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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심판은 소년 아닌, 소년을 둘러싼 환경에
소년심판은 소년 아닌, 소년을 둘러싼 환경에
  • 바람저널리스트(현경주)
  • 승인 2022.04.02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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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이 넷플릭스 비영어권 드라마 부문에서 2주간 시청시간 1위를 차지했다. 넷플릭스의 시청시간을 공개하는 넷플릭스 TOP 10 홈페이지에 따르면 2022년 2월 25일에 공개된 소년심판이 3월 첫째 주부터 2주간 1위에 올랐다.

소년심판 포스터 출처 :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은 배우 김혜수의 명품연기에 대한 기대와 ‘저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라는 자극적인 대사로 공개 이전부터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드라마는 처음부터 ‘혐오’라는 감정적인 표현을 사용하면서 우리 사회가 소년범을 바라보는 관점을 드러냈다. 언론에서 소년범의 강력 범죄를 보도할 때마다 우리 사회는 소년범을 향한 격한 반응을 보였다. 소년범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며 강력하게 주장하는 사람들은 작중 소년형사합의부 판사 심은석(김혜수)의 대사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었다. 시청자들은 드라마 소년심판에서 소년범에게 어떤 ‘사이다’를 줄 수 있을까, 소년범을 얼마나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을까 한껏 기대했다.

 

소년범에게 엄벌을?

드라마 소년심판이 인기를 끌면서 소년법 폐지와 촉법소년 연령 하향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소년범에게 가하는 처벌의 수위가 약하다는 이유에서다. 사회 일각에서는 범죄를 저지른 소년범에 대해 지금보다 더 엄벌해야 한다며 강력히 주장한다. 중범죄를 저지른 소년이 더 가중된 처벌을 받도록 엄벌주의를 강조하는 것이다.

 

이들은 촉법소년에 대한 연령도 하향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편해야 한다며 주장한다. 윤석열 당선인도 대선 공약으로 '촉법소년 연령 만 12세 미만 하향'을 내놓았다. 현행법상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은 형사책임 능력이 없는 촉법소년으로 분류돼 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을 받는다. 가장 중한 보호처분인 10호는 소년원 2년 이내 송치이다. 윤 당선인은 이러한 촉법소년 기준 연령을 만 14세에서 만 12세로 낮추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현재 만 14세 이상에서 19세까지는 범죄소년으로 강력범죄를 저지른 범죄소년에게는 형사처분 및 보호처분이 가능하며, 촉법소년보다 나이가 어린 만 10세 미만 범법 소년에게는 아무 처분도 내릴 수 없다.

 

법과 국민의 법 감정의 괴리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언론에서 보도되는 것만큼의 악랄한 소년범죄는 극히 일부다. 2020년 경찰통계연보에 따르면 소년범은 총 64,584명이다. 절도가 17,097건으로 전체 건수의 26.4%를 차지한다. 언론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4대 강력범죄(살인, 강도, 강간, 방화)는 약 2.94%이다. 강력범죄에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여론처럼 적은 비율의 소년범을 형사처벌 받게 하기 위해 제도를 개편한다면, 나머지 95%의 소년범도 적절한 보호막도 보장받기 어렵다.

 

촉법소년 연령을 하향해 교도소에서 수용하는 소년범이 많아지면 발생하는 부작용도 적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 소년범 교정 기관의 절대적인 수가 부족하다. 일본은 소년교도소만 7개, 소년원은 52개소가 있다. 이에 비해 우리는 소년교도소는 1개, 소년원은 10개 시설뿐이다. 인구 대비로 봐도 턱없이 부족한 숫자이다. 만약 소년범의 형사처벌이 늘어나면 소년범을 수용하는 교정기관인 소년교도소가 과밀화될 수밖에 없다. 교정기관의 과밀화는 소년에게 적절한 교화와 보호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워진다. 이처럼 보호의 사각지대가 발생하면 교도소 안에서 부적절한 네트워크가 형성될 수 있으며, 인권침해도 우려된다.

 

교정과 관련된 다수의 해외 연구에서 소년범에 대한 강력한 처벌은 효과가 없음이 입증되기도 했다. 실제로 1990년대 말 미국 모든 주가 소년사범을 성인과 동일하게 형사처분하는 소년범 형사이송제를 제정해 소년사범에 대한 강력 처벌을 가능하게 했으나, 청소년 범죄와 재범 방지에 큰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러한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미국은 형사 책임 연령을 높이는 추세이다.

 

소년만의 잘못은 아니다

소년범죄를 저지른 소년범들은 분명 잘못을 했다. 하지만 그 잘못이 온전히 소년범의 의지라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범죄를 선택했다지만, 그 범죄를 선택하기까지 소년 앞에 놓였던 것은 가정의 불화, 폭력, 방임, 가난이었다. 소년범 중에서는 성장기에 제대로 된 교육과 보호를 받지 못한 소년들이 대다수다. 범죄에 대한 응당한 벌이 있어야 하나, 모든 책임을 성장기에 있는 미숙한 소년에게 전가할 수는 없다. 소년을 보호하고 훈육하지 못했던 사회와 가정의 책임이 더 크다. 드라마 소년심판에서도 보여주듯이 소년범의 범죄에는 그들의 환경이 실타래처럼 얽혀있다. 사회적 제도, 가정환경, 친구 관계 등이 소년들을 범죄로 내몬다.

 

우리가 소년범죄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소년범이 ‘소년’이기 때문이다. 소년은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함께 살아야 한다. 만약 범죄에 대한 분노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처벌을 앞장세워 주장한다면 소년은 사회에서 우리의 이웃이 될 수 없다. 소년을 안정적이고 성숙한 상태로 사회에 복귀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처벌보다 소년범에 대한 적절한 교육과 교화, 사회 보장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러한 사회적인 제도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소년의 방황과 비행은 계속될 수 있다. 소년범죄는 다른 성인 범죄에 비해 재범률이 높다. 법무부에 따르면 보호관찰 중인 소년범의 재범률은 2020년 기준 13.5%로 같은 기간 성인 재범률(5%)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재범을 방지하기 위해서 처벌이 능사는 아니다. 불안정한 생활을 해왔던 소년원생을 신체적, 심리적으로 안정을 되찾게 하는 사회 시스템이 정비돼야 소년범의 재범률을 줄일 수 있다.

 

잘못을 깨달을 수 있는 처벌은 적절하게 이뤄져야 하지만, 그러한 훈육에는 가르침이 있어야 한다. 한세대 경찰행정학과 박선영 교수는 “소년범에 관한 엄중하고 확실한 처벌은 필요하되, 소년범을 복지적이고 교육적으로 더욱 섬세하게 케어해야 한다”며 엄벌주의가 아닌 소년범 교육에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년범이 피해자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도록 회복적 사법을 도입하고, 소년범에게 기회를 줌으로써 또 다른 가해의 연쇄를 끊어야 한다.

 

시청자들이 기대했던 심은석 판사의 대사, ‘나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의 속뜻은 소년범뿐만 아니라 소년범을 양산하고 방치하는 사회구조의 실체를 말한다. 소년범죄에 관해서 단순히 감정을 앞세우고 범죄에만 초점을 맞춰 처벌만이 최우선이라 받아들이면 안 된다. 소년범죄는 한낱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캐나다 비영리 단체는 소년범을 바라보는 관점을 ‘소년이 우선, 그 다음 비행’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년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범죄가 아닌, 소년에게 관심을 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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