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농수산업 지도가 바뀐다.
기후 위기 대응 3중고에 시달리는 농업
[기획 특집] 세계 농수산업 지도가 바뀐다. 기후 위기시대의 농수산업 생태계 선순환
기획 특집에 들어가며.
세계 농수축산업 지도가 확 바뀌고 있다.
기후위기의 진실을 둘러싼 공방[1]이 여전하다.[2] 그러나 지구가 기후 변화(Climate Change)로 인해 농수축산업의 대변환기에 이르렀다는 사실에 반대하기는 어렵다. 특히 기후 위기(Climate Crisis)가 가져온 1차 산업의 변화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전지구적 공감대 역시 확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기후위기를 총괄하는 유엔기후협약(UNFCCC)에서 농업 이슈가 본격적으로 논의된 것은 지난 2023년 12월, COP(Conference of Parties)에 이르러 서다.
농업은 온실가스 배출이 매우 높은 분야이다. 그러나 어느 국가이든 농업이 차지하는 독특한 위치 때문에 상대적으로 제대로 다뤄지지 힘들었다. 농업분야의 기후 위기 대응 역시 산업발전과 기후위기 대응의 트레이드오프(Trade Off) 효과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농업분야는 공업, IT, 금융, 서비스업 등의 분야에 비해 산업 비중과 인력이 축소되고 있고 각국의 농업정책은 상대적으로 왜소해진 농업인구에 대한 부담이 크다.

따라서 농업분야는 농업발전이라는 과제와 기후위기 대응, 더욱이 큰 기후 위기에 따른 농수산물 생산 지도의 대격변에 대한 대책 마련 등 시급한 3중고에 갇혀 있다.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선 농업발전의 효율성을 낮추는 것이 동시에 필요하다. 거기에 기후변화에 따른 생산 농업 작물과 수산물의 변화에 대처해야 한다.
지난 “COP 28”에서 “지속가능한 농업, 복원력 있는 식량시스템, 기후행동에 관한 COP28 UAE 선언”에 134개국이 동의하고 지지했다. “COP 28” 의장국인 아랍에미리트(UAE)의 마리암 빈트 무함마드 알헤리이 기후변화환경부 장관 겸 “COP 28” 식량시스템 책임자는 134개국이 해당 선언문을 지지했다고 정상회의 첫날 발표했다. 선언문에서 온실가스 배출에 대응하고 기후변화의 최전선에 처한 농부들의 삶과 생계를 보호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알헤이리 장관은 "파리기후협약 목표를 달성하고 평균 온도를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로 유지하려면 식량시스템, 농업과 기후의 상호작용을 시급히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COP28”에서 유엔식량농업기구(UNFAO) 역시 산업화 이전보다 기온상승을 1.5℃로 제한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식량 산업구조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발표했다. 앞서 UNFAO는 “기온상승을 1.5℃ 이상으로 막지 못하면 기후위기가 식량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경우에 따라 돌이킬 수 없게 될 수도 있다”면서 “기후목표를 달성하려면 육류 및 유제품 생산을 억제해야 한다는 것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실 “COP28”에서 식량 등 농업이슈가 처음으로 제기되기는 했지만 이미 식량문제는 기후변화의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전세계 식량생산량의 3분의 1이 기후변화로 위기에 처해있고, 동시에 거대 농업은 기후파괴의 주범이기도 하다. IPCC에 따르면 농업으로 인해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세계 배출량의 5분의 1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개최됐던 COP 회의에서 식량문제가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는 유엔식량농업기구(UNFAO)가 자체 정상회의를 주도하면서 유엔 차원의 책임이 분담되어 있기 때문”이라며 “마찬가지로 UNFAO가 주최한 정상회의에서 기후문제 역시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COP 28”에서는 “세계 식량의 날”을 정하는 한편 최소 22개국의 주요 행사에서 식량과 농업 그리고 물이 중요한 의제로 다뤄졌다. “기후를 위한 식량 (Food4Climate)” 부스도 만들어졌다. 알 자베르 의장 역시 식량 문제에 큰 관심을 피력했다. 그는 “기후변화에 기여하는 것은 석유와 가스만이 아니다”면서 “30%는 산업에서, 또다른 30%는 농업에서 배출된다”며 농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농업과 토지 이용 변화를 포함한 모든 부문의 배출량을 고려하며 탄소배출에 맞서 전세계가 연대해 단결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세계자원연구소(World Resources Institute)의 에드워드 데이비(Edward Davey)는 “우리는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과 기후변화에 대한 잠재적 해결책으로 농업의 역할을 크게 간과해 왔다”며 “세계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식량과 기후 사이의 연관성을 살펴보기 위한 약속을 논의할 수 있다면 이는 역사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미국과 유럽연합 같은 부유국들이 육류와 유제품 소비를 크게 줄이는 것이 기후위기 해결 방법”이라며 “그러나 1인당 육류 및 유제품 소비율이 매우 낮은 다른 가난한 국가의 경우 식량안보, 영양실조 등의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러한 UNFCCC의 내용들은 여전한 각국이 처한 농업발전의 문제를 제대로 조명하지 못한다. 상대적으로 발전이 더딘 농업분야는 세계 어디서나 아킬레스의 건이다.
기후변화는 농수산업의 생산지도를 바꾼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가을무, 일반무 재배면적은 20%나 줄었다. 한국인들의 최애 야채들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사과, 복숭아, 포도, 단감, 감귤 등 과일 생산지는 계속 북상하고 있다. 우리 바다에서 명태, 오징어 등 고깃배를 상장하는 생선들이 사라진지 오래다.
홍문표[3]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은 “일본이 한국의 농수산업 지도 변화를 더욱 정확히 꿰뚫고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우리정부의 기후 위기 대응 농업 정책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또 “현재 한국산업의 위기는 생태계조성에 실패한 탓”이라며 “모든 변화에 신속하고 유기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선순환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또한 “농수산업은 산업비중은 축소되고 있지만 국가 경제의 주춧돌이자 최우선 안보산업”이라며 “과감한 예산 지원을 통해 농수산업의 선순환 생태계 조성이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문표사장은 “한국의 농업대통령”으로 불린다. 그는 농업분야에 대해선 어느 정치인보다 진지했으며 많은 입법 활동을 해왔다. 국회입법이나 행정입법을 촉구하는 한편 농업인들의 청원입법도 독려한다.
홍사장과의 인터뷰를 시작으로 3중고에 시달리는 한국 농업정책의 기후 위기 대응책을 진단하고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세계 농수축산업 지도를 분석한다. 동시에 기후위기를 둘러싼 산적한 문제를 조명하기 위해 본 시리즈를 기획했다.
[기획 특집]
1. “대한민국 선순환 경제, 주춧돌 농수산업부터 다져야 한다. 시급한 기후위기 대응 농수산업 정책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홍문표 농수산식품 유통공사 사장 인터뷰
2. 세계 농수축산 지도가 바뀐다
3. 세계 농수축산업도 바뀐다.
4. 한국의 기후 위기가 몰고온 농수산업 “아주 심각하다”
5. 한국의 NDC 농업정책
6. 농업분야 온실가스 주범 메탄 어떻게 잡을 수 있을까
7.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1] 재집권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예상대로 행정명령을 통해 즉시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했다. 지난 2017년에 이어 두번째다. 그는 기후위기를 사기라고 비난한다. 그의 별명은 “기후 악당”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입장은 산업발전보다 기후위기가 우선한다는 기후 위기론자들, 기후위기가 과대 포장되어 있으며 폐해가 심각하다는 입장, 그리고 기후 위기는 허구라고 주장하는 3가지 입장으로 크게 대별할 수 있다.
[2] 세계환경 이슈를 총괄하는 유엔환경계획(UNEP)이 탄생한 것은 1972년. 이어 기후위기 대응에 중점을 둔 UNFCCC(유엔기후협약) 출범에 합의한 리우기후정상회의가 열린 해는 1992년이다. 전지구적 환경위기 공동 대응이 공식화된 지도 반세기를 훌쩍 넘었지만 여전히 의구심이 적지 않다.
[3] 4선 국회의원(제17·19-21대)을 지냈고, 지역구는 충청남도 홍성군 · 예산군. 소속 정당은 국민의힘.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을 지낸 바 있으며 현재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소 대통령”, “농업대통령”으로 불릴 정도로 한국을 대표적인 농업 전문가, 정치인으로 꼽힌다.
- 정기구독을 하시면, 유료 독자님에게만 서비스되는 월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잡지를 받아보실 수 있고, 모든 온라인 기사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온라인 전용 유료독자님에게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모든 온라인 기사들이 제공됩니다.