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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숙의 문화톡톡] 23, 공연예술을 바라보는 시각
[이인숙의 문화톡톡] 23, 공연예술을 바라보는 시각
  • 이인숙(문화평론가)
  • 승인 2023.01.16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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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발생한 팬데믹(pandemic)현상은 변화를 맞이할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많은 혼선과 혼동을 초래하였다. 그러나 이전부터 공연예술은 과학과 정보기술의 발달, 영상문화의 발달에 힘입은 다양한 문화소비재의 등장과 문화수용방식의 변화 등으로 정체성에 대한 혼동과 위기를 감지하고 있었다. 단지 팬데믹 사태가 이를 더욱 촉진시키고 공연예술 소통의 취약성을 드러나게 한 것이다. 공연예술계는 당황스러움과 혼돈, 시행착오에 직면 할 수 밖에 없었고 급격한 변화와 상황에 대처 및 적응하기에도 숨가쁜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와 혼란 속에서도 1. 또 다른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는 점. 2. 무대가 아닌 작품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는 점, 3. 온라인 미디어에 대한 새로운 발전 가능성 4. 영상기술과 온라인 콘텐츠에 대한 관심과 인식 5, 더욱 가까워진 세계라는 긍정적인 면도 분명히 보인다.

접촉과 현장성이 중심인 공연예술계는 얘기치 못한 환경의 변화에 의한 비대면, 문화의 확산 속에서 새로운 가치와 방식으로 전환, 확대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첫째 급격한 사회변화에 어떻게 대응해 갈 것인지, 둘째, 새로운 인재양성과 기존의 예술인 및 관계자들에 대한 재교육 시스템 구축, 셋째, 영상정보기술의 발달과 문화소비의 새로운 패러다임 등장에 대한 대응이라 생각된다. 지식과 기술을 강조하는 정보사회는 변화와 소통의 속도를 더하여 대중문화와 인터넷 문화를 발전시켰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고 영역의 확장과 경계의 틀을 허물었다. 공연예술계도 변화되는 사회에 대한 이해, 변화에 따른 불일치 및 갈등 등 예측 불가능한 사태들에 대한 대응이 시급한과제로 대두된 것이다. 현대 사회는 영상중심 문화의 확대와 소통 방식의 다양한 변화로 기존의 방식은 덜 유용하게 되었다. 영상정보문화 소비환경으로의 전환은 공연예술계 내, 외부의 노력과 변화의 요구에 부합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구축 또한 필요하게 되었다. 특히 소통, 공유의 방식의 변화는 연결과 관계에 대한 개념을 바꾸게 하고 공간과 시간에 대한 또 다른 개념을 만들어 냈다. 이러한 문화소비현상의 핵심 키워드는 연결과 반응, 알고리즘 (Algorithm), 검색 편리성으로 접근성을 더욱 높이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발전해 갈 것이다. 비대면 공연의 특징인 탈 공간화, 탈 지역화, 인터렉티브(Interactiv)는, 현장성 공연의 상반되는 개념으로 온라인 스트리밍(Streaming) 기술과 함께 온라인 문화소비를 주도하고 있다.

코로나 발생 이후 두 해를 보내는 동안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비대면 공연이 실시되었으나 대부분 독립적인 콘텐츠라기보다는 대면 공연을 보완하는 형식이거나, 소개, 홍보 정도였고 온라인 중계도 역시 대면공연의 차선책에 마물렀다. 저작권문제, 기술적 한계, 각 매체 속성과 이에 맞는 콘텐츠 제작의 어려움 등 준비 없이 맞이하게 된 비 대면문화에 제대로 대응이 어려웠다 특히 예술인들의 이러한 매체 사용의 어려움, 시설 및 장비, 기술의 부재 등이 더욱 걸림돌이 되었다.

오스트리아의 뉴미디어 이론가 피터 바이벨(Peter Weibel)은 현대의 매체 예술과 전통적인 예술작품의 가장 큰 차이로 ‘움직이는 이미지’를 들고 있다. 이는 단순한 동영상의 의미가 아니라 ‘변형 가능한 이미지’ 를 의미하는 것이다. 기술과 예술의 접목으로 다양한 창의적 변형과 무한한 가능성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 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예술이 기술과의 융합을 시도해온 경험이 적지 않지만 기술력에 지나친 의존과 홍보성 이벤트로 내실이 없었던 경우도 적지 않다. 오늘날 무대예술은 미디어 기술과 정보기술을 통해 무대예술의 본질을 더욱더 다양한 방식으로

다가갈 수 있는 좋은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youtube 미디어퍼포먼스 생동감 크루
youtube 미디어퍼포먼스 생동감 크루

비대면 온라인 공연도 이제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인식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이러한 현상은 지속적으로 발전해갈 전망이다. 그리고 이미 펜데믹이라는 긴 터널을 지나며 또 다른 새해를 맞지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공연계나 예술교육계의 변화나 대응은 크게 달라져 보이지 않는다. 예술대학의 교육과정은 이미 변화를 멈춘지 오래되어 보이고 예술인들도 변화와 새로움에 관심이 없는 듯 보인다. 더욱이 지역에서는 여러 이유로 예술전공학과들이 문을 닫기 시작 했다.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국가 정책도 변화에 민감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부 젊은 세대들의 다양한 시도와 창의적인 실험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 그 결과에 대해 격려나, 방향을 함께 토론 할 선배도 없다. 예술인들이 예술의 완성도와 깊이에 집중을 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수한 예술작품도 소통하고 공유할 때 그 가치가 있는 것 아니겠는가?

1900년대 초 우리나라에 극장이라는 무대가 처음 등장하면서 우리의 전통, 민속예술은 무대예술로의 전환이 절실했다, 마당, 안방이라는 장소 및 방식을 무대라는 장소, 구성의 변화와 소통방식에 변화에 따라 다양한 시도와 시행착오를 겪었고 현대의 공연예술로 발전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시간과 공간의 해체와 결합, 새로운 구성과 융합을 통해 새로운 공연예술의 페러다임의 구축을 위해 연구하고 시도하고 이루어 가야 하는 시기가 아닌가 한다.
 

이인숙안무 꼭두산조중에서
이인숙안무 꼭두산조중에서

이에 따라 매체나, 장소, 설비 그리고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지원 및 교육이 있어야 함은 당연한 것이다. 매체활용이 어렵거나 속도를 더하여 출현하는 새로운 기술에 대응할 수 있도록 예술가 및, 시설, 기술 지원 및 교육은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고 사료된다. 또한 플랫폼 양극화의 불공정 문제, 신 문맹 층에 대한 대책, 저작권 문제, 인프라 확충, 예술가 보호정책, 수익구조 정책의 확립 등도 체계적으로 구축해 가야 할 것이다.

다양한 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의 공연예술의 정체성, 차별성을 어떻게 구축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하겠다. 영상정보 기술과 시스템에 대한 높은 의존도 및 소비주체의 요구에 치중하다 보면 정체성을 잃을 수도 있을 것이다. 혹은 전혀 새로운 독특하고 훌륭한 장르를 탄생시킬 수도 있다. 공연분야의 예술이 가지는 정체성을 확립하는 일과 새로운 장르가 출현하는 일 모두 중요하다. 현존하는 연극, 뮤지컬, 무용, 음악 등의 공연과 비대면 시대의 영상정보기술을 융합한 예술 장르와의 정체성과 명칭의 문제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기술에 대한 지나친 의존이 자칫 공연의 질을 저하 시킬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와 공연내용보다 독특한 기술효과만이 각인 될 수 있다는 우려. 그리고 쉽게 복제될 가능성이 큰 디지털 기술로 인해 표절과 같은 지적재산권 피해에 대한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공연 예술이 처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주요한 방안 중 하나로 기술의 활용이라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변화는 어색하고 번거롭기도 하지만 기회이고 발전의 계기이며 사명이고 의무이기도 하다. 어렵고 막막한 상황에서도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것, 바로 예술의 힘이고 예술에 대한 기대이고 우리의 지혜며 아름다운 한국인의 오래된 습관이기 때문이다.


 

글·이인숙
문화평론가 교육학박사 문화예술경영 현재 청주대학교 연출제작학부 초빙교수로 있으면서 북경수도 사범대학교 과덕대학 공연예술대학 부학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이사, 한국연기에술학회 이사, 청주시 도시문화추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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