 가진 것인지, 어떤 성향의 인간인지에 대해서는 기준이 없다. 막연하고 광범위한 조건은 누구나 괴물이 될 수 있기에, 언제든 괴물로 변할 수 있기에 극단의 공포를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여기에 절망적인 상황에서 발생하는 인간의 이기적이고 잔인한 속성들은 드라마의 공포를 상승시킨다. 괴물화가 되어 괴물과 인간의 경계에 있는 현수를 철저히 이용하며, 현수의 고통을 외면하는 그린 홈의 사람들의 모습은 괴물보다 더 잔혹하고 무섭다. 괴물로 변하는 증상이 발현된 후, 완전히 괴물로 변하지 않고 죽지 않는 존재가 된 현수는, 그린 홈 사람들의 방패막이 된다. 현수는 그린 홈에서 사람들과 공존하기 위해서 괴물이 출몰하는 장소에 가서 미션을 완수하고 괴물과 싸우는 등 위험한 일을 담당한다. 괴물화 된 현수는 상처가 쉽게 아물어 죽지 않지만, 아픔과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린 홈 사람들이 현수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은 그를 인간이 아닌 괴물로 분리하고 경계하고자 하는 마음을 떨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위트 홈>이 후반부로 진행되면, 그린 홈 사람들은 온 힘을 다해 사람들을 지키는 현수를 안타깝게 생각하고 그를 수용하는 태도를 보인다. 그들의 생각이 변하게 된 이유는 누구든 괴물이 될 수 있고, 괴물보다 더 위험한 것이 살아있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점차 깨닫기 때문이다. 괴기스럽고 흉측한 모습으로 공격하는 괴물도 과거 가족이었고 이웃이었다는 점, 그리고 자신 안에도 같은 모습을 숨기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나 괴물이 될 수 있는 위험성을 내재하고 있고, 자신조차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것이 <스위트 홈>의 세상이다.

출처: 넷플릭스 홈페이지
출처: 넷플릭스 홈페이지

짙은 어둠도 희미한 빛으로 사라진다.

<스위트 홈>에서 낡은 아파트 그린 홈은 외부로부터 나가는 통로가 차단된 곳이 아닌, 점차 세상에서 그나마 안전한 공간이 되어간다. 그린 홈에도 여전히 괴물은 존재하고, 또 언제든 괴물로 변할지 모르는 사람들로 인해 공포는 사라지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그린 홈이어야 하는지는 이 드라마의 후반부로 가면 조금씩 드러난다. <스위트 홈>에는 다양한 괴물과 사투를 벌이는 장면이 중심이지만 살아남은 그린 홈 사람들 각각의 이야기를 담으려는 흔적들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VFX(시각적인 특수효과)를 활용한 괴이한 괴물들을 재현하는 데 집중되어 있어서, 인물들의 스토리는 촘촘하게 구성되지 못한 점은 분명 있다. 하지만 드라마 후반부는 그린 홈의 인물간의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이야기를 통해 그린 홈이 절망밖에 남지 않는 세상에서 그나마 안전한 곳이었음을 제시하고 있다.

그린 홈 사람들은 예측할 수 없는 상대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고 생존하기 위한 규칙들을 정하고, 살아남기 위한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그린 홈 내부에서는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나름의 일상을 조금씩 찾아간다. 외부와 차단된 채, 어딘가 있을 괴물과 공존하는 공간이지만 그린 홈에서의 생활이 가능하기 시작한 것은 각자도생하려는 이기심을 내려놓는 순간부터이다. 그린 홈 사람들은 괴물이 될지도 모르는 타인을 의심하고 경계하는 것을 넘어, 모두 같은 존재임을 인정하고 수용한다. 같은 공간에서 거주했지만, 서로에 대해 무관심했던 그린 홈 사람들은 절망이 가득한 세상에서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 보다 먼저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을 애틋하게 생각할 수 있는 마음을 갖게 된다. 그렇기에 미래를 볼 수 없는, 절망적인 세상에서 그린 홈은 스위트 홈이었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비로소 세상으로부터 상처 받은 현수가 스스로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는 힘을 만들어 내었을지도 모른다. 비록 세상이 어둠뿐일지라도 말이다. 짙은 어둠이 사라지게 하는 작은 빛에 대해서는 <스위트 홈>시즌2에서 밝혀지리라 기대해본다.

 

글·문선영(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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