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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퍼피, ‘잘’ 키우고 계신가요?
팬데믹퍼피, ‘잘’ 키우고 계신가요?
  • 바람저널리스트 (김민주)
  • 승인 2022.06.26 1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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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블루, 반려동물로 이겨내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감염에 대한 불안감 또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오랜 칩거 생활 등을 이유로 우울감 또는 무력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러한 현상은 코로나바이러스에 우울감을 뜻하는 블루(Blue)가 합쳐져 ‘코로나블루’라는 신조어로 명명되었고, 주변에서도 코로나블루를 겪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한편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 사람이 늘어나기도 했다.

앞서 말한 코로나블루를 해소하기 위해 혹은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등의 이유로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러한 현상은 전세계적으로 일어나며 ‘팬데믹퍼피’라는 말 또한 생겨났다. 코로나블루와 반려동물 입양 증가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이는 아마도 반려동물이 인간에게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주된 이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반려동물이 직접 인간의 말을 구사할 수는 없지만 심리적 교감은 물론 행복감을 주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9살 된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고 있는데, 화가 나거나 무기력한 날이라도 함께 사는 고양이의 몸짓 하나면 안 좋았던 기분이 확 좋아지는 변화를 여러 차례 느꼈다. 실제로 반려동물이 인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한 연구(김석은, 반려동물이 인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홍성 의견(義犬) 설화를 중심으로)를 통해 반려동물 입양의 코로나블루 완화 효과가 증명되기도 했다. 이 연구에서는 ‘개인주의의 극대화가 예상되는 4차산업혁명 시대, 나아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더욱 인간의 정서적인 관점에서 조명하였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1]’고 결론지었다.

필자랑 함께 사는 고양이 '여름이'
필자랑 함께 사는 고양이 '여름이'

 

 

우리나라의 반려가구 현황

 

KB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1 한국 반려동물보고서에서는 “2020년 말 현재 반려동물을 기르는 ‘반려가구’는 604만 가구로 한국 전체 가구의 29.7%를 차지하고, 반려인은 1,448만 명으로 한국인 4명 중 1명 이상이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고 발표했다.[2] 이렇듯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사람들을 일컬어 ‘펫팸족’이라는 단어도 생겨나기도 했다. 지난 제8회 지방선거에서도 반려동물 관련 공약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던 만큼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 비중은 엄청나다는 걸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동물 관련 유튜브 컨텐츠와 반려동물용 인스타그램 계정들, ‘#고양이’ 게시글은 2,791만여개에 달하며, ‘#강아지’ 역시 2,796만여개의 게시글이 존재한다(2022.06.15.)는 사실만 보아도 ‘귀여운 동물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진다.’는 말을 충분히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2021년 조사 결과, 국내 604만 가구가 반려동물을 양육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B경영연구소 '2021 한국반려동물보고서'
2021년 조사 결과, 국내 604만 가구가 반려동물을 양육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B경영연구소 '2021 한국반려동물보고서'

 

 

팬데믹 퍼피, 엔데믹에는?

 

최근, 코로나19의 발병률이 감소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점차 완화됨에 따라 ‘팬데믹 퍼피’가 다시 회자되고 있다. 그 이유는 엔데믹이 되어 일상으로의 복귀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일상 복귀는 재택근무 등 집에 머무는 시간의 비중이 줄어들고 집을 장시간 비우는 일이 당연해진다는 점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우려는 팬데믹 퍼피라는 말이 등장할 무렵부터 거론되기도 했다. 2020년 12월 26일, 영국 매체 BBC는 “Coronavirus: How the pandemic sparked a puppy craze”라는 기사를 통해 한 사육사와의 인터뷰를 보도하였다. 인터뷰 내용 중에는 교육하던 개들의 입양이 늘어나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내용과 함께, 생활이 정상화되고 재택근무가 아닌 100% 출퇴근으로 전환된다면 외롭게 남겨질 개들에 대한 걱정을 덧붙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농림축산검역본부의 동물보호관리시스템은 2022년 4월 중순부터 한 달 간 유기 건수가 이전달보다 30%나 늘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직접 들어가 살펴본 결과, 2021년 4월 15일부터 2022년 6월 15일까지 올라온 유기 건수는 137,155에 달한다.

 

반려동물을 기른다는 것

 

어린 시절, 병아리를 시작으로 토끼, 햄스터 등 여러 차례 반려동물을 기른 경험이 있다. 그러나 그 기간은 길어봤자 2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었고, 지금처럼 오래 키우는 경우는 전무했다. 햄스터는 한 두마리씩 키우다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생을 마감하면, 곧 이어는 아니었지만 여러 차례 부모님을 졸라 새로 키우는 행위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 당시에는 너무 어린 탓에 생명을 기른다는 무게를 잘 느끼지 못한 것 같다. 그러나 나이를 먹는다고 자연스럽게 그 무게를 알게 되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현재 같이 살고 있는 고양이를 처음 들이고 몇 년까지도 책임감을 많이 느끼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5년이라는 시간이 흘러서야 서서히 그 소중함을 알기 시작했다. 그 기저에는 바로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삶을 감당할 마음과 준비가 안된 미숙함이 있었다.

우리는 매체에서 귀여운 동물 영상이나 사진을 보며 귀여워하고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가지게 된다. 실제로 고양이 사진을 SNS에 올리면 본인도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는 친구들 연락을 많이 받기도 한다. 이처럼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주로 자랑할 수 있는 예쁘고 긍정적인 모습만을 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양육에 대한 비용이나 각종 어려움, 필요한 것들에 대해서는 잘 언급하지 않는다. 반려동물을 기른다는 것은 엄청난 시간과 노력, 애정이 필요한 것이다. 여기에 가족 구성원 수, 집에 머무는 시간, 경제력, 집의 크기 등 다양한 요소도 필수 고려 대상이다.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현실적인 여건이 충족되느냐이다. 이렇듯 반려동물을 기르기 전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고 부족한 점은 채워야 한다. 귀엽다고 혹은 잠시 여유가 생긴다고 덜컥 결정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반려동물을 기르려면 최소한 15년에서 20년을 책임지고 보살핀다는 각오를 하여야 한다. 한편 개인의 마음가짐과 더불어 우리나라 법과 제도 역시 개선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허가한 동물보호소에서만 반려동물을 입양할 수 있는 독일의 최대 동물보호소인 '티어하임(Tierheim)'에 들어온 유기 동물들 사진/티어하임 홈페이지
정부가 허가한 동물보호소에서만 반려동물을 입양할 수 있는 독일의 최대 동물보호소인 '티어하임(Tierheim)'에 들어온 유기 동물들 사진/티어하임 홈페이지

 

2020년 2월 21일, 동물보호법은 동물을 유기한 소유자에 대한 처벌이 3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기존의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서 강화되어 전과가 남는다는 차이는 생겼다. 그러나 사실상 그 영향력이 별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반려동물 입양절차가 까다로운 것으로 유명한 독일은 동물의 개별적 매매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고, 주인 등록을 위해서는 만 18세 이상의 연령만 가능하다. 입양을 하고자 하여도 나라에서 허가한 단체에서만 입양이 가능하며 입양을 하기 위해서는 여러 절차를 걸쳐야 한다. 이처럼 해외의 경우 반려동물 입양에 대해 굉장히 까다로운 절차를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인기, 수익 등을 얻기 위한 수단 장치들만 가득할 뿐, ‘반려가구’ 600만에 걸맞은 법이나 제도는 현저히 부족하다. 대한민국은 동물유기, 동물 학대에 대한 처벌 강화뿐만 아니라, 반려동물 입양과 양육에 대한 제도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1] 김석은, “반려동물이 인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홍성 의견(義犬) 설화를 중심으로”,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 pp.668-669, 2020.12.

[2] 황원경, 손광표, “2021 한국 반려동물보고서”, 2021.03.21., KB 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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