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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양국의 문화톡톡] 쇼팽-칼루시(Kalush) 그리고 나비
[최양국의 문화톡톡] 쇼팽-칼루시(Kalush) 그리고 나비
  • 최양국(문화평론가)
  • 승인 2022.06.07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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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2년에서 칠 년이 흘렀다. 유럽의 들끓던 역사의 바다도 그 해안에서 가라앉았다. 바다는 잠잠해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인류를 움직이는 신비한 힘은(신비하다는 것은 그들의 운동을 결정하는 법칙을 우리는 모르기 때문이다) 그 운동을 계속하고 있었다.”

- 전쟁과 평화(에필로그 1부, 톨스토이, 1867년), 박형규 역(문학동네) -

 스러져가는 봄날의 저녁을 뒤로 하고 망종(芒種)의 바람에 잎새들이 춤을 춘다. 까맣게 빛나는 아침 햇살에 탐욕과 광기로 얼룩진 여름이 피어난다. 태양은 한결같이 우리에게 입맞춤 하지만, 지나간 계절의 꿈에서 깨어나지 못한 나뭇가지 사이에서 단조와 장조의 음이 신음한다. 어제의 도시들은 실낱같이 이지러지며 쇼팽의 발라드, 칼루시(Kalush)의 랩과 민속음악, 그리고 나비의 날갯짓을 손짓하며 부른다.

 

쇼팽의 / 발라드(Ballade)는 / 예술과 / 조국 지향

 ‘피아노의 시인’ 이란 별칭을 가진 쇼팽(Frédéric François Chopin, 1810년~1849년)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피아노곡 작곡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히며, 조국인 폴란드에서는 가장 존경받는 위인이다. 섬세하고 내성적 성격의 쇼팽이 사랑한 세 가지는 피아노, 조르주 상드(George Sand, 1804년~1876년), 그리고 폴란드로 알려져 있다. 스무 살 때 조국 폴란드를 떠난 쇼팽은 남다른 조국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빈을 향해 바르샤바를 떠날 때 친구들로부터 받은 폴란드 흙이 담긴 은잔을 죽을 때까지 간직했다고 한다.

 

* 쇼팽(Frédéric François Chopin, 1810년~1849년), Google
* 쇼팽(Frédéric François Chopin, 1810년~1849년), Google

1830년 폴란드에서는 침략국 러시아에 대항하는 시민혁명이 일어났으나 러시아의 무력에 의해 실패한다. 이어 바르샤바를 점령한 러시아 군대는 도시를 방화하고 시민들을 학살한다. 빈을 떠나 슈투트가르트에 도착한 쇼팽은 1831년 9월, 호텔 방에서 일기를 쓴다. 사후에 출판되어 ‘슈투트가르트 일기’로 알려진 글로써, 박종호(조선일보, 2022년 3월 23일)는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오 하느님, 어디 계십니까! 당신은 존재하시면서 복수해주지 않으십니까! 러시아인들의 만행이 아직도 충분하지 않으십니까? 아니면 하느님 당신이 러시아인입니까? 아버지는 노년에 빵조차 사지 못하고 계십니다. 어머니는 이미 죽은 딸의 무덤을 러시아군이 짓밟은 것을 지켜보고 계십니다. 누이들은 이미 겁탈당했을지 모릅니다. 러시아인들이 시민들을 목 졸라 죽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여기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맨손으로 한숨만 쉬면서 절망감을 피아노에 두드려대고 있습니다. 하느님, 땅을 흔들어 이 땅을 삼키소서. 우리를 도와주러 오지 않은 프랑스인들이 가장 잔인한 고초를 받게 하소서….”

쇼팽은 총 4곡의 발라드(ballade)를 남긴다. 첫 번째 발라드는 1831년부터 35년까지 20대 초반인 그가 조국 폴란드를 떠나 합스부르크 왕궁이 있는 오스트리아 빈을 거쳐 프랑스 파리에 정주하는 기간에 만든 것이다. 두 번째 발라드는 그로부터 몇 년 후 연상의 여인인 조르주 상드를 만나 불꽃 같은 사랑을 시작하던 때 탄생한다. 세 번째 발라드는 1841년 그의 연인 상드가 프랑스 노앙에 가지고 있던 목가적인 별장에서 한때를 보내며 사랑이 절정에 달하고 있을 때 작곡된다. 마지막 네 번째 발라드는 악화된 건강이 그를 죽음의 문턱으로 서서히 이끌기 시작한 1842년에 완성되는데, 쇼팽의 발라드 4곡 모두 폴란드 역사상 가장 유명한 시인 중의 한 명인 '미츠키에비치(Adam Bernard Mickiewicz, 1798년~1855년)'의 '시(詩)'가 바로 그 영감의 원천이 된다.

폴란드 태생의 유대인 피아니스트 브와디스와프 스필만(Władysław Szpilman, 1911년~2000년)의 저서를 바탕으로 한, 로만 폴란스키(Roman Raymond Polanski)의 제2차 세계 대전, 홀로코스트 영화인 <피아니스트>(The Pianist, 2002년). 스필만이 독일군 장교에게 발각되어 그 앞에서 연주하게 되는 곡이 쇼팽의 발라드 1번이다. 발라드 1번은 1835년에 완성되었으며 미츠키에비츠의 시 <콘라드 발렌로드, Konrad Wallenrod>(1828년)로부터 영감을 받아 작곡한 것이다. 작품은 포탄이 터지는 듯한 장중한 서주에 이어 애조와 화려함의 주제 간 변주를 펼치며 점점 우울하고 불길함을 더하는 비극적인 클라이맥스로 치달아간다. 장대한 서사적 영혼이 몰락하는 듯한 격렬한 코다(Coda, 한 악곡이나 악장, 또는 악곡 중의 큰 단락의 끝에 종결 효과를 강조하기 위하여 덧붙이는 부분)에 이르기까지, 슬프면서도 자극적인 흥분과 도취의 고양감을 불러일으킨다. 마치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서사시와 같은 느낌을 준다.

1836년에 작곡하여 1838년에 개정이 이루어진 발라드 2번은, 한 작품에서 장단조의 대립을 통해 야누스와 같은 두 개의 상반된 자아가 계속 대비되며 등장하여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이 작품은 미츠키에비츠의 <윌리스의 호수>(1829년)라는 시로부터 영감을 받아 작곡한 것이다. 러시아의 약탈에 황폐해진 폴란드의 어느 도시를 연상시키는 호수가 배경이다. 숲의 그늘이 드리운 고요하지만 쓸쓸한 호수를 연상시키는 첫 주제가 끝나면 갑자기 빠른 템포로 바뀌면서 온갖 환상이 생명체의 운명처럼 펼쳐진다. 밀려오는 전율과 분노는 여지없이 평화스러운 기분을 깨뜨린다, 잔잔하다가도 격렬해지고 다시 이완되는 감정의 변화를 보인다. 결말은 앞의 테마가 회상되면서 슬픈 여운과 함께 끝난다. 멸망을 향해 혼돈 속으로 곤두박질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전쟁으로 인해 폐허가 된 어느 도시를 그리게 하며 슬픔의 피날레로 몰려 간다.

1841년에 작곡한 발라드 3번은 미츠키에비츠의 <물의 요정>(1829년)이라는 시를 음악적으로 변용한 작품으로써 경쾌하고 화려하지만, 허언에 취해 사는 귀족적 취향이 넘친다. 일정한 형식을 찾아내는 게 곤란할 정도로 자유로운 흐름을 취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네 곡의 발라드 중 가장 세련된 형식적 균형미를 느끼게 해준다. 이 곡에 대해 평론가 후네커(James Huneker)는 “귀족적이며 명랑하고 우아한 동시에 자극적인 아이러니한 작품”이라고 한다. 다른 3곡의 발라드와 비교하면 하늘을 나는 우아한 숙녀가 느껴지는 매혹적인 선율을 특색으로 하는데, 음악 그 자체로써 어떤 언어보다도 더 많은 것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전쟁의 종식을 위한 당사자 간 협상에서의 고상한 위선을 나타내는 듯하다.

1842년에 완성된 발라드 4번은 본질적으로 슬라브 기질을 머금으며 피아노로 연주하는 모든 발라드 작품 가운데 정점에 있는 것으로 인정된다. 풍부하고 자유로우며 창조적일 뿐만 아니라 자아 성찰적 성격 또한 가지고 있다. 이 곡은 미츠키에비츠의 <버드리의 삼형제>(1829년)라는 시를 바탕으로 한다. 아침 햇살이 나무에 속삭이듯이 고요하고 느리게, 평화로우며 속삭이는 듯한 왈츠 리듬으로 시작한다. 점차 스케일이 확장되면서 긴장감이 증대된다. 쇼팽 피아노 음악의 진정한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는 이 정교하며 극적인 발라드는 바르카롤(barcaroll, 베네치아의 곤돌라 사공의 노래. 또는, 그것을 본뜬 기악곡이나 성악곡. 일반적으로 느린 템포의 8분의 6박자 또는 8분의 12박자임)풍의 휴지부를 뒤로 하고 피아노로 표현할 수 있는 가장 격정적인 테크닉과 뜨거운 열기가 휘몰아치는 코다를 펼쳐내며 절정을 향해 나아간다. 상승하는 멜로디와 함께 화음이 두꺼워지고 음량이 커지며, 고조되는 파국으로 향해 치닫는 듯한 비장함을 통해 한 편의 시를 마무리 짓기 위해 나아간다.

쇼팽의 발라드는 민족 정체성을 바탕으로 한 작곡자의 예술혼과 공동체적 조국애를 통해, 역사적으로 반복되어 나타나는 전쟁의 종식을 통한 새로운 평화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넘쳐나는 듯하다.

 

칼루시(Kalush) / 융합 음악 / 전쟁 중단 / 평화 의지

 지난 5월 14일 끝난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2022(Eurovision Song Contest 2022)′의 최종 우승팀은 우크라이나 밴드 ‘칼루시 오케스트라(Kalush Orchestra)’. 그룹의 리더 올레흐 프시우크(Oleh Psiuk)가 감격에 벅차 하며 유로비전의 우승 트로피를 치켜든다.

 

* Kalush Orchestra(Ukrainian rap and folk band), Google
* Kalush Orchestra(Ukrainian rap and folk band), Google

이탈리아 토리노 팔라 알피투어 아레나에선 우크라이나 국기가 휘날리고, 객석에선 기립 박수가 이어진다. 사회자는 “아름다운 광경”이라며 “모두가 평화를 원한다. 음악은 평화”라고 말한다. 이날 유럽 최고의 곡이 된 ‘스테파니아(Stefania)’는 리더 프시우크가 어머니에게 바친 헌정곡으로써, 구슬픈 우크라이나 민요와 전통 피리 연주에 속사포 랩을 더하고 있다. 특히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당신들이 파괴했더라도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항상 찾을 거예요" 등의 가사를 모두 자신들의 모국어로 노래하여, 현재 비극적으로 진행중인 러시아의 침략 전쟁에 대한 강력한 저항으로 읽히며 퍼져 나간다.

이들은 콘테스트에 참여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칼루시에서 결성된 3인조 힙합 그룹 ‘칼루시’를 6인조 밴드로 개편한다. 전쟁 발발 이후 멤버들은 모두 징집 대상 연령이었지만 특별 허가로 이탈리아에 입국한다. 밴드 리더 프시우크는 대회 직후 영국 BBC 인터뷰에서 “현재 우크라이나엔 모든 방식의 승리가 매우 소중하다”고 한다. 자신들의 유로비전 우승이 우크라이나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전쟁으로 고통받고 있는 국민들의 사기를 끌어 올릴 계기라고 본다. 그들이 노래하는 가사는 늙은 어머니에 대해 이야기하며 향수를 자극하다, 엄마가 자신들을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해줬는지를 깨달았다는 내용이다. "어머니로부터 받은 내 의지를 내게서 뺏을 수 없다" "길이 파괴되었더라도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항상 찾을 것이다" 등의 노랫말은 멤버들의 모국인 우크라이나의 상황과 국민들의 심경을 그대로 대변하며, 시공간을 떠나 쇼팽의 발라드와 그 맥을 같이 하고 있는 듯하다.

“Stephanie mom, mom Stephanie/ The field blooms, and her hair is getting grey/ Sing me a lullaby, mom/ I want to hear your dear word// ~ (Intermediate Omission) ~ You can’t take my willpower from me, as I got it from her.// ~ (Intermediate Omission) ~ I’ll always find my way home, even if the roads are destroyed.~” (스테파니 어머니, 어머니/ 들판은 꽃들로 만개하는데 어머님의 머리는 하얗게 세어가네요/ 어머님의 자장가를 불러 주세요/ 어머님의 따뜻한 말을 소중하게 되새기고 싶어요// ~(중략)~ 어머니로부터 받은 내 굳센 의지를 당신들이 뺏어 갈 수 없어요// ~(중략)~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당신들이 파괴했더라도,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항상 찾을 거예요.“

- Stefania(2022년), Kalush Orchestra(Ukrainian rap and folk band) -

위키피디아에 의하면 겨울 전쟁(핀란드어: talvisota)은, 제2차 세계 대전 중인 1939년 11월 30일 소련이 핀란드를 침공하여 발발한 전쟁으로 소련-핀란드 전쟁 또는 소분 전쟁(蘇芬戰爭)이라고도 한다. 일명 '계속 전쟁'인 제2차 소련-핀란드 전쟁과 대비하여 제1차 소련-핀란드 전쟁이라고도 한다. 이때 러시아를 통치하고 있던 스탈린은 1939년 말까지 핀란드 전체를 정복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핀란드는 1940년 3월까지 버텼으며 이때 양자는 모스크바 평화 조약을 맺고, 소비에트 연방에 카렐리야 동부 지역(핀란드 영토의 10%, 산업 능력의 20%에 해당)을 넘겨주었으며, 소비에트 연방은 이 땅과 카렐리야 소비에트 사회주의 자치 공화국을 합쳐 카렐리야-핀란드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을 세운다. 격렬한 저항의 끝에서 결국 핀란드는 이웃한 발트 3국과는 달리 소련에 다시 흡수되는 운명을 벗어나게 된다.

역사의 아이러니. 러시아는 독일 나치의 침공을 받은 적이 있다. 1941년 아돌프 히틀러(Adolf Hitler, 1889년~1945년)는 다른 식민지 모델들을 끌어와 당시의 소련 침공 정당성을 주장한다. “러시아 영토는 우리의 인도이며, 영국의 소수의 인력으로 인도를 지배했듯이 우리도 이 식민지 영토를 그렇게 지배할 것이다. 우리는 우크라이나인들에게 머리에 쓰는 스카프와 유리 사슬, 보석, 그 밖에 식민지 주민이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든 공급할 것이다.” 80여 년이 지난 후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Vladimirovich Putin)은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권리와 이득은 챙기면서도 의무를 부담하지 않았으며, 러시아와의 대화를 서방과의 협상을 위한 구실로 사용하려 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우크라이나는 그 영토에 사는 수백만 명이 공유하는 역사적 기억을 부정하고 자신들의 국가성을 세우려 했다. 우크라이나 사회는 러시아 공포증과 신나치즘의 형태를 취하는 극단적인 민족주의의 부상에 직면하였으며, 신나치주의자들 중 일부는 북 코카서스에 산재하는 테러리스트 집단에 가담하여 러시아의 영토를 위협하고 있다.”라며 우크라이나 침공의 정당성을 주장한다.

강대국의 패권주의적 욕망에 의한 인접국 침략에 대한 국수주의적 타령이 역사적 도돌이표가 되어 들려올 수 있는 어제~오늘 그리고 내일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스테파니아는 공동체적 자아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한 융합을 향한 힘과 의지의 중요성을 전쟁 역사의 틈바구니에서 일깨워준다.

 

한민족 / 나비의 꿈은 / 생명~상흔 / 배음(背音)의 시(詩)

 박봉우(1934년~1990년)는 <나비와 철조망>(1957년)에서 민족 분단의 벽을 허물고 사랑과 평화가 가득한 세상에서 함께 살아가고 싶은 열망을 철조망의 시인이 되어 노래한다.

 

* 나비와 철조망(1957년), 박봉우, Google
* 나비와 철조망(1957년), 박봉우, Google

“지금 저기 보이는 시푸런 강과 또 산을 넘어야 진종일은 별일없이 보낸 것이 된다. 서녘 하늘은 장미빛 무늬로 타는 큰 눈의 창을 열어… 지친 날개를 바라보며 서로 가슴 타는 그러한 거리에 숨이 흐르고// 모진 바람이 분다. 그런 속에서 피비린내 나게 싸우는 나비 한 마리의 상채기. 첫 고향의 꽃밭에 마즈막까지 의지하려는 강렬한 바라움의 향기였다.// 앞으로도 저 강을 건너 산을 넘으려면 몇 '마일'은 더 날아야 한다. 이미 그 날개 피에 젖을 대로 젖고 시린 바람이 자꾸 불어간다. 목이 바싹 말라 버리고 숨결이 가쁜 여기는 아직도 싸늘한 적지(敵地).// 벽, 벽… 처음으로 나비는 벽이 무엇인가를 알며 피로 적신 날개를 가지고도 날아야만 했다. 바람은 다시 분다. 얼마쯤 날으면 아방(我方)의 따시하고 슬픈 철조망 속에 안길.// 이런 마즈막 '꽃밭'을 그리며 숨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어슬픈 표시의 벽, 기(旗)여…”

- <나비와 철조망>(1957년), 박봉우 -

이 시는 강대국 이념 전쟁으로 인해 동족상잔의 상처를 입은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나비’와 남북 분단의 대치 상황을 나타내는 ‘철조망’이라는 대립적인 두 소재를 통하여 민족 분단의 아픔을 우의적으로 시각화하고, 전쟁의 극복을 통한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염원을 노래하고 있다. 이와 같은 ‘나비’와 ‘철조망’의 대비 관계를 통해 남과 북이 상호 적대적 태도를 버리고 분단과 대치의 상황을 반드시 끝내야 함을 강조한다. ‘나비’는 전쟁과 분단으로 인해 상처 입은 채 피를 흘리며 날고 있는 연약한 존재이다. 그러나 나비는 피에 적신 날개를 가지고도 모진 바람 속을 날아야 하고 시퍼런 강과 산을 넘어야 하는 자신의 숙명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리고 꿈에도 잊을 수 없는 ‘첫 고향의 꽃밭에 이르기 위해 차갑게 가로막고 있는 철조망’을 상처 입은 몸으로도 넘으려고 한다. 나비는 비록 슬프고 험난하더라도 끝끝내 도달하게 될 한민족의 ‘꽃밭’을 그리는 존재로 표현된다. 이로 미루어 볼 때, ‘꽃밭’은 ‘나비’가 추구하는 세계, 즉 더 이상의 다툼은 없고 사랑으로 충만한 화해, 융합 및 평화의 세계를 향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미래를 나타낸다.

어느 시대나 그 비중의 차이는 있지만, 질서와 안정과 균형을 도모하는 세력과 파격과 혼란을 통한 불균형을 추구하는 세력이 공존한다. 전쟁과 평화는 그러한 경향이 가장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드러나는 이념과 가치를 향한 블랙홀과 같은 거대한 가면무도회의 장이다.

가면무도회에서 슈만(Robert Alexander Schumann, 1810년~1856년)의 피아노곡 2번 나비(Papillons op. 2)가 연주된다. ‘나비’는 김종삼(1921년~1984년)의 시집 <전쟁과 음악과 평화와,2022년>을 펼치며, 생명의 서사시~상흔의 해조음~배음(背音)의 수묵화를 만난다.

 

글ㆍ최양국

격파트너스 대표 겸 경제산업기업 연구 협동조합 이사장

전통과 예술 바탕하에 점-선-면과 과거-현재-미래의 조합을 통한 가치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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