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는 코드다. 이 책은 단순히 사회적 현상을 논하는 평론집이 아니다. 『탈궤도의 문화읽기』는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는 문화적 실체들을 하나하나 해독해가는 ‘문화적 알고리즘’이다. 빠르게 변하는 사회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문화적 의미를 13개의 코드를 통해 문화와 다양성, 문화와 공생, 문화와 권력, 문화와 모순 등을 깊이 있게 분석한다.
1. 다채로운 시선으로 현대 문화를 탐구하다
책의 가장 큰 미덕은 다양한 주제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폭넓은 시각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노마드적 삶과 BL 콘텐츠의 대중성, 아파트라는 공간의 자본화, 학교폭력의 구조적 문제 등 서로 다른 문화 현상을 한 권의 책에서 다루면서도 이를 ‘현대 사회를 읽는 코드’라는 통합된 관점으로 묶어낸다. 특히 ‘문화와 권력’ 파트에서는 예술 권력과 양극화 문제를 다루면서, 문화가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 구조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드러낸다. 우리가 소비하는 문화 콘텐츠조차 특정한 권력 관계 속에서 형성된다는 사실은 새롭게 문화 현상을 바라보게 만든다.
2. 문화 평론의 새로운 접근법, 탈궤도적 사유
책이 제시하는 핵심 개념 중 하나는 ‘탈궤도’이다. 이는 기존의 익숙한 시선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에서 문화를 읽어내는 시도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BL 장르가 단순한 서브컬처를 넘어 현대 콘텐츠 트렌드의 중심에 서게 된 배경, 아파트가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니라 자본주의적 성곽(castle)으로 변모한 과정 등을 분석하며, 기존의 문화적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고방식을 유도한다.
3. 알고리즘의 시대, 느리게 읽는 문화 코드
우리는 이제 유튜브 숏츠와 틱톡 릴스 같은 짧고 빠른 콘텐츠를 통해 문화를 소비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탈궤도의 문화읽기』는 느리고 깊이 있는 사유를 통해 문화적 패턴을 탐구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알고리즘이 제공하는 취향의 틀 안에서 무비판적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 현상을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성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탈궤도의 문화읽기』는 오늘날 우리가 접하는 다양한 문화 현상들이 어떻게 형성되고, 어떤 의미를 가지며, 사회적 맥락 속에서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날카롭게 분석한 책이다. 속도전의 시대에 맞서 천천히, 하지만 깊이 있는 문화 읽기를 제안하는 이 책은,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의 문화적 코드들을 새롭게 바라보게 만드는 힘을 지닌다.
독자 여러분이 현대 문화 트렌드와 사회 현상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원한다면, 문화 평론을 좋아하지만, 너무 난해한 이론서가 부담스럽다면, 또한 기존의 시선에서 벗어나 ‘탈궤도적’ 사고를 해보고 싶다면 이 책 일기를 권한다. 부디, 빠르게 소비하는 문화의 시대, 한 번쯤은 ‘탈궤도’의 시선으로 문화를 다시 읽어볼 때다.
글‧성지훈
『탈궤도의 문화읽기 – 현대 사회를 읽는 키워드 13』
목차
저자 소개
서문
문화와 다양성
- 탈가정: 탈가정 청소년의 갈등과 폭력적 죽음 / 서곡숙
- Korea : 미국 문화에서의 한국 / 황수진
- 노마드: 노마드의 시대, 유동하는 삶의 형상들 - 떠나야 하는 사람들과 떠나고 싶은 사람들 / 구재진
- BL: BL은 2023년 콘텐츠 트렌드의 새로운 좌표다 / 김민정
문화와 공생
- 사물-공생: 나를 둘러싼 ‘사물들(The Things)’에의 헌사 / 김소영
- 아파트: 거대 공룡 성곽(castle)의 탄생 - 자본화된 서울형 아파트 캐슬 / 김장연호
- 문화복지: 문화복지 시대를 바라보며 / 이인숙
문화와 권력
- 학교폭력: 죽음을 부르는 K-학교폭력 / 김정희
- 예술권력: 춤의 예술 권력 - 전문화를 통한 새로운 춤 생태 패러다임 / 김기화
- 양극화: 계층 마을의 아이들과 달항아리 / 최양국
문화와 모순
- 불멸: 끝에서 만나는 마지막 가치 - <좀비가 되어버린 나의 딸>, <물위의 우리> / 한유희
- 세기말: Love Wins All, 오직 사랑하는 자들만이 살아남는다 / 이지혜
- 치유: ‘플레이, 플리’, 치유를 말하는 방법 / 송연주
저자소개
서곡숙
문화평론가. 서울대 국어국문학과에서 학사, 동국대 연극영화과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시 영상진흥위원회 위원장, 부산국제영화제 심사위원,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사무총장으로 활동하였다. 현재 청주대학교 영화영상학과 조교수로 있으면서, 한국영화교육학회 부회장, ≪크리티크 M≫ 편집위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평론집으로는 『웹툰과 로맨스』, 『영화와 자화상』 등이 있다.
황수진
문화평론가.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기반으로 영화 및 아트, 문화 분야의 컨설턴트 및 큐레이션을 제공하는 복합문화 에이전시 MHM(Multi Hyphenate Media) 대표로 Los Angeles County Art Consultant 및 California Art Council의 공공지원 심사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있다. 현재 도시와 벽화에대한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2023년부터 미디어 아트 전시 <Desert Is The Sea>를 시작으로 미디어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사라지고 있는 아름다운 것들을 기록한다.(soo@mhmcollective.com)
구재진
문화평론가. 세명대학교 영화웹툰애니메이션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한국현대문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제 39회 《문학사상》 신인발굴 평론부문에 「육성과 교감-최윤론」이 당선되어 등단, 한국현대소설과 미디어문화콘텐츠를 연구하고 있다. 대표 저서로 『한국문학의 탈식민과 디아스포라』가 있다.(jjkoo@smu.ac.kr)
김민정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부교수. 문학과 문화, 창작과 비평을 넘나들며 다양한 글을 쓰고 있다. 구상문학상 젊은작가상, 르몽드문화평론가상, 그리고 2022년 중앙대 교육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드라마에 내 얼굴이 있다』 외 다수가 있다.
김소영
문화평론가. 한국외국어대학교 학술연구교수 겸 서울사이버대학교 객원교수. 한국영화학회 국제학술상임이사, 한국브레히트학회 공연이사, 아시아문화콘텐츠연구소 이사. 수림문화재단 AVS(Artists View Science) 프로젝트 커뮤니케이터(2023-2024) 등, 기술을 중심으로 급변하는 대중문화의 탈경계성에 관한 연구를 수행 중이며, 경기일보 오피니언과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인터넷)에 문화평론을 매달 연재하고 있다.
김장연호
문화평론가. 문화학 박사. 한예종 영상원 객원교수.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 집행위원장, 한국영상학회 대외협력이사, 한국비교문학회 기획이사이다. 영진위 우수논문상(2005)을 수상하였으며, 『디지털 영상예술 코드읽기』(2003), 『카메라를 든 여전사』(2005) 영진위 우수출판지원작 연구책임자이자, 단행본 <비(실)체들의 디지털 무빙이미지 수행성> 출간을 앞두고 있다.
이인숙
문화평론가. 교육학 박사, 문화예술경영전공. 현재 청주대학교 영화영상학부 초빙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북경수도사범대학교 과덕대학 공연예술대학 부학장역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 한국연기예술학회 이사, 국제문화예술교육교류협회회장, 사)한국ESG위원회 공연예술위원회 위원장, 청주시 도시문화추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liscd@hanmail.net)
김정희
문화평론가. 이화여자대학교 교육철학 전공. 여행(女行)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며 종로 여행길을 기획. 한양대, 부천대에서 강의했고, 현재 학교와 평생학습관에서 다양한 학습자들을 만나면서 교육과 학교의 역할이 무엇인지 역사 속에서 답을 찾는 글을 쓴다. <르몽드 문화톡톡>에 문화평론을 연재 중.
김기화
문화평론가. 무용학 박사. 한국춤교육연구회 대표. 문화재청 전문위원. 성균관대학교 유가예술문화콘텐츠연구소 수석연구원, 한국체육대학교 산학연구단 전임연구원을 역임하며 한국의 무형 문화유산에 관해 폭넓은 연구를 해왔다. 그리고 오랜 기간 현장 예술가로 활동하며 쌓아온 분석역량을 바탕으로 춤의 소통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최양국
문화평론가. 격파트너스 대표 겸 경제산업기업 연구 협동조합 이사장. 점-선-면의 현상을 인간-자연-지구의 유기체적 연결을 통한 진화와 동일 맥락에서 바라보는 서사를 나누려고 한다. 없음과 있음의 같음을 기저로 하여 문화와 경제의 인문학적 융합을 통한 가치 창출과 공간의 역량 진화 및 미래, 전통과 예술에 관심을 두고 있다.
한유희
문화평론가. 경희대 K-컬처 스토리콘텐츠 연구원. 웹툰과 팬덤을 연구하고 있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만화규장각 웹진>에 연재 중이다.
이지혜
문화평론가. 《쿨투라》 신인상 영화평론부문 신인상으로 등단. K-컬처·스토리콘텐츠연구소 연구원A. 문화현상을 연구하며 경희대에서 글쓰기를 강의 중이다. 르몽드에 문화평론을, 《COAR》 등에 영화평론을, <서울책보고>에 에세이를 기고한다. 전주국제단편영화제(2023)심사위원, 서울역사영화제 집행위원(2024)으로 활동하고 있다. (leehey@khu.ac.kr)
송연주
문화평론가. 세종대학교에서 영상예술전공으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세종대와 정화예술대학교에서 강사로 활동하였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인터넷)에 문화평론과 영화평론을 연재하였다.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영화기획개발 지원사업에 공동작가로, 한국콘텐츠진흥원 스토리창작역량강화사업에 작가로 선발되며 제작사에서 작가로 활동했다. (333sigo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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