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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숙의 문화톡톡] <다시 태어나도 우리> ― 환생한 큰 스님 린포체, 전생으로의 긴 여정
[서곡숙의 문화톡톡] <다시 태어나도 우리> ― 환생한 큰 스님 린포체, 전생으로의 긴 여정
  • 서곡숙(문화평론가)
  • 승인 2024.03.18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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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다시 태어나도 우리>: 전생과 환생 이야기

 

<다시 태어나도 우리>(문창용·전진, 2017)는 린포체 앙뚜와 스승 우르갼의 이야기이다. 이 영화는 8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특별상 - 아름다운 기러기상), 2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자연과 사람 작품상), 43회 시애틀국제영화제(다큐멘터리 경쟁-심사위원 대상), 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대상(제너레이션 K플러스), 국제심사위원–특별언급), 34회 로스앤젤레스 아시안 퍼시픽 영화제(감독상-장편다큐멘터리경쟁, 촬영상-장편다큐멘터리경쟁), 5회 들꽃영화상(다큐멘터리 감독상) 등을 수상하였다. ‘린포체’는 전생의 업을 이어가기 위해 몸을 바꿔 다시 태어난 티베트 불가의 고승이며 살아있는 부처라고 불린다. 전생을 기억하는 9살 ‘린포체’ 파두마 앙뚜는 린포체 인정을 받아 어머니 타쉬 양돌을 떠나 라다크 사원에서 생활하며, 그를 위해 헌신하는 스승 우르갼 릭젠과 인간적인 신뢰와 우정을 쌓아간다.

 

2. 전생의 큰 스님과 환생의 린포체

 

<다시 태어나도 우리>는 전생의 큰 스님과 환생의 린포체를 그려낸다. 인도 북부 해발 3500m 라다크 삭티에 살고 있는 앙뚜는 자신이 티베트 캄의 큰 스님 촉첸이라는 전생을 기억한다. 티베트가 중국 때문에 길이 막혀 티베트 캄 사원에서 제자들이 오지 않아 라다크 사원에서 수행 중이던 앙뚜는 쫓겨난다. 스승 우르갼은 전통 의사 일을 그만두고 암자에서 린포체 앙뚜를 모시면서 돌보고 가르친다. 스승 우르갼과 제자 앙뚜는 서로 존대를 한다. 승려 우르갼은 큰 스님 앙뚜에게 존대를 하고, 제자 앙뚜는 스승 우르갼에게 존대를 한다. 우르갼은 앙뚜에게 글을 가르치는 스승이고, 옷을 입히고 밥을 해먹이고 구두를 닦아주는 부모이고, 눈싸움과 눈썰매를 하며 장난을 치는 친구이다. 다른 린포체는 큰 사원에서 사는 반면, 앙뚜 자신은 사원에서 쫓겨나 암자의 작은 방에서 살고 있어 다른 린포체를 부러워하면서 내적 갈등을 겪는다.

 

<다시 태어나도 우리>는 패스트모션, 익스트림롱숏을 통해 전생/환생의 대비와 소외를 표현한다. 우르갼이 캄에서 높은 스님이 한 분 돌아가셨는데 어디에서 환생하셨는지 궁금해한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면에서 패스트모션은 밤의 하늘과 낮의 하늘을 결합하여 전생/환생이라는 시간의 흐름을 표현한다. 앙뚜가 라다크 사원에서 쫓겨나는 장면은 제자 앙뚜와 불쌍해하는 스승 우르갼의 모습을 익스트림롱숏으로 보여줌으로써 추방의 아픔을 표현한다.

 

 

3. 진실/거짓과 린포체/수도승의 이중성

 

<다시 태어나도 우리>는 진실/거짓과 린포체/수도성의 이중성을 대비시킨다. 앙뚜는 ‘가짜 란포체’, ‘사기꾼’이라고 욕하는 마을 사람들과 공적 갈등을 겪고, 전생의 기억들이 점점 흐려지고 있어서 내적 갈등을 겪고, 불경 공부를 강조하는 스승 우르갼과 사적 갈등을 겪는다. 스승 우르갼은 불경 공부를 잘 하지 않으면 사원을 가질 수 없다며 제자 앙뚜에게 불경 공부를 강조하지만, 린포체 앙뚜는 흐려지는 전생의 기억, 찾아오지 않는 제자들, 마을 사람들의 비난 등으로 힘들어하며 암자를 뛰쳐나간다.

 

그러자 우르갼은 “먼지 구덩이에서 뒹구는 린포체’라고 말해도 언젠가는 자신의 사원으로 갈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 드릴 거예요.”라며 위로한다. 라다크 사원의 쉐드룹 콘촉 승려가 와서 앙뚜를 데려가 새로운 스승이 되지만, 앙뚜는 우르갼과의 생활을 그리워하며 불면증에 시달리다가 암자로 다시 돌아온다. 콘촉이 가르치는 스승이라면, 우르갼은 가르치는 스승, 돌보는 부모, 놀아주는 친구이다. 콘촉 스님은 자신은 그냥 평범한 수도승이지만 린포체 앙뚜는 다르다며, 앙뚜와 우르갼에게 린포체가 성장하면 전생처럼 살아가야 한다는 점에서 린포체만의 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다시 태어나도 우리>는 롱숏·익스트림롱숏, 클로즈업, 미디엄숏을 통해 이별, 갈등, 행복을 표현한다. 이별 장면은 롱숏과 익스트림롱숏을 사용하여 슬픔을 표현한다. 예를 들면, 앙뚜가 진료를 하기 위해 떠나는 우르갼과 이별하는 장면은 롱숏과 하이앵글로 표현하고, 라다크 사원으로 가기 위해 이별하는 장면은 롱숏과 검은 실루엣으로 표현하고, 엄마를 떠나 티베트로 가는 여정은 익스트림롱숏과 공중촬영으로 표현한다. 불경 공부를 강조하는 우르갼과 흐릿해져가는 전생의 기억으로 힘들어하는 앙뚜의 갈등은 분노를 표출하는 앙뚜의 풀숏과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우르갼의 바스트숏 대비로 표현된다. 앙뚜가 암자로 다시 돌아오는 장면은 풀숏, 롱숏, 익스트림롱숏으로 변해가는 카메라 움직임과 공중촬영을 통해 힘겨운 여정을 표현하는 반면에, 우르갼과 재회하는 장면은 미디엄숏으로 행복을 표현한다.

 

 

4. 노인/어린이, 큰 스님/린포체의 아이러니
 

<다시 태어나도 우리>는 노인/어린이, 큰 스님/린포체의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앙뚜와 우르갼은 눈물을 흘리며 가슴 아파하는 앙뚜의 엄마를 뒤로 하고 티베트로 용기 있는 여정을 떠난다. 앙뚜와 우르갼은 인도 바라나시에서 이상한 냄새와 거리의 소를 마주하고, 갠지스강에서 윤회를 반복하지 않는 전설과 죽음의 고통 의식을 만나고, 시킴에서는 캄으로 가는 국경을 가로막고 있는 아름다운 산에 감탄하고, 국경지대 라층에서 눈이 덮인 험난한 산과 중국 때문에 가로막힌 현실에 절망한다. 하지만, 2개월의 여정 후 앙뚜는 티베트 국경지대 시킴 사원에서 린포체 교육을 허락받고 우르갼과 이별한다.

 

앙뚜는 또래와 놀 때는 천진난만한 어린이지만, 현생의 고통이 전생의 업보에서 왔다며 큰 스님 ‘촉첸’이 아니라 란포체 ‘앙뚜’로서 제자들을 찾아 나설 것이라고 말하며 각오를 다진다. 제자는 투시경 놀이를 하며 자신이 라다크를 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 자랑하고, 힌디어와 영어를 못하는 스승을 놀리자 스승은 힌디어를 앞으로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다짐한다. 눈 덮인 산을 걷는 힘든 여정 속에서 제자는 “스승님과 함께가 아니라면 못 왔을 것”이라며 고마워하고, 스승은 “당신을 모시는 저의 일”이라고 말하자, 제자는 “스승님과 함께여서 좋았다”고 답변한다. 시킴 사원에서 란포체 교육을 받게 된 제자 앙뚜를 놔두고 떠나는 스승 우르갼은 눈이 없는 곳에서 앙뚜와 상상의 눈싸움을 하다가 마침내 눈물을 흘리고 만다. 우르갼은 앙뚜에게 어떤 린포체보다 훌륭한 분이 되고 자신을 믿으라고 격려하며, 나중에 그 사원으로 찾아가겠다고 약속한다. 서로 껴안고 눈물을 흘리며 이별을 슬퍼하는 두 사람은 스승/제자, 승려/란포체를 떠나서 강한 인간적인 유대감으로 마음을 뭉클하게 만든다.

 

<다시 태어나도 우리>는 미디엄숏과 롱숏·익스트림롱숏의 대비를 통해 그리움/힘듦, 과거/현재, 간절함/슬픔을 대조적으로 표현한다. 눈 쌓인 산을 걷는 장면에서 익스트림롱숏은 대자연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두 사람의 힘겨운 여정을 표현한다. 앙뚜가 뿔고동을 부는 장면은 왼쪽의 눈 덮인 산과 오른쪽의 앙뚜를 배치하여 제자를 향한 간절한 마음을 표현한다. 시킴 사원에서 앙뚜와 우르갼이 이별하는 장면은 미디엄숏, 롱숏, 익스트림롱숏을 통해서 앙뚜에게서 점점 멀어지는 카메라로 슬픔을 표현한다. 15년 후 공부를 다 마치고 스승님을 모실 거라는 제자 앙뚜의 모습(미디엄숏)과 혼자 쓸쓸하게 눈 쌓인 산을 내려가는 스승 우르갼의 모습(익스트림롱숏)을 통해 행복과 슬픔을 대비시킨다.

 

 

5. 전생/환생의 신비와 스승/제자의 인간애

 

<다시 태어나도 우리>는 판타지 소설이나 웹툰에서 즐겨 다루는 소재인 전생/환생을 그려낸다. 앙뚜는 전생의 업을 이어가기 위해 몸을 바꿔 다시 환생한 큰 스님이자 살아있는 부처인 란포체이다. 스승 우르갼은 큰 스님 린포체를 모시는 인물이면서 린포체를 가르치는 인물이다. 윤회설에 의하면 환생(還生)이란 생(生)과 사(死)가 둘이 아니라는 뜻이다. 란포체는 전생/환생의 경험을 통해서 생에서 죽음으로, 죽음에서 생으로의 윤회를 증명하는 존재이다. 이 영화는 9살 앙뚜와 69살 우르갼의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12살 앙뚜와 72살 우르갼의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인도 북부 라다크의 암자에서 스승과 제자의 삶은 시간이 멈춘 세상, 모든 속세가 무화되는 지점을 그려낸다.

 

앙뚜는 집, 라다크 사원, 암자, 라다크 사원, 암자, 티베트 국경, 시킴 사원을 순회한다. 린포체 ‘앙뚜’의 여정은 불교의 전생/환생의 신비를 보여주며, 전생 티베트의 높은 스님 ‘촉첸’으로 돌아가는 여정을 보여준다. 티베트 국경지대 눈이 덮인 산 위에서 앙뚜는 뿔고동을 불며 자신을 찾아오지 않는 티베트의 제자들에게 큰 스님의 간절한 마음을 전달한다. 현생의 스승 우르갼과 제자 앙뚜의 삶이 현실이라면, 전생의 큰 스님 촉첸과 제자들의 삶은 이상이다. 전생에 큰 스님이었던 린포체는 자기 제자들이 찾아와 사원으로 모시면, 그 사원의 지도자가 된다. 앙뚜는 불교협회로부터 린포체로 인정받지만, 제자들이 찾아오지 않아서 사원에서 쫓겨나는 등 수난을 겪는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인물이다. 그리고 쫓겨난 린포체 제자 앙뚜 옆에서 흔들리지 않고 헌신하는 스승 우르갼은 경이로운 인물이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다시 태어나도 우리> 포토

 

 

글·서곡숙
문화평론가 및 영화학박사. 현재 청주대학교 영화영상학과 교수로 있으면서, 한국영화교육학회 부회장, 한국영화학회 대외협력상임이사, 계간지 『크리티크 M』 편집위원장, 전주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대종상 심사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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