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4명의 희생을 낳은 세월호 참사가 오늘로 꼭 10년이 됐다. 전국 곳곳에선 세월호 10주기를 기리기 위한 추모 물결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10시 반 참사가 난 전남 진도군 조도면 맹골수도 세월호 침몰 해역 선상 추모식이 열렸다. 유가족 등 90명은 경비함 위에서 학생 희생자 250명의 이름을 한 명씩 부르며 헌화와 묵념, 추도사를 비롯해 참사 해역 선회 등을 진행했다.
이후 유가족들은 오후 2시 반, 세월호 선체가 있는 목포신항으로 이동해 지역 시민단체와 함께 추모 문화제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도 참석해 의미를 되새겼다.
정치권도 여·야 할 것 없이 추모 물결에 동참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안타까운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 여러분께 다시 한번 심심한 위로의 뜻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다시는 국가의 무능과 무책임으로 국민 목숨이 헛되이 희생되지 않도록 더는 유족이 차가운 거리에서 외롭게 싸우지 않도록 정치의 책무를 다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오후 3시부터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식에는 유가족과 시민, 여야 정치인들을 포함한 약 2천여 명이 참석했다. 오후 4시 16분에는 추모 사이렌이 1분 동안 울릴 계획이다.
진상규명 하세월, 책임은 누가 지나
세월호 참사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국가적 트라우마로 기억되는 것이 비단 참사의 규모 때문만은 아니다. 90일간의 국회 국정조사와 9차례의 국가기관 조사, 3번의 위원회 구성에도 ‘진상규명’은 명쾌하게 이루어지지 못했다.
국가의 책임을 묻는 재판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준석 선장은 2015년 일찍이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확정받았고, 청해진해운 김한식 대표 등도 대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 중 구조 실패에 대한 책임으로 유죄가 선고된 것은 지난 10년 동안 김경일 당시 목포해양경찰서 소속 123정장의 징역 3년형이 유일하다.
‘왜’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은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유가족 및 활동가들이 '탈상'(상주를 벗어남)에 이르지 못하는 이유가 됐다.
정민기 세월호광주시민상주모임 활동가는 "역지사지의 문제다. 내 아이의 죽음은 잊혀질 수 없는 일"이라며 "국민의 입장에서도 참사 방지에 대한 약속들이 지켜지고 사고 원인이 명확하게 정리돼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똑같이 반복된 이태원 참사…특별법 통과는 여전히 난항
우리는 10년 전과 같은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는 또 한 번의 참사와 맞닥뜨렸다. 2022년 10월 29일 벌어진 ‘이태원 참사’다. 할로윈을 맞아 이태원에 모인 젊은이들이 국가의 안전 관리 소홀로 좁은 골목길에서 희생됐다. 사망자만 159명에 달하는 규모의 참사였다.
세월호 참사 이후 법과 제도를 바꾸기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재난 신고 접수와 대응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으로 인해 2016년부터 긴급신고 통합서비스가 시행됐으며, 재난안전 컨트롤타워 체계와 구조기관 사이의 소통 시스템 등이 마련됐다. 관련 법안 발의 건수도 확연히 늘었다.
그런데도 왜 비슷한 양상의 참사가 반복되는 것일까. 결국, 두 참사 모두 ‘국가’의 존재 이유와 책임에 대한 문제로 귀결된다.

그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 ‘이태원참사특별법’이다. 이는 '진상규명'과 '피해자 지원'을 골자로 한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국민 생명·안전을 위해 이태원참사특별법 등 법안 처리에 힘쓰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여당인 국민의힘의 완강한 반대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등으로 법안 처리에 난항을 겪고 있다.
눌언민행(訥言敏行). 말을 앞세우기보단 실천을 중시하라는 의미이다. 오늘 10주기를 맞아 여야가 앞다투어 쏟아내는 추모의 말이 왠지 공허하게 느껴진다.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의 말도 좋지만, 그보단 국가가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 우선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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