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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숙의 문화톡톡] <굴뚝마을의 푸펠> ― 굴뚝청소부/쓰레기인간의 우정, 소수자의 일탈과 저항
[서곡숙의 문화톡톡] <굴뚝마을의 푸펠> ― 굴뚝청소부/쓰레기인간의 우정, 소수자의 일탈과 저항
  • 서곡숙(문화평론가)
  • 승인 2021.09.13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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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개혁과 애니메이션 <굴뚝마을의 푸펠>
 

생활ESG영화제가 2021년 9월 9일 개막하였다. 생활ESG영화제의 상영작 15편은 <굴뚝 마을의 푸펠>(히로타 유스케, 2020), <브루클린의 멋진 주말>(리처드 론클레인, 2014), <햄버거괴물의 습격>(이영준, 2020), <해피엔딩 프로젝트>(마이클 맥고완, 2012), <아일로>(기욤 미다체프스키, 2018), <상해전기>(지아장커, 2010), <시저는 죽어야 한다>(타비아니 형제, 2012), <아들에게 가는 길>(최위안, 2016), <그리움의 종착역>(조성형, 2009), <돌멩이>(김정식, 2018), <나의 마지막 수트>(파블로 솔라르스, 2017), <나의 가족, 나의 도시>(야스민 삼데렐리, 2011), <러블리, 스틸>(니콜라스 패클러, 2008), <광대: 소리꾼>(조정래, 2020), <미스터 주: 사라진 VIP>(김태윤, 2019)이다. 이 영화들은 E(environment), S(social), G(governance)의 개혁을 실천하는 작품들이다.

특히 15편 중에서 히로타 유스케 감독의 애니메이션 <굴뚝마을의 푸펠>(えんとつ町のプペル, 2020)은 굴뚝청소부와 쓰레기인간의 우정을 통해 폐쇄된 사회에서의 소외계층의 일탈과 저항을 보여줌으로써 환경, 사회, 거버넌스의 개혁을 모두 보여주는 영화이다. 이 영화는 니시노 아카히로의 동화 『굴뚝마을의 푸펠』을 원작으로 한다. 니시노 아키히로는 콤비 킹콩으로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는 일본의 유명 개그맨이자 동화작가이다. 니시노 아키히로가 쓴 『굴뚝마을의 푸펠』은 일본 출판 후 3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한 베스트셀러로, 사시사철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에 뒤덮인 굴뚝마을에 사는 소년과 쓰레기인간의 가슴 찡한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정체성의 변화: 쓰레기인간, 괴물에서 할로윈 푸펠로
 

<굴뚝마을의 푸펠>의 전반부에서 굴뚝청소부 루비치와 쓰레기인간 푸펠의 우정은 쓰레기인간이 괴물에서 할로윈 푸펠로 정체성이 변화하게 만든다. 루비치를 중심으로 아버지의 종이연극에 대한 회한과 쓰레기인간과의 유대를 병치시키며 그려나간다. 굴뚝마을은 위로는 검은 연기로 하늘과 별을 볼 수 없으며, 옆으로는 바다괴물에 대한 두려움으로 나아갈 수 없어 250년간 바깥세상과 단절된 곳이다. 아버지 브루노는 종이연극을 통해서 푸른 하늘과 별의 존재를 알리고자 하지만 마을 사람들로부터 거짓말쟁이라는 조롱을 받는다. 아들 루비치는 고소공포증이 있지만 하늘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굴뚝청소부로 일하며, 별의 존재를 믿는 외톨이 어린이다.
 

 

쓰레기인간은 우주 물체로서 쓰레기로 뒤덮여져 있으며, 괴물이라며 자신을 잡으려는 이단심문관을 피해 쓰레기통에 숨었다가 쓰레기소각장으로 끌려가지만, 루비치에 의해서 목숨을 건진다. 루비치는 쓰레기인간의 목숨을 구하는 대신 친구가 되어달라고 부탁하며, 친구는 ‘함께 있어주는 사람’이라고 설명한다. 『어린 왕자』의 어린 왕자에게 친구의 의미를 가르쳐주는 여우처럼, 루비치는 쓰레기인간에게 친구의 의미를 알려줄 뿐만 아니라 ‘할로윈 푸펠’이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사실상 쓰레기인간이 쓰레기통, 쓰레기소각장으로 가는 것은 당연한 행로이지만, 루비치의 개입으로 쓰레기라는 운명의 행로에서 일탈하여 재봉사의 길을 걷게 된다.

 

<굴뚝마을의 푸펠>의 전반부 스타일에서는 색채의 대비와 카메라 시선의 변화를 보여준다. 우선, 이 영화는 무채색과 유채색이 색채의 대비를 이룬다. 화려한 색깔의 우주물체, 마을의 거리 등은 유채색이지만, 마을의 뒷골목, 탄광 등은 무채색이며, 밤이 되어 모든 불을 끄면 유채색에서 무채색으로 어두워진다. 다음으로, 이 영화는 시선의 주체와 대상으로 변화하는 카메라의 시선을 보여준다. 쓰레기인간이 마을에 나타나는 장면에서, 카메라는 처음에는 할로윈 분장이라며 호기심을 갖고 다가가는 시선을 보여주지만, 나중에는 괴물이라며 뒤로 물러나는 시선을 보여주며, 이후 두려워하며 도망치는 쓰레기인간의 시점숏으로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는 게임과 같은 영상으로 호기심을 자극한다. 루비치가 쓰레기인간을 구하러 가는 장면은 마치 게임 영상을 보는 것처럼 화면 내에서 평면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며, 소각로 위에서 줄에 매달려 있는 장면에서는 다양한 장애물 사이를 날아다니고, 열차 차량에 타서 폭주하는 장면은 롤러코스터처럼 그려진다.
 

관계의 변화: 아버지의 구슬팔찌에서 쓰레기인간의 뇌로
 

<굴뚝마을의 푸펠>의 중반부 내러티브는 아버지의 구슬팔찌보다 쓰레기인간의 뇌를 선택한다는 점에서 관계의 변화를 보여준다. 이 영화는 몇 가지 반전을 보여준다. 루비치의 동료 굴뚝청소부 단은 거대한 체구, 무서운 얼굴의 아랍계 남성이지만, 갈 곳 없는 쓰레기인간에게 재봉틀이 있는 은신처를 마련해주고, 괴물을 무서워하며 도망치는 의외의 모습을 보여준다. 마을 사람들의 이단을 엄중하게 처벌하는 것이 250년간 마을을 지배해온 통치자 가문의 레터가 아니라 배후인물의 완고한 생각 때문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쓰레기인간은 자신의 은신처가 루비치의 아버지인 재봉사 브루노의 작업실이며, 브루노가 1년 전에 바다에서 죽은 사실을 알게 된다.
 

루비치가 쓰레기인간을 매일 씻어주지만, 쓰레기인간에게 더러운 냄새가 나서 마을 사람들의 멸시와 배척이 계속되자, 쓰레기인간에게 원망하는 말을 내뱉는다. 나중에 루비치는 쓰레기인간이 자신이 잃어버린 아버지의 유품인 구슬팔찌를 찾기 위해서 매일 쓰레기를 뒤진 사실을 알게 된다. 쓰레기인간은 자신이 아무리 쓰레기를 뒤져도 찾을 수 없었던 루비치의 구슬팔찌가 자신의 뇌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루비치에게 그 구슬팔찌를 돌려주고자 한다. 루비치는 아버지의 유품인 구슬팔찌를 돌려받아 쓰레기인간이 죽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쓰레기인간과 함께 있으면 아버지의 유품인 구슬팔찌도 함께 있는 것이라며 말린다. 외톨이였던 루비치는 이제 아버지의 유품(물질)을 소유하기보다는 친구의 생명과 함께 있기(관계)를 선택한다.

 

<굴뚝마을의 푸펠>의 중반부 스타일에서는 클로즈업을 통해 영화의 주제와 정보를 강조한다. 아버지와 루비치의 구슬팔찌를 클로즈업하는 장면에서 구슬은 우주와 같은 형상을 보여주며, 루비치를 사랑하며 별의 존재를 주장하는 아버지를 상징한다. 엄마의 손을 잡고 걷는 아이의 손을 클로즈업하는 장면에서 갑자기 시커먼 하늘에서 별이 반짝이지만 아이는 자신의 눈을 의심한 채 걸어간다. 나중에 이 아이가 바로 별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루비치를 거짓말쟁이의 아들이라며 멸시하는 안토니오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진실의 변화: 폐쇄사회에서 개방사회로
 

<굴뚝마을의 푸펠>의 후반부는 진실의 변화를 계기로 폐쇄사회에서 개방사회로의 변화를 보여준다. 아버지 브루노의 종이연극은 거짓말이 아니라 진실임이 밝혀진다. 쓰레기인간 푸펠은 아버지 브루노와 똑같은 행동을 하며, 아버지가 루비치에게 했던 똑같은 대사를 함으로써 아버지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아버지의 부재를 채워준다. 아버지의 진실을 밝혀나가고자 하는 루비치는 쓰레기인간 푸펠의 믿음, 수다쟁이 스콥의 폭약, 굴뚝청소부들의 지원에 힘입어 열기구를 타고 하늘에서 폭약을 터뜨려 마을사람들에게 하늘과 별을 보여준다. 루비치가 아버지의 꿈을 이루게 되자, 쓰레기인간 푸펠은 다시 우주로 날아가 별이 된다.

 

<굴뚝마을의 푸펠>에서는 노래의 강조, 색채의 대비를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는 루비치와 푸펠의 유대감, 갈등, 의지 등 가장 중요한 순간에 노래가 나오면서 인물의 감정을 강조한다. 루비치와 쓰레기인간이 열기구를 타고 하늘로 날아오르려는 장면에서, 이단심문관이 저지하려고 하자 굴뚝청소부와 마을 어린이들이 방어를 하는데, 이때 서로 대치하고 있는 이단심문관의 흰색 제복과 굴뚝청소부의 검은색 작업복이 대비를 이룬다.

 

 

세 가지 금기사항의 위반: 억압에서 저항으로
 

<굴뚝마을의 푸펠>은 세 가지 금기사항의 위반을 통해서, 고립된 사회에서의 진실 찾기와 억압에서 저항으로의 변화를 보여준다. 새까만 연기로 뒤덮인 굴뚝마을에서는 세 가지 금기사항이 있다. 첫째, 하늘을 올려다보지 말 것. 둘째, 꿈을 믿지 말 것. 셋째, 진실을 알려 하지 말 것. 루비치는 하늘에 최대한 가까이 닿기 위해 고소공포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굴뚝청소부 일을 하며, 별이 있다는 꿈에 대한 믿음을 포기하지 않으며, 진실을 알기 위해서 폭약을 싣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위험한 모험을 감행한다. 별의 존재를 믿는 거짓말쟁이의 아들이자 외톨이인 루비치는 진실을 찾고 우정을 얻게 되며, 쓰레기인간 푸펠은 지상의 쓰레기에서 우주의 별로 변모한다.
 

이 영화의 스타일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은 세 가지 색채이다. 첫째, 뒷골목, 굴뚝, 연기, 탄광 등 어두침침한 무채색의 공간은 폐쇄된 사회의 억압을 상징한다. 둘째, 거리, 네온사인 등 인위적인 유채색의 공간은 진실을 거짓으로 뒤덮는 사회의 기만을 상징한다. 셋째, 탄광의 광석, 바다, 하늘, 식물, 별 등 청명한 유채색의 공간은 굴뚝마을이 잃어버린 자연을 상징한다. 이렇듯 <굴뚝마을의 푸펠>은 외톨이 굴뚝청소부 루비치, 쓰레기인간 푸펠, 수다쟁이 광석도둑 스콥 등 사회의 소외자들은 고립된 사회에서의 진실 찾기를 통해서 환경, 사회, 거버넌스의 개혁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ESG의 상징성을 잘 드러내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글 · 서곡숙
문화평론가 및 영화평론가. 비채 문화산업연구소 대표로 있으면서, 세종대학교 겸임교수, 서울시 영상진흥위원회 위원장, 국제영화비평가연맹 한국본부 사무총장, 르몽드 아카데미 원장, 생활ESG영화제 집행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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